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Narrator
(5.agSkSjF2 )
2021-06-23 (水) 01:10:57
VIDEO 웹박수: https://docs.google.com/forms/d/1j_6V5jK6DkcVouvvoNh6pLpdTTa_RL7zb3zsIvErp8M/viewform?edit_requested=true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0 1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511/recent “모든 마력은 생명의 원천이다.” - 떠돌이 마학자 한트 라인후터의 저서 '고대의 마법' 중 일부
767
에반
(LJGEEfJPVI )
Mask
2021-10-23 (파란날) 22:26:12
수고하였다 나래이터
768
Narrator
(iLBHV3JVcQ )
Mask
2021-10-24 (내일 월요일) 13:18:41
- 에반 이치몬지 "그래, 내가 묻고 싶은 주제를 딱 짚어줬구만." 사내는 대답 대신 동문서답을 한다. 그러고는 사다리를 당신의 앞으로 밀어놓고 그 위에 올라 시선을 높인다. "말해봐. 대체 그 분의 지팡이를 어떻게 훔쳤나?" 항상 미리암이 갖고 있던 지팡이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두 동강이 나버렸지만.. 그보다 난쟁이가 전해오는 말에서 왠지 모를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팡이의 주인은 지금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을 소녀일텐데. 마치 다른 주인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해온다.
769
에반
(CV.Ponknuo )
Mask
2021-10-24 (내일 월요일) 13:46:56
"지팡이?" 그래, 지팡이. 머지않아 내가 빌빌대면서 칼대신 끼고 살 물건이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어. 정신을 잃기 전 발에 채였던 그 지팡이를 떠올렸다. "뭘 훔쳤다는 건지 모르겠군. 그건 그 여자가 처음부터 들고 있던 거였어." 이건 안일한 대답이군. 미리암이 사실은 마학자를 가장한 사짜 돌팔이 좀도둑이 아니라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이었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게는 그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지팡이는 박살났소."
770
Narrator
(iLBHV3JVcQ )
Mask
2021-10-24 (내일 월요일) 14:26:22
- 에반 이치몬지 "터무니없는 소리! 그건 엘더벨트의 마학자 미리암의 것이야!" "그분의 물건을 무슨 수로 빼앗아 온 거지? 어서 말해봐!" 사내는 침이 튀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다음 말을 이어가기 직전, 건너편으로부터 무언가 우당탕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미안하오! 손이 미끄러졌소!" 고개를 돌리자 무성한 무기 사이로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테일의 얼굴이 보인다.
771
유진
(UbGXws.c5k )
Mask
2021-10-25 (모두 수고..) 03:32:42
"...." 후들거리며 걷는 봉을 유진은 안쓰럽게 바라본다. 유진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등짐을 정리하고 봉에게 업히라고한다. 유진은 마을까지 가는 동안 그가 편히 쉬기를 원한다.
772
Narrator
(dXIhxZ9c4g )
Mask
2021-10-25 (모두 수고..) 06:31:25
>>771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행동을 묘사해주세요
773
수호이
(kyYKtNheRU )
Mask
2021-10-25 (모두 수고..) 08:33:25
지금의 웽턴과 기록 속의 웽턴은 너무 딴사람이다. 같은 사람이리고 생각할 수 없을 수준이다. 누군가로부터 숨기라도 하려던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사람이 이렇게 바뀌나. "아빠는 죽었어." 수호이는 웽턴을 돌아보지 않았다. 차디차게 식은 상자는 매정하기도 했다. "하늘사람은 전부 죽었어. 투명 성채의 마인들 때문에."
774
에반
(wDcOE2gjlg )
Mask
2021-10-25 (모두 수고..) 13:32:26
믿고싶은대로 믿는 친구군. 정말 내가 훔쳤다고 해도 뭐 어쩔텐가. "자네가 날 여기로 데려왔나?" 소란스러운 소리에 시선을 향하니 곤충무사도 사지가 멀쩡한 모양이었지. 단지 6개 달린 팔은 마음대로 추단이 안 되는가 보군. "마학자 미리암은 댁이 나와 같은 침대에 침대에 넣어둔 꼬마 이름이고, 난 아무 것도 빼앗지 않았어." 이 세계에서 작은 친구들은 전부 이 모양인가? 내 인생 자체가 싸움의 연속이었다. 쓸데없는 실랑이 따위는 하고싶지 않았지. "알아 들었으면 내 칼이나 내놓게."
