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9652> [단문/판타지&포스트 아포칼립스] Always : 황무지 환상곡 - 2 :: 1001

Narrator

2021-06-23 01:10:57 - 2021-11-28 21:22:26

0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01:10:57


웹박수: https://docs.google.com/forms/d/1j_6V5jK6DkcVouvvoNh6pLpdTTa_RL7zb3zsIvErp8M/viewform?edit_requested=true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0
1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511/recent


“모든 마력은 생명의 원천이다.”

- 떠돌이 마학자 한트 라인후터의 저서 '고대의 마법' 중 일부

84 Narrator (MRiocsWXjY)

2021-07-01 (거의 끝나감) 23:05:55

- 그레이 휴

당신의 짧은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버크를 올려다본다.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네. 쌓아둔 업보가 많나봐."

"아서 그 인간 말야. 물꼬 튼 것마냥 당신 얘길 하더라구. 귀가 따가울 정도로. 그랬지? 지금껏 어떻게 참아왔는지 몰라."

그녀는 이야기를 하며 묵묵히 서있는 버크에게 공감을 바라듯 짧은 말을 툭 던진다.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써. 안 그래도 이래저래 치여사는 인생인데. 복잡하게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거든."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얘기 해봤자겠지만~ 그래도 3000링은 조금 욕심이 나는걸. 키키.."

개척자들에게 있어 당신은 수배자나 괴물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동료일뿐. 아주 잠시동안 스쳐지날 인연이었지만.

85 그레이 휴 (IgPMUjeF6k)

2021-07-02 (불탄다..!) 13:11:19

그날의 일은 아서에게 깊게 박혔던 모양이다. 그 역시 나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다렸겠지. 이유는 달랐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브리짓의 말에 끄덕였다. 이곳에서 많은 생각은 필요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하군. 뒤에서 아무말 않는 버크에게도 간단히 인사를 남겼다.

"버크, 네게도 감사를 해야겠군. 네 치료가 도움이 됐어."

86 수호이 (wgBPI2t6NM)

2021-07-02 (불탄다..!) 13:58:34

"레미 너 진짜....."

진짜 포기할 수 있겠어? 처음부터 날지 못한 거면 몰라도, 실컷 날다가 못 날게 되면 그때부터 이 땅이 지옥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가족을 더 잃기 싫다는 말이 수호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과 가족을 잃게 되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수호이는 과연 전자를 고를 수 있을까?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가족을 잃어 본 사람으로서, 가족을 잃어가면서까지 하늘을 날라고 어떻게 강요할 수 있을까?

수호이는 쭈뼛거리면서 레미의 뒤로 다가갔다. 망설이다가도 손을 들어서 등을 쓸어준다.

"....수고했어. 그래도 넌 잘못 없어."

후회없는 선택을 해, 선택을 했으면 뒤돌아보지 마 뭐라뭐라, 머릿속으로 갖가지 잡설이 떠올라도 그걸 입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일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이방인이 할 수 있는 건, 이런 구태의연한 말뿐인가보다.

87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0:25:29

안냐싐까..

88 수호이 (1z5sBdLce6)

2021-07-03 (파란날) 00:34:54

ㅎㅇㅎㅇ

89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0:51:28

>>88
예~~~ 쫌만 기다려주십쇼 금방 담 레스 나갑니다요

90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1:26:42

- 그레이 휴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한다. 역시나 감정표현이 풍부하진 못한 사람이다.

"이제 이곳 근처는 얼씬도 마! 검은 영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거든.. 보다시피 도망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잖아?"

"참, 전해 줄 게 있었는데. 깜빡할 뻔 했네. 잠시 이리 와볼래?"

브리짓은 손가락을 까딱여 당신을 부르더니 가까워지자 몸을 폴짝 일으켜 갑작스레 뺨에 입을 맞춰온다.

버크는 눈썹을 힐끔 들어올리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다친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여서 놀란 것인지..

