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Narrator
(5.agSkSjF2 )
2021-06-23 (水) 01:10:57
VIDEO 웹박수: https://docs.google.com/forms/d/1j_6V5jK6DkcVouvvoNh6pLpdTTa_RL7zb3zsIvErp8M/viewform?edit_requested=true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0 1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511/recent “모든 마력은 생명의 원천이다.” - 떠돌이 마학자 한트 라인후터의 저서 '고대의 마법' 중 일부
33
수호이
(p.F4x7gYpY )
Mask
2021-06-26 (파란날) 22:35:32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에 수호이는 시선을 돌렸다. 드릴 소리에 깜짝 놀라는 모 저격수 씨처럼. 재앙의 전조가 아니라 그저 항아리 깨지는 소리임을 깨닫자 그제서야 수호이는 숨을 돌렸다. "아으으" 짜증이 올라와서 머리를 벅벅 긁는다. 때론 기억은 몸에 박힌 총알보다도 더 지독하게 파고들어 사람을 괴롭히곤 한다. 무심결에 옆을 돌아보자 들어올 때 봤던 그 수레가 있었다. 내용물을 모두 도둑맞은 수레였다. "예상 하나. 도리아가 갖다버렸다." "예상 둘. 레미가 먼저 선수를 쳤다." 예상 하나가 정답 아닐까? 여관을 먼저 나간 사람은 레미같았다. 혼자서라도 그걸 고쳐보려고 어디 구석진 곳에서 끙끙대기라도 하는지. 수호이는 느긋하게 여관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타박타박.
34
그레이 휴
(t069Uvv05s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00:10:50
그 말이 옳았다. 이제와서 피해서는 안되겠지. 잘못을 뒤엎기로 한 이상 그를 직접 만나야할 것이다. "...그래, 그래야겠지. 그가 만나줄지 모르겠군." 그가 어떤 말을 할까? 사실 내가 어떤 말을 할지도 짐작가지 않았다. 얼굴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는데 뭐라 할 말이 있을까.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결심을 굳혔다. 아서를 만나볼 것이다. //예전 진행도 궁금한데 아쉽게 됐네요..
35
에반
(OoE8uKZtKs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03:56:38
열매들이 간신히 나를 피해갔다. 흐릿한 시야로 발치에 떨어진 큼직한 열매들이 보였어. 이런 것들을 머리에 제대로 맞았다간 이 상태론 틀림없이 요절하겠군. 마음같아선 열매를 썰어 구멍을 내고 싶었지만 지금와선 그런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무에 기대 서있는게 고작이라는 얘기지.
36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4:33:47
수호이 탐색 다이스 .dice 1 100. = 34 [ 33이상 성공 ]
37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4:34:23
수호이는 분명 다른 캐릭터에 비해 다이스 수치가 낮은 편인데.. 왜 항상 이렇게 돌릴때마다 간당간당한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38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4:50:02
- 수호이 건물 주변을 돌자 찢어진 날개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모래에 쓸린 자국까지.. 누군가 수레에 실어두었던 것을 몽땅 어딘가로 가져간 것 같다. 그 정체가 누구인지 알 순 없지만. 묵묵히 글라이더의 행방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여관 뒤쪽 텃밭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뒤뜰에 심어진 채소를 뽑고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동글뾰족한 뒷모습이 보인다. 아까 현관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수염 없는 황무쥐다. - 그레이 휴 "하기야- 당신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던걸 간신히 말렸으니까.." "아무튼 선택은 자기의 몫 아니겠어?" 늑대귀는 답답한 마음을 콧방귀로 풀어내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말매무새에 이르러서야 당신을 향해 시선을 맞췄다. 당신을 죽이겠다고 벼르던 아서를 어떻게 말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아까보단 진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당신의 앞에 나타나 총구를 겨누었을테니. - 에반 이치몬지 마학자나 된다는 인물이 이렇게 거칠게 마법을 다루어서야.. 마인들은 모두 이런 식인걸까? 소녀는 어떻게 구멍을 뚫었는지 수액이 줄줄 흐르는 열매를 건네온다. 머리통만한 물건이라 그런지 들고 있던 양손이 파르르 떨렸다. 야자열매 사이로 흐르는 수액을 받아 바짝 마른 목안을 적시자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던 시야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제서야 사방 곳곳으로 솟아오른 야자수 나무들과 보잘것 없는 몰골이 된 소녀가 시선에 들어온다. "도착했네! 탬파 해변일세."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볼 수 있었다. 나무와 풀 따위로 지은 건물들이 지평선에 걸려있다.