775
Narrator
(lMXF9l2BUQ )
Mask
2021-10-27 (水) 14:54:17
에반 이치몬지 설득 다이스 .dice 1 100. = 23 [ 54이상 성공 ]
776
Narrator
(lMXF9l2BUQ )
Mask
2021-10-27 (水) 15:32:23
- 수호이 "알고 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실로 유감스럽구나." "언젠가 소식을 전해들었단다. 새로운 하늘을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날 것이라고." 허무한 시선 속에는 바싹 마른 모래와 어제와 같은 푸른 하늘이 맴돌았다. "그건 사고였다. 아주 비극적인 사고였지." 뒤편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선 짙은 감정의 무게가 느껴졌다. "우리는 온세상을 누볐지. 그래봤자 보이는 것은 온통 모래뿐이었지만 말이다." "...언젠가 네 아버지는 새로운 하늘을 찾으려 했단다. 머지않아 찾아올 종말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도록." 지금은 흉측한 모습이 되었지만 그또한 한때는 당신과 같은 무리에 속했던 사람이다. 가족 말이다. 그는 당신이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 에반 이치몬지 "아니오! 눈을 떠보니.." "알아 들었냐고!?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건가?" 검객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난쟁이의 고함에 대화가 싹뚝 끊긴다. "라그레스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야. 나는 그분을 존경하지." "너는 그런 분의 물건을 훔치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어." "그리고.. 네가 부러뜨린 지팡이는 나의 소중한 작품이기도 하단 말이야!!!" 그는 핏대가 선 이마에 새빨개진 얼굴로 울분을 토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한 역작이 그 주인이 아닌 쌩뚱맞은 사람의 손에 망가졌다니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법도 하다. 게다가 물건의 주인은 기본적으로 마인들의 도시에서도 어느정도 명망이 있는 사람이었으니.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옆에서 화난 난쟁이를 지켜보고 있던 스테일도 당황스런 표정이긴 마찬가지다. 아무튼 꾸역꾸역 이어지던 대화는 위층에서 내려오던 미리암 때문에 잠시 중단된다.
777
그레이 휴
(sxfqQ0HCtc )
Mask
2021-10-27 (水) 17:13:30
>>720 고개를 끄덕였다. 실없는 말을 할 때와는 다른 눈빛에 나도 진지하게 답했다. "더는 자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적어도 피그니손은 짐승을 통제할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단서라도 주겠지. 그것으로 일단은 만족한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은 아직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면 보름달이 뜹니다."
778
수호이
(WvFxQ283Po )
Mask
2021-10-28 (거의 끝나감) 09:41:28
"맞아. 사고였어." "열기구가 모조리 불탔지만 어쨌든 사고였나봐. 성채 속에서 숨죽이다가 경고도 않고 공격한 덕에 떼몰살을 당했지만 악의는 없었겠지?" 사고는 우발적이고 악의없는걸 사고라고 부른다. 어떻게 그게 사고냐. 까마귀가 웃을 일이다. "그런 이상한 말은 하지 마.. 다른 말을 해 줘. 아저씨가 기억하는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다던지 하는....."
779
에반
(mxx3wnM3pw )
Mask
2021-10-28 (거의 끝나감) 16:35:05
빌어먹을 난쟁이같으니. 갑자기 소리를 치는 바람에 귀가 먹을 뻔했다. 라그레스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 지팡이에 어떤 사연 따위가 얽혀있는지도 알지 못하지. 하지만 모든 무기는 연장이 아니다. 소모품이었지. 그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대신 말 좀 해주시오 미리암." 내려오는 미리암에게 말하며 난쟁이에게서 한발짝 떨어졌어. 소리가 이렇게 크니 아마 듣고 있었겠지.
780
Narrator
(jJ/I/U/AqA )
Mask
2021-10-28 (거의 끝나감) 23:04:53
- 수호이 잠시 정적이 흘렀다. 머지않아 굳게 닫힌 입이 열리면,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런 뻔한 얘기가 다가올 차례다. "네 아버지 일류신은 뛰어난 지도자였다."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수많은 형제들을 이끌고 메마른 땅아래 숨은 낭만을 가르쳤지." 그의 말은 당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 하늘을 사랑했고 함께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했다. "누구보다 간절한 자유를 꿈꿔왔지만. 그러기엔 자신을 의지하는 시선이 너무나 많았던게야." "나는 그런 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의도가 없는 이타심이 결국 화를 부를 것이라 생각했지." "...아버지의 마음이 마지막 순간에 너를 지켜주었구나. 수호이." 당신의 이름이 나지막히 다가온다. 웽턴은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듯 했다. 여태까지 전혀 관계 없는 것처럼 굴어놓고 이제와서 살가운 목소리를 건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숨겨진 기억을 파헤치는 당신의 모습에 일말의 동정심이 일기라도 한 것일지도 모른다.