"나는 강한 남자가 좋더라."

그녀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쳐다본다. 갑작스러웠지만 그녀의 모습에 매력이 느껴진다기보다 조카뻘 되는 아이에게 짓궂은 장난을 당한 기분이었다.

"잘 가. 멋진 사람."

뺨에 입을 맞추고나서 만족했다는듯 붕대로 감긴 손을 살짝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 수호이

불길에 약해진 지지대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얇은 살을 짓누른다. 순간 먼지가 피어오르듯 환한 불씨가 튀어오른다.

레미는 타들어가는 글라이더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눈빛에는 무슨 생각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황무지는 넓어서 어느 누구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대."

"..아빠는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였어. 엄마를 만나고 나선 그만 두셨지만.."

소년은 허공으로 흩날리는 불씨들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늘 궁금했어. 한 장의 종이 위에 백지로 남은 길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때부터였던 것이다. 소년은 완성되지 못한 지도를 바라보며 세상을 꿈꿨다.

"아빠는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 후에 다시 세상을 향해 떠나셨어. ...아빠에게 빈 공간을 채워주길 늘 졸라댔거든."

아버지가 억지로 눌러담고 있던 역마살은 어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다시 시작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소년의 누이는 그저 자신과 동생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은 세상을 원망했을뿐.

또다시 세상으로부터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을 빼앗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아앗....!"

대화 중간, 타오르는 불길로부터 커다란 불씨가 타닥하고 소년의 눈앞으로 튀어오른다. 피하지 못하면 크게 다칠 것 같다..

91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1:28:03

에고.. 늦었네요 죄송죄송

2~3레스 진행할 내용을 하나로 줄이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네요

92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03:03

진행은 어떠신가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멘트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레에서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웹박수로 전달해주셔도 됩니다.

진행을 전투 위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거나, 전개를 좀 더 빨리 했으면 좋겠다거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은 부족한 스레주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93 그레이 휴 (KZm4gjo4Qg)

2021-07-03 (파란날) 02:25:11

바라는 점보다는 기대되는 점이 있는 흥미진진한 진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석이 중요 포인트가 될 것 같은 느낌..

94 그레이 휴 (KZm4gjo4Qg)

2021-07-03 (파란날) 02:25:29

웃음이 나오는 장난 같은 키스가 끝나고 버크와 브리짓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러다 가는 길에 수색대를 다시 다 만나보겠군. 라스만 남은 건가?

조용히 떠나려고 했지만 이제와서는 그런 마음도 달아났다. 하이디에게 아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신을 추스리지 못해 횡성수설했다. 그녀와도 제대로 끝을 내고 싶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95 수호이 (1z5sBdLce6)

2021-07-03 (파란날) 02:36:00

"별 거 없어. 막상 가 보며는 온통 모래에, 바위에, 숨막히는 더위 뿐이지."

곡괭이를 진 광부는 금방이라도 금맥을 찾아 갑부가 될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막상 땅을 파서 나오는 건 쓸모없는 돌멩이들 뿐.

그게 현실이다. 아마 방랑자들은 간간히 나오는 눈곱만한 금가루의 쾌락을 위해 살아가는, 아편 중독자 같은 족속일지도 모른다.

"아, 나도 아빠 보고 싶다...."

레미의 넋두리에 수호이도 덩달아 과거를 곱씹게 되었다. 상념에 빠져있으면서도 수호이는 반사적으로 레미의 어깨를 잡아 확 끌어당겼다.

96 에반 (AGdHjz7.IU)

2021-07-03 (파란날) 02:37:05

싼게 비지떡이라기보단 비싼 데에 이유가 있는 법이지.
이 방도 마찬가지였어. 이런 양호한 잠자리는 처음 보는군. 적어도 이 황무지에 와서는 말이야.
썩어도 휴양지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듯 했다.

