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과학 부분은 엄청 열심히 듣지는 않았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수은이 상온에서 액체이니까. 금속이 물처럼 흐른다니! 로 놀라워했을 수도 있고.. 그리고 바르면 일시적으로는 피부를 매끄럽고 희게 만든다고 하던가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물론 이후가 문제지만요. 라고 말합니다.
"우연도 필연도 사실은 둘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 스바루는 흰 웃음을 지으며 배를 타자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면 오리배와 모터 오리배를 가리킵니다.
"편하려면 모터가 좋겠지요?" 그냥 오리배도 운치가 있지만, 그거 페달인걸요. 다만 페달 오리배는 조난수준만 아니라면 꽤 오래 떠 있을 수 있는 느낌이죠.
"모터도 이상한 짓만 안 하면 속성으로 들어도 다룰 수 있지만요." 모터를 끄고 둥둥 떠 있다거나도 가능할 것이다.
중금속의 위험은 생각도 못한 것은 물론이고 지금 시대에도 수은의 위험성이 아주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언제는 라듐을 시계바늘에 형광물질로 썼는데. 그걸 바르는 붓을 세운다고 핥는 일도 일어났던 걸까요.. 라고 생각하면서 어리석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럴지도요? 라면서 웃었습니다.
"그렇겠네요..." 그럼 간단하게 설명은 들어야겠지요? 라면서 간단하게 들으려 합니다. 기껏해야 모터를 켜고 끄고 방향조절하는 법 정도.. 그리고 비상시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도지만요. 정 귀찮다면 둘이 아니라 셋이 타는 것도 있습니다만..
"네. 아가씨." 정중하게 손등에 입을 댈 듯 말 듯 가까이 대려 합니다. 숨결은 아주 옅게 느껴졌지만 진짜로 닿지는 않았을지도요? 그렇게 장난스러운 손잡음 뒤에 레이디를 태웠을까요? 생각보다 오리배 안은 아늑했을 겁니다. 보통 모터보트처럼 천장이 없는 형태가 아니라서 더 그랬을지도
비소가 든 초록색이 예뻤다는 게 문제였겠지요. 예쁜 색은 가끔 유독하곤 합니다. 스바루도 피할 수는 없어요. 그저 물감이 묻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다일 뿐.(고개끄덕) 라듐은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장난이었죠?" 손등에 입이 닿지 않았으니 다행입니다. 거리감각은 뛰어나거든요. 적당한 거리를 찾고, 스바루는 천천히 에스코트하며 운전합니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고, 생각보다는 부드러운 운전이네요. 가까이서 보니 더 낭만적인 광경입니다. 빛나는 강물과 물고기. 그 위에 뜬 자신.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았기에 아름다울 수도 있고. 사람이 손을 대어 아름다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은 둘 다 반대일수도 있겠지요.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어 물에 살짝 담가 봅니다. 물고기가 살짝 장난치듯 옵니다.
빛나는 방사능 물질을 보석으로 알고 장신구로 만든 사건도 있었죠... 어쩌면 후대인은 선대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 보다 안전한 삶을 누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라듐하니 마리 퀴리가 앞치마에 라듐을 넣고 다녔다는 일화가 생각나네요.(바빠서인지 위험성을 몰라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했는데 66세?까지 살았다는게 정말 신기합니다...
손등에 입술이 닿았다면 부끄러움에 손을 확 당겨버렸을지도... 스바루가 제법 자연스러운 운전을 하자 레이나가 물었다. 운전을 잘 하시네요! 자동차 면허라도 있으세요? 왠지는 몰라도 스바루라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가득 찬 목소리였다.
"전자는 이런 물고기같은 자연이고, 후자는 보석이겠죠?"
보석은 원석을 깎아내는 과정으로 아름다워지니까요. 그리고 원석을 깎는 건 인간이고요. 그녀 역시 손을 물에 살짝 담궜다. 물고기가 도망치는 녀석도 있고, 다가오는 녀석도 있자 귀엽다는듯 살짝 미소지었다.
"있을까요 없을까요?" 장난치듯이 문제를 내보는 스바루입니다. 확신을 흔들고 이지를 흐리게 하는 화법을 슬쩍 섞은 듯 자연스럽네요. 스바루주로써는 있다고 하고 싶긴 하네요.
"고교 때 자가등교를 했거든요." 기숙사였는데, 학교가 기숙사랑 멀리 떨어져서 그런가. 자가용을 타고 가는 애들 4분의 1.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는 애들 소수. 그리고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이들도 꽤 있었네요. 그 외에는 자전거나 킥보드..혹은 셔틀버스도 있었다고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그렇네요." 보석은 깎아야 아름다운 법이다. 그 컷팅의 과학은 생각보다도 더 정교하니까. 그런 것들을 묘사해내는 것도 간혹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라고 스바루는 생각하며 천천히 운행합니다. 살짝 소용돌이치는 곳에서는 빙글빙글 돌아보기도 하네요.
애매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언젠가 모터시아클을 타는 배역을 하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뮤즈는 또다시 도약할 수 있으리라 믿기에. 말은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어보입니다. 둘 다 상관없는 것과 여객선.. 여객선을 통째로 빌리는 것은 본인으로썬 조금 부담이므로.(집안 도움이 있다는 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좋은 티켓을 사는 게 좋겠지요?
"여객선 티켓은 생각보다 비싸진 않더라고요. 인기라서 그런가요.." 인기리이기 때문에 적당히 자주 나가는 듯 비싸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인기있는 방이나 인기있는 시간대에는 좀 경쟁이 있겠지만요. 손을 겹치자 어쩐지 얼굴이 살짝 발갛게 물들까요? 은빛이 희미하게 비쳐서 색을 줄여놓아서 다행이구나?
"일이 다 끝난 후에 여가 시간을 꿈꾸듯 보내는 것은 좋아요." 저는 그런 여가 시간들이 모여서 영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믿거든요. 라면서 오늘같은 낭만적인 날을 그려낸다면 정말로... 좋겠네요.라는 묘한 몽롱함이 담긴 표정으로 레이나를 바라보네요. 그 와중에도 배는 잘 조종하는구나.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싸서 인기가 많은 건가. 인기가 많아서 싼 건지.. 그것은 알기 어렵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정의내리는 것에 따라 다르다지만. 언젠가 이것의 답을 내리게 된다면 둥글둥글한 그림에 녹여낼 수 있을까?
"인기도 많고... 횟수도 많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시같은 말을 한다는 평에 작게 웃습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기본적인 어휘력 정도는 있으니까요. 라는 답을 건넵니다. 스바루는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어휘를 잘 쓰고.. 그게 시처럼 보일 개연성도 충분하지요.
"영감은.. 이상하지요." 거창한 자연에서도 얻을 수 있는 걸 작은 조각 하나에서도 얻을 수 있고. 조각에서 얻을 수 있는 걸 거창한 자연에서 얻을 수 없기도 하다니.
"하지만 전방주시는 잘해야겠지요?" 라면서 능숙하게 앞을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짓습니다. 장난기에 조금 진지하게 대하긴 했지만. 전방주시가 중요한 건 맞잖아요?
"음... 그게 정답일수도 있겠네요. 인기가 많아서 값이 싸졌다라. 아니면 기술의 발달로 여객선을 더 띄우는게 가능해지면서 희소가치가 떨어져서라던가..."
사람들이 명품을 원하는건 그 이름값도 있겠지만 그것이 무척 희소하기 때문이라죠. 자신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더 비싸고 가치있는 것을 찾다 그것이 흔해지면 더 귀한 것을 찾고... 여객선도 본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다 일반 서민들도 마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면서 표값도 자연스레 낮아진거라던지... 그녀는 여기에 "물론 이는 제 추측일 뿐이지만요." 라고 덧붙였다.
그 표현 좋네요. 그녀는 스바루의 말에 맞장구 치듯 말했다. 이는 제 생각일뿐이지만, 영감이란 나비와도 같아서, 내 주변을 빙빙 돌다 가볍게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쉽게 잡히는 듯 하면서 절대 잡히지 않기도 하고. 잡으려고 애를 쓰거나 가둬버리면 오히려 얼마 못가 죽어서 참 변덕스러운 존재같달까...
여유를 즐기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 그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요. 그녀는 스바루의 말에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바루의 말에
"영감과, 영감을 주는 사람은 별개인가요?"