781
Narrator
(jJ/I/U/AqA )
Mask
2021-10-28 (거의 끝나감) 23:05:28
- 에반 이치몬지 그간 지켜보았던 미리암의 모습을 떠올리면, 당연하다는듯 도도한 목소리를 기대할만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소녀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런 어린년이 무슨.. 아니, 거기 너! 네가 그분의 이름을 팔아먹고 다녔구나! 맞지?" 난쟁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더니 미리암쪽으로 시선을 돌려 고함을 친다. "으으우, 아...." "저 자는 왜 이렇게 화가 난것이오?" 소녀는 얼버무리듯한 목소리로 도통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저렇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스테일은 이 상황이 굉장히 갑작스럽게 느껴졌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묻는다. "어서 말하지 못해!?" "내가 말해주겠네." 난쟁이의 윽박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 목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익숙할듯 말듯한 탱탱한 코가 먼저 눈에 들어선다. 당신은 아직 그를 기억하고 있을까? 볼트백에서 만났던 보석 세공사 김렛 말이다.
782
Narrator
(jJ/I/U/AqA )
Mask
2021-10-28 (거의 끝나감) 23:15:22
- 그레이 휴 "눈이 계속 내리는구먼! 잉, 돌아가서 마저 얘기하자구." 그는 당신의 이야기를 곱씹듯 찬찬히 입술을 들썩인다. 곧 표정에 걸친 무게감을 풀고 눈사태로 덮인 길을 성큼성큼 내딛는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거친 눈보라는 계속된다. 하지만 피그니손의 당당한 걸음을 뒤따르자 머지않아 떠나왔던 마을의 후문에 닿는다. 남들은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는지 정말 쉽게 길을 찾아냈다. 마을에 도착하자 두 사냥꾼은 부상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 이제 오두막 아래 남은 것은 피그니손과 당신 밖에는 없다. "이렇게 어두워서야 달이 떠도 보이지 않겠어! 안그런감?" "이런 오지까지 잘도 찾아오셨구만. 많은 이야기는 묻지 않겠네. 차나 한 잔 들자구!"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오며 당신에게 따뜻한 차가 담긴 잔을 건네온다.
783
수호이
(53vHrseGJA )
Mask
2021-10-29 (불탄다..!) 21:08:34
'선장님, 더 이상은 안됩니다! 이미 강하한 형제들까지 챙기려다간 여기서 모두 죽을 겁니다!' '멍청하긴! 여기서 형제를 버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야말로 모두 죽는 거야! 공수를 계속 내려보내!!' 그랬었지. 수호이가 열기구의 한구석에 웅크려 있을 때 아빠는 그랬었지. 한 사람도 헛되이 버리지 않겠다고.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지. 그래서 형제들이 아빠를 따랐지. 그래서 나만 두고 저세상까지 아빠를 따라갔어? 나쁜 놈들. "아저씨는 어떡하다가 그렇게 된 거야? 역시 마인들의 눈을 피해서 변장한거지?" "그 놈들은 아직도 우리를 찾고 있으니까...." 수호이는 웽턴을 힐끔 보았다. 기록 속의 웽턴과 동명이인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되었나. 수호이는 역시 마인 때문이라고 믿었다. 만악의 근원들
784
Narrator
(ER6Plw8FD. )
Mask
2021-10-31 (내일 월요일) 12:58:44
- 수호이 "그들에겐 더이상 우리를 쫓을 이유가 없단다. 그저 영역을 침범한 무리를 처단했을 뿐이지." 그는 마치 남의 일을 이야기 하듯 말했지만 끔찍한 과거를 되새기듯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오히려 너를 쫓는 것은 마석의 주인일테지. 그 물건의 주인은 무척이나 집요하니까." "총잡이들에게 물건을 주고 돌려보내는 편이 나을거야." 클린치 타운에서부터 시작된 일들이 지금까지 계속 당신의 발목을 붙잡았다. 웽턴은 그런 은행장의 강렬한 소유욕을 잘 알고 있는듯 작은 충고를 건네온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지겠구나. 돌아가서 마저 이야기하자꾸나." 변해버린 모습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는 대화를 이어가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하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고는 머지않아 여관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해온다.
785
에반
(31HF2Tb7ig )
Mask
2021-10-31 (내일 월요일) 13:07:34
저 빌어먹을 코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은 저 자에게서 마석을 받아들고나서 시작된 거나 다름이 없었지. "설명하는게 좋을거요. 가급적 빨리." 나는 여러번 보잘 것 없는 목숨을 걸어가며 마석을 지켜내왔다. 이야기를 들을 자격은 충분히 있었어.