"나는 불만 없소. 외려 댁이 불편한거 같은데, 미리암씨."

짐이라곤 없기에 벨트에서 빼낸 칼집만을 쥐고 그 자리에 앉았어.
하지만 이 애늙은이는 마음까지 늙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난 나잇살만 처먹은 아저씨지. 이제와서 이런 부분에 책임을 느끼는 것도 우습지않나?

"비싼 방 대줘서 고맙지만 신경쓰인다면 나가서 따로 잡도록 하지. 쥐뿔도 없는 몸이긴 해도 100링은 주머니 털면 안 나오는 것도 아니야."

대신 그렇게 되면 술로 목 축이는건 물 건너갔다고 봐야했다.
젠장. 진지한 고통의 연속이군.

97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38:40

여러분

안주무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세 분이 같은 타이밍에 올려주셔서 당황..

98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40:58

>>93
재밌게 돌리고 계신다니 저 스레주는 아주아주 기쁩니다...!!

가볍게라도 생각 나시는 거 있으시면 웹박수 한번씩 들러주세요

99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42:09

시간이 늦었으니 다음 진행 레스는 내일 계속해서 잇도록 할게요

아 주말 내내 일 가야하는데 안자고 있는 내가 레전드다...........

100 수호이 (1z5sBdLce6)

2021-07-03 (파란날) 02:46:02

불타는 토요일 새벽이라구요!

진행에 관해서는...불만사항은 없습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은 이런저런 생각만 조금 있는 정도?

101 그레이 휴 (KZm4gjo4Qg)

2021-07-03 (파란날) 02:47:08

ㅋㅋㅋㅋ 마음에 맞았나 봅니다. 주말이라 시간을 버리고 있는데 레주는 토일 모두 일하신다니 흑..

뭐0생각나는거 있으면 웹박수에 올려보겠습니다! 다음에 봐요~~

102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49:50

>>100
그렇습니다.. 이제 수호이쪽도 전개 쭉 빼야죠

여태까지 밑밥 쫙 깔아뒀으니까 이제 슬슬 이래저래 전결로 나아갈 것만 남았습니다



주말인데 나는 왜 즐겁지가 않냐! 불같은 주말 재밌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103 수호이 (1z5sBdLce6)

2021-07-03 (파란날) 02:51:27

주무시고 다음에 봐요~

104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51:34

>>101
여유로웠던만큼 발이 묶이는 시간이 더 고통스럽게 다가오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그렇게 바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레이주도 좋은 밤 되시구요.. 다음 진행 레스도 뵙겠습니다

105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2:52:54

>>103
수호이주도 안녕~~ 우주까지 날아가는 꿈꾸시길..

106 에반 (HfSKfYrgGE)

2021-07-03 (파란날) 02:54:32

원래 모여야 강해지는 법 ㅋㅋ

진행은 좋은데 에반은 좀 전투위주로 빠르게 진행 됐으면 좋겠음 모래사장 씬도 솔직히 다소 루즈함을 느꼈는데 큰 사건 하나 치고 빼서 흘러가도 됐을듯
무난한게 전투인거지 꼭 전투 아니더라도 대화중에 흑색 마력에 대한 떡밥같은걸 흘린다던가 하면 좀 더 의미가 깊어지지
불만이 아니라 바라는 사항일 뿐이고 지금도 무난하니까 생각정도만 해줘

107 Narrator (ytPgo7U8/w)

2021-07-03 (파란날) 03:03:13

>>106
역시 그렇군요.. 항상 고민했던 부분인데 잘 찝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3시네요~~ 다음에 또 뵙시다!

108 에반 (HfSKfYrgGE)

2021-07-03 (파란날) 03:11:48

항상 고생이 많다 스레주 다음에 봐 ㅂㅂ

109 Narrator (/zoTm0WGAM)

2021-07-03 (파란날) 12:54:14

- 그레이 휴

“이제 어디로 가는거지?”

