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면서 느낀 것은 내가 가디언 후보생이 아니어도 차면 부러질거 같다는 밖으로 꺼내기엔 좀 그런 생각이었다. 이어서 소녀의 분위기에 압도 당한다. 힘에 의한 압도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인한 압박 백설공주가 실존한다면 저렇게 생겼을까 싶었다. 동생의 연습을 몇번 봤을때 잘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이돌은 잘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지금 느꼈다. 실력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 군림하지 않았으면서 사람들을 지배한다. 아마 여기서 죽어달라고 말한다면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과거 팝의 황제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사람들이 쓰러져 나간 것처럼 가사가 이어지자 진짜로 그 풍경이 펼쳐지는 거 같았다. 진짜로 죽어버린 소녀가 눈 앞에 나타나자 손을 뻗어보지만 환상이었고 바로 레베카의 눈과 마주친다.
파직 파지직
저도 모르게 항상 발동 중인 의념기가 약간이지만 반응했다. 피해를 입을 정도의 공격이라고 생각되는 위력 그녀가 세상에 나서서 노래를 부른다면 모두가 평화로워질텐데
똑, 똑, 똑, 무대 위에는 불이 꺼진 채. 긴 장댓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곧 천천히 조명이 켜지고 다시금 레베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검은 비단을 아낌없이 잘라 길게 늘인다면 이런 색과 형태를 지니지 않을까요. 길게 늘여진 비단의 위에는 자수도, 박아넣은 문양도 없이 대신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지닌 듯 화려함 없이 미려했습니다. 눈은 이전과는 다른 검은 눈이었고 옷은 신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긴 장대비에 옷이 젖어가고, 풀어진 머리카락에 비가 내려 한참이나 사람을 젹셨지만 레베카는 노래를 시작하지도, 말하지도 않고 팔을 길게 뻗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합니다. 비는 우직하게, 길게 내립니다. 무대 너머로는 내리지 않는 비이기에 관객들은 내리는 비를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레베카는 비에 젖은 채, 추운 몸을 스스로 끌어안고 젖은 머리카락을 정리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까의 당찬, 그러면서도 사랑을 노래하던, 그러면서도 즐거웠던 음악과는 다르게 매우 서정적이고, 낮은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합니다. 레베카의 입술이 움직이고, 짧은 한숨이 내뱉어졌을 때. 비는 얼어붙어 눈이 되고 가득 젖었던 한복 위에는 눈이 내려앉습니다. 하얀 눈을 쓴 채로, 그에 대비되는 검은 눈과 머리카락에 쌓인 눈들을 흩어내고 레베카는 천천히 무대 앞으로 걸어나옵니다. 그리고 두 손을 꼭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채 노래를 부릅니다.
떠나버린 그대를 말하고 있는 노래. 장대비가 내리던 봄에도, 덥고 뜨겁던 여름에도, 모든 것이 씻겨나가는 가을에도, 모든 것이 움츠러든 겨울에도.. 돌아오지 않는 단 한 사람만을 기다리며 레베카는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 움직임이 우리를 향하고, 그 행동이 우리를 연상시키고, 그 눈빛이 우리의 눈을 바라보지만, 레베카의 눈에는 우리들이 담기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했던, 사랑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모습이 아른거려 바보같다며 제 스스로 웃어넘기고 대신 길게 내리는 눈을 뭉치며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봅니다. 곧 사람들의 손 위에는 작은 눈사람이 하나씩 만들어집니다. 눈사람은 각자의 외형적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몸에는 작은 글씨로 ♡가 그려져 있고, 레베카는 당신을 닮은, 당신을 본뜬 그 눈사람을 든 채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노래는 곧 그대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별은 영원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눈이 멈추고. 여러분의 눈 앞에는.. 알 수 없는 환각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모두가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옆에 있는 누군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레베카는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그 눈동자에, 성현의 얼굴과, 모습과, 특징이 담깁니다. 레베카는 웃습니다.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나 옷으로 그 눈물을 지운 채. 눈물을 털어낸 채 붉어진 눈시울로 웃습니다. 입을 벌리고 당신을 보고싶었다고 말하고, 당신이 손을 뻗었을 때. 레베카는 치맛단을 쥔 채 빠르게 뛰어옵니다. 곧 레베카가 당신에게 안기고, 레베카의 온기와 향기를 느끼고, 가볍게 끌어안아 포옹했을 때. 곧 그것은 당신의 손 안에서 사라지고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당신의 손 위에 남아있던 당신을 닮은 눈사람만이. 당신을 깨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