모기 날개짓소리가 지금 주양의 목소리보다 클 것이 분명했다. 주양답지 않게 한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서는 손을 다시 바로잡았다.
자신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니 더더욱 두려움이 컸다. 미지의 것에서 오는 공포라는 게 이리도 큰 감정이었던가. 당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그냥 겁먹은 것이 아니라 바로 뒤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으로 느껴졌기에 그 두려움은 더더욱 커졌다. 뒤에. 분명.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몰라.
"허어. 그러시겠다..? 간이 부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너의 성장판은 무릎이 아니라 간에 가서 붙어있는 건 아닐까~? 아니다. Hoxy.. 성없찐? 아, 뭐야. 얼마 안 남았네!"
목을 움직이는 주양의 동작이 긴장감에 경직되어 꽤 뻣뻣했다. 그럼에도 평소 하던것처럼 이런저런 시비를 걸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림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내심 안도하면서 조금 더 목소리를 키웠다. 가면서 괜히 잘 닫힌 문 너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진짜 있었네..? 뭐. 너가 적어도 헛걸 본 건 아니라는 뜻이겠지~ 용캐도 정신 잘 부여잡고 있었구나? 나 혼자 왔으면 그림이랑 입까지 맞췄을텐데. 아쉽네~"
정말 그런 미친짓을 할 만큼 제정신은 아닐테지만. 함께 나아가는 과정 중에서도 약간약간씩 오싹함을 느꼈는데 혼자 왔으면 눈 앞에 보인 그림을 귀신으로 오해하고 키스고 뭐고 귀신이 나타났다며 이 저택은 저주받았느니 어쩌니 하며 당장 엑소시스트를 불러와라는 등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결국 주양은 폭소를 터트리고야 말았다. 언니라는 호칭도 호칭이었으나, 그림 속에는 눈을 감은 채 잠든 여인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딜 보아도 눈동자의 색이라고는 알 수 없는 그림이었다. 아까 전의 긴장감도 날려버리고서, 제목과 그림을 번갈아보며 여유만만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겼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기는 무슨. 당신이 없었다면 중간에 뻗었을거면서.
"꺄하하하하핫!! 우리 귀여운 꼬맹이, 헛걸 봤구나! 응? 봐봐. 다시 보라구~ 이렇게 이쁜 언니가 코~ 하고 자고 있는데. 어딜 봐서 초록색 눈이야~? 아. 그러네! 초록색 눈이 얼핏 보이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 언니는 모르겠는걸?"
제목도. 그림도. 어딜 봐도 눈을 뜨고있는 여인아 아니라 자고 있는 여인이었다. 만약 주양이 선봉으로 나가 그 광경을 봤다면 절대 이렇게 웃고 있을수는 없었을 것이다. 신랄하게 이어지는 비꼼이 퍽 일품이었다. 당신에게 언니라는 말까지 듣고 난 이후라, 그 쾌감은 이루 말할것 없이 컸다. 아까의 두려움은 전부 이 쾌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앞으로는 내기 말고 다른 것에 맛을 들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앞으로 당신을 놀려먹을거리가 하나 늘었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희열을 느끼면서 주양은 만족스럽게 입술을 습 하고 혀로 핥았다.
"이제 다음 단계지? 이 언니, 우리 꼬맹이 앞에서는 자비가 없으니까 바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보실까? ... 지만. 너무 겁먹은 거 아니냐구. 자, 괜찮아. 그저 사람이 자고 있는 그림일 뿐이야. 무서우면 헛걸 볼 수도 있으니까.. 크흠. 그러니까 정신 차려라~ 이 말씀이야. 너가 겁먹어버리면, 내기가 재미 없게 흘러가게 될 거라구!"
자연스럽게 이 언니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붙였다. 앞으로 그 호칭은 평생동안 당신 앞에서 붙겠지. 그러면서도 한 켠으로는 당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아까의 경박한 언행은 잠깐 접어두고 어울리지 않게 제법 온화한 목소리로 당신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티격티격 해도 친구는 친구다. 그리고 동생은 동생이다. 자신이 이겨먹기는 딱 좋은 기회였으나, 여기서까지 그 투쟁심을 불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주양은 당신의 머리를 다정한 손길으로 쓸어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부끄러웠는지, 헛기침을 하면서 내기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것이다.
일단 이겼다는 생각이 이미 들긴 했으나 주양 자신이 언급한 내기 조건에서의 승패는 결정나지 않았다. 당신은 끝까지 정신을 잃지도, 도망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이 내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앞으로의 미지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일 뿐이다.
".. 진정했으면 이제 가자. 아직 우리는 내기를 끝내지 않았다구? 여기서 무승부로 돌려버릴 순 없지~ 안 그래?"
아까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리고 한층 순해진 말투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주양은 슬쩍 고개를 돌려 그림 방향을 돌아보았다.