“나도 몰라.. 차라리 이렇게 된 거 그냥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군. 이제 와이프 얼굴도 가물가물해.”

걸음을 옮기며 근처에 쉬고 있던 단원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개척단은 오랜 시간 지키고 있던 자리를 떠난 후 목적을 잃었다.

이들은 돌연변이로 넘쳐나는 땅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만큼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방향을 잃은 후에는 그 의지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캠프의 끝자락, 모닥불의 온기가 서서히 멀어질 무렵 바위 위로 누군가의 뒷모습이 비친다.

어스레한 달빛 사이로 가볍게 살랑이는 꼬리가 보인다. 늑대귀였다.

이빨처럼 뾰족한 바위는 하늘에 걸린 둥근 달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고요한 분위기를 풍긴다.

- 수호이

목덜미가 뒤로 확 젖혀지자 돌멩이만한 불씨는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끝을 태우고 넘어간다. 소년은 물길을 잃은 고기처럼 양손을 허우적대다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만다.

“아야야야..”

바닥에 찧은 머리가 아팠는지 신음을 흘리며 뒤통수를 부여잡는다.

불씨가 튀어오른 자리를 무심코 쳐다보던 당신은 타다만 글라이더 잔해 사이로 무언가를 보게 된다.

기계장치인지 작은 상자인지 모를 무언가가 숯이 되어버린 뼈대 사이로 비친다.

저번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무 틈새에 숨겨져 있던 것 같다.


- 에반 이치몬지

“하! 쓰, 씀씀이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닐세- 괜히 거금 치르지 말고 아낄 때 아껴두게나!”

미리암은 자신을 간파한 시선에 괜히 역정을 내며 문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어디 좀 다녀오겠네.”

“참! 아래층에 비스트로가 있네. 곧 오찬 시간이니 잊지 말고 식사하게나!”

소녀는 자기 할말만 남기고 후드를 뒤집어쓴채 방을 나간다. 워낙 순식간에 자리를 떠나버려서 말을 건넬 틈도 없었다.

문이 닫히자 객실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재잘대는 목소리가 사라져서일까.

110 수호이 (1z5sBdLce6)

2021-07-03 (파란날) 16:15:47

"조심하라구. 눈 데일 뻔 했잖아."

그렇게 글라이더의 복수는 하잘것없는 미수로 마무리되었다. 고쳐쓴다며! 고쳐쓸거랬잖아! 날 배신했어! 어디선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착각이겠지?

마음 속으로 명복을 빌어주며 글라이더의 잔해를 내려다보는 수호이. 작은 바람이 불어 검은 잿가루가 날리자 그 밑에 열기를 버텨낸 것의 윤곽이 드러난다.

수호이의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보통 글라이더에 붙은 부품이라기엔 조금 어색해 보인다.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뭐지?"

수호이는 굴러다니는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잔해를 걷어내고,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본다.

111 그레이 휴 (KZm4gjo4Qg)

2021-07-03 (파란날) 16:25:01

이곳의 사람들마저 태양이 저무는 땅을 떠난다. 그들은 대단한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점점 퍼지는 흑색마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괴이스러운 돌연변이들은 더 퍼지겠지.

"하이디."

달은 차올라 보름달에 가까워져 있었다. 달을 배경으로 바위에 앉아있는 늑대귀의 뒷모습이 풍경과 잘 어울렸다. 짐승이 된 이후 달을 이렇게 본 것은 처음인 것 같군.

112 에반 (Fg0qmq1PnM)

2021-07-03 (파란날) 16:42:37

"미리암씨."

이름을 불러보지만 그녀는 이미 제 할말만 한 채 방을 떠나버린뒤였다.
막무가내로군. 달리 말하자면 물가에 내놓은 것과 같다는 말이다.
미리암의 참모습이 노인이라고 한다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오찬이라..."

