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한 걸음 먼저 나아가서 펠리체의 앞을 막아섰다. 왜 그런것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주먹을 말아쥐곤 툭, 하고 펠리체의 어깨에 주먹을 가져다댔다. 미소를 지었고 다시 손을 거뒀다. 아까부터 계속하던 이야기. 자신은 싸움을 피하지않고 의외로 소질이 있는것 같다보니 주변에서 그런 이미지가 씌워졌다. 주궁의 투견이라던가, 건드려서 좋을 것을 못 본다던가, 눈이 상처가 난 표범을 조심하라던가 따위의 이야기들. 레오는 다시 뒷짐을 지고 걷기 시작했다.
" 위선이라.. 뭐, 깊게 묻지는 않을게. "
누구나 다 자기만의 비밀이 있는 법이다. 깊게 캐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직 그런 사이도 아니고 친구하자고 말도 꺼내지 않았으니까. 일단 지난번의 거리감이 이상했던 그 녀석 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기숙사의 항상 마주치면 싸우는 그 녀석 만큼 시비를 거는 사람도 아니니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을 받고 있었다. 한 걸음 또 앞서나가서 빙글, 하고 뒤를 돈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당신의 거만했던 표정이 깜짝 놀란듯한 표정으로 바뀌기까지의 변화를 보며 주양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래. 자고로 감정 기복이 너무 없으면 살아가는 맛이 나지 않기 마련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쭉 올라갔다가 훅 내리찍는 그 느낌을 줄기면서 사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신 역시도 그 느낌을 느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꽤 짓궂은 생각이었다.
그랬음에도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기에. 그리고 시원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기에 너무 일찍 내려준건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행여 당신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자신이 조금 얄미웠다. 허나 전혀 그럴 것 없었다. 주양은 남을 좀 더 배려할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었으니.
"나보다 언니가 되고 싶다면 찔끔 큰걸로는 어림도 없으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어때. 윗공기는 확실히 청정하지?"
치사하다는 이야기의 뒤를 주양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이어주었다. 오만하고 세상 무서울것 없어보이는 표정을 지었으나 그래봐야 7센치 차이밖에 나지 않았기에 그리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서로의 키에 아주 큰 차이만 나지 않는다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키도 어림잡아 170 정도는 되어 보였으니. 자신의 키도 일의 자리를 제외하면 170이니까 쌤쌤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선보이며, 주양은 당신에게 힘없이 축 기대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순식간에 들이킨 사람처럼. 혹은 자신의 주량 이상으로 술을 퍼마셔서 당장 길바닥에 주저앉을 사람처럼.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주양의 연기는 시작되었다.
"에히~ 세상이 돈다, 돌아! 미쳐돌아가는 세상처럼 지구도 돌고 세상도 돌고 하늘도 돌고 나도 돌고! 으흐하하핫!!"
입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수준급의 만취 연기었다. 이런 짓거리를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까지 쭉 했다가는 분명 당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오해를 받기 충분했다. 아무리 술 안 마셨다고 해명한들, 주점에 직접 찾아가 이 두 학생이 무엇을 마시고 먹었는지 조사할 게 분명할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어쩐지 얼굴마저 발그레하게 붕 뜬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아이 참 나. 친구, 내 이야기좀 들어봐봐. 옆집 사는 공 총각이 나를 두고서 다른 사람이랑 바람을 폈다니까 글쎄~! 내가 어?! 어디가 그렇게 못 미덥고 모자란 사람이길래 나같은 처자를 놔두고서 다른 사람을 만날수 있어! 이건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니냐고~!"
자연스럽게 육두문자까지 터져나오게 하려던 주양은 꾹 참았다. 그런 이야기도 진심으로 화낼 때 정도나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수준으로 써야지, 너무 자주 남발하면 사람이 싼티나게 보인다. 아무리 연기라도 참을건 참고 나서, 휘청휘청한 발걸음을 크게 옮기며 청의 몸뚱아리를 술병 잡듯이 부드럽게 쥐어잡고 하늘로 홱 치켜들었다.
... 불쌍한 청은 마지막까지도 주양의 연기에 희생되어, 이거 놓으라는 듯 주양의 손가락을 부리로 물어뜯고 있었다.
"흑. 내가. 내가 진짜. 그 사람한테 얼마나 해준 게 많은데..! 어떻게 날 버리고 갈수가 있느냔 말이야...! 두고봐. 내가. 내가 꼭 복수할거야. 히힉, 흐흐하핳..!!!"
