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9652> [단문/판타지&포스트 아포칼립스] Always : 황무지 환상곡 - 2 :: 1001

Narrator

2021-06-23 01:10:57 - 2021-11-28 21:22:26

0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01:10:57


웹박수: https://docs.google.com/forms/d/1j_6V5jK6DkcVouvvoNh6pLpdTTa_RL7zb3zsIvErp8M/viewform?edit_requested=true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0
1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511/recent


“모든 마력은 생명의 원천이다.”

- 떠돌이 마학자 한트 라인후터의 저서 '고대의 마법' 중 일부

1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01:11:15

이곳이 진짜 2스레입니다! 혼선 드려서 죄송합니다.

2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02:43:52

야! 드디어 새로운 스레~~

시간이 조금 늦기도 했으니 다음 진행레스는 내일 잇도록 하겠습니다

3 이름 없음 (uWDwwodWDE)

2021-06-23 (水) 02:45:46

새 스레 새 향기 좋군요!! 다음번엔 레스랑 같이 기술 구상도 해오겠습니다

4 그레이 휴 (uWDwwodWDE)

2021-06-23 (水) 02:47:25

음! 그러고보니 이름이 스레주에서 나레이터가 되었네요 스레하고 잘 어울리는 네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5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02:50:33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느낌으로 낡은 이름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그래요~~ 암튼 늦은 시간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 또 뵙시다!

6 그레이 휴 (uWDwwodWDE)

2021-06-23 (水) 02:52:36

넹 다음에 봐요~~

7 에반 (XLA.Zr8Vtw)

2021-06-23 (水) 03:50:11

괜찮을턱이 있나.
내가 가진 물은 진즉 이 꼬마에게 전부 줘버렸고 더 이상의 자기최면이 의미 없을 만큼 내 정신은 몽롱해져 있었다.
육체적 한계와 정산적 고요가 맞물리고 있는거지. 그 접점이 1mm도 남지 않게 되는 순간 나는 염라와 한 상 치르게 된다.
그 역겨운 죽음의 냄새가 내게서 풀풀 풍기고 있었어.

"신경쓰지말고 앞만 보며 걸으시오."

8 수호이 (qVSLHlERrM)

2021-06-23 (水) 17:01:16

"으응..."

'이번에는 이 이상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까?'

과거의 일을 생각할수록 타인과 깊게 엮이는 것을 꺼리게 된다. 사실 레미가 비행소년만 아니었다면, 정말 밥 한 끼 먹고 방향만 물어본 뒤에 휑 떠났을 것을.

후룩. 따뜻한 차의 내음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자극적인 보존식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은은한 향이다.

"자기네들 일은 자기네들이 해결하는 게 맞겠지?"

그렇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더 이상은 끼어들지 않는 쪽이 나을 거라고.

9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22:00:29

좋은 밤입니다!

아마 내일 중으로 진행레스를 잇게 될 것 같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10 Narrator (.CHgUNIWSE)

2021-06-24 (거의 끝나감) 16:17:26

- 에반 이치몬지

꺼졌다 돌아왔다를 반복하는 시선 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들어온다. 머리통만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야자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껍질을 쓸어넘기고 나서야 그것이 신기루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앗-! 야자수구나! 기다리게, 곧 목을 축이게 해줄테니..”

소녀는 남은 기운을 기쁨을 표현하는데 오롯이 쏟아내듯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수 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이에 매달린 열매를 향해 짚고 있던 지팡이를 겨누자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것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낚싯대를 잡아끌듯 지팡이를 뒤로 기울이자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야자열매들이 조심성 없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곧바로 어깨를 스쳐 떨어지는 열매에 소름이 끼쳐 놓을락 말락한 정신이 금방 돌아올 것만 같았다.


- 수호이

“남매간의 싸움을 해결해주는 것은 시간에 달려있는 법 아니겠어요? 하하, 지금껏 늘 그래오기도 했고..”

그는 이런 모습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듯이 느긋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레미는 제 아비를 닮아서 씩씩하고 모험심 넘치는 아이랍니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착하기만 한 아이어서 어머니쪽을 닮았구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더군요.”

“어느날 여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거든요. 그때 이후로 레미는 달라졌어요. 가슴 속에 꿈을 안게 된 것이죠.”