>>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가..? 아무리 봐도 그 의미의 무해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지?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걸! (빨판으로 간지럽히기)(???) 나도 더 소름돋으려고 공포영상 보고 있었는데 렝주 답레 보고서 안 그래도 되겠다 했지 뭐야! :D
>>45 주먹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눈 앞에서 그림이 바뀌었으면 그렇게 하고 도망가지 않았을까 싶어! :)
레오는 얼어붙었다. 아니,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혼자서 여기까지 왔을때 그림의 초록색 눈동자를 보고 '특이한 색이네'하고 말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고 왜인지 모르게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듯한 눈동자에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의 내공이 느껴진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가까이 다가가서 생기있어 보이는 눈동자에 '오-' 하고 감탄했던 것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왔을 때는 분명 눈을 뜨고 있던 그림의 제목이 '자고있는 여인'인데다가 눈까지 감겨져 있었으니까.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이 된 레오는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 하아니.. 봐... 다시,다시..! 봐봐 쫌..! "
숨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그리고 목이 막히는 듯한 목소리로 작게 소리치는 레오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듯했지만 레오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버티고 서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에도 레오는 가만히 서 있었다. 미동도없이, 그렇게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냐면 레오의 두 눈에는 분명히 보였으니까. 자고있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그림의 초록색 두 눈동자가. 뒤돌아있는 주양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레오에게는 분명히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제발 뒤돌아서 봐봐' 하고 또 목막히는 소리로 말했다.
주양이 뒤를 돌고 경직되는 모습을 보았다. 레오는 조용히 '봤구나' 하고 속삭였다. 평소 같았으면 자기 말이 맞지 않았느냐며 잔뜩 악을 쓰고 소리질렀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레오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곤 꼼지락거리며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손을 뻗었고 주양의 손을 꼭 잡았다. 놓기만해. 쳐죽여버릴거야. 라고 말하듯 꼭 쥐고 레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양을 마주보았다.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 레오는 그런 얼굴을 하고있었다.
" 가..자.. 뛰,지말고.. 천천..히.. "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가자. 레오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이런데서 뛰어갔다간 정말 무슨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고 혹시 뛰다가 넘어진다거나 하는 것도 걱정이었으며 신체적 조건은 주양이 훨씬 유리했기에 빠르게 뛰어간다면 레오가 그것을 따라잡을 수 있을리는 없었다.
공포. 다른 의미의 공포였다. 이전의 크루시오나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와는 다른 의미의 공포였다. 이해하지 못하는 그 어떤 것에 대한 공포.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다른 세계의 것에 대한 공포. 레오는 후우- 후우- 하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있었다. 레오는 꼭 잡은 손에 조금 더 들러붙었고 주양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마냥 그렇게 꼭 쥐고 후우-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길로 쭉 간다면 양 옆에 여러개의 방을 지나게 된다. 다른 학생들이 묶고있는 방부터 해서 응접실따위의 여러 개의 방들. 하나하나가 무언가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 똑똑 - '
레오는 노크소리를 들었다. 천천히 걸어가던 와중에 분명한 노크소리를 들었다. 학생들이 자고있는 방이었던가. 레오는 우리가 밖에 있는게 시끄러워서 그랬나봐. 하고 조금은 정상적인 생각을 하곤 푸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과라도 할까 싶었지만 레오는 금새 헙, 하고 숨을 들이마시곤 다시 주양의 팔을 꼭 끌어안고 앞으로 잡아당겼다.
" 노크는.. 보통.. 밖에서 안으로 하는.. 거잖아.. "
눈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전부 무시하고 앞으로 쭉 가면 빛이 있는 곳이 있다. 빛 안에선 안전할거야. 맹목적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팡이라도 가지고왔다면 조금 상황이 나았을텐데 그게 아니니까. 달빛이 조금 들어오는 곳이었지만 그 정도의 빛이라도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주변을 밝힐 수 있다면 충분하다. 레오는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면서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가만히_있는_자캐가_생각하고_있는_것은 60%는 조카에 대해 생각하고 20%는 확률로 언니에 대해 생각하며 10%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머지 확률은 아무 생각이 없다:D
자캐가_대학을_다닌다면_전공은 순혈인데 대학을 가야할까? ((아님)) 체육전공? 아니면 무난한 문과쪽 전공? 이과 관련 전공은 안할 것 같은데. 왜냐면 오너가 이과와 안친하다.....
자캐가_잃고_싶지_않아_하는_것은 지금 이순간~ 학원에 다니는 시간~ (?) ((이건 비설이 아닙니다라는 팻말)) 농담이고 잃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잃고 싶어하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일 것 같다. ((잠시 비설을 흐린 눈으로 본다))((안본다))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오늘 숙제를 끝마치고 땃쥐는 관전을 좀 하다가 뻗으러 가겠어..컨디션이 너무 너무 안좋다o<-<
당신의 번복된 이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저 자신이 할 말만을 늘어놓던 주양의 태도가 일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당신의 말들을 들었음에도 그저 겁에 질려 헛것을 본 거라고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뒤를 슥 돌아보고 마주한 그림은.
"..... 응. 가는 게 좋겠다. ... 괜찮을, 테니까. 아마도.."
