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줄 아는 거라곤 방아쇠를 당기는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엄청난 기술력이 응집된 대형 무기를 헤집고 있다.
짐승같은 눈을 히죽이는 것보다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멍청한 짓에 식은땀이 흐를지도 모른다.
당신은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옆을 지키고 있는 사내 때문에 쉽사리 꺼내쥘수가 없었다.
그는 조금 날카로워진 시선을 의식했는지 콧방귀를 끼며 당신을 쳐다본다.
"더러운 엉덩이 치워 이 자식아!"
"잠깐 있어봐! 두목이 빼는 법을 가르쳐 줬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둘은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있었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시선에 무력하게 묶여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억!"
당신의 옆에 서 있던 사내가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뱉고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기를 헤집던 나머지 둘도 순식간에 무언가에 저격당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한다.
- 에반 이치몬지
[ 기습베기의 효과로 공격 회피율이 37로 증가합니다. ]
"날 너무 원망하진 마시오. 상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괴물들이니.."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채로 꿈틀대는 벌레들을 향해 힘껏 몸을 던진다.
굉장히 투박해보여도 휘두르는 합마다 날카로운 힘이 실려있다.
해변 펍에서 술이나 나눌때는 알아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당신도 그를 따라 검을 휘두르지만 무거워진 몸 탓인지 쉽게 기회가 오질 않는다.
어느덧 눈앞을 가리던 수많은 벌레들이 쓰러지고 두어 마리 정도만이 남았다.
그마저도 한 놈은 미리암이 쏘아올린 마력의 잔해에 휘말려 계속해서 살점이 뜯겨나가고 있다.
에반 이치몬지 HP 19/88 [ 고유 특성 - 신기 : 마법에 강한 내성을 가져 마법 방어력이 5 상승하고 마력을 지닌 대상과 전투를 취할때 근접무기 공격력이 마법 방어력 수치의 절반만큼 상승하게 됩니다. ] [ 근접무기 공격력: 39 / 물리 방어력: 17 / 공격 명중률: 53(+3) / 치명타 확률: 90 / 공격 회피율: 49(-2) ]
엘더벨트의 미리암 HP 27/52 MP 0/124 [ 고유 특성 - 마력 장막 : 상대로부터 입은 피해를 마나로 대신합니다. 단, 근접/화기 공격에 노출되면 2배의 MP를 소모합니다. ] [ 마법 공격력: 60 / 물리 방어력: 5 / 공격 명중률: 51(+2) / 치명타 확률: 100 / 공격 회피율: 38(-2) ]
여섯 팔 곤충검객 스테일 와치버그 HP 121/130 [ 고유 특성 - 수 많은 팔(세개의 무기를 동시에 쥘 수 있는 와치버그는 상대보다 세배 강한 타격을 주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의 공격으로 세번을 공격하는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 [ 근접무기 공격력: 42(*3) / 물리 방어력: 21 / 공격 명중률: 41(+3) / 치명타 확률: 73 / 공격 회피율: 50(-2) ]
모래벌레 HP 36/100 [ 상태 이상: 대융합(대상의 체력이 모두 고갈될 때까지 공격이 지속된다.) ] 모래벌레 HP 100/100
[ 끈적한 체액 - 입은 피해로부터 10% 즉시 회복한다. ] [ 근접 공격력: 30 / 물리 방어력: 12 / 마법 방어력: 8 ]
- 그레이 휴
기억에 떠오른 이름을 읊자 염소는 낯익은 이름을 대하듯 고개를 기웃거린다.
"잉?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감?"
역시나 이 사람이 맞는 것 같다. 횡설수설하는 모습만 봐선 믿음이 가진 않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람이라니.
"에잉, 하얀발 그 친구도 너무하구만! 길잡이를 믿을만한 사람으로 써야지. 이런 날씨에 길도 잘 모르는 녀석들을-" "그런데 젊은이가 거길 갈 이유가 있기라도 한감?"
요새로 향하는 길은 굉장히 험하다고 들었다. 그의 입장에선 당신의 사정을 모를테니 당연히 궁금했을 것이다.
- 수호이
웽턴의 표정이 심각하게 안좋아진다. 항상 나긋했던 사람이 저런 얼굴을 할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그거 이리 내거라. 저 자들한테 돌려줘야겠다."
순식간에 차가워진 분위기 속에 그는 정적을 깨뜨리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당신을 쫓는 위협이 보석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저 표면적인 이유일뿐. 상자에 담긴 기억이 더이상 밝혀지기 원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는 팔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강해지나 보군. 그 모습은 마치 아수라였지. 어릴적 얘기로만 들었던 괴물말이야. 그래, 또다시 내 고향과 스승 이야기다. 과거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나지 못하는게 늪과도 같지. 그리고 저기 벌레 한 놈도 늪에 빠진듯 보이는군. 적어도 난 저녀석처럼 살점이 뜯겨나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같을지도 모른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건지 나는 아주 잘 알고있으니까... 고통을 끝내주지.
"그래, 그러지." 유진은 다친 그의 옆에 멈춰선다. 그리고 등에서 엽총을 꺼내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우선 위험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주변 지리를 익혀둔다. 위험이 있다면, 선제공격을 할지 숨을지 판단내릴 것이다. 기습같은 최악의 상황은 없어야지. 아마 유진은 밤새 경계할 생각인 것 같다.
이 여행길은 그게 제일 문제였지. 혼자가 아니라는거. 차라리 이 곤충검사에게 미리암을 맡도록 설득하고 떠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친구는 나보다 팔이 많지 않은가. 그 중 셋이 잘려나갔더라도 어중이 떠중이 검사 한 트럭보다 세 배는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예를들어 나같은 이빨 빠진 녀석들 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 그것이야 말로 내가 병들고 무능하다는걸 받아들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 자랑스러워서가 아니라 두려워서다. 난 언제나 그걸 피하며 살아왔다. 이번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어. 기절한 미리암을 거의 어거지로 들쳐업는다. 경박한 소녀의 무게가 지금은 마치 나를 짓누르는 것 같군.
"이봐, 우린 당장 팡타그뤼엘로 가야 해. 길을 알고있나?"
아픈 기색을 숨기지 않고 곤충검객에게 말했지. 황천을 걷더라도 벌레 사이가 아니라 사람 시체들 위에서 누워야하지 않겠나.
멍청한 답변에 알콜과 담배가 당겼다. 진심으로. 그 때였지. 길 잃은 개마냥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고 있을 때, 순간 어디서 났는지 모를 광활한 빛이 번뜩였어. 지금 와서야 말하는 거지만 당시 나는 조금의 과장도 보태지 않고, 번개를 맞고 세상과 하직한 줄 알았지. 그 정도로 운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빛이 지나가고나니 완전한 다른 세계가 찾아왔더군.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대지가 천국처럼 보이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 이건 진짜 마법같군."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 이런 제길, 방금까지 사경을 해매고있었다고. 벙찐 눈을 하고 바닥에 나뒹구는 나무지팡이 조각을 바라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