라고 물었다. 영감과 영감을 주는 이는 엄연히 다른 존재일까요? 요즘들어 궁금해지더라고요. 영감과 뮤즈는 떼어놓을 수 있는 존재일까? 사실, 뮤즈가 없어도 영감을 얻을 수 있잖아요? 산에서, 들에서, 하늘에서... 거의 모든 곳에서 얻을 수 있잖아요. 그녀의 눈빛이 꽤 진지해보였다.
"약속을 어길 사람으로 보이진 않으니 다행이네요." 부드럽게 웃는 스바루는 발견자라는 말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개척자라고도 볼 수 있으려나요. 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감을 줄 만한 이가 나타났는데 알아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치.. 다이아몬드를 못 알아보는 사람 같은 감각일까요?
"그렇죠. 고민이 있었지만. 어쩌면 그런 고민조차도 전 아름답다고 느꼈지요." 예술가란 이들은 그런 고난조차도 원동력으로 삼으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고민에 매몰되지 않도록 했겠지..
"희망을 얻었다니 다행이네요." 고난과 역경... 그리고 희망. 예술에선 고전적이지만. 고전이란 고전인 이유가 있지요?
"이런 이야기들로 생각나는 것들을 한 번쯤은 쏟아부어야겠네요." 다음에 전시회 하면 꼭 초청할 테니까요. 라고 속삭입니다.
희망만 있다고 다 해결되지는 않지만 희망이 아예 없어서는 그것도 곤란합니다.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 느낌 저도 받았었어요." 그래서인지 이런 자리가 편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귀뜸하듯 말하며 가장 좋은 자리는.. 아늑한 저 쪽 자리네요. 라고 말합니다. 커튼이 쳐져서 벽인 줄 알았지만 살짝 걷으면 문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그 곳은 처음 오는 분들은 잘 모르는 게 당연할 정도죠?
"메뉴판은 저기 있네요." 뭘 드실 건가요? 라고 말하면 메뉴판에 적힌 것들을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카페..쪽도 있지만 아기자기한 티타임 종류도 존재합니다.
그런 곳이 마침 비어있다니. 왠지 행운이라 생각되네요.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듯 이야기했다. 꼭 단골들만을 위한 자리같이 느껴져요. 커텐으로 가린 문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적은, 말 그대로 vip룸같달까...
"에이, 뭘요... 빛이 난다니..."
본연으로 빛난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얼굴이 살짝 빨갛게 변했다. 재투성이 원석이라니 왠지 신데렐라가 생각나네요. 신데렐라가 요정 대모의 마법으로 재투성이 하녀에서 아리따운 공주님으로(신데렐라는 처음부터 미인이었지만) 변하는 것을 재투성이 원석과 공통점으로 생각한 것 같다.
"사람을 뮤즈로 삼은게 처음이라고요?"
그럼 그 전엔 자연물을 보며 영감을 얻은거예요? 그녀는 고양이나 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행운이었죠. 라고 동의하는 스바루입니다. 단골들만을 위한 듯 가려진 이 자리... 라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신경 쓴 테이블을 쓸어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건물에 세를 얻은 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주인의 것이고 이 카페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한 게 있으셔서 다행이지요? 라고 웃습니다.
"빛이 나는 걸 난다고 하니까요?" 빙긋 웃습니다. 빛나지 않는 것을 빛난다고 할 순 있어도 빛나는 것을 빛이 안 난다고 폄하하면 못 써요. 라고 나른하게 말해줍니까?
"뮤즈의 개념이 어디까지인가... 라는 건 조금 논란이 있지만요.." 사람을 뮤즈로 삼은 건 처음이지요. 라고 말하면서 그 전까지는 배운 것과 스스로의 생각.. 그리고 보고 들은 것들의 조합으로 살았지만. 빛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소설처럼 알을 깨고 나왔지요. 라고 속삭입니다. 밀크티의 나른한 향이 흐릿하게 스바루의 인상을 흐리게 하나요?
반짝임이 덮여버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스캔들. 스폰서. 그런 것들로 인해 충격받는 것도 사실은 궁금했지만, 그것들을 일부러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스바루의 본질이 선하니까요.
"믿어드리는 거에요." 하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고 믿는 게 아니니만큼... 철저한 계약인 걸지도 몰라요? 라는 농담을 하고는 웃습니다.
"잘 나간다고 무시하다니요." 그건 제가 말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라고 조금 삐진 것처럼 말하지만 진심이 아닌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꿈을 포기하기 없기라는 말에 그래야죠. 라는 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도장이라고 맞대는 것에 조금 생경한 듯한 표정을 짓나요?
"...그래요. 약속." 고개를 끄덕입니다. 도장을 찍고는 고운 손으로 잔을 들고 홀짝입니다.
간혹, 앞에선 반짝반짝 빛을 내지만 뒤로는 검고 길다란 그림자를 늘어뜨린 스타들이 종종 있지요. 그것이 스캔들 때문이건, 스폰서 때문이건, 아니면 다른 유혹들과 향락 때문이건... 레이나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려 하지요. 스스로를 망쳐가며 꿈을 이룰 생각은 없으니까요.
"에이~ 농담이죠, 농담! 저나 스바루 씨나 그럴리는 없잖아요~"
그가 살짝 삐진 것처럼 말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스바루 씨, 제가 성공해서 아주 유명해진다해도, 스바루 씨와 인연을 끊지 않을거예요. 앞서 말했듯 스바루 씨는 제게 소중한 존재가 됐으니까요. 그녀의 말엔 한치의 거짓도 없었다.
"구두계약이지만, 딱히 계약서는 필요없겠죠?"
우리 둘 다 서로를 배신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시며 중얼거렸다.
스바루에게서 연락이 온건 그날 전시회 이야기를 한지 꽤 된 후였다. 초대장을 받은 레이나는 옷장을 활짝 열었다. 그가 자신을 전시회에 초대했는데 아무거나 입고 갈 수는 없단 의미였을까, 그녀는 심혈을 기울여 그날 입을 옷을 골랐다.
그리고 그가 말해준 시간에 도착해 전시회장을 들어가보니 잘 차려입은 스바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왠지는 몰라도 처음 만났을때의 부스스함이 생각나 웃음이 지어졌다. 그땐 왠지 털이 부스스하게 뻗친 고양이같았지. 그녀에겐 즐거운 추억이 된걸까. 레이나는 갖고 온 꽃다발을 그에게 건내며 말했다.
레이나를 기다리는 동안 평론가 몇과 인터뷰를 했지만. 생각보다 잘 풀려서 기분이 좀 좋았습니다. 그것은 영향을 미칠 거니까요.
"반가워요 레이나 양" 스바루는 잘 차려입은 레이나를 보고는 조금 편하게 입고 오셔도 괜찮았는데요. 라고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을 겁니다. 확실히 부스스했던 첫 만남에 비하면(물론 그 때에도 외모는 죽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 달라진 모습일까요? 머리카락을 조금 길러 꽁지머리로 묶은 거 외에 달라진 거라곤 옷을 잘 빼입은 건데.
"저랑 -씨랑 같이 합작한 작품이에요. 여길 보면 같이 제작한 사람의 이름이랑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어요." 저 혼자만 제작했다고 하면 저는 파렴치한 도둑이 된답니다? 라고 약간 능글맞게 말하면서 하나하나 안내해 주려 할까요? 도슨트가 설명해주는 것도 좋지만 작가에게서 듣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면서 거대한 캔버스 위에 바로 그려진 알 수 없는 색의 흐름을 가리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역동적인 흐름일 뿐인 것 같지만 점점 멀리 떨어지면 그 흐름이 정말 움직이는 것 같아지고 아주 멀리에서는 무언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일까요? 그래서인지 이 그림이 있는 곳에 진입하면 그림을 가장 가까이 보도록 공간을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에이, 그럴 수는 없죠. 여긴 스바루 씨의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시된 곳인걸요. 그 열정에 경의를 보여야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옷이라봐야 평소와 같은걸요. 라며 작게 빙그르르 돌았다. 원피스에, 하이힐에, 모자와 가방... 오히려 화장에 더 힘을 줬지요.
"공동저작인가요? 후후, 맞아요. 다같이 한것을 혼자 했다고 하는 사람은 파렴치하기 그지없어요."
그녀는 스바루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들을 감상했다. 어머, 신기한 그림이네요. 꼭 파도같아.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감탄하며 말했다.