누가 좀 말려줘야 할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취한 사람 연기는 꽤 오래 지속될것만 같았다. 맨정신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헛소리를 남발해대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그 재능을 조금 더 다른곳에 썼다면, 주양은 분명 지금쯤 크게 자라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른곳에 재능을 전부 낭비해버린 나머지 절대 이루어질수 없다는 현실이라는 것이 팩트였지만. 주영은 애초에 그런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으니.
"좋아! 친구도. 친구도 내 복수에 동참하자! 나만 두고 떠나가버린 공씨에 대한 복수를. 피의 복수를~! ! 바람으로 흥한 자. 주먹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잖아!"
전혀 좋지 않다. 그런 말도 없을 것이다. 전국의 공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뜻을 전한다.
소문에 늦은 엘로프는 리 선생이 도움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꽤, 상당히, 아주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같이 지내는 개보다도 인맥이 모자라서…는 아니고, 게시판 글을 직접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 선생의 몰골이 정확히 어떤지는 볼 수 없으니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언젠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을 적 희미한 피냄새를 맡았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자니 척 보기에도 매우 피곤해 보이신다 하더라. 아무튼간에 사감이 직접 도움을 청한 일, 그는 제자 된 도리로서 스승의 고충을 덜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백호의 선호 취향을 그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개랑은 매일같이 털 부비면서 같이 지내는 사이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는데……. 아니,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백호를 고양이 취급하는 건 굉장히 무례한 생각이지 않나? 방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웅얼웅얼 한참을 고민하는 그의 무릎 위에 라쉬가 턱하니 앉았다. 외출한 후 아직 풀지 않은 리쉬가 흐늘거리며 흘러내렸다. 그에 엘로프는 결론을 하나 내는 데 성공한다.
답레도 다 이었고. 이제 인사할 차례구나. 다들 안녕, 좋은 밤! :D 생각보다 엄청나게 늦게 들어와버렸어. 좀 더 일찍 들어왔어야 잡담도 열심히 하고, 독백이 있다면 독백도 신나게 읽고, 진단도 같이 돌리고 반응하면서 놀았을텐데. 그래도 내일은 조금 시간이 널널할테니까 신나게 놀아야지! :)
민은 결국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감각이 발을 타고 다리를 천천히 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언뜻 보기에 뱀처럼 교묘했고 동시에 지옥의 악귀처럼 섬뜩했다. 발을 작게 털어낸다. 방금의 행동이 단순 털기 였는지, 공포에 의한 떨림이었는지 민도 확신할 수 없었다. 바로 뒤 벽에 가로막혀 퇴로를 막혀버렸지만,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었다. 서늘한 외벽의 감촉에 민은 이성을 조금이라도 되찾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부로 이러시는 거예요? 외람된 말이 되겠지만, 조금 무섭네요."
바로 뒤 벽에 가로막혀 퇴로를 막혀버렸지만,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었다. 서늘한 외벽의 감촉에 민은 이성을 조금이라도 되찾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민은 무기를 보며 되물었다. 목소리가 약하게 떨렸지만 의미전달에는 문제가 없었다. 질문을 한다는 건 좋은 신호였다. 적어도 상대에게 관심을 끊을 정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민은 명백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마를 싫어할 이유는 결코 되지 못했다. 불쾌감은 이성이 중요하지 않은 종목이지만, 혐오는 이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머트랩 용액이었어요."
민은 우스울 정도로 재빨리 대답했다. ...딱히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는 건 안다.
"와, 재미있었어요. 하하, 하..."
재미없다 하면 인생이 평생 재미없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민은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빵싯 웃으면 분명 분위기가 좋아져야하는데 왜 좋아지지가 못하니...! 사금파리로 그은듯 날선 분위기에 어깨를 움추린다.
"덕분에 저는 무지개 색이 되었죠.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느슨해진 입학식에 염색약을... 그만할게요."
민은 입을 다물었다. 뒤늦게 제 자신이 제정신이 아님을 깨달았다. 망했군. 민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내가 긍정적인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그건 우리 자기가 내 옆에 있기 때문이라는 결과에 이르렀지 뭐야? 아직까지도 부끄럽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달~링이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줘야겠는걸?"
재잘재잘 떠드는 느물느물거리는 목소리가 능글맞기 짝이 없었다. 뻔뻔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을 두고 보자니, 이건 진짜로 낯짝 위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해도 주단태가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말이지 뻔뻔하고 뻔뻔하다. 평소보다 곱절은 더 진화한 뻔뻔함이다.