39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4:51:58
>>34 아카이브 뒤지면 나오긴 할겁니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니 사이트 닫혀서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40
수호이
(jZD9/gA.ZY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5:03:01
레미라면 글라이더를 이토록 무성의하게 끌고가지 않았을 거다. 질질 끌고가다 찢어진 꼴 하곤. 어떤 무식한 놈이 글라이더를 이런 식으로 다루는 거냐! 평생의 반려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는 못할 망정! 소리없는 짜증을 부리던 수호이. 당장이라도 사라진 글라이더 조각들을 찾아 떠나려 했다. 하지만 아까 봤던 황무쥐가...저거 채소 맘대로 뽑아도 되는 거? 여기 주민 아니었어? "....흐흐" 이 녀석 봐라. 얘는 클린치 타운의 소식을 알고 있을까? 그녀는 멀리 날아왔지만 소문은 그보다 더 빨리 퍼지곤 했으니, 어쩌면. 수호이는 황무쥐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도망가지 못하게 꼬리를 꾹 밟아버리려고 한다.
41
수호이
(jZD9/gA.ZY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5:03:28
>>37 그저 웃지요ㅋㅋㅋㅋ
42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5:07:37
- 수호이 발끝으로 콰직, 눌리는 촉감이 전해져온다. 이건 정말 확실히 밟혔다는 느낌이 든다. "찍- 찌이이익-!" 당연히 꼬리가 밟힌 황무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고 들고 있던 채소들을 모두 떨구고 만다. "발......! 발........!" 상황도 상황이지만 밟힌 꼬리가 더 아팠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거의 애원하듯한 목소리로 외쳐댄다.
43
그레이 휴
(t069Uvv05s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5:58:14
"좋아... 그는 어디있지?" 이곳 캠프에서도 이미 몇번의 밤이 지났다. 아마 이틀에서 사흘 후면 달은 다 차겠지. 만나려고 한다면 빠를 수록 좋다. 아서도 진정이 됐다면 된 상태이니 지금이 적기겠지. 몸에 지니고 있던 것들을 놔두며 갈 준비를 했다.
44
수호이
(IwCMzLcsm.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6:04:49
"내 말 안 들어주고 가면 쫓아가서 한 번 더 밟을 거야." "너 여기 주민 아니지?" 딱 봐도 그런 느낌이 왔단 말야. 수호이는 일단 발을 떼 주었다. "너도 그런 경우야? 여기 주민들이 먹을 걸 싹 쓸어가서 황무쥐는 먹을 게 없는?"
45
에반
(ML.KGDrvRY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19:24:06
미리암덕에 약간이나마 갈증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야자열매의 수액이 이렇게 달 줄 누가 알겠는가. 이곳에 만연한 흑색 마력같은건 아무래도 좋을 맛이었다. 지금 마시고 있는건 고작 수액같은게 아니라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지랄맞은 신기루를 보고있는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길 바란다. 오랜만에 진심이 되어 빌었어.
46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22:47:40
- 그레이 휴 늑대귀는 귀찮다는듯한 얼굴로 당신을 쳐다본다. 잠시 후 당신은 임시 거처 옆에 홀로 앉아있는 아서의 앞에 멈춰선다. 당신의 인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아니면 모른척 하는 건지 묵묵히 총을 닦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도망치지 않았나? 그레이 휴." 말이라도 붙일 셈으로 입술을 떼려 한다면 그보다 반 박자 빠르게 상대편에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걸 보니 네 목에 걸린 3000링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나보군."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총을 닦는다. - 수호이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뚱딴쥐 같은 소리냣? 찌익.." 그는 귀를 뒤로 접은채로 말을 더듬는다. 얼핏 보면 프루통을 닮은 것 같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기고 있다. 황무쥐는 말을 옆으로 돌려보지만 금방 따라오는 당신의 응징에 까무러칠 정도로 몸을 바둥댄다. "찌익! 찌이이익.. 맞아! 난 여기 안 살아.." "그, 그냥 지나가던 차에..! 탐스럽게 익어 보여서 한 뿌리 캐가려고 한 건데.." 둘러대는 말을 들어보면 바위 건너 황무쥐들과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좀도둑인 것이다. - 에반 이치몬지 "에잇, 그대 입이 거칠구나! 걱정 말게. 예전에도 와본 곳이니까." 열매의 끝을 핥고 있던 소녀는 당신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느긋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온다. 이곳까지 오는데 거의 절반이나 되는 거리를 업어다 줬으니 기운이 많이 회복되었나보다. 목을 축이니 피로감이 더욱 몰려오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숨을 돌리다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버린다. 소녀는 당신이 일어설 때까지 재촉하지 않았다. 힘겨운 안색을 보고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것 같다.