열정에 경의를 보인다는 말을 하자 쿡쿡 웃습니다. 힘을 준 것을 보며 예쁘네요.. 라고 중얼거리며 조금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공동저작이니까요" "다같이 한 것이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스바루입니다. 안내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아무에게도 안 보여준 것도 있지만 설치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보여준 건 있지만요?" 그래도 정식으로 처음 보는 건 레이나 양이랍니다. 라고 답합니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과 빛을 이용하는 그림들...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보여줍니다. 하루 종일 보여줘도 모자란 것 같지만 사람이 없었어서 가능했을지도요?
영화같다는 말에 글쎄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스바루의 집안 같은 유서깊은 곳에서는 실제로 쓰일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원하고 소유하는 것은 그림의 숙명이자 모든 예술의 어쩔 수 없는 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바르는 그렇게 생각했었죠.
"스스로를 믿어도 되겠지요." 그리고 너무 깊지 않는다는 말에 그렇다면 레이나 양도 스스로를 믿고 있기를 바라요. 라고 부드럽게 말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곳에. 붓을 들어봅니다. 물로 그어보는군요. 물인 만큼 마르면 아무것도 없겠지만 희미한 물의 흔적은 붓을 이끌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하셔도 좋고.. 아무거나 그리셔도 좋지요?" 다른 붓을 들어서 슥슥 물로 그려낸 것은 레이나의 얼굴 캐리커처입니다. 물로만 그려져서 금방 사라졌음에도 잔상처럼 남은 물그림지요.
물론 물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물감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사실을 가르쳐주진 않은 채 그저 웃고 있습니다. 레이나가 그리는 것들을 머리속에서 색을 입힌 채 상상해보는 스바루는 레이나가 어린애 수준이라는 말에 어떤 분은 어린애 수준을 따라하려고 얼마나 노력하셨는걸요. 라고 답하고는
"인상과 입체는 의외로 어린 손에서 크게 나타나곤 하니까요." 잘 그리는 것이랑 어린 손에서 그리는데 잘 그려진 그런 건 어렵다고요? 라는 답을 말하고는 이거 말고 다른 것도 해보실래요? 라고 가볍게 묻습니다. 옷감을 물들이는 체험이네요. 밀랍같은 것으로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고 물들이면 밀랍 부분만 물들지 않은 채로의 추억이 됩니다.
"레이나 양을 그려본 거죠. 곧 수분기가 사라지고 투명하게 말라버리겠지만요." "어린이처럼 그리면서도 잘 그린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어린 아이들의 순수성과 잘 그린다는 걸 공존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평생을 노력한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 스바루입니다. 하긴.. 그런 방면은 그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을까.
"고민되긴 하지만 가벼운 그림도 좋아요." 물들인 뒤에는 녹일 테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스바루는 섬세한 그림을 그려내네요. 그러다가 레이나가 그린 것을 봅니다.
"이번에는 절 그려주신 건가요?" 와아. 라면서 기뻐합니다. 한번 물들여볼래요? 라면서 가리킨 색소들을 가리킵니다. 섬세한 그림이 그려진 손수건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면 밀랍 사이사이에 물들이지만 밀랍이 있는 곳은 하얗게 남아서 그림이 남습니다.
"고맙긴요. 여기에 있는 모든 작품은 하나뿐이 되는 거니까요." 아참.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가져갈 수는 있지만 사진을 찍고 가져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응원의 말에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이따 봐요." 라고 말하다가 일정을 마친 후 뒷풀이라는 이야기에 오늘은 있지만요. 라고 말합니다. 혹시 제게 데이트 신청을 하실 생각이었나요? 라는 능글맞은 말을 하고는 오늘은 뒷풀이로 간단하게 식사를 할 생각이에요. 라고 답하는 스바루입니다. 술을 마시는 그런 회식은 마지막 날 마무리를 잘 한 다음에 할 생각이라는 말을 하네요.
"이따 본다는 건 휴식 시간일까요. 아니면 사람들과 섞여서 본 뒤에 나오면서 일까요. 아니면 며칠 뒤일까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말을 남기고는 리허설 장소로 들어갑니다.
"데이트 신청하는 것은 좋은걸요." 조금 오랫동안 못 만났고요. 라고 속삭이듯 말하며 조심스럽게 삐져나온 ㅁ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 시도할 것 같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는 것을 보다가 저도 아쉽지만요. 라고 말합니다. 뮤즈님의 명을 듣고는 싶지만. 아직 저는 현실에 한 발짝 걸쳐 있더라고요. 라는 너스레를 떱니다.
"그런가요.. 맞네요" 슬쩍 미소지었습니다.
"그럴까요? 그럼 -에서 만날래요? -시에 갈 것 같은데요..." 부드럽게 웃으며 들어갑니다. 그리고 리허설 때 사고가 생기지...않았습니다. 스바루가 당신 대체 뭐 하길래 그래! 라고 말할 인선이지만 아무튼 안 생겼으니 다 된 거 아닐까요. 전시회는 엄청나게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뒷풀이 전 시간에 -에서 기다린다면 스바루가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어머! 그녀는 스바루가 자신의 머리를 정리해주려 하자 놀란 얼굴로 살짝 뒷걸음질 쳤다. 아, 아니, 그게... 미안해요. 당신이 싫다는 듯은 아니고... 손을 흔들며 무어라 중얼거리는 모습이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기분이 상한건 아니였는지 얼굴이 살짝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머리를 정리해주려 한것이 어지간히 놀라웠던걸까.
"그럼 그때 봐요."
그가 약속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자 엄지와 검지를 붙여 둥글게 만들고는(오케이 사인이다)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전시회를 둘러보며 즐기다 그가 알려준 장소에 시간을 맞춰 도착했을까. 레이나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그의 모습에 살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어, 스바루 씨...? 그 모습은..."
원래대로라면 전시회 잘 봤어요. 란 인삿말을 건넬 생각이었으나 그의 옷차림을 보니(물론 굳이 말을 안해도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 궁금증이 생겼는지 질문부터 던졌다.
살짝 뒷걸음질 치며 당황스러워하는 것에 조금 놀라셨나 보네요. 라고 능숙하게 무마하려 하네요. 살짝 놀란 듯한 얼굴을 보며 안도합니다. 싫다는 게 아니라서 말이지요. 라고 말하며 오케이 사인을 받고는 들어갔습니다. 아마 리허설 이후의 진짜 소개에서 잘 하는 스바루를 레이나도 볼 수 있었겠지. 그리고는 약속장소로 온 스바루는 후우. 하는 숨을 내뱉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이 알아보고 쫓아오지 뭐에요." 길을 돌아가고 건물을 통과하고 그러는 동안 하마터면 늦을 뻔했네요. 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지만 다행히도 여기는 외진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인적도 드물었습니다. 그러자 스바루도 안심한 것처럼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고운 얼굴에 피로감은 묻어났지만 그 이상으로 기쁨이 있었을까요?
"그렇네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거지요. 라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스바루는 천천히 손을 뻗어 저기 보이는 듯한 미술관을 잡을 것처럼 그려봅니다. 푹 쉬어야겠냐는 말에 그럴까요. 내일은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길 바라야겠네요. 라고 말합니다만... 아마 전시회가 벌어지는 동안은 계속 있을 겁니다. 깔끔하게 단장하는 건 고용인의 의무지 본인이 해야 하는 건 덜한 것.
"열망과 많은 것..." 그런 것을 보았다면 저는 성공했네요. 라고 답하는 스바루네요. 많은 것이 있고 많은 창의력.. 이라 중엋거리다가 레이나를 보며 뮤즈님은 만족하셨나요? 라고 다시 물어봅니다.
"글쎄요.. 뒷풀이 근처로 가며 이야기라도 나누실래요?" 아니면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라던가요? 라고 말해봅니다. 뒷풀이 자리에 데려가기엔.. 연인이라고 보일 여지가 있잖아요? 라고 웃어봅니다.
그러고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낮이고 밤이고 일을 하니 눈밑의 검은 기미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는 걱정스런 말투로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전 만족했어요."
뮤즈라고 부르는 스바루에게 어딘가 간지럽다는듯 쑥쓰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뮤즈라는 말, 언제 들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또 언제 들으면 무지 쑥쓰럽네요. 그렇지만 싫다는 건 아니에요.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건 늘 신기한 일이니까요.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서 행복이 느껴지는 듯 했다.