이미 충분히 해롭기는 하지만 물리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저 여인이 눈을 새파랗게 뜨고 그림을 찢고 튀어나와 뒤쫓아오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금은 당신조차 놔두고 주양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며 당장 자리를 벗어나버릴 것만 같았기에. 그런 이기적인 생각 너머로 다른 한 켠에서는 그래도 자신은 학생대표니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책임지고 지켜주겠다는 생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절대 장난이 아니며, 지금의 이 공포는 자신들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다. 머글들이 보는 공포 영화에서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그리도 무기력하게 휘둘리기만 하던 게 괜히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때 방계 사람의 집에 머무르며 머글 문물을 접하는 중 그런 공포영화도 접하면서 풉키풉키하며 멍청한 짓거리를 한다고 비웃기 바빴으나, 막상 그 상황이 되어보니 알겠다. 그들이 그리도 무력했던 이유를. 금방이라도 울듯한 당신 앞에서, 자신만이라도 제정신을 부여잡지 않으면 안된다.
".. 그래도 교감 선생님 저택이니까 별 일 없겠지. 자. 걱정하지 말고.."
그 말을 자기 자신에게 암시를 하듯 중얼거리며. 이 내기의 끝을 보기 전까진 아무리 심상치 않은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기세를 내비치며 한 손으로 대강 머리를 묶었다. 다른 한 손은 잡혀 있으니 사용하지 못 하는 상태고, 잠깐 놓으라고 하기엔 그 사이에 다른 무언가가 자신의 손을 냅아끌고 다시 그림 앞으로 끌고 갈것만 같았으니. 그 바람에 머리끈이 조금 느슨하게 묶였지만 개의치 않고 당신을 조금 더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들려오는 노크 소리. 주양은 고개를 갸웃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분명히 선명하게 들렸다. 이쪽 방에도 주인이 있던가? 별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넘기려는 찰나, 당신의 말에 소름이 돋았는지 주양은 다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래도 보통은 그런 거니까 반대로 하는 사람도 아. 아마 있을거야. 시끄러웠다면 당장 나오라고 해! 누군진 몰라도 그 광경을 똑똑히 봐야 납득하고 다시 들어가겠지!"
당장이라도 노크소리가 들려온 문으로 대꾸를 하려던 찰나,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함이 주양의 행동을 멈춰세웠다. 몸 속으로 파고드는 오한은 평소 느끼던 소름보다 훨씬 질척하게 묻어났으며, 쉬이 씻겨나가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이 기분이 극한의 공포에 몰린 나머지 드는 헛된 생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교감 선생님의 저택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니 그제서야 몸이 조금 움직여지는 듯 싶었다. 그래도 역시. 이런 현상은 적응할래야 적응할수가 없는 것이다.
"됐다. 얼른 저쪽으로 가자. 저택 다 돌아보려면 아. 아직 한참 남았기도 하니까, 세이브 포인트 같은 느낌으로 일단 빛이 있는 쪽에서 한번 쉬어가는것도 ㄴ... 나쁘진 않잖아..?"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영어 단어를 인용해 말하고서 얼른 그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무섭기는 했으나 당신이 꽤 무서워하는 모습이었기도 해서, 주양은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하며 당신을 이끌었다. 너무 보폭을 크게 한다면 따라오지 못할지도 모르니, 걷는 속도를 적당히 조절하며 빛이 있는 장소까지 나아갔다. 역시 뭐든 빛이 있어야 살만하다. 어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공포스럽다는 것을 이번을 통해 잘 깨달았다.
>>90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 쭈는 공포게임 무서워하지만 나는 공포게임 완전 사랑한다구.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깜짝 놀래키는거에 약하다! 휘영이랑 첫 일상 돌릴때도 갑자기 놀래켜서 화들짝 놀래는 모습 보여줬었지! :) 랄까 이것도 위키에 안 썼썼었지..? 이래서 설정빵꾸가 무섭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며,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로 인해 죽음을 보거나 유해한 영향이 퍼지는 걸 보면서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줄곧 내키는 대로 행했고, 생각한 적 없거나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나 자유롭고도 무책임하게 살면서 한 순간도 돌아보거나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지금 이 순간, 나는 처음으로 후회라는 걸 느꼈다. 내 앞에 널 보며 일생동안 느끼지 못 했던 후회와 절망을 한번에 몰아 받은 기분이었다. 그것들로 이루어진 새까만 늪에 빠져 숨이 막히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나는 중얼거렸다.
"...웃기지.. 널 부순 사람은, 바로 나인데..."
누구보다 아픈 것 또한 나라니.
웃는 입술과 다르게 일그러진 눈에서 뜨거운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옆에서_계속_지키며_계속_같이하고_싶어_를_자캐버젼으로
그녀는 유달리 욕심이 없는 아이였다. 물욕, 재물욕을 비롯한 대부분의 욕구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필요에 의하지 않으면 뭔가를 가지려 하지 않았다. 이런 그녀는 언뜻 보기에 절도 있는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상은 그 욕구의 대상이 비뚤어져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