꼬마가 그럴듯한 단어선택을 했어.
그재야 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래 층에 있다는 비스트로를 향했다.
부디 평온한 식사중에 안 좋은 소식을 듣고 칼들고 뛰쳐나가는 일은 없길 바래야 했지.

113 유진 (X4i3FQxw.Y)

2021-07-04 (내일 월요일) 01:35:55

"...뭐하슈?"
유진은 편하게 누운 상태에서 목만 내밀고 느긋하게 묻는다.
잠시 쳐다보다가 유진은 그가 힘들게 매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 도와줄까?"

114 유진 (X4i3FQxw.Y)

2021-07-04 (내일 월요일) 01:38:25

>>92 저도 잼나게 잘 돌리고있어요!! 느긋한 진행 맘에 들어유

115 Narrator (gynHQPvnMM)

2021-07-04 (내일 월요일) 12:57:43

- 수호이

발끝에 채이는 파편 따위로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었다.

겉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손을 댔다간 크게 데일 것 같다. 금방 식겠지만..

울퉁불퉁한 구멍 하나를 제외하면 갓 구워낸 도자기처럼 전체적으로 매끈한 모양새다.

상자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당신의 뒤편으로 소년이 벌떡 일어난다.

그러곤 마치 물에 젖은 개처럼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모래범벅인 머리를 털어낸다.


- 그레이 휴

“으-응~!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오는 길인가봐.”

그녀는 기지개를 쭈욱 켜고 고개를 돌려온다.

당신에게 있어선 가장 두려운 대상인 달을 편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조금 부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한테도 인사 해주러 온 거야?”

그녀는 등을 반쯤 돌려와 느긋한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며 묻는다.


- 에반 이치몬지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당에 들어섰다. 입구 앞에는 오늘의 메뉴가 가지런히 적혀 있다.

식사 시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내부에 딸린 테이블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자리에 앉자 준비된 식사들이 나온다. 바짝 익힌 고기와 뿌리채소를 얇게 잘라 버무린 채소 샐러드가 상 위에 놓인다.

다른 장소와 재료에 큰 차이점은 없지만 접시에 담긴 모습이 좀 더 먹음직스럽다.

“저.... 합석해도 되겠소이까? 앉을 곳이 넉넉치 않다는구려!”

식사를 시작할 무렵 반대편 자리에 누군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걸어온다.

생김새가 조금 특이하다. 흰자가 있어야 할 자리는 검고, 갈색 피부에 이마에는 뿔이 달려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옆구리에 덕지덕지 붙은 세 쌍의 팔이었다.


- 유진

사내는 간신히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어 대답할 정신조차 없는듯 짐승같은 신음을 흘렸다.

당신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면 간신히 절벽 틈의 공간에 올라 녹초가 된 얼굴로 뻗어버린다.

그의 바로 옆에는 웬 너구리 한 마리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당신을 빤히 쳐다본다. 사내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녀석이다.

“고, 고마워..”

놀란 건 둘째치고 당신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니 일단 숨을 헐떡이면서라도 감사의 인사를 건네온다.

116 Narrator (gynHQPvnMM)

2021-07-04 (내일 월요일) 12:58:49

>>114
유진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편하게 즐겨주신다니 저도 기쁘네요!

앞으로도 자주 들려주세요 하하

117 수호이 (b5DzwtCviI)

2021-07-04 (내일 월요일) 13:49:25

"레미야. 이건 뭐냐?"

뭐에 쓰는 장치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걸 쓰던 레미는 알고 있을까.

돌멩이로 상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아직 벌겋게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118 에반 (j448ibbWRY)

2021-07-04 (내일 월요일) 14:03:00

최근들어 본 적 없는 진수성찬이군. 확실히 비싼 값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어. 그것과는 별개로 재료는 묻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술은 없나? 비스트로에 술이 빠지면 뭐가 남는단 말인가.
찜찜한 기분으로 종업원을 부르려 고개를 들었으나 시야에 든 건 다른 이였지.
그건 팔이 세 쌍인 '생명체'였다.
그래. 이미 내 기준에선 사람의 기준을 한 참 벗어난 지적생명체였어. 또 다른 황무지의 산물인 셈이지.