소년의 모험심은 대대로 내려온 것이었다. 당신이 아버지에게 하늘에 대한 사랑을 배웠던 것처럼.

“반대로 도리아는 섬세한 아이에요. 가족을 아끼는 마음만큼 늘 걱정이 많죠.”

“헌데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녀석이 세상 밖으로 떠나고 싶다고 야단법석이니..”

남매는 여관주인과 함께 사는듯 보이는데.. 부모는 어디로 간걸까.

11 그레이 휴 (I7.jU.IKjo)

2021-06-24 (거의 끝나감) 17:27:20

한차례 싸움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짓무른 검은 빛의 살점과 새빨간 피가 망가진 캠프에 픝뿌려져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곳에 몸 성한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움직이지.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일곱 마리로도 이렇게 고전했다.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 조금 휴식하는 것이 좋아보였지만 지금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 돌연변이가 튀어나오지 않길 빌어야지.

12 그레이 휴 (I7.jU.IKjo)

2021-06-24 (거의 끝나감) 17:28:06

생각해온 기술입니다!

관통사격/갈기갈기
피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여러 적을 타격하는 기술

각 상태일 때 기술이 달라지는 느낌으로.. 정해봤습니다 참고됐으면 좋겠네요

13 수호이 (mxDOQebWiw)

2021-06-24 (거의 끝나감) 19:35:21

"다 자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진 않지, 황무지가 말이야."

수호이라고 다 자라서 황무지에 홀로 굴러떨어졌던가. 절대 아니다.

"....둘이 싸우면 언니가 이기려나. 이름이 도리아였구나."

이상하게 저 삼촌이라는 개구리 아저씨만 남매 곁에 있고, 부모님이 보이지 않는 건. 아마 황무지에서 흔한 비극 중 하나일까.

보통 형제자매끼리 싸우면 부모님이 어린 쪽 편을 들어주겠지만 부모님이 없다면야 힘 센 쪽이 이기겠지. 레미는 아직 다 크질 않았고..

14 Narrator (JCuMiA0SK.)

2021-06-24 (거의 끝나감) 21:23:05

이제야 발견한건데.. 명중률 수치를 잘못 잡고 있었네요

멘탈이 펑~~

답레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5 Narrator (JCuMiA0SK.)

2021-06-24 (거의 끝나감) 21:24:52

어 아닌데 뭐지??

아... 아 수정하기 전에것 보고 헷갈린거였어..

악~~~~~~~~~~

16 Narrator (JCuMiA0SK.)

2021-06-24 (거의 끝나감) 21:28:33

계속 맞춰보는데 뭔가 자꾸 안맞는거에요

왜 안맞나 싶어서 다시 보니까 예전거 보고 혼자 끙끙 앓고 있었슴다

멍청나레 능지 수준..

17 수호이 (mxDOQebWiw)

2021-06-24 (거의 끝나감) 21:32:34

어흑...

18 Narrator (JCuMiA0SK.)

2021-06-24 (거의 끝나감) 21:32:51

>>12
참고해서 시트스레에 변동사항 적어뒀습니다~~

답레는 나중에 드릴게요

조만간 수호이랑 에반쪽도 한번 전투 땡길때 찐하게 땡겨보도록 할테니 조금만 지루한 진행을 견뎌주시길..

19 Narrator (JCuMiA0SK.)

2021-06-24 (거의 끝나감) 21:34:49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적어보자면,

기본적으로 제시해드리는 진행 줄거리가 있지만 너무 루즈하면 굳이 그 방향에 따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트스레에도 적어놨듯이 자유롭게 행동해도 괜찮은 스레니까요..

20 그레이 휴 (jWUf7MeWC2)

2021-06-25 (불탄다..!) 00:02:13

오류가 없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레이 변동사항도 확인했습니다 기술들이 다 멋지군요! 변화도 성장하는 걸 보니 뿌듯합니다

21 Narrator (dfz2rsgFZk)

2021-06-25 (불탄다..!) 14:20:44

- 그레이 휴

지금껏 마주한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돌연변이에 단원들은 고전을 피하지 못했다.