786
Narrator
(ER6Plw8FD. )
Mask
2021-10-31 (내일 월요일) 20:17:55
- 에반 이치몬지 그의 갑작스러운 개입에 난쟁이와 미리암 모두 흠칫 놀란 기색을 보인다. "자네 오랜만이구만. 고민은 조금 해결되었는가?" 지난 이야기를 되새기듯 당신의 그렇지 못한 표정에 능글맞은 목소리를 건네온다. "이보게 친구. 그만 화를 거두게나. 자네 작품은 도둑 맞은 게 아니야." "그저 잠시 주인 잃은 물건을 맡고 있던 것일세." "주인을 잃다니요?" 잠시동안 미리암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그의 말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엘더벨트의 마학자라 소개한 저 소녀는 미리암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난쟁이도 의아한 기색을 보인다. "그래, 자네에게는 이야기해도 괜찮겠지." "라그레스는 얼마전 작고하셨네." 그는 코쟁이의 말에 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딜만큼 놀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금세 당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당신과 얽힌 이야기를 전혀 모를 스테일은 우두커니 사이에 끼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788
수호이
(hoVStSUbAs )
Mask
2021-11-01 (모두 수고..) 08:40:12
"쫓고 있어. 내가 봤다니까." 마지막 깃털 하나마저 뽑아버리기 위해 마인들이 쫓아온다. 진실일까, 수호이의 망상인가?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마석을 돌려주고 싶지도 않다. 수호이는 옷소매를 주욱 빼서 덮은 손으로 마석을 들었다. 그대로 웽턴을 따라 들어갔다. 중얼중얼.
789
캐서린
(IY1lMSr4mc )
Mask
2021-11-01 (모두 수고..) 20:38:38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인간은 천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아무리 거리감을 좁혀보고자 먼저 나서 보아도 냉담한 반응에 그저 울적할 따름이었다. 몇일일지 몇주일지도 모를 표류동안 간신히 만난 그나마 우호적인 존재가 이런 아이스맨이라니... 주머니에 굴러다니던 육포 쪼가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별을 보고 있자니 아프간의 하늘이 생각났다. 지옥같은 낮과 달리 세계에서 가장 경건하고 고요한 별의 오페라를... 그때와 비슷했다. 일단 자자. 지금까지의 긴장감이 풀리니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일도 이런 수준의 강행군이라면 조금이라도 자서 체력을 온전해야 할 것이다. ///장염 때문에 입원해서 못 들어왔었어요 ㅠㅠ 어우 열이 40도까지 끓으니..
790
그레이 휴
(U2uvju10dc )
Mask
2021-11-03 (水) 23:25:53
찻잔을 손에 쥐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오두막으로 들어오고 내가 얼마나 추운 곳에 있었는지 실감이 갔다. 저 눈보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잠시 차를 마시며 몸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하이디... 그녀가 이곳으로 가보라더군요. 자그마한 단서라도 줄 거라고." 대충 떠오르는 대로 서두를 던졌다. 개척단... 그때의 일은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 같으면서도 멀게 느껴졌다. 다시 사람과 함께하는 기분, 옛 동료와의 조우, 그리고 저주의 단서까지. 개척단에서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얼 해야 합니까? 야성의 제어는."
791
에반
(FG0QbTGyVg )
Mask
2021-11-05 (불탄다..!) 20:24:43
"라그레스인지 뭔지 쥐뿔도 관심 없소." 코쟁이. 놈은 이미 다 알고있었어.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이켜본다. 내가 퍽 관광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비행선에 바닷가도 들르고 술도 마시면서. 칼싸움도 조금 하고 며칠씩 잠에 빠져있질 않았나. 이거 완전 바캉스나 다름 없군. "그렇다면 댁은 왜 나를 저 빌어먹을 꼬마에게 보낸거지? 신중히 답하는게 좋을거요. 오늘이 자네 제삿날이 될 수도 있으니까." 당장은 손에 칼이 없었지만 다행히, 이곳엔 칼이 널려있었지. 안 그런가?
792
Narrator
(cCJa4ymuQE )
Mask
2021-11-06 (파란날) 18:30:03
안녕~~~ 거의 일주일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요새 일정이 많아져서 주말에만 이렇게 시간이 나네요...
793
Narrator
(cCJa4ymuQE )
Mask
2021-11-06 (파란날) 18:31:40
수호이주 중복레스는 삭제해드렸고.. 아프신데는 괜찮아지셨나요 캐서린주?? 어차피 텀이 긴 스레니까 너무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794
Narrator
(cCJa4ymuQE )
Mask
2021-11-06 (파란날) 18:45:01
- 수호이 웽턴은 당신이 남긴 구체를 회수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당신의 복잡한 사정을 알기나 하는지 여관은 손님으로 무척이나 붐볐다. 주인의 빈자리는 도리아가 맡고 있었고 레미도 양손에 쟁반을 든채로 정신없이 음식을 나른다. "어디 다녀오는 길이야? 아저씨가 뭐래?" 마침 당신과 눈이 마주친 소년은 잠시 일을 잊고 방금전 일어난 일에 대해 묻는다. 감춰진 과거를 알게된 뒤로 두 남매의 얼굴에서 웽턴의 옛 모습이 느껴졌다.