47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22:48:04
오늘은 1~2시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같이 달리실분 ㄱㄱ
48
수호이
(jZD9/gA.ZY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23:00:55
내 건 네 거, 네 건 내 거 하는 주민들 사이에 풀뿌리 하나 뽑아가는 거였으면 반대로 수호이가 낭패를 볼 뻔 했다. 하지만 역시 좀도둑이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하면 이제 수호이는 이 황무쥐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지금 당장 하고 소리만 질러도 개구리 아저씨가 도둑 잡아라 하며 뛰어오지 않겠는가? 손님과 도둑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 "아까 돌아다니는 거 봤거든. 여기 사는 사람인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흠....그래도 모르니까 물어는 봐야지. 혹시 누가 천 쪼가리 같은 걸 바닥에 끌고 가는 거 봤어?" 그러니 얌전히 질문에 답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49
그레이 휴
(t069Uvv05s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23:05:17
"떠나기 전에... 그날 내게 있었던 일을 알려주러 왔다." 내게 걸린 현상금은 내가 지은 죄의 크기를 나타냈다. 3000링이면 도시에 집 한 채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나로 인해 고통 받은 이는 바로 앞에 있었다. 나는 가로막힌 말머리를 다시 꺼냈다.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런데도 네 앞에 나타난 건... 앞으로 할 말이 진실이고, 그날의 내 잘못을 사과하기 위해서다." 추적은 있었겠지만 이곳의 여러 상황을 보면 따돌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역시 내 목을 가져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었다.
50
Narrator
(jxJ.H355mk )
Mask
2021-06-27 (내일 월요일) 23:12:25
- 수호이 "그, 그건! 웬 꼬마가 씩씩거리면서 끌고 가던데." 상대를 압박할수록 쥐는 콩알처럼 오그라들듯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눈동자만 위로 굴려 당신의 눈치를 본다. 예상과 다르게 레미가 직접 망가진 글라이더를 끌고 갔다고 한다. "자, 이제 말했으니까 약속대로.." 발끝에 잡힌 꼬리가 움찔거리는게 느껴진다. 좀도둑은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는 것 같다. - 그레이 휴 "하하.. 하하하.. 사과라. 사과.." 그는 가래 끓는듯한 웃음을 흘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용서를 구하러 오기라도 한 건가?" 살짝 틀어진 고개 너머로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완전히 돌리지 않아 옆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51
그레이 휴
(lfBYjU6Ggg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03:38
"그래.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나의 복수심은 내게 저주를 남겼고 그들의 죽음을 불렀다. 오랫동안 쌓인 내 행동이 결국 그들을 죽인 것이다. 이것은 말 몇마디로 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용서를 위해서는 사실 이상, 나의 모든 것을 토해내야 했다. 그것이 지당한 일이었다. "그날... 내가 홀로 움직였을 때, 난 짐승을 만났다." "나는 살아남았지만, 짐승이 내 피에 저주를 남겼다. 보름달이 뜰 때면 나 또한 그 추악한 놈과 같은 형상을 가지게 되었지." "하지만 이건... 그날을 요약했을 뿐이지." 마지막 문장에서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그날 있었던 일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5년 전부터의 이야기였다. "5년 전의 시작된 추격... 시작은 선의였다. 사람들을 돕고자 그 짐승을 쫓았지. 그러나 짐승은 교활했으며, 강력했다. 추적은 허탕 뿐이었고 돈 때문이든 부상 때문이든 스스로 곁을 떠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누군가 죽어나가는 것 역시 익숙해져갔다. 많은 이들이 죽고 떠나는 사이 내 목적은 바뀌었지. 난 복수를 원했고 놈을 죽이는 것만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갔다. 오랜 추격 속에 이루어진 이별들은 불씨가 되었고 그것은 모여 내 마음을 태웠다. 나는 불나방이라도 된 것마냥 그 불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난 그날 부상을 입은 이들을 버리고 추격을 이어갔다. 그래서는... 안됐어. 그래서는 안됐는데 그랬지. 결국 난 내 손으로 동료를 죽이고 나서야 처음의 목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옆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서, 너희를... 너를 보지 못해 미안하다."