"자기야~ 자기가 주궁 학생 대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자기의 도움을 받을 정도라면 자기도 위험하지 않을까? 오- 물론! 달링! 달링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야기해주기를 바래. 비록 내가 현궁에 있지만 달링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착 붙어오는 주양을 거부하지도 않고 도리어 환영이라는 것처럼 같이 마주 착 붙어보이는 게- 방금 전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날을 헤아리고 있던 아무 표정없는 무표정이 주던 분위기와 꽤나 달랐다. 평소보다 더 텐션이 높았다. 주양의 영향이 꽤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본래 이런 사람이 쿵짝 잘맞는 사람을 만나면 텐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거니까. 기세가 높아진 주양의 모습에 단태가 낄낄- 능청스럽게 웃으며 느물느물하게 재잘재잘 떠들었다. 저 입을 틀어막아줄 사람이 없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그~럼. 자기야~ 나는 늘 각오하고 있는걸. 자기가 언제든지 나를 포옹하거나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말이야." 여성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잡아오는 걸 보던 단태는 그 암적색 눈동자를 샐쭉- 가늘게 뜨고 꼭 마주 잡으면서도 낯간지러운 문장을 늘어놓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걱정의 메인은 자신이라며 잊으면 섭섭할거라 이야기하고는 볼을 부풀리는 주양의 모습에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 자기야~" 잡고 있는 손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면서 단태는 헤죽, 웃었다. 이렇게 자신의 텐션에 맞춰주는 주양과의 시간은 즐거웠다. 그래도 아직 그 게라는 게 있으면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는 게 좋겠다고 단태는 헤죽- 웃으며 생각했다.
"앞으로도? 자기야- 내가 자기 걱정을 받으려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주양의 손을 놓고 훌쩍 두발자국 정도 도움닫기 없이 뛰어 앞으로 나간 주단태가 몸을 반바퀴 빙글- 돌려서 주양과 마주했다. 샐쭉-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암적색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홱 하니 돌린 말꼬리 만큼이나 능글스러운 태도였다.
>>26 앗, 실수 있잖아 ㅠㅠ 첫번째 문단이랑 3번째 문단 겹치는 문장은 대충,,, 흐린 눈으로 없애봐주라,, ㅠㅠ
황보 민,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표현할 대사는...
1. 『싫어』 만약 끔찍한 요청이었을 경우 : "어, 그건 좀 곤란해서요. (가만히 응시하다가) 싫어요. 다시 말해줄까요? 정말로 싫어요. 제 기억에 없던 걸로 할게요. 그쪽도 잊어버리세요. 전부." 그게 아니라면 : "그 날은 약속이 있어서 조금 힘들 것 같은데, 정말로 급한 문제예요? (눈치)"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숨이_찬다면 : 얘는 지금 말하는 걸로도 숨이 차서 그렇게 속삭이듯 말하는 거라서요. 🙄 그래도 가쁘게 숨쉬면서 아랫 입술을 꼬옥 물 것 같아요.
자캐에게_언제부터_이렇게_예뻤나라고_묻는다면 : 제 진단에 땃태가 온 것 같아요...정말 싫어할 것 같아요. 아마 연애를 한다고 해도 그런 말은 싫어할 것 같아요. 얼굴이 붉어져선 고개를 픽 숙이고 "그런 말 들어봤자 하나도 안 좋으니까 그만 하지." 라고 밀어내면서...
그가 찾아낸 물건은 라쉬가 예전에 쓰던 리쉬였다. 그러니까 개 줄.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면 지금부터 천천히 구상해볼 생각이다. 이걸 그대로 주는 건 정말 하면 안 될 짓이고. 개는 공 좋아하는데 고양이는 어떻지? 언뜻 듣기에 고양잇과 동물들이 끈 가지고 놀길 좋아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끈이랑 공을 적당히 합치면 꽤 괜찮은 게 나올 것 같은데…….
여기서 하나 되짚자면, 그는 손재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힘조절을 잘 못 하는 편이다. 물건을 뜯어붙여서 무언갈 만드는 것이 분명 처음 목적이었는데, 만들어진 작품은…… 그냥 너덜너덜하게 뜯어진 무언가였다. 어떻게든 만들어낸 작품은 강아지용 터그놀이 장난감과 고양이 낚싯대의 중간 정도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비록 한 번은 쓸 수 있을지 의심될 지경으로 너덜너덜한데다, 어쩌다보니 만드는 과정에서 줄에 꿴 테니스 공을 실수로 반 정도 쪼갈라버리기도 했지만, 아무튼 완성은 완성이었다.
라쉬가 그 결과물을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엘로프는 모를 일이다. 그는 완성된 흉물을 들고 리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