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다가요.." 그렇게 답하는 다림입니다. 대화를 나눌 수록 조금 더 선명해지는 다림의 목소리입니다.
"아핳하.. 불가항력 맞아요." "지훈 씨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한테도 이것저것 당했었고.." 옅은 웃음을 흘리며 진짜로 지훈 씨 탓일 리가 없잖아요.. 라고 중얼거리며 걱정하는 듯하는 지훈을 봅니다. 친구끼리 뭘이라는 말을 하는 지훈을 묘한 표정을 짓고 보지만. 금방 눈을 감고는 꿈틀꿈틀 이불 속으로 감겨들어갑니다.
"피해자이긴 한 건가요.." "그런 레이드를 하게 한 것 자체가 잘못했는걸요.. 할 수만 있다면 아마 절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가요? 피해자로 보아주시는 걸까요? 라고 생각하는 듯 조용합니다.
"푹 쉬긴 해야 하는데.." 따라가려면 무리라도 해야 하는걸요. 그리고 나름 건강해요.라고 항변합니다. 따지고 보면 건강 스테이터스 동일하다구. 라고 해도 얻어맞은 거랑 안 얻어맞은 건 다르긴 합니다.
자려다가 라는 말에 살짝 미안한 듯 다림을 바라보았지. 괜히 잠을 깨운 것 같아서? 그걸 알 수 있는 길은 없었다고는 해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니까.
" 그 말을 들어서 안심해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
자신의 탓만은 아니지 안심해야 할지, 아니면 결국 자신의 탓도 있긴 하니 미묘함을 느껴야할지 애매하다나는 듯 말하다가 묘한 표정을 짓는 다림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지 궁금했던가. 꿈틀꿈틀 이불 속으로 감겨들어가는 건... 마치 애벌레가 고치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 네가 의도한게 아닌데도, 심지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갖는 건 미련한 짓이야. "
꽤나 단호하게 말했을까. 물론 가끔가다가 정말 아무런 사과조차 안 하는 후안무치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하여튼 다림을 보며 "너 역시 피해자니까, 그 죄책감은 좀 내려놓으라고."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겠지.
" 무리해서 따라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어. "
결국 몸을 망치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이라고 생각하다가 나름 건강하다는 항변에 "그래서 친구들에게 두드려맞고 요양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지?" 라며 다림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름의 걱정, 이라기보단 이런 상태에서도 건강하다고 항변하는 다림의 말을 걱정으로 부정하는 것일까... 그게 그거일지도 모르지만.
"미안하시다면 병문안 선물이라도 좋은 걸로 주세요" 농담하려는 듯 말한 말입니다. 안심해도 될지라는 말에 안심하셔도 좋아요. 라고 웃습니다.
"하지만.. 저는..." 따지고 보면 티아라를 집어던질 수 있는 상황이 없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반박을 하려고 하겠지만.. 그것도 반박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에릭을 제압하자 잠깐 정신을 차렸다는 건 그 때 패시브밖에 못 돌리는 상황이었고. 티아라를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정신을 찍어누르고 그런 것이었지요.
"어쨌거나 다른 분들께 다 사과는 해야해요.."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사과는 사과고.. 죄책감은.. 좀 덜 수 있을까요.라고 말합니다.
"글쎄요... 어떤 의미가 없는데도 왜 저는 무리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한탄하는 듯 중얼거리는 다림입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한탄하면서 조심스럽게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려 합니다. 두드려맞고 요양이라는 말에 못됐다는 듯 지훈을 빤히 쳐다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