795
Narrator
(cCJa4ymuQE )
Mask
2021-11-06 (파란날) 18:45:31
- 캐서린 무거운 피로는 은박지가 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자장가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비록 영문 모를 사람과 갑작스러운 동행을 하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황무지를 방황하던 당신에게는 작은 안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잠에 들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숨소리마저 잊어버릴 무렵 무언가 날카로운 소리가 당신을 잠에서 깨운다. 눈을 뜨기 무섭게 좁쌀만한 모래조각들이 머리맡으로 튀어오른다. 잠에서 덜깨어 흐릿한 눈초리도 이윽고 들려오는 총성에 확신을 느꼈을 것이다. 아까 미사일 근처에서 마주쳤던 그 놈들일지도 모른다고. 옆에 서 있던 여자는 당신의 바로 옆에서 자세를 낮춘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796
Narrator
(cCJa4ymuQE )
Mask
2021-11-06 (파란날) 18:45:42
- 그레이 휴 "음,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구먼! 귀가 유난히도 큰 아이였지." 그녀의 이름을 말하자 마치 오래된 동향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듯 반가운 목소리로 답한다. "자네두 알겠지만 피를 타고 내린 습성은 절대로 고칠 수가 없네! 그 아이두 마찬가지였지만." "허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냐. 육체가 본능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또다른 자아를 이겨내야 하지." "내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했나? 아직 서로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 그는 말을 이어가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금엉금 기어가듯 창가로 걸어간다. "마침 눈이 그치는구먼." 얼어붙은 창가 너머로 휘몰아치던 눈발은 서서히 사그라들고 먹구름 사이로 어둠이 내린 하늘이 다가온다.
797
Narrator
(cCJa4ymuQE )
Mask
2021-11-06 (파란날) 18:46:03
- 에반 이치몬지 "내 말하지 않았던가? 저 아이가 자네 고민에 해답을 줄 것이라고." 김렛은 당신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억척스러운 웃음을 토해내며 말한다. 지나온 일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시간낭비나 다를바 없었다. 비행선을 습격한 총잡이들에게 죽을뻔했고,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와 모래벌레 떼의 습격을 견뎌내야했다. "오해는 말게나. 쓸데없는 심부름을 시킨 것은 아니니." "원래대로라면 이곳에 들르지 못했을걸세. 일정이 조금 흐트러졌기에 망정이지." "짧은 이야기가 되진 못할건데, 자리를 조금 옮기겠나?" 그는 처음으로 공감이 될법한 주제를 내뱉었다. 주변은 온통 먼지가 쌓인 쇳덩이였으니..
798
수호이
(encZO9rXAI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3:11:05
기록 장치를 보니 레미와 도리아의 얼굴이 다르게 보인다. 사실 아빠가 살아있었어서 다행이다. 아빠가 저렇게 되어서 안됐다. 수호이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걸 말해 말아. 웽턴이 말하지 않았으니까 나도 조용히 해야지. 수호이는 생각했다. "그냥 혼났어. 방에서 이상한 거 하지 말라고." 그래서 이렇게 둘러댔다. 수호이는 웽턴보다 남매의 눈치를 더 보는 기색이었다. 웽턴을 따라서 걸어가는 수호이는 이미 마음 속으로 입장을 굳힌 이후였다. "아직 안 끝났나봐..." 레미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나을 거다. 계속 마을에서 살 계획이라면 당연히 그렇다.
800
Narrator
(tq7DKUs0NI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4:07:58
- 수호이 "걱정마- 위층은 건너편 목수 아저씨한테 얘기 해뒀으니까.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해결해보기로 했어." 당신의 목소리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자 방금전 일은 신경쓰지 말라며 느긋하게 이야기해온다. "꼬마야! 우리 음식은 언제 나오냐?" "아, 예에! 여기 있어요!" "...이따 같이 위층으로 올라가보자구..!" 레미는 손님의 재촉에 나중에 이야기 하자는듯 눈짓을 주며 자리를 뜬다. 쟁반을 들고 허둥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언제까지 이곳에 남아있을 수는 없겠지. 클린치 타운에서부터 얽힌 이야기는 매듭을 풀려하면 할수록 더욱 단단하게 꼬이고 있었다.