52
에반
(GTRw2jgND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14:58
"애 교육에 좋지 못한 남자라 미안하군." 그늘 아래에서 쉬는건 지금까지의 여정과 비교해봐도 편했다. 이대로 그냥 숨이 멎어도 반기 없을 정도로. 하지만 바로 코 앞까지 왔다고하니 몸을 일으킬 수 밖에없지. 빌어먹을, 온 몸 구석구석이 다 쑤시는군. 입 안에선 단내만 난다. "슬슬 가지." 콧잔등 아래까지 내려온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직 칼을 지팡이로 쓸 정도는 아니야.
53
수호이
(t.iQ7K2O4.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23:59
레미가 가져갔었구나! 그런데ㅎㅎ 약속? 무슨 약속? 난 아무 약속도 한 적이 없는데? 농담이고 수호이는 주머니에서 맛없지만 요긴한 비상식량 봉지 하나를 꺼냈다. "좀도둑을 그냥 보내줬다간 내 입장도 곤란해지거든? 채소는 도로 묻고 이거 가져가." 어쨌건 너는 먹을 걸 얻는 셈이잖아. 수호이는 황무쥐의 얼굴 앞에서 봉지를 흔들었다. 수호이가 황무쥐에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호의였다. 푸르통이 생각나서.
54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31:33
- 그레이 휴 무릎에 차디찬 저녁 모래가 닿고 머지않아 아서는 얼굴에 걸친 검은 안경을 벗어 내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향해 몸을 돌렸다. 두 눈을 길게 그어 지나간 한줄기 흉터가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잔상이 되어 남아있었다. "그레이 휴, 넌 그들을 동료라 부를 자격조차 없는 인간이다." "너의 그 망할 집착 때문에 많은 동료들이 개죽음을 당했지. 그 이름들을 기억할 순 있겠나?" 당신의 눈앞에 선 남자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의 옆을 지켰던 총잡이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복수에 눈이 멀었던 당신에게는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 목숨 하나에 용서를 간청한다해서 간단히 속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처음부터 대상이 잘못됐어. 너는 존중이 짓밟혀버린 명예에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너에게 처음부터 동료라는 건 없었던 거다." 가슴 아픈 말이 가시가 되어 뼈를 찔러온다. 무모한 추격으로 희생되었던 이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55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31:59
과거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에반과 수호이쪽도 바로 잇겠습니다
56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42:10
- 에반 이치몬지 눈앞에 보이는 것이 허황된 잔상이 아니란 말에 없던 힘도 생겨나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지금껏 걸어온 거리와 비교하면 고작 코앞에 불과한 거리를 아주 느긋히 걸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건물들과 가까워지니 야자수 아래 길다란 의자를 깔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파도가 일렁이듯한 신기루 때문에 정말 푸른 바다가 비치는 해변가에 온듯한 착각이 일었다. "아차.." 흐느적 거리는 걸음으로 뒤를 따라오던 미리암은 아주 중요한 것을 깜빡한 것처럼 놀라 황급히 로브를 뒤집어쓴다. 엘더벨트에서도 그랬고 유독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곳에서 본래의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행동이 자꾸만 눈에 걸린다. 해변가 마을에 들어와 기둥이 높이 세워진 목조건물이 주변 곳곳에 보인다. 며칠 간의 고생 끝에 드디어 제대로 쉬어갈 곳을 찾았다.
57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47:17
- 수호이 황무쥐는 당신이 건넨 비상식량 봉지를 따라 본능적으로 코를 킁킁거린다. "조금 꿉꿉한 냄새가 나는데.." 그렇게 한참을 킁킁대다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궁시렁댄다. 그냥 받으면 될 걸 구태여 한마디를 더 얹어서 매를 버는 타입인 것 같다. "아.. 아무튼 고마워! 너 먹을 것도 나눠주고 착한 인간이구나.." 그는 당신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고개를 숙이며 파놓았던 땅을 대충 수습한다. "너 그런데.. 바위산을 건너 온거야? 아직 떠나지 않은 쥐들이 많은건가.." 흙이 묻은 손을 탈탈 털어내고 죄인처럼 허리를 굽힌채로 슬금슬금 밭을 기어나오며 말한다. 바위 아래 숨어 살고 있는 황무쥐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보면 이 수염 없는 녀석도 그곳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 것 같다.