"앉으시오."

종을 차별하기도 전에 외계인을 마주한 기분으로 말했다.
애초에 난 나치같은 놈도 아니었다. 따지자면 가스실이 샤워실인 줄 알고 잘 못 들어온 불쌍한 남자였지.
팔이 여섯이라. 칼질 총질 할때는 이득을 좀 보겠군.

119 그레이 휴 (/vRwPir0Yk)

2021-07-04 (내일 월요일) 14:36:21

"그런 셈이지."

그래, 마지막 인사였다. 떠나면 이곳에서의 이야기는 매듭짓게 되겠지. 황무지의 거대한 땅이 서로를 가로막아줄 것이다. 그래서 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쉬움은 한 켠 자리잡았다.

"네게는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해독제부터 아서와의 대면까지... 개척단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20 Narrator (yrXyDeH0Hc)

2021-07-04 (내일 월요일) 19:30:52

업무 끝..! 그러나 주말도 끝

ㅠㅠ

121 Narrator (yrXyDeH0Hc)

2021-07-04 (내일 월요일) 20:04:56

- 수호이

"나, 나도 몰라."

소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씹은 것처럼 말을 더듬인다.

"그건 그냥 너 가져! 이제 내 것도 아니니까.."

그러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언덕을 내려간다. 이젠 정말 마음을 굳힌 것일까.

뜨겁게 달궈진 상자는 모래로 덮어두면 금방 식어 손으로 집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두 손바닥을 합한 것만큼 길쭉한 상자는 쇳덩이를 집는 것처럼 제법 무게가 느껴진다.

대체 무슨 용도로 쓰이는 물건일까.. 쓸데없이 글라이더 내부에 숨겨져 있진 않았을 것이다.

제작자가 몰래 감추어 놓은 물건일 수도 있고 소년이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 에반 이치몬지

"오오, 고맙소이다!"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남은 자리를 덥썩 잡아챈다.

곧 반대편 테이블에도 식사가 내어지고 검은 사내의 앞으로 나이프와 포크가 세 개나 놓인다.

"성의는 고맙소! 하지만 식사는 두 손으로 하고 싶소."

그는 각각 손에 하나씩을 잡지만 곧 옆에서 음식을 내리던 종업원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사내는 나름 어느정도 재치를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식기를 거둬간다.

이제야 식사할 준비가 되었다는듯 손을 비비며 접시에 놓인 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으음, 안경에 금이 간 것 같은데 불편하지 않소이까?"

그는 고기에 첫 포크를 찔러넣기 무섭게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 그레이 휴

"아 혹시 그때 일때문에 그러는거야?"

"감사인사는 클레어한테 대신 전해줘~ 예전에 그 자식한테 받은 걸 아껴둔 거니까."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듣는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답한다.

"오히려 도움을 받은 건 나야. 그때 당신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두 발로 제대로 서 있긴 힘들었겠지 아마?"

검은 영역 가까이에 서 있던 황무지 게를 말하는 것 같다.

돌연변이는 강한 껍질에 둘러싸여 늑대귀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얘기가 잘 풀리지 않았나 봐? 표정이 안 좋네."

"에헤, 그래서 떠나는건가?"

그녀는 잠시 실눈을 떠 당신을 쳐다보더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붙여온다.

122 그레이 휴 (/vRwPir0Yk)

2021-07-04 (내일 월요일) 20:22:16

"날 죽은 걸로 알겠다는군."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나는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나마 그의 증오가 누그러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어차피 떠나야 했어. 이런 결말이라도 얻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떠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을 것이라며 속으로 되뇌이지만 아쉬움을 떨쳐내기는 힘들었다. 그런 마음이 나오기 전에 다시 입을 열었따.