몇몇은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그나마 당신의 힘이 있었기에 더한 피해를 막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엉망이 된 캠프의 전경이 보였고 희생자들의 시신은 곳곳을 차지했다.

"모두 빠져나간건가? 적어도 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은.."

클레어는 형체가 일그러진 시신에서 고개를 돌리고 경련을 일으키듯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린다.

"쿨럭.. 컥.."

정신을 잃었던 아서가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눈을 뜬다. 그는 상황을 파악하듯 아무 말 없이 주변을 응시한다.


- 수호이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식사는 끝이 났다. 여관 주인은 남매의 사정을 더이상 깊이 꺼내려 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를 따라 커다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레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이와 한바탕 하고 나서 밖으로 도망이라도 친 것인지.

달그락 달그락, 식기를 닦는 소리와 주인 아저씨의 묵직한 흥얼거림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 뒤섞인다.

창밖을 바라보기라도 한다면 수염 없는 황무쥐가 여관 앞을 지나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문득 바위틈에 숨어 사는 황무쥐들이 떠오른다. 지금쯤이면 결판이 났을 것이다..

22 그레이 휴 (jWUf7MeWC2)

2021-06-25 (불탄다..!) 16:15:21

많은 이들이 돌연변이의 습격에 죽었다. 클레어의 말대로 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은 다 캠프를 빠져나갔길. 단장과 라스 역시 무사하길 빈다. 그들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둘 중 누구라도 죽는다면 혼란은 가중될지도 모른다.

더 살피기 위해 발을 딛는 순간 아서가 정신을 차렸다. 그가 깨어났으니 라스를 제외한 수색대는 다 모인 셈이군. 아서는 다시 나에 대해 지껄이겠지. 괴물이 된 현상범인가 뭔가.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억눌렀다. 괜한 말은 오해를 덧붙일 뿐이니까. 무엇보다 내가 현상범이라는 걸 알아도 다른 수색대들이 당장은 옹호해줄 것이다. 당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를 기다렸다.

23 수호이 (ODz/hjFoSQ)

2021-06-25 (불탄다..!) 19:26:09

황무쥐와 클린치 타운의 한판 승부. 결과가 어떻게 났던 클린치 타운은 기둥뿌리가 뽑혀나갈 것이다.

그렇게 크고 강한 무력을 가진 마을도 아니었다. 개미귀신과 황무쥐의 공격을 두 차례나 견딜 리가. 설령 견뎌냈어도 피해가 커 오래는 못 가겠지....

"나는 마을 구경 조금만 하다 올게."

의자를 탁자 밑으로 드르륵 밀어넣었다. 제길, 그 생각을 하니 또 숨이 막힌다.

24 Narrator (dfz2rsgFZk)

2021-06-25 (불탄다..!) 20:45:12

- 그레이 휴

모두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냉랭한 기운이 맴돌았다. 아서는 당신을 노려보았다. 검은 안경 뒤로 숨겨진 눈빛이 마치 당신을 꿰뚫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거운 침묵을 깨뜨린 것은 예상하고 있던 목소리가 아닌 수색대장의 등장이었다. 격렬한 전투를 치른듯 조금 지친 모습으로 다른 단원들과 함께 일행 앞에 나타났다.

"다들 무사한가? 퇴로를 확보하는 중간에 일부 손실이 있었지만 다행히 대부분은 탈출에 성공했네."

"끝도 없이 몰려오는군.. 서둘러 움직이자고."

캠프는 망가졌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많은 피해를 입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소수의 희생을 감내해야 했지만..

...........

검은 영역이 짙어지며 일대가 위험해졌다고 판단한 개척자 캠프는 영역을 감시하는 임무를 완전히 포기했다.

단원들은 수십 키로미터가 떨어진 지점에 임시거처를 만들었다. 그동안 꼬박 이틀을 밤새어 걸어야 했다.

부상자들 때문에 움직임이 더뎠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이 되어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의 일부가 당신의 손에 쥐어진다. 저번과 똑같은 메뉴였다.

엉성하게 지어진 쉼터는 대부분 부상자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맨바닥에서 식사를 해야만 했다.

녹슨 캔에 담긴 희멀건 콩을 수저로 떠올릴 무렵 늑대귀가 아무말 없이 당신의 옆에 앉는다.