801
수호이
(dgZfXph7SY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4:26:24
나는 가난한 이국의 방랑자. 비통과 비애로 가득 찬 세상을 떠도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원수의 손아귀를 피해. 수호이는 결코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호이는 땅의 노예가 아니다. 바람을 붙잡은 자유인이다. "바람처럼 스쳐갈 뿐야.." 모든 기쁨과 슬픔, 쾌락과 고통, 선인과 악인. 그 모든 것이. 레미의 뒷모습을 처연히 보던 수호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웽턴을 따라간다.
802
Narrator
(tq7DKUs0NI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4:58:25
- 수호이 현관을 나설 무렵 멀리서 경비단 노인들이 다가와 당신의 앞을 가로막는다. 굼뜬 뜀걸음으로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모습이 안쓰럽다. "헤엑.. 헤엑.. 얘야, 괜찮은거냐?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야 이 양반아! 앞뒤 자르고 무턱대고 그러면 어쩌나!" 노인 한명이 당신에게 얼굴을 거의 코앞까지 들이대자 다른 이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내뺀다. "어젯밤 마을을 습격한 놈들.. 그중 한 놈이 유치장을 빠져나갔다." "망할 늙은이가 꾸벅꾸벅 졸다가 총까지 뺏겨버렸어!" "그래서 여길 왔다. 혹시나 놈이 그날 밤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보복을 할까 말이야." 총잡이들은 모두 다친 몸에다 약에 취해있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일까.
803
수호이
(YEXsGx4XP.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5:58:46
보안관 할아버지들...! 믿고 있었는데 젠장! "어어. 어어어." 수호이가 알기로, 이럴 때는 보복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지원을 요청하려는 게 아녜요?! 다른 친구들한테!" 떼거지로 탈옥했다면 보복을 시도했을지도. 하지만 다치고 약에 취한 고작 한 명의 패잔병이라면 다르다. 일단 멀리멀리 도망치겠지. 멀리멀리 있는 친구들을 불러오겠지. "빨리 잡아야 해요, 그 짓을 또 할 수는 없잖아요!"
804
그레이 휴
(Zw6bpb1G0M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8:56:03
대화라, 이제까지 짐승은 교류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일방적인 관계였지. "글쎄... 그 또다른 자아를 제대로 본 적도 없습니다." 어깨를 으쓱하고 그를 따라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아까보단 훨씬 얌전해졌군. 그것과 마주하게 되는 걸까? 어쨌든 대화를 위해서는 만나야하니. 피그니손이 어떤 수를 쓸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절대 쉬운 방법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805
Narrator
(tq7DKUs0NI )
Mask
2021-11-07 (내일 월요일) 19:36:25
- 수호이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그놈이 여기 오지 않았을 거라 했잖아!" "그렇지 않아도 마을 전체를 샅샅이 뒤지고 있어. 몽롱한 상태론 얼마 멀리 못갔을테니." 가장 앞에 있는 노인은 큰소리를 치는 동료의 말을 애써 무시한채 말을 이어간다. "혹시 모르니 한명쯤은 여기 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이렇게 떠들 시간에 빨리 잡으러 가야 한다니까 그러네!" "#!$&*!#$" 대화를 이어가던 단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겹쳐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만..! 그마아아아안!!!!"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고함소리에 쓸데없는 논쟁은 그치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대로 다시 움직여볼테니 혹시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인다면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라." "영감도 참, 굳이 겁 많은 인간 멱살 잡을 필요가 있겠수? 어제 보니까 혼자 훨훨 날아다니더구먼." 노인은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는듯 급한 표정이 되어 급히 자리를 뜬다. 머지않아 나머지도 우르르 그의 뒤를 따라간다. - 그레이 휴 구름이 걷히고 깨어나는 하늘 사이로 한 줄기 달빛이 스며든다. 피그니손은 성에가 낀 창가를 문지르고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찻잔을 쥐고 있는 당신의 시선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선다. 머지않아 가슴 한가운데로부터 거친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이 순간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다. 내면의 좁은 틈을 비집고 꿈틀이는 또다른 자아의 숨소리를. 분명 보름달까지는 시간이 남았을텐데. 설마 마시던 차에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한걸까. 암전을 향해 추락하는 시선 사이로 늙은 염소의 얼굴이 들어선다. 그는 무어라 말했지만 들을수는 없었다. 그저 씰룩이는 입술모양만을 바라보고 유추해내는 수밖에는. 곧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어둠이 당신의 몸을 감쌌고 이곳에서는 오직 당신의 존재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의 끝자락에 닿은 시선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서서히 들어서기 시작한다. 평범한 키를 아득히 넘어서는 몸은 잿빛 털에 감싸였고, 그가 내뿜은 거친 숨소리는 당신의 귓가에까지 뚜렷하게 들려온다.