"연인이라... 그럴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은 또래로 보이는 남녀가 같이 있는걸 보면 연인 관계일거라 생각하잖아요. 사실은 친구일 수 있는데도... 물론 스바루와 레이나는 손도 잡고 데이트도 몇 번 했으니 연인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지요. 굳이 말하면 썸이라고 해야할까...
"과로로 쓰러지지는 말아야죠." 사실 그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이 전시회에 걸린 그림들이 제 그림의 거의 전부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하긴. 전시회치고는 그림이 많은 것이긴 했죠. 그렇지만 한 사람이 평생 그렸다기엔 적은 느낌? 그리고 기미라는 말에 어떤 분들은 이 기미를 가지고 퇴폐니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라는 농담을 건넵니다. 정말 퇴폐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려나.
"만족했다니 가장 큰 기쁜 감동이 몰려오네요." 쑥스러운 말을 하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영감을 주는 존재. 가끔 드는 마음. 그런 것을 슬쩍 가려두고는 연인으로 보일 슈있다는 말에 동의한 레이나를 봅니다.
"그건.. 그렇죠." 친구라기에는 조금 가깝지만. 연인이라기엔 조금 먼. 그런 관계를 지금은 약간.. 애매하기 때문에 그저 웃으며 걸어가면서 전시에 대해서도, 앞으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까요? 많은 사람들이 손수건을 물들이고 사진을 찍어 남겼다라던가요.
퇴폐로 여긴다는 말에 외관이 퇴페하다는 말이었지만 못마땅함을 말하는 것에 눈가를 손가락으로 살짝 매만집니다. 고운 스바루의 얼굴이 만져지는 건.. 조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려나. 그래도 행복했던 것에 가까웠기에 괜찮았을지도. 약을 꾸준히 먹고 예후를 보는 타입이니까.
"행복하네요."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잖아요. 라고 말하는 스바루는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전시회장에서 하는 것이나. 물감으로 그린 이들이나... 그러다가 밀랍으로 그리고 물들이는 것은
"아이들이나 연인들이 좋아하긴 했지만, 직접 그리는 것보다는 판에 넣고 꾹 눌러 찍는 게 인기였네요" 확실히 직접 그리는 인원보다 많았어요. 라고 말하면서 오늘 전시를 마치고 나서 사진이 전시될 곳을 찍은 걸 보여주려 합니다. 이런저런 기 모이면 예쁘게 전시되겠지요. 라고 말합니다.
행복하시다니, 다행이라구요. 그녀가 살짝 뒷짐을 지고 말했다. 저도 많이 행복해요. 확실히 활동이 늘어나니 잡생각이 사라져서 부정적인 생각도 안하게 되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하나봐요. 레이나의 말엔 진심이 담겨있었다.
"손수건 물들이기는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야하기 때문에 번거로웠던 걸까요?"
꽃을 그리던 별을 그리던, 색을 고르고 그리는건 오로지 자기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거기다 한번 그리려면 완벽하게 그려야한다는 생각도 들테니 사람에 따라 부담스럽단 생각도 들지도...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다가, 잠시 스바루의 눈치를 보더니 혼자만 떠들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멋지다~ 전부 스바루 씨가 찍은거예요?"
그가 보여주는 사진을 보며 감탄했다. 대단해요. 역시 화가라 그런지 구도를 잡는 능력이 좋은 것 같아요.
어머나, 저를 보고 극복했다고요? 참 영광이네요! 그녀 또한 너스레를 떨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크로키와 낭비라는 말에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잊어버리려 했다는건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했다는 뜻이잖아요. 그런 의지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예요. 위로하듯 전하는 말이었지만 진심이라는 듯 눈동자를 빛냈다.
"저요? 전..."
스바루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막연히 배우의 꿈을 안고 집에서 막 나왔을때, 세상엔 못할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그땐 아주 생기 넘쳤고, 또 열정도 넘쳤죠."
여러 오디션도 보고, 무작정 기획사에 찾아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질때마다, 자신감이 깎여나갔어요. 당연한 일이었죠. 그땐 아무 준비도 안 되어 있었거든요. 사실 가장 슬펐던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라 기회는 반드시 올거야, 다음번엔 붙을거야라며 나 자신을 다독일때였어요. 어째 다독이면 다독일수록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슬픔이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인 걸까요" 그런 때가 있기도 하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일화들을 듣다가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에 어쩐지.. 기쁠까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네요." 그렇다면 저희는 서로를 끌어올린 셈이 되는 거네요. 라고 말하면서 도닥임을 조심스럽게 하고는 들어갑니다.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진 탓에 완전히 들어가 만나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자.가라앉히자. 라고 몇 번 외웠겠지만요.
뒷풀이 후에 스바루의 전시회는 성황리에 마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레이나는 중간에 한 번 더 전시회를 보기도 했을 겁니다. 처음의 깨끗했던 것이 관객들의 참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봤다거나. 손수건을 찍은 사진으로 가득하거나.. 오늘은 전시회가 모두 끝나는 날. 아무도 없는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 건 스바루 덕이겠네요.
슬럼프가 오면 일을 하고싶단 생각이 들때까지 딴짓을 하는 방법도 있다더라고요. 갑자기라는 말에 어디서 들은 이야기라는듯 넌지시 말했다.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무기력해지는 것이 슬럼프인데, 억지로 일을 하면 더 안좋아진다는 뜻일까.
"별 말씀을요."
저희는 서로를 끌어올린 셈이라, 그녀는 그의 말 중에 이것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그가 들어나고 나서도 이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뒤에도 전시회를 감상하러 온 레이나는 관객들이 참여한 작품이나 손수건 사진을 보며 스바루가 이걸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전시회가 끝나는 날에도 전시관에 발을 들인 그녀는, 자신을 맞이하는 스바루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가갔다.
일을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말에 맞아요. 가끔 뭐든 미루고 생각을 가볍게 하는 것도 좋지요.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붓이나 그런 걸 잡기는 해야 하지만요. 라고 답합니다. 별 말씀을요라는 말에 별 거 아닌 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요...
"정말로 기쁜 일이에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끝나는 날에 집에 가서 샤워하고 말린 다음에 푹 자서 여기 오기 1시간 전에 깼다면 믿으시겠나요?" 그러고보니 꽤 피곤해보였던 것에서 좀 벗어난 것 같은 스바루의 얼굴이 보일지도요? 정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것을 보여주며 마지막을 장식할까요?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밉니다. 처음의 새하얗던 것에서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완성된 그림들이나. 손수건들을 만들고, 사진을 찍은 것을 전시한 것...
평소보다 상쾌해보여요! 아, 그렇다고 평소에 상쾌하지 않았다는건 아니고요... 스바루의 얼굴을 보던 레이나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평소엔 눈 밑의 검은 기미도 그렇고, 털을 빗지 않은 새끼고양이같은 인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마지막이요?"
스바루가 내민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며 물었다. 그리고 그림과 손수건, 사진을 전시한 것을 보며 감회가 새롭다는 듯 감탄했다. 정말 멋져요.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든 작품이라 화가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을 것 같아요. 사진 하나하나를 감상하다가 스바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스바루 씨는 어때요? 기분이라던가, 감상이라던가... 이번 전시회로 느낀 점이라던가..."
"전시회 준비하느라 좀 많이 바빴으니까.. 아무래도 안색이 조금.. 그런 면은 있었죠." 얼굴을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서 지금은 확실히 더 낫지요. 라면서 마지막이라는 물음에 결국 마지막으로 나간 사람은 최후에 남은 자기 자신의 것을 못 보니까요. 마지막은 저와 레이나 양이 최초로 보는 거지요? 라는 말을 하고는 보여줍니다. 마지막 사진이 붙음으로써 완성되는 것과. 마지막으로 붓칠한 사람의 흔적이 마르면서 정착된 모습은 처음 보는 것입니다.
"느낀 점이라... 사람들이 보고 감상을 느끼는 그런 게 인상이 깊었어요." 예전부터의 꿈 중 하나를 이룬 것 같은 기분도 든다는 말을 해봅니다. 그 외에 많은 것들을 느낀 것을 하나하나 이야기해보는걸까요?
"크로키 모델을 그만둔다고 해도 개인적인 교분이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제가 크로키 모델을 뽑지 않았다면. 을 생각할 수가 없어지네요. 라고 답하는 스바루는 꽤 후련해보였습니다. 사실 할 말은 많이 남았겠지만.. 그리고는 레이나의 말을 듣자 그 후련함이 싹 사라져버리네요.