"너희는 이제 어디로 가지? 고향으로 돌아가냐는 이야기가 나돌던데."

// >>120 ㅠㅠㅠ 남은 시간이라도 편히 쉬세요

123 수호이 (b5DzwtCviI)

2021-07-04 (내일 월요일) 20:26:35

아직 신에게는 3시간 반의 일요일이 남아있사옵니다ㅠㅠ

124 수호이 (b5DzwtCviI)

2021-07-04 (내일 월요일) 20:27:16

수호이는 점점 빌런으로 캐릭터성이 잡혀가네요. 클린치타운을 박살내고 보석을 얻었고 레미의 꿈을 박살내고 상자를 얻었고

125 Narrator (aDJUvhcHrs)

2021-07-04 (내일 월요일) 20:27:48

하.. 가족한테 상판 하는 거 들켰습니다

죽고싶네요......

126 Narrator (aDJUvhcHrs)

2021-07-04 (내일 월요일) 20:29:46

>>122 >>123
남은 시간 오롯이 진행에 쏟고 싶었는데 멘탈 털려서 정말 누워 쉬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124
하지만 이 모든 게 추진력을 얻기 위한 발판이었다면..?

127 수호이 (b5DzwtCviI)

2021-07-04 (내일 월요일) 20:38:38

손톱 끝으로 톡톡. 손가락 끝으로 톡톡. 끓인 물이 담긴 주전자를 잡는 것처럼 수호이의 손은 신중했다. 글라이더를 놓아준 레미는 아무 미련없이 내려간다.

"이런 건 본 적이 없단 말이지.."

어른들이 쓰던 비행기구들. 매일매일 지켜보고 만져보기도 했지만 이 상자는 기억에 없는 물건이었다.

수호이는 그것을 가볍게 흔들어보고, 두드려서 소리를 들어보기도 한다. 열 수 있는 곳은 없나? 이 구멍은 뭔가를 꽂는 곳인가?

128 수호이 (b5DzwtCviI)

2021-07-04 (내일 월요일) 20:39:12

>>125 아..아니..아...

129 그레이 휴 (/vRwPir0Yk)

2021-07-04 (내일 월요일) 20:39:18

>>124 이대로 현상범이 될 때까지 힘냅시다!!

>>125 앗 아아.. 그기분 알것같네요 뭔가 부끄럽고 막 ㅋㅋㅋ 남은 주말을 즐기면서 회복하시길!

130 Narrator (aDJUvhcHrs)

2021-07-04 (내일 월요일) 20:41:46

제가 뭐 애니덕후라거나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이런 이미지랑은 거리가 아주아주 멀어서.... 보고 엄청 웃고 갔습니다 죽고싶네요 진짜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 집에 가족 올때는 상판 하지 마세요 진짜... 아 ㅠㅠㅠㅠ

131 Narrator (aDJUvhcHrs)

2021-07-04 (내일 월요일) 20:43:45

이제 현실로 돌아갈때가 된 것 같습니다.... 황무지 환상곡은 여기까지...

..는 오바고.. 암튼...... 아~~~~~ 아옹아ㅓ아루루러라아아르ㅏ리리리리리리리

132 Narrator (aDJUvhcHrs)

2021-07-04 (내일 월요일) 20:45:16

>>129
넷이서 나란히 현상금 걸리는 것도 웃기겠네요..

누가누가 더 많이 걸렸나 쓸데없는 자존심 대결하기~~

133 그레이 휴 (/vRwPir0Yk)

2021-07-04 (내일 월요일) 20:53:38

타격이 크시군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132 현재 그레이 휴 당당히 3000링으로 1위 유지중!@!!

134 에반 (fL90H5pOIY)

2021-07-04 (내일 월요일) 21:04:41

스레주...

"살 아 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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