저번 전투로 부상을 입어 팔과 허벅지 같은 부위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히유, 이제야 숨 돌릴 틈이 생겼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허접한 식량을 꾸역꾸역 입안에 밀어넣었다.

그렇게 어이가 없는듯이 혼자 바보같이 웃다가 멍한 눈빛이 되어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어온다.

"할 말.. 조금은 있지 않아?"

25 Narrator (dfz2rsgFZk)

2021-06-25 (불탄다..!) 20:47:48

- 수호이

"저녁때는 조금 어수선하니 천천히 들어와도 좋아요~"

테이블을 닦던 주인이 등을 돌리자 우람한 배가 푸딩처럼 출렁거린다. 그는 잘 다녀오라며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여관 입구를 나서는 찰나 어디선가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보안서에서의 총격전이 떠오른다.

첫 번째 총알은 황무쥐의 가슴에, 그리고 두 번째 총알은 보안관의 뱃지를 가로챈 무법자의 이마에..

"에잇! 바보같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금방 기억속에서 깨어나게 된다.

노인은 신경질적으로 꽁알거리며 항아리 파편들을 치운다. 여관 옆에서 나는 소리였나보다.

클린치 타운에서의 끝맛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자꾸만 당신의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며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수염 없는 황무쥐는 당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가던 길을 계속 지나친다. 역시나 마을 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인듯 하다.

아무튼, 정신을 차리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관 옆에 세워진 수레였다. 레미가 망가진 글라이더를 실었던 것 말이다.

하지만 누가 물건을 치웠는지 텅 비어있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잔해들이 실려 있었는데..

26 그레이 휴 (jWUf7MeWC2)

2021-06-25 (불탄다..!) 23:23:31

"......"

당장의 위험은 멀어졌고 흥분과 두려움의 물결은 끓는 것을 멈추고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나에 대해 물어오기에는 적당한 때지. 아니, 내 처지를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배려받고 있었다. 그들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겠지. 천천히 입을 뗐다.

"짐승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변명의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내 상황을 납득 가능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큰 부상으로 내 정신이 약해졌을 때 튀어나오지. 아서는 운이 나빴어."
"내게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을지도. 짐승에게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게 됐으니까."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캠프에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차있었다.

"그리고 보름달이 떴을 때도."
"떠날 때가 된 것 같군. 보내준다면 말이야."

27 Narrator (AnOmdpFKkE)

2021-06-25 (불탄다..!) 23:56:33

- 그레이 휴

"이미 모두가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어. 아서는 여전히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고."

"말해봐. 대체 그 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녀는 내려앉은 얼굴로 당신을 쳐다본다. 검은 안경에게서 지울 수 없는 옛 이야기를 일부 전해듣기라도 한 것일까.

당신은 아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눈을 가리는 안경이 아니더라도 그때의 당신에게는 주변인을 신경쓸 겨를조차 없었으니까.

복수심에 눈이 멀어 의미가 변질된 사냥은 결국 성급한 판단으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쫓던 괴물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러 의미로..

당신은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서는 내면의 야수가 벌인 학살속에서 살아남은 얼마되지 않은 생존자였다.

학살극이 시작되기 직전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눈을 후볐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는 내리막길로 추락하고 만다.

비참한 몰골로 모래바닥을 굴렀더래도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

아서는 당신의 동료였다. 아주 오래 전에는..

28 그레이 휴 (5kd2AjZ9sc)

2021-06-26 (파란날) 01:02:49

"나를... 용서하지... 그럼 그는..."

번뜩임으로 남아있는 그때의 기억,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그 번뜩임에 덧칠된 짐승의 감정이었다. 그때 짐승이었던 나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쾌감을 느꼈던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한 도피로 기억을 피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이가 있었군."

그러나 이제는 직시해야 했다. 아서가 있었으니까. 그건 분명히 내가 저지른 짓이었고 내가 수습해야 하는 일이었다. 머리를 감싸고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나 외에도 짐승이 있다. 그놈이 내게 저주를 심었지."
"아서와 추적하던 놈이 그놈이다. 그는 나를 그 짐승으로 생각하겠지만..."