"...조...조금.. 좋은 방향으로.. 네.. 그러고 싶어요.."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지면서 왼손 약지를 매만지는 걸 뚫어져라 봅니다. 그..그런 쪽도 없지는 않지만요. 커플링이라던가 하는 게 유행하는 만큼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못 알아차린다면 반지를 주면서 고백..을 할 생각이었겠지만요.
"....그.. 저랑 같이할 수 있을까요..?" 물어봅니다. 주머니에서 지금이라도 심플한 반지라던가. 를 꺼낼까를 고민하고 있으려나요.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일까? 살짝 붉어진 뺨을 가리기 위해 손을 뺨에 가져다대며 슬쩍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친한 친구라기엔 애매한 부분이 많긴 했다. 자연스레 손을 잡는 것도 그렇고, 데이트란 말을 서슴없이 하는것도 그렇고,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가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모양이었다.
"아, 미안해요... 조금 놀라서..."
겉으론 평온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속마음은 복잡했다. 놀람이라던지, 당황스러움이라던지 온갖 감정이 섞여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었다. 그의 친절함은 나를 향한 연심에서 비롯된 것이였던 것인가? 그녀는 스바루의 물음에 심호흡을 깊이 하고 답했다.
"저... 지금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3일만 시간을 주세요."
생각을 정리하고, 3일 뒤에서 4일로 넘어가는 자정 전까지 꼭 답을 말씀드릴게요. 그녀는 당장 답을 해줄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미안해했다. 그러나 당장 답을 줄 수 없을만큼 심장이 쿵쿵 뛰어 잠시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처음 1일은 스바루와 자신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그 다음날은 자신이 스바루에게 가진 감정을 정리하고, 마지막 날엔 그가 언제부터 자신에게 그러한 감정을 가졌을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예술가와 뮤즈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손등에 키스하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치고,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늘 호의를 보여온 그의 감정을 우정으로 생각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을 알았을땐 어떤 기분이었는가? (당황스럽지만 싫지 않았다.) 그를 좋아하는가? (좋아한다. 예술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이성으로서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어떨 것 같은가? (슬플 것 같다. 그것도 엄청.) 그렇다면 그를 사랑하는가? (...)
그녀는 마지막 질문에 침대에서 일어나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그에게 전화했다. 스바루 씨? 저예요.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말해야겠어요! 그런 뒤 택시를 잡아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고, 전화로 말해도 되는 이야기였지만 직접 그를 만나 이야기 하고싶다는 생각이 몸을 지배한듯 급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집앞에 도착하자, 문을 두드리며 스바루를 불렀다.
사흘동안 첫 날은 그림을 그렸고. 그 다음날은 하루종일 불안감정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리고 다음 날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푹 쉬었습니다. 안 된다면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끈덕지게 붙잡는 것도 잘 하지만 진정으로 괜찮으려면 놓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때에 전화가 울리고 직접 만나서라는 말에
"에..네?" 라는 멍한 말을 하고는 어디 나가서 엇갈리지 않게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어서와요 레이나 양..." 이라고 조금 소심하게 말을 걸며 문을 열어주려 합니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는 살짝 지저분하긴 했지만 뭔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을 돌보지 않는 형태는 아니었어요.
택시에서 내린뒤 스바루의 집까지 급하게 달려온 것인지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가 문을 열자 안으로 들어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스바루와 눈을 맞추곤 뜸들이는 것 없이 물었다.
"스바루 씨,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죠?"
저를 정말 사랑하시나요? 정말 저와 연인 사이가 되고 싶은거예요? 그리고는 스바루의 양손을 잡고 물었다. 급하게 달려왔지만 눈빛과 목소리는 사뭇 진지해보였다.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와 미래를 함께할 각오나 바램은 되어있는거겠죠? 그녀는 확인받고 싶다는듯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나는 스바루 씨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당신에게 가진 감정은 무엇일까. 그래서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 보았어요. 되짚어보니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 동안 저는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제가 당신과 이야기하는걸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스바루 씨가 보여주는 신기한 것들을 보는 것도 좋았어요."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있어 행복한 사람이야말로 좋은거라고, 스바루 씨라면 날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거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수줍게 말하며 그와 눈을 맞추었다.
뜸을 들일 시간도 없이 훅 들어오는 것에 의외인 듯 당연한 면이면서도 좋다는 것에 중증인가. 라고 생각할까요?
"레이나 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은 생각이 들어서 입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크로키 모델을 하러 온 사람으로 보았고. 그 면접에서 뮤즈와도 같음을 느꼈지요. 연인으로써의 두근거림도 그런 것을 얻고 싶은 욕망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원했지요. 단호한 목소리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그레요 어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이렇게 진지한 적 없었을지도.
"저는... 저는... 레이나 양과 함께 같이 할 수 있어서 기뻐요.." 느릿하게 말하면서 스바루는 손을 잡고 마주한 눈을 뚫어져라 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기쁨의 미소는 많이 봤어도 지금처럼 행복한 것 같은 스바루의 표정은 레이나도 처음 보았을 겁니다.
"충동적으로 나왔는데도 괜찮다니 밤이 아직은 괜찮은가 보네요" "헤어롤이나 팩보단 낫지만요." 사실 그래도 진지한 표정이 멋졌겠지만. 이라는 생각을 하며 농담을 합니다.
"정장에 드레스 둘 다 흰색이면 어울리기 힘든데 말이지요. 보통 드레스가 화려하니까요" 먹혀버린다고요? 라고 하기엔 스바루의 미모가 장난 아니어서 어울릴지도 모르지만요? 그렇지만 드레스를 입으면 예쁠 것 같은 건 맞습니다. 언젠가 아카데미에 가게 된다면 예쁜 드레스 입히고 싶네요. 예쁘잖아요? 라고 웃습니다.
"천천히..." 그러면 적당한 블라우스와 바지면 되겠네요. 라면서 문자로 주문을 넣으려 합니다.
"완전 엉망진창일 때 준 게 아닌걸요." 그리고... 엄.. 조금 많이 가까워졌다는 기분이기도 하고요? 같은 농담도 합니다. 손을 잡자 따뜻하면서도 어느 부분은 부드러울까요.. 아카데미라는 중얼거림에
"생각보다 얼마 뒤일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하면...이라고 말하다가
"아카데미가 눈이 삔 게 아니면 무리죠" 라고 단언하고는 괜찮다는 말이나 겉옷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좀 긴 게 괜찮을까요. 라고 묻네요. 얇고 긴 옷이... 라며 아무거나 골라가세요. 라고 옷장을 엽니다. 생각해보니 이사람 은근히 부유한 느낌이었던가. 옷장에 있는 옷들의 상표가 장난 아니네요.
그녀는 옷의 비밀을 모른채 그것을 걸치며 제자리를 한 바퀴 빙 돌았다. 어때, 괜찮아요? 스바루 씨의 안목을 믿고 있어서 부탁했던 거예요. 라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레이나가 돌아간 후, 그녀는 어느 영화에 주연으르 출연 제의를 받았다. 신인 감독의 영화인데다 예산도 그리 많이 주어진 편은 아니라 신인 배우인 그녀에게로 기회가 온 것이었다. 그녀는 시나리오를 듣고선 괜찮겠다 싶어 수락했다. 그리고 스바루에게 외투를 돌려줄 겸 근황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스바루 씨, 시간 괜찮아요? 외투도 돌려줘야하고, 요즘 뭐하고 지내시는지 궁금해서요. 그리고 저한테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그녀는 다음날 오후 1시, 은빛 강 근처에 있던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가 수락한다면 별 문제없이 그 카페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각색물의 묘미는 그런 데에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슬쩍 보다가 그럼 이건 나중에 만날 때 돌려드려야겠네요. 라면서 집어들까요?
"그런 게 매력이니까요." 어디를 돌아다니신다고 해도 돌아온다면 그것은 스바루가 종착지라는 이야기잖아요. 라고 생각합니다. 미묘한 소유욕이나 독점욕이 없다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잘 제어하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좋은 일이지요. 하기야. 소유욕이나 독점욕이 없다면 오히려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요?
"컵케이크랑. 스콘이랑 아이스커피랑.. 캐모마일 차.." 주문을 하고 의외로 금방 나왔을 겁니다. 스콘이나 컵케이크를 굽는 타입은 아니었던 걸까요..는 바로 굽는 건 시간낭비일지도.