58
그레이 휴
(lfBYjU6Ggg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54:55
그에게 남겨진 상처는 몸의 상처만이 아니었다. 보이는 것은 나와 함께 했을 때부터 이어진 상처의 일부일 뿐이겠지. 난 고개를 저었다. "말로써 간단히 속죄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치 않았다." "하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시작이었어. 난 네 말대로... 곁에 있던 이들을 알지 못했으니까." 그 외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짐승을 잡기로 결심한 후 닥치는 대로 사냥꾼들을 끌어모았으니까. 난 그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죄할 수도 없었다. 아서를 만난 지금에서야 그들에 대해, 그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일들은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들을 알지 못했지. 그들을 수단으로만 여겼다." "이제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그들을 잃고서야... 깨달았다. 다시 사과하지. 미안하다."
59
수호이
(t.iQ7K2O4.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0:59:41
"산 위 큰 바위에 굴 파고 사는 황무쥐들 말하는 것 맞지? 꽤 많이 살고 있더라."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에 다다른 것을 기념하며. 수호이는 황무쥐가 봉지를 받아감과 동시에 발을 뗐다. "근처에 들어선 마을 때문에 먹을 게 없어서 항상 고민인 모양이야." 사실, 그 고민은 이제 어떻게든 해결이 났을 터이다. 힘으로 식량을 되찾았으니 해결, 아니면 모두 총에 맞아서 식량이 필요없게 되어 해결....빌어먹을. 수호이는 거짓말을 가급적 안 하는 주의다. 하지만 녀석이 먼저 묻지 않는 한 굳이 앞장서서 말하긴 싫었다. "너도 거기 가 봤었나봐? 좀 알고 있네."
60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05:14
- 그레이 휴 대화의 공백 사이로 냉랭한 분위기가 풍겼다. 내면으로 스미는 죄책감 때문일까, 아니면 아서의 차가운 눈빛 때문일까. "다시 정신을 되찾은 이후 널 쏘지 않았던 건 같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짐도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군.." 그는 사과에 응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단지 당신을 향한 증오를 반복해서 내비칠뿐. "내가 알고 있는 사냥꾼 그레이 휴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 이 시간 이후로 나는 두번 다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을 거다."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마라. 그레이 휴." 그는 그 말과 함께 등을 돌려 바닥에 내려놓은 총을 챙기고 자리를 떠난다.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61
수호이
(t.iQ7K2O4.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09:31
우리 스레 캐릭터들을 디엔디식으로 분류하면 모두 혼돈 xx가 나오지 않을까요. 4명이 모두 황무지 방랑자네요
62
그레이 휴
(lfBYjU6Ggg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11:07
"......" 그가 떠난 자리에 잠시 그렇게 있었다. 우연이 겹쳐서 만나게 된 한 때의 동료였지만 그 매듭은 이미 끊어져 있었다. 그것을 이제는 분명하게 알게 되었으니... 도망칠 차례였다. 짐을 챙겨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63
그레이 휴
(lfBYjU6Ggg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14:51
>>61 그러고보니 다른 세계에서 오신 한 분 빼고 전부 방랑자로군요 이방인도 어떻게 보면 방랑자니 사실상 방랑자 뿐일지도? 나중에 이야기 합쳐질 때 소속 때문에 갈등할 일은 없겠어요 ㅋㅋㅋㅋ
64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15:12
- 수호이 "잘... 알고 있지..." 클린치 타운 이야기를 꺼내자 왠지 모르게 쥐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온다. "원래는 나도 거기 살았는데.. 무서운 사람을 피해서 여기로 도망 온 거야.."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착해. 적어도 먹을 걸 빼앗진 않거든.." 덩컨의 패악질에 당했던 적이 있는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고양이를 본 생쥐마냥 꽁꽁 얼어버렸다. 그때 여관쪽으로 창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도리아가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야, 도둑쥐!? 이번에 잡히면 가만 안둬!!" 그녀는 길다란 무언가를 움켜쥐고 순식간에 창가에서 사라져버린다. 아마 채소 도둑을 잡으러 오는 것 같다. 황무쥐는 깜짝 놀라 꼬리를 쭈뼛 세우더니 당신이 말을 걸틈도 없이 후다닥 도망쳐버린다.