806
수호이
(KHlwmpoewU )
Mask
2021-11-08 (모두 수고..) 10:18:46
와르르 몰려와서 와르르 사라진다. 일이 이런 방향으로 돌아간다면 먼저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걸지도 모른다. 멀어지는 보안관 할아버지의 등짝만 수호이는 멀뚱히 보았다. "탈옥수부터 붙잡고 나머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내버려두면 총 든 사람들이 곱절로 밀려올거야." 수호이는 도망쳐도 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어쩌고. 큰 싸움이 두번이나 연이어지는건 좋지 않다고 여겼다. 싸움은 항상 물자를 허공에 후쳐버리는 짓이었고 황무지에서 부족하지 않은 건 부족함 말고는 없었다.
807
그레이 휴
(JyHB6hZ.t2 )
Mask
2021-11-13 (파란날) 20:34:28
당황스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둠 속으로 들어왔다. 서서히 어둠 속에서 짐승이 보였고,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대화를 하라고...?' 사냥꾼의 습관 때문일까, 여전히 녀석이 대화의 대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피그니손이 대화를 해보라고 했으니... 그 염소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는 수밖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808
에반
(km5.KcGk16 )
Mask
2021-11-13 (파란날) 21:21:23
잠시 주변으로 시선을 향하니 적적한 공기가 흐르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지. 순식간에 한 놈은 소중한 지팡이를 잃었고, 한 놈은 자신의 정체가 까발려졌다. 그리고 한 놈은 자기가 왜 여기 서있는지도 모르는 엿같은 멍청이였지. 그건 바로 나다. 곤충은 논외야. "그러지." 나는 코쟁이를 불신하고 의심하면서도 다시 그를 따라 나서고 있었어.
809
Narrator
(BcxsXMx14U )
Mask
2021-11-15 (모두 수고..) 23:54:58
- 수호이 때마침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우르르 여관을 나온다. 총잡이가 달아난 사실을 모르는지 넉살 좋은 표정으로 농담 따먹기나 하며 말이다. 지나치는 사내들 사이로 당신은 잠시동안 얕은 고민에 잠겼다. 이제서야 끝났다고 생각했던 숨바꼭질이 끈질기게 발목을 붙잡아 온다. 무심코 상자를 내려놓았던 자리로 돌아가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웽턴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웽턴의 눈동자가 닿는 곳에는 이름 모를 사내가 서 있다. 한 손에는 총을 든 채로. "인사가 조금 늦었네 친구." "그래, 오랜만이군. 하지만 이젠 아니지 않나." 총잡이가 모자를 들어올려 인사를 건네지만 웽턴의 목소리는 싸늘하기만 했다. "자네도 알지 않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말이야." "그 여자애. 우리 물건을 가지고 있어." "알고 있네. 돌려 달라고 이야기를 해봤지. 하지만 싫다는군." "뭐..... 하하, 이봐. 지금 내가 말장난이나 하려는 것처럼 보이나?" "장난? 무슨 장난 말인가? 흑색마력에 날 내동댕이 쳐놓은 장난?" "아니면, 가짜 나침반을 흘려 일류신을 연합으로 향하게 만든 장난?" 항상 느긋하게 들려왔던 웽턴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한다. "또 시작이군, 그 지긋지긋한 옛날 이야기!" "그렇게 할 이야기가 없나? 오랜만에 만나서 말야." "뭘 하고 지냈는지, 하다못해 안부인사 정도는 건네줄 수 있잖나?" "...그래,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지. 지난 일은 잊고 새로운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비록 친구와 가족 모두를 잃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네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둘은 아직 당신을 발견하지 못한듯 불똥이 튀는 대화를 이어간다.
810
Narrator
(BcxsXMx14U )
Mask
2021-11-15 (모두 수고..) 23:55:07
- 그레이 휴 짐승은 고개를 돌렸다. 노란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한다. 투박한 주둥이 아래로 거친 털가죽과 기이하게 변형된 근육이 보인다. 눈에 담기 기쁜 생김새는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두렵지는 않다. 당신이 다음 숨을 고르기 직전 놈의 주둥이가 코앞으로 다가선다. 진득한 침이 이빨 사이로 흘러내렸고 뜨거운 입김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네가 왜 이곳에 있는거지? 그레이 휴." 그는 마치 열어선 안될 상자를 바라본 것처럼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흘린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손톱을 들어올려 당신을 할퀴려 하지만 짐승의 손바닥은 허공을 스치듯 당신을 뚫고 지나간다. "그래, 반칙을 사용했구나. 반칙이야.." 놈은 잠시동안 놀란 표정을 짓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가려움을 느끼듯 병적으로 팔을 긁어대기 시작한다.