태양 씨는... 솔직히 집착이 심했죠. 한 명에게만 그랬어도 배드엔딩인데 둘이나.. 둘 이상에게 그랬으니...(은근히 코쨩에게도 슬쩍슬쩍 추근겨렀을 확률 있음)
"꽃에 뜻을 매기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로 말하는 것이 낭만적이긴 하니까요." 좋지 않은 뜻을 붙이는 경우도 있어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낭만적이다 라는 느낌의 말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로벨리아는 악의고, 노란 장미가 질투라던가. 수국이 변심.. 같은 거라던가요?
"부끄럽지만 귀여우신걸요?" 웃고는 잼을 바르고 크림을 바른 스콘을 넘겨줍니다. 맛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과는 재미있을까요? 영화를 찍는 동안 스바루의 소식 같은 것도 간간히 들려올 겁니다. 평론가들과 사이가 좋아졌다거나. 새 작품을 그리고 있다거나...
코쨩에게도 그랬다면 답이 없는 쓰레기인데(이미 쓰레기는 맞음) 지조없게(?) 두명한테 추근덕대다니... 왠지 더 화가 나는군요. 일편단심 스바루였던게 아니었던거야...?
"그래서인지 예쁜 꽃에 무서운 꽃말이 붙어있다면 궁금해져요. 꽃말을 매기는 기준은 무엇인지, 왜 이렇게 예쁜 꽃에 그런 꽃말을 붙였는지..."
예를 들면 용담의 꽃말이라던가... 슬픈 그대가 좋아라는데, 그렇게 예쁜 꽃에 그런 말이 붙으니 궁금해졌어요. 그녀는 빨대로 아이스커피를 휘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검은 장미는 당신은 나의 것이라는 꽃말이 있다는데... 뭔가 태양씨가 줄법한 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이지만 태양씨가 이 모습을 본다면 무척 열받아 할것 같네요.
"귀엽다니, 스바루 씨도 만만찮게 귀여운걸요."
귀엽다는 말에 배시시 웃으며 부끄러운듯 고개를 슬쩍 돌리곤 말했다. 스콘이 맛있네요. 스바루 씨가 줘서 그런가? 낯간지러운 말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화를 찍는 동안엔 바빠서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그녀는 간간히 들려오는 스바루의 소식을 들으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엔 스바루에게도 레이나가 다른 영화나 연극에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한창 바빠서 시간을 낼 틈이 없어 미안하다는 전보와 함께.
어릴 적에만 좀 친절하게 대하다가 조금 크면서 별로 안 닮은 걸 보고+스바루가 나타나자 버린 거나 다름없는 쓰레기...
"꽃말이 어떻게 붙었는지.. 그런 건 좀 신기하더라고요." 전설이나 그런 것에 의해 붙은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씨가 보면 ㅂㄷㅂㄷ거리지만 이 에유에서는 처리당했다or처음부터 없었다.. 일까.
"귀엽다니요... 저는 귀엽지는.. 않죠..?" 확신하지 못하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입니다.
스바루에게 레이나가 여러가지 연극이나 영화에 캐스팅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언젠가 돌아온다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지요. 전보에는 바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니까요. 라는 부드러운 답장을 보냅니다. 몇 개를 완료한 뒤 휴식기에 만나요. 라는 심산일까요
우와... 재활용도 안될 쓰레기... 현실세계에 존재해선 안될 쓰레기...! 여기선 처리 당했다 혹은 처음부터 없었다라니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꽃말을 짓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걸까..."
꽃들이 왜 존재하는지 추측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스바루 씨 말처럼 전설에 의해 붙여졌을수도 있고... 그녀는 스바루가 귀엽지는 않다는 말에 부정하는듯 손으로 작게 x를 그렸다.
"스바루 씨는 귀여워요. 꼭 솜털이 뻗쳐있는 새끼 고양이 같다구요."
정확히 말하자면 첫인상이 그러했지만, 지금도 현인상이 별반 다를게 없다는듯 미소지었다. 그렇게 한창 일이 몰려들자 그녀도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스바루의 답장을 읽어본 레이나는 참 그답다는 생각을 하며 답장을 소중히 보관했다. 그리고 얼마 뒤엔 연극이 개막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에게로 초대권이 한장 부쳐졌다. 같이 동봉된 카드에는 '고마운 당신께 사랑을 함께 담아 드립니다. M.L' 라며 그녀의 이니셜이 함께 쓰여져있었다.
어쩌면 꽃만 들고가기 뭐했던 사람들이 꽃말이란걸 지어냈을지도? 아니면 약초에게만 붙였던 꽃말이 다른 식물에게도 붙여졌던가요.
레이나는 냥? 이라며 고양이 흉내를 내는 스바루를 보며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나, 방금...! 그리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귀여워요! 알고보니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 커다란 고양이였네요! 귀엽다는 말을 연발하던 그녀는 웃어서 나온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공연 당일, 대기실에 화려한 꽃다발이 도착하자 그녀는 이것이 스바루의 선물임을 직감하며 꼭 끌어안았다. 배우들이 누구에게 받은 꽃다발이냐고 묻자 검지를 입술에 대고선 쉿. 하고 비밀. 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연극의 장르는 가벼운 코미디였다. 심각한 것도 없고, 있다고 해봤자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도 않고, 오로지 주인공만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혼자만 고통받는, 레이나는 그런 주인공을 정신없는 세계로 이끄는 역할이었다. 주인공은 거부하고, 레이나는 꼬드기고, 끝까지 변함없이 밀고 당기기가 반복되다 결국 주인공도 적응하게 되는 결말이었는데, 극이 끝난 뒤 스바루가 기다리고 있었다면 직접, 먼저 귀가했다면 전화로 물었을 것이다. "오늘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이렇게 코미디만 있는 극은 처음이라, 괜히 걱정되네요..."
찰싹 때리는 시늉을 그저 맞아줍니다. 부끄러운 거라는 건 알기 때문이지요? 극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옅은 미소를 띠면서 즐겁게 감상했기 때문에 레이나의 표정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이대로 더 끌면 나쁘게 보이겠다는 생각에 말을 하자 안도하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이랑 스텝들이 만들어내는 게 맞긴 하죠.."
잠깐 뜸을 들입니다.
"그래도 그런 것을 표현해내는 건 레이나 양인걸요?"
고맙다는 것을 표현하며 껴안자 조금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꽃다발 고맙다는 말을 하자. 아 그러고보니 꽃다발에 꽃말은 신경 안 썼으니 찾아보지는 말아주세요?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부끄러움때문인지 스바루의 품에 얼굴을 더 깊게 파묻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작게 말했나 싶었지만 여긴 스바루와 자기 단 둘만 있기에 충분히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흑장미나 흑백합만 없으면 되죠, 뭐!"
둘 다 꽃말이 무시무시한걸로 유명한 꽃들이죠. 하나는 집착, 하나는 죽음. 그러나 레이나가 받은 꽃들은 검은색 하나없이 화사한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바루의 품에서 얼굴을 떼고 그에게 귀를 빌려달라는듯 손짓했다. 그가 귀를 빌려주기 위해 몸을 숙이면 뺨에 가볍게 키스를 남기곤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라고 하겠지.
"그럼... 나중에 또 봐요!"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듯 대기실로 돌아가면서, 그녀는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그런 와중 그녀의 뺨이 빨갛게 물든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어서 단언하긴 좀 무리네요. 그녀는 살짝 걱정된다는 듯 전화선을 배배 꼬았다. 저... 그럼 일단,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재촬영이 없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확실히 말해주지 못하는 점, 죄송해요... 그녀가 면목없다는 듯 사과했다.
"아니면 감독님께 여쭤봐서 확실히 결정 지을게요. 잠시만 전화 끊어도 될까요?"
그녀는 그의 허락이 떨어지면 곧바로 감독에게 전화할 기세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감독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레이나는 그와의 전화를 끊고 스바루에게 다시 연락했다.
"감독님이 지금 상황으로는 약 1달 정도 더 걸릴 것 같다네요. 재촬영을 한다면 편집 단계에서 결정이 날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당장 재촬영이 필요한 장면은 없다는 거예요."