젠장, 스스로 듣기에도 형편없는 이야기였다. 목소리는 떨렸고 가슴은 쿵쾅댔다. 이걸 믿어줄까? 오히려 나를 더 믿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말해야 했다.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날... 동료를 버리고 홀로 추격을 결정했을 때, 난 놈과 맞닥들였고 서로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최후에 서있던 건 나였지만 그 부상이 발목을 잡아 확인사살을 하지 못했지."
"그러자 놈은 웃어보이더군. 그 웃음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

"그렇게 괴물 그레이가 탄생했지. 늘 후회하며 살았어. 복수에 눈이 멀어 동료를 내 손으로 죽였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내뱉었지만 내 몸은 떨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타인에게 말하는 그날 일이었다. 형편좋은 이야기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해가 더 심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은 이미 내뱉어졌다.

"오해를 풀기 위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더이상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내 안의 짐승을 내쫓고자 방랑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달한 이곳은... 이전의 나를 떠오르게 했고 그래서 돕게 됐지."

나는 이야기를 끝마치고 하이디를 기다렸다.

29 유진 (b4Ec3FXifE)

2021-06-26 (파란날) 01:49:51

유진은 고된 협곡 횡단사이에 잠시 휴식을 얻는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머리를 베고 눈만 감을 수 있다면 어디든 집마냥 편안해진다. 맛있는 저녁을 위해서는 아침에 행군하고, 맛있는 아침을 위해서는 전날 행군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무엇이던간에 중요한건 자신에게 필요하냐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해진미도 배고파야 맛있지 않겠는가? 별 뻘생각을 하다보니 유진은 금새 잠들었다.

30 Narrator (.NN8u8Z5Qo)

2021-06-26 (파란날) 22:09:55

- 그레이 휴

"하아, 어쩐지 너무 고분고분하다 했어. 이상하리만치.."

"그 말이 사실이라면 도망치듯 떠날 게 아니라 가서 뭐라도 얘기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하이디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미 아서에게 어느정도 듣고 짐작한 구석이 있었는지 크게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저주받은 낙인을 청산하기 위해서 이곳에 머무른 것이라면 결정에 걸맞게 당신이 남겼던 크나큰 죄목에 마주해야 한다고. 그녀는 당신을 추궁했다.

달빛에 비친 눈동자는 날카로우면서도 묘한 느낌을 풍긴다.

"목소리조차 듣기 힘든 사람인데. 그렇게 흥분하는 건 처음봤어. 정말로.."

그녀는 이제 고개를 돌리며 넌지시 말을 흘린다. 콩 통조림이 입에 맞지 않는지 가만히 수저를 계속 휘저을 뿐이었다.


- 유진

저녁 바람은 뜨거운 낮과 달리 얼음장 같이 느껴졌다. 지쳐 쓰러질만큼 힘겨운 하루였지만 주린 배와 고달픈 몸은 계속해서 당신의 단잠을 방해했다.

새벽 내내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되고 간신히 아침이 밝았다. 밤새 계속된 선잠에 지쳐 그제서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무언가 돌 따위를 찍어내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일정하게 반복되던 그 소리는 점점 당신에게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시선으로 아래쪽을 쳐다보자 뾰족한 날이 해먹 바로 코앞에 다가와 납작한 바닥을 내리찍는다.

"으악!!!"

곧 한 사내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고 그는 잠에 취해있는 당신의 모습에 깜빡 놀라 몸을 버둥댄다. 떨어질락 말락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고 견뎌낸다.

31 Narrator (.NN8u8Z5Qo)

2021-06-26 (파란날) 22:13:50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야기 하나 전달드립니다!

스레디키에 올라와 있는 황무지 환상곡 페이지는 5년 전 진행할때 쓰던 거라서 지금 진행에 쓰이는 것과는 조금 다를거에요

그래도 예전에 사용했던 설정들은 계속해서 진행에 반영할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엔딩 냈을때 이야기에 계속 반영해도 좋다는 레스주 분들의 허락도 맡았고 말이죠.. 후후

32 Narrator (.NN8u8Z5Qo)

2021-06-26 (파란날) 22:15:16

사이트가 날아가서 예전 진행을 못보는 건 조금 아쉽네요.. 참고하려고 했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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