65
Narrator
(GR/dOSJC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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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1:16:23
>>61 >>63 뭐니뭐니해도 가장 프리한 선택이니 픽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하
66
Narrator
(GR/dOSJC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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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1:21:35
- 그레이 휴 "어이, 괴물 사냥꾼. 다친 곳은 조금 괜찮냐?" 어두운 걸음을 재촉하고 있을때 당신의 옆으로 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색대 중에서는 가장 덜한 부상을 입었으면서 팔에 붕대를 엄청 감아두었다. 역시 엄살은 알아줘야한다. "천천히 다녀! 당장이라도 떠날 사람처럼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거야?" "버크가 그러는데 너무 심하게 움직이면 꿰맨 곳이 금방 터진다고 하더라고." 항상 제멋대로인 녀석이지만 아서가 당신의 존재를 모두에게 알린 이후에는 그의 목소리조차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67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22:36
다들 방랑자라 하더라도 진행하다보면 분위기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게 느껴진단 말이죠.. 그래서 재밌습니다
68
수호이
(t.iQ7K2O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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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1:25:40
"아...그 사람. 누군지 알 것 같아." 얼마 전에 마빡에 총알을 꽂은 사람을 기억 못할 리가 없지... 폐허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절반은 핏덩이가 되어 무너진 보안서 앞에 도착했을 때. 그의 두 모습이 겹쳐져서 떠오른다. 상념을 깨는 것은 도리아의 날카로운 고함소리였다. "이크!" 상습범이었던 황무쥐는 당연하다시피 꽁지를 빼 버리고, 수호이도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이곳으로 달려온 도리아와 마주치면, 도둑이랑 같이 있었냐 왜 안 잡았냐 갖가지 싫은소리 폭격을 당하고 말 것이다. 분명히. 아까 레미가 어디로 갔는지 빨리 물어볼걸! 수호이도 바닥에 끌린 흔적을 따라서 허위허위 도망간다...
69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32:44
수호이 탐색 다이스 .dice 1 100. = 68 [ 33이상 성공 ]
70
그레이 휴
(lfBYjU6Gg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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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1:36:05
클레어로 태양이 저무는 곳의 캠프와 엮이게 되었지. 캠프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이 녀석이 된다면 클레어로 시작해서 클레어로 끝나는 셈이다. "클레어, 캠프를 알려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짧은 감사인사를 올린다. 비록 씁슬함이 남은 끝이었지만 아서와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클레어를 만난 덕이니까. 그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몇 가지 성격적 결함을 제외한다면 좋은 사람이겠지. "달이 차기 전에 떠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71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36:29
- 수호이 가뜩이나 레미와의 일로 중간에 애매하게 엮여버렸는데, 보란듯이 이런 상황까지 덮쳐 일이 꼬였다. 당신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 시작하자 곧 여관 뒷문이 벌컥 열리고 도리아가 뛰쳐나온다. 누가 봐도 엄청 열받아 보이는 표정으로 빗자루를 들고 있다. "헠.. 헉.. 흐윽.. 흑.. 야.. 야아아아!"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당신을 부른다. 아, 예상했던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직전의 입모양이 되었다. 그러나 당신은 그런 모습을 외면했다. 뒤에서 뭐라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소년의 흔적을 쫓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불이라도 났나?" "글쎄, 탈만한 것도 없는데 이상하네.." 잠시 후 반대편 골목에 이르러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거뭇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72
Narrator
(GR/dOSJCOU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43:58
- 그레이 휴 "뭐, 그랬었나?" 그는 당신의 말은 벌써 잊은듯이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린다. "고마운 게 있으면 입으로만 하지말고 정성을 보여봐~" 붕대로 칭칭 감은 팔을 내밀다가 엄살이 들통날까 얼른 반대쪽 팔과 위치를 바꾼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 농담이야! 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그 기묘한 놈들을 모두 처리하기도 했고." 하지만 진심은 아닌듯, 설마 당신이 오해라도 할까 어서 말을 정정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근데 정말 가는거냐? 아쉽네.. 너라면 개척단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텐데." 웃는 표정으로 말하니 속이 보인다.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끔찍히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뭔가 당신을 짐을 덜어줄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73
Narrator
(GR/dOSJC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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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1:51:07
약속드렸던 2시가 가까워졌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74
그레이 휴
(lfBYjU6Gg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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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1:55:43
"그래. 이곳에 더 볼 일은 없다. 대신..." 이곳에 남을 수도 없을 뿐더러 남더라도 후회만 깊어질 것 같았다. 대신 부상 회복제를 하나 꺼내들었다. 이전에 캠프에 묵는 대신으로 내어주려 했지만 수색대에 들어갔지. 이걸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으면 좋겠군. "나라면 이걸 지금 쓰지는 않겠어." 귀한 명약이라는 건 그도 알고 있겠지. 허투루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 부상 회복제를 건냈다.