811
Narrator
(BcxsXMx14U )
Mask
2021-11-15 (모두 수고..) 23:55:15
- 에반 이치몬지 당신은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커다란 문을 지나 무기가 쌓인 창고를 떠나자 널따란 복도가 눈앞을 맞이한다. 사방이 트인 길은 물건으로 꽉꽉 들어찬 공간과 반대로 텅빈 것처럼 무겁고 고요했다. "그새 궁금한 것이 바뀐 모양이야. 자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저 아이에게 보석을 쥐여 보냈느냐가 아니라." 세공사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건네오며 앞서 걷는다. "내가 그땐 조금 취해서 자네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못했네. 그 점은 사과하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자네가 쉬는동안 칼에 담긴 발자취를 되짚어 보았네." "내가 한 것은 아니고. 저기 저 친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거야." 그가 말을 건네자 난쟁이가 당신을 퉁명스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럼 이제 내가 궁금한 점을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저 애는 누굽니까? 어째서 본인의 죽음을 감추면서까지 저 아이에게 지팡이를 건네준겁니까?" 그또한 이 상황이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난데 없는 불청객의 난입에 가까이 지냈던 어르신의 마지막조차 타인의 개입으로 알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812
수호이
(f.IcGGv5dw )
Mask
2021-11-16 (FIRE!) 21:15:39
이걸 어쩌나. 수호이는 여기저기 서성거렸다. 역시 웽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 마침 저기 그가 보이니까 가서 말해아겠다. 그러나 수호이는 걸음을 멈춰야 했다. 재빠르게 모퉁이 뒤에 숨었다. 할아버지 당신이 맞았어! '이렇게 찾아와주면 나야 좋지. 넌 죽었어!' 구렁이처럼 권총을 꺼냈다. 놈이 웽턴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총을 든 손을 쏘면 되나. 수호이는 어떻게 놈을 제압해야할지 궁리했다. "아니면, 가짜 나침반을 흘려 일류신을 연합으로 향하게 만든 장난?"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수호이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813
Narrator
(0rjtUB3H9w )
Mask
2021-11-18 (거의 끝나감) 14:50:13
나레입니다~~ 패러 체험할 기회가 생겨서 타봤는데... 수호이 대단한것 같아요 ㅠvㅠ
814
수호이주
(NqQnAoKwb. )
Mask
2021-11-19 (불탄다..!) 09:10:37
정작 수호이주는 패러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는게 유우머입니다
815
Narrator
(gVzXKz10hg )
Mask
2021-11-20 (파란날) 16:05:18
- 수호이 "진심으로 서른 번도 넘게 말하는 얘기지만. 사적인 감정은 없었어." "자네도 알다시피 나같은 인간들은 돈에 얽히고 얽혀 살아가는 족속들 아닌가." "그래, 자넨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은행장이 일류신을 집어삼키려 했다는 것을." 보석으로 이어진 악연은 이제는 지긋하게 들릴 은행이라는 곳과 지독하게 맞물렸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어. 그 방정맞던 친구가 이렇게나 무게를 다 잡고 말이야." "장황한 이야기는 그만두지. 그 애는 어디에 있어? 보석은 어디에 있느냐고?" 총잡이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그는 화를 내며 웽턴을 다그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곧 사내는 이를 바득 깨물고 어깨를 으쓱이더니 등을 돌린다. "끝까지 말 안하겠다 이건가. 좋아, 로웬." "사라진 줄 알았던 제 애비가 이런 흉측한 몰골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안돼..!" 협박과 절망어린 목소리 사이로 외마디 총성이 울려퍼진다. 다리에 총을 맞은 로웬은 고함을 지르며 쓰러진다.
816
Narrator
(gVzXKz10hg )
Mask
2021-11-20 (파란날) 16:07:35
>>814 나중에 한번 시간 되시면 타보세요~~ 속 다 뒤집히는줄..
817
에반
(ByO1nL/Aoo )
Mask
2021-11-20 (파란날) 16:24:34
'조금' 취했다고? 여기 온 이래로 가장 재밌는 소리군. 이 친구가 유머감각이 있는지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다. 하지만 취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이 빌어먹을 황무지 공기에 말이야. 난쟁이 친구도 지금이라는 듯 질문을 던져오기 시작했지. 뭐든지 물어보면 답해주는, 인포데스크에 온 것처럼 말이야. 솔직히 나도 궁금했어. 그럼 저 '미리암'은 누구며, 나는 누구를 위해 칼을 들고 있던 건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