스바루에게서 확실해지면 전화를 달라는 말이 나오자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제대로 답을 못준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는 되도록 실수 없이 빨리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약 한달이 지났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며칠 빨리 촬영이 끝났을까. 그녀는 스바루에게 전화했다.
"스바루 씨, 오늘 촬영이 다 끝났어요. 재촬영은 편집하는 기간에 일정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감독님도 만족하시는 눈치세요."
그럼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에 들어갈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여행잡지를 보며 어디가 좋을지, 어디 숙소가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레이나는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게 좋겠다며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 그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이다.
"그럼 먼저 가있을까요?"
그러라는 말이 나온다면 일찌감치 준비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그녀는 비장한 얼굴로 자신이 봐온 잡지들을 가방에 넣었다.
//아니에요 천만에요... 일이 너무 바쁘고 이런저런 요소가 겹쳐서 스바루주도 많이 힘드셨을텐데... 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런데 스바루주 스레드마다 이름칸 옆에 있는 아이디?가(mask 왼쪽에) 바뀌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거예요?
아니면 레이나 양이 나오지 않는 부분만이라던가요? 라고 말합니다. 사실레이나 양의 연기를 보면 재촬영이 나올 만한 건 상대방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덧붙이고는 카페에서 만나자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전화 너머로 전해지지는 않겠지만요.
"좋아요."
먼저 가 계시면 자신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실제로 그녀가 도달한 지 얼마 안 지나서 스바루도 도착했을 겁니다. 생각보다 멀끔하긴 하지만 완전 초고속으로 했던 거라서 꼼꼼히 뜯어보면 상의랑 하의가 묘하게 안 어울린다거나. 양말이 비슷하긴 하지만 짝짝이라던가를 알 수 있을지도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그런 것에 비해서는 옆에 메고 온 가방에는 잡지가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 이건 VPN 불안정이랑 와이파이가 신호가 영 이상해서 데이터적인 문제가 겹쳐서 그런 거니까요...
별 말씀을요. 그런 말 들으니 뿌듯하면서도 부끄럽네요... 그의 말에 레이나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둘이 카페에 모이게 되자 레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바루를 맞이했다. 어서 와요! 나도 이것저것 많이 알아봤다구요? 레이나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던 중, 스바루의 옷이 묘하게 불균형(?)한 것을 발견했다. 어라... 옷이 왜... 그러나 스바루가 창피해할까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아닌가? 이걸 말해줘야 하나? 여기에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말해줘봤자 해결책도 없고... 결국 그녀는 웃음으로 무마하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어, 얼른 앉는게 좋겠어요! 아, 역시 스바루 씨야. 미리 준비 많이 해오셨군요?"
가방에 삐죽 튀어나온 잡지를 가리키며 화제를 돌렸다. 스바루의 옷은 레이나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려나...
//저도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연애감정을 알아가는 것이(사실 레이나만 알면 된거였음) 보고싶었고... 그래서 정말 아쉽지만 둘다 시간이 안된다면 어쩔 수 없는거겠죠...
카페에서 둘이 만나고, 간단하게 음료를 시킨 다음 앉으면 본인도 사실 알고 있을지도. 지적한다면 사..사실 조금 급하게였고. 라는 변명을 할 겁니다.
"준비는 열심히 해뒀지요?"
사실은 레이나 양을 만나지 않았다면 외국의 엄청난 자연이라던가 보려고 여행을 계획한 적도 있었거든요. 라고 말하며 그때 봤던 거랑.. 레이나 양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읽은 거고요.. 라면서 꺼냅니다. 레이나만의 추억으로 남거나 그것을 꺼낸다면 스바루가 묘하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보일지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알래스카라는 곳도 굉장히 아름답다고도 하고요.. 그 외에 호텔이 세워진 곳도 갈만하다고 하네요"
여러 관광지가 소개된 곳을 짚어봅니다.
//그것도 있고요.. 이런저런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이 일상은 마무리를 더 잘 짓고 싶어지는 느낌이에요.
간단한 줄거리를 짜두고 나아갈래요? 여행은 대충 이러할 것 같다라던가.. 앞으로 큰 사건 두어개가 일어난 다음 해피엔딩을 맞이했다는 식으로요?
조금 급하게 했더라도 레이나의 스바루에 대한 신뢰는 높았을겁니다. 스바루의 평소 성격을 보면 일을 즉흥적으로 처리하는(...) 자신보단 조사를 더 잘해왔을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요. 지금 보면 조별과제할때 자잘하게 조원들 환장하게 할 성격입니다. 그녀도 이를 알고 있어서 고치고는 싶어하는데...
"알래스카라... 러시아랑 근접한 곳이죠? 북극하고도 가까워서 오로라도 보일까요?"
그녀는 자신이 알아온 곳은 여기라며 잡지에 적힌 글귀를 가리켰다. 스위스 어느 시골의 아름다운 전경이 그려져있는 파트였다. 자연이 아름답게 펼쳐져있어서 마음이 평안해질것 같더라구요. 꽤 괜찮은 숙소도 있대요. 공기도 맑고 상쾌할 것 같아... 그러고보니 둘 다 덥지 않은 곳이네요. 덥지만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녀는 스바루에게 물었다.
"하와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 좋겠네요... 줄거리를 짜두지 않으니 평소보다 더 길어진 느낌이라... 언제 끝을 내야할지도 망설여지고...
사건이라... 둘 다 파티에 초청됐는데 서로가 올 줄 몰라서 신기해하다 춤을 춘다던가요...?
오로라가 굉장히 아름답다고 하면서 스위스의 시골이나 숙소를 보면 그것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덥지 않은 곳이라는 말에는 그렇다고 그제서야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하와이.. 괜찮네요."
잘만 하면 용암이 흐르는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도 해요. 라고 말하면서 하와이 부분을 펼쳐서 보여주려 합니다. 아니면 조금 느긋하게 몇 달 동안 다녀보는 건 어때요? 라는 농담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여행을 다니려면 돈을 좀 더 벌어두고, 에필로그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럼 몇 가지 알아보고 정해봐요."
하와이 쪽의 모래사장이 굉장히 독특하다던가. 숙소의 질은 스위스가 가장 괜찮아보인다거나. 스위스 쪽으로 간다면 기차로 여러 국경을 넘어가서 스웨덴까지 가거나... 라는 말을 해보네요. 선택은 레이나에게?
//여행에서 헌팅 같은 사건+여행지에서 매우 즐겁게 즐기는 것(바닷가라면 수영복이나 그런 걸 그려본다거나?..으로 두어개 정도의 사건-돌아와서 사건(>>134 의 춤을 춘다거나)-사건(위기감을 주는 그런 거?)(스바루나 레이나에게 선자리가 들어온다거나요?)-그 뒤 이렇게저렇게 해서 해피엔딩 식으로 에필로그..
오로라... 직접 보면 하늘에 휘날리는 커텐 같아서 무척이나 아름답다던데... 노르웨이랑 스웨덴도 마음 편히 쉬기에 딱 좋겠네요. 그녀는 듣는 말마다 흥미가 생겼는지 하와이의 용암이란 말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요? 용암이 흐르는걸 보다니,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가 펼쳐주는 칸을 보며 감탄했다. 아, 그건 그렇죠... 아직 둘 다 아주 유명하진 않으니까... 그렇기 위해선 돈을 모아야...
"아직 그럴만한 돈은 없으니 비행기나 배를 탄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요..."
레이나도 그걸 아는지 몇달 동안은 무리...라고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스바루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몇달동안 여행...? 그렇지만 레이나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보류(?)하는걸로... 그녀는 열심히 비교하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린 뒤 추첨판처럼 만들었다.
"펜이 가리키는 곳으로 갈까요?"
동의만 해준다면 금방 룰렛을 돌리겠다며 그에게 제안하듯 물었다.
//그럼 여행을 하는 시간은 며칠로 할까요? 헌팅, 수영복이라... 그럼 하와이로 가는게 좋으려나... 굳이 다이스를 돌리지 않고 '펜이 하와이를 가리켰다'로 할까요?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니... 그녀는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풍경을 상상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아름다움을 사람이 어떻게 상상한단 말인가. 레이나는 직접 보는 것이야말로 이의 해결책이라 생각했다.(그러나 뒷사람들에 의해 목적지는 이미 하와이로 결정난 뒤였다)
"하와이...!"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니, 펜은 돌아갔다! 그녀는 하와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별로 조사하지 않은 곳이 나와서 의외라는 듯 반응했다. 그렇지만 듣자하니 하와이도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대요. 특히 노을이 질때의 하늘이 그렇게 아름답다 하더라고요. 여기서 보는 노을도 아름답지만,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름답대요. 의외인 선택지가 나왔지만 그래도 여행이 기대된다는 듯 레이나는 스바루와 계획을 짜기 위해 종이 한장을 더 꺼냈다.