75
그레이 휴
(lfBYjU6Ggg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55:59
네 다음에 봐요~~
76
수호이
(t.iQ7K2O4. )
Mask
2021-06-28 (모두 수고..) 01:58:48
"난 잘못한 게 없다고오오오...~~" 좀도둑을 타일러서 훔친 물건을 도로 가져다 놓게 한 건 분명히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수호이는 지금 왜 도망을 치는 건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도리아에게서 수호이는 도망쳤다. 해명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그녀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떨어져서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르던 차에,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을 따라 눈을 돌리자 뭉글뭉글 올라오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설마." 레미 이 바보같은 녀석이 고쳐볼 생각도 않고, 홧김에 홀랑 태워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 없다. 하늘을 나는 사람들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비행 기구를 그런 식으로 태우다니! 사람처럼 장례 치르구 묻어주지도 못할 망정 그럴 리가 없다고! 불길한 예감을 느낀 수호이는 서둘러서 레미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77
에반
(GTRw2jgN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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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모두 수고..) 04:24:29
탬파 해변은 마치 휴양지같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물론 실제 바다도 없고 같이 구경 올 연인따위도 없었다지만 뭐 적어도 술은 있을거 아닌가. 싸그리 망해버린 세상에도 이런 곳이 버젓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우습군. 미리암은 갑자기 후드를 눌러쓴다. 거지꼴 같은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숨길만한 몰골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이 황무지에 떨어지기 전, 양복이 아니라 좀 더 거적대기 같은 옷을 걸치고 최후를 맞이하러 가는게 나았을 뻔했다. 나름대로 학자라더니 영리하다고 생각했지. "여기 있는 사람들도 죽을 고생을 거쳐가며 온 거라면 좋겠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나 억울하다. 어쨌든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어보였어. 이제와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마을에 무기전문가가 있다고 했으니 이곳에선 쉴 곳을 찾는게 고작일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안 그래도 슬슬 혈중알코올이 떨어져가던 참이었다. "아는 곳 있소?" 미리암에게 묻는다.
78
Narrator
(0mTC/XpCf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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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9 (FIRE!) 10:57:39
- 그레이 휴 클레어는 당신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건네받은 물건을 곰곰이 살핀다. "이봐!" 그에게서 고개를 돌릴 무렵 그가 당신을 부른다. 그리고 무언가를 던져 보낸다. 손에 탁 하고 쥐어진 것은 왠지 모르게 반짝이는 듯한 보랏빛 원석이었다. "신기한 돌조각이지? 밤에도 빛이 나잖아." "가져가. 장신구로 가공하면 엄청 예쁠거야." 남에게 무언가를 나눌 사람이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가 무언가를 건네온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 당신은 빛을 머금은 보랏빛 원석을 획득했습니다. ] - 수호이 거뭇한 연기를 따라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었다. 작게 몽글거리던 연기는 가까워질수록 커다래져 구름을 잡아먹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당신은 언덕 위에서 불타고 있는 글라이더를 마주하게 된다. 불길 앞에 서있는 소년은 당신의 인기척을 느낀듯 뒤편으로 고개를 돌려온다. 아주 펑펑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얼굴이다. "뭐야.. 너 여긴 어떻게.. 아니, 왜 온거야.." 글라이더가 산산조각이 났을때도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던 아이었는데. 그래서 이런 모습이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지만 그간 이들 간에는 깊은 감정의 골이 쌓여있었나보다. 이방인인 당신은 모를.. 아이는 이젠 모든 것을 내려놓은듯 숙연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 에반 이치몬지 죽을 고생을 하며 길 없는 허허벌판을 뚫고 왔는데. 이곳 사람들은 너무나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인다. 이젠 자신을 마학자라 주장하는 소녀가 조금 의심스러워질 지경이다. 여행길에 보인 아이같은 행동까지 겹쳐보여서. 소녀는 당신을 위아래로 쭈욱 훑어보더니 생각하듯 눈을 굴리며 콧소리를 낸다. "우선 이 텁텁한 모래먼지를 걷어낼 곳이 필요하겠지.." 잠시 후 건물 사이에 길게 늘어진 모텔 앞에 도착한다. 건물 앞 녹슨 간판에는 쓰여진 이름조차 보이지 않아서 그냥 고철덩이를 갖다 붙여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곳의 숙박비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루 묵는데 무려 150링이라.. 여비를 모두 털어내도 100링이 전부일텐데. 너무 비싸다.. 하지만 다행히도 미리암이 대신 값을 내준 덕분에 돈을 굳힐 수 있었다. "또 가격을 올리다니.. 100링이면 사탕바구니가 몇 광주리인데.." 물론 방으로 가는 내내 할머니처럼 꽁알꽁알거리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지만..
79
그레이 휴
(3ugUo1YTX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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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9 (FIRE!) 15:00:58
돌을 이리저리 살피며 빛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적어도 평범한 돌덩어리는 아니었다. 빛이 났으니까. 어쨌든 이런 걸 그에게 받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 말대로군.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하지." 보라빛 원석을 품에 넣고 떠나기 위해 발을 옮겼다.
80
에반
(KRFOLN9zs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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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水) 00:09:03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지금 입고있는 걸레같은 옷도 구입당시엔 100링이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여정도 여러 부분에서 거지같군. "사탕에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나, 할멈?" 조잘거리는 미리암을 따라가며 묻는다.
81
수호이
(cimg9/.Jx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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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水) 00:16:49
"아...아 진짜..! 마을 사람들이 전부 불 났냐고 수근거리는데 내가 그걸 왜 몰라!" 설마설마 했더니 그걸 왜! 왜! 왜 태우나고! 왜! 멍청아! 수호이는 문자 그대로 경악하며 두 손을 머리 위에 얹는다. 푸른 눈이 휘둥그레 크게 뜨였다. "너...다 포기하기로 한 거야? 정말?!" 너무 놀라서 화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사실 수호이가 화를 내는 모양도 이상하긴 하지만서도. 하지만 어떻게 새가 스스로 자기 날개를 뽑아버릴 수 있는 것인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82
Narrator
(MRiocsWXj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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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거의 끝나감) 02:43:17
- 그레이 휴 얼마나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는 모르겠다. 세상 모든 물건을 제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을 줬을지.. 걸음을 옮기며 지치고 헐거워진 개척단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친다. 모닥불 앞의 단원들은 피로에 찌든 얼굴로 데운 통조림을 욱여넣었고 천막 너머로 부상자들의 신음이 들려온다. 이들은 이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그리고 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저기 3000링짜리 괴물 지나간다." "덩치야. 잡아서 포상금은 반으로 나눌까?" 작은 생각에 잠기다 보면 문득 옆쪽에서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브리짓이었다. 그녀의 뒤로 비치는 커다란 그림자는 버크였다. 그녀는 거의 전신을 붕대로 감고 있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깡마른 사냥꾼 아저씨! 이젠 어디로 가려구?" - 에반 이치몬지 "그야... 맛있으니까!" "새콤달콤한 사탕을 입에 가득 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고나 할까?" 별 것 아닌 이유다. 그냥 단 걸 좋아하는 아이의 대답과 다를 바 없다. 호실 내부는 비싼 값이 충분히 납득될만큼 넓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보통 당신이 알고 있는 대부분 숙소의 모습은 곰팡이가 슬거나 곳곳이 헤진 낡은 벽지, 심하면 매트리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후아~ 정말 오랜만이군 이곳도..." 소녀는 방문을 닫고 나서야 얼굴을 덮고 있던 후드를 내리며 한숨을 돌린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여비를 아끼기 위해서 방은 하나만 잡았네. 불만 없지?" ..라고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왠지 말하는 쪽에서 훨씬 신경쓰이는 눈빛을 하고 있다. - 수호이 불길속으로 사라져가는 흰색 천 사이로 소년의 눈동자가 비친다. "아빠가....!" 꺼내고픈 이야기를 망설이듯 부푼 볼을 쉽게 떼지 못한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 건 나 때문이래." "...그래, 맞아 나였어. 마을을 떠나도록 부추긴 것도, 모래 천지인 허허벌판으로 등을 떠민 건 나였다구!" 소년은 자신에게 화가 난듯 두 팔을 굽히고 어깨를 오므리며 말한다. 정황상 소년의 아버지는 세상 밖을 동경하는 아들을 위해 여행길에 나서게 된 것 같다.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더이상 잃기는 싫어." "...이제 그만 할래." 그간 도리아와 많은 다툼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에서야 제대로 한바탕을 한 모양이고. 소년은 불타오르는 글라이더를 향해 등을 돌렸다. 타다 만 불씨가 서서히 허공을 향해 흩어진다.
83
그레이 휴
(3flDnRGhC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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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거의 끝나감) 03:17:31
브리짓은 태연하게 현상금을 언급하며 현상범에게 접근했다. 그것도 큰 부상을 당한 상태로. 아무리 내가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글쎄... 장신구를 맞추러 갈지도 모르겠군." 피식 웃으며 물음에 답했다. 내 목적은 저주를 푸는 것이지만... 그 해답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오래 머물 수도 없으니 내 여정은 이제껏 발 닿는 대로 걸어갈 뿐이었다. 이번에는 클레어가 건넨 돌이 뭔지 알아볼까 싶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