"집 형태의 숙소라니, 하와이의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집일까요?"
잡지에 나온 숙소들을 보며 어느 쪽을 고를지 적잖이 고민이 된 모양이었다. 숙소가 정해지고 일정을 얼추 이야기해보면 꽤 그럴싸한 여행계획이 완성되어있었을까?
그래도 맑은 날이라면 그만큼 아름다울 수 없을거예요. 그 풍경을 상상하며 그녀는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통유리 집은 보온에 그다지 좋지 않으니 굳이 따지자면 흐린날과 맑은날이 반반 섞인 형태가 좋을테지만...
"스쿠버다이빙이라니, 이건 상상도 못해봤어요. 왜지? 바닷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구경하고...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것 같아요."
두꺼운 유리벽? 괜찮을까... 그러다 상어라도 마주친다면...은 너무 나간 생각같죠? 그녀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숙소는 절충한 형태가 좋겠네요. 그럼 계획이 다 세워지는대로 예약해야겠어요. 그럴싸한 여행계획이라는 말에 계획은 스바루 씨에게 미뤄두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라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대화가 끝난 뒤 예약도 완료되고, 공항에서 만날 날이 된다면 그녀는 짐가방을 들고 주변을 살피다 마침 발견한 스바루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을 것이다.
보온은 좀 문제되겠지만요. 라고 덧붙인 뒤 가장 위험한 건 눈이 많이 쌓이거나 우박이라고 말해봅니다. 그래도 낮에 적당히 쉬고, 밤에 오로라를 보며 잠드는 것이 가능한 것은 꽤나 메리트가 있습니다.
"바닷속에서 물고기를 보고 그런 건 꽤 중요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지킬 건 지키며 해야 되겠지만요. 예를 들자면 상처가 있는 사람은 못 들어간다거나요? 라고 말합니다. 상처가 있으면 피로 인해 상어를 자극할 수 있다는 그것. 여성의 경우에는.. 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레이나는 확실히 아. 할 만할까요.
"예약도 하고 바쁘겠네요"
그런 만큼 휴양지에서 푹 쉬는 것이지만요. 라고 말하며 이런저런 예약을 한 뒤 짐을 싸고 공항에서 보면 스바루는 레이나에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공항에서 사진기를 든 이들이 보이긴 했지만 신인에게 어마어마한 관심을 가지기에는 부족했죠. 오히려 스바루 쪽에 슬쩍 찍으려 하던 이가 있었을지도?
"반가워요 레이나 양."
그라면 간단하게 구경 좀 하다가 시간 되면 탑승할까요? 라고 물어보며 공항 라운지 쪽으로 가자고 해봅니다.
처음엔 상처부위엔 바닷물에 닿으면 몹시 쓰라리니 그걸 주의하라는 말로 생각했지만, 상어가 피냄새를 맡고 올지도 모른다는 말에 현실이 훅 다가온듯 조용히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도 반가워요. 잘 지냈죠?"
믿어지지 않네요. 휴가를 보내도 비행기를 타는 일은 이제껏 한번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국내만 돌았는지(아니면 배만 탔다던가) 해외는 처음이라며 살짝 들뜬 목소리로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렸다. 아, 이러면 너무... 스바루 씨가 창피해하려나? 그녀는 미안하다는듯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그런 거죠. 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는 주의사항입니다. 잘 지냈냐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쩐지 들뜬 느낌도 있었다는 농담도 할까요? 하지만 하와이까지 가는 노선은 상당한 장거리 비행인 만큼,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잔뜩 잘 수 있을 겁니다.
"귀여우신걸요."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도는 것에 귀엽다며 쿡쿡 웃습니다.
"라운지에는.. 간단한 다과나.. 쉴 수 있는 곳이나.. 그런 데죠"
가볍게 말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전망이 좋고 편안한 곳입니다. 가벼운 음료수나 마사지가 가능하거나. VIP 쇼핑의 면세점이 있는 곳이니까요. 가져가서 쓸 만한 걸 사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본국으로 돌아올 때 현지 공항에서 사거나, 현지에 친인척에게 선물할 것을 사서 오는 것이 일반적이니 지금은 살 게 그닥 없겠지만요. 물론 간혹 있는 파파라치 피신용으로도 아주 좋슴니다.
에, 에이이... (처음 온건 맞지만)처음 온 티 팍팍 내는건데 뭐가 귀여워요... 그의 말을 반박하듯 거의 귓속말 수준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치만 신기하네요. 비행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시대배경이 1920년대(고증은 크게 신경 안쓰지만)이니 신기해할만도 했다. 하늘에서 먹는 식사는 무슨 느낌일까요? 물론 바람 한점 없이 평온한 환경이겠지만... 비행기 내부에서 나오는 식사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하면서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되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또 처음 타보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기에 비행기에 탑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고자 자기 나름대로 어색하지 않게 움직였다.(물론 이런 노력이 때때론 '나 이번이 처음이요.' 라고 광고하는 모습이 되기도 하지만) 다행히(?) 레이나는 제법 자연스레 잘 움직인 듯 했다.
부끄럽게 왜 이래요~ 스바루의 속삭임에 그의 팔을 통통 때리는 시늉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자꾸 낯간지러운 말만 하고... 그렇지만 정말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그렇군요..."
처음 타보는지라 자신은 처음 알았다는듯 말했다. 물론 이대로 더 승승장구하면 탈 일도 더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신발을 벗고 타지 않은게 다행인가... 그녀가 이 좌석의 가격을 궁금해하긴 했지만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그쳤다. 만약 알게 됐더라면... 하늘에 떠있는 동안 문화충격을 느꼈을까.
"서비스가 좋네요. 장거리 비행이라 승무원들도 피로가 장난이 아닐텐데."
승무원이 따라준 주스를 홀짝이며 옆에 있는 스바루에게 말을 걸었다. 술을 마시자니 이 순간 순간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었던걸까. 그녀는 승무원들을 보며 정말 어떤 직업이건 쉬운건 단 하나도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스바루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것이죠...라고 받아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럴 성격이 아닌것이 다행이네요. 아니었다면... 레이나가 잡지 인터뷰에서 말할 일화가 하나 더 늘었겠네요.
"어머나..."
다행히 행운의 여신이 그녀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 그녀는 스바루가 가리킨 곳을 보며 감탄했다. 용암과 바다라니, 이 상반된 것들이 조화를 이룬 것이 정말 멋져요. 오직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예술작품 같아요. 만약 구름만 봤더라면 하와이 상공에서 보는 하와이는 출국할때 봤었어야 할지도.
"정말 아름답다..."
감탄을 연발하는 그녀의 얼굴엔 기쁨과 놀라움, 신기함이 가득해보였다. 생기가 넘친다고 할까. 그녀는 스바루와 눈을 맞추며 정말 기대돼요. 라며 눈을 빛냈다. 이제 잠시 뒤면 비행기는 착륙하려나. 직접 하와이의 땅을 밟게 되는 것이 무척 기대되어 보였다.
잡지에서 인터뷰할 때 말할 일화가 생기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음. 생각해보니 스텝들이랑 같이 다닐 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술자리에서 놀릴 때 즐거웠을지도?
"멋지네요"
용암과 바다. 너무 활발하면 대피해야 하지만 적절하면 정말 장관입니다. 어쩌면 바다 속에서 섬이 솟아오르는 걸 볼 수 있을지도?
운이 없었다면 하와이를 떠날 때에도 구름이 너무 금방 가려버렸다.. 가 될 것 같지만. 운이 좋으니. 올 때에도 갈 때에도 잘 볼 수 있겠지요.
"그렇죠?"
장말 아름다워요. 사진을 찍는 스바루입니다. 기습적으로 찍고, 하와이를 내려다보는 각도로 한 번 찍은 다음 착륙할 때 살짝 긴장한 뒤... 차례차례로 내리면 하와이의 햇빛과 공기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수하물도 적절하게 찾을 수 있고. 수하물을 찾고 수속을 밟는 동안 수하물 근처에서 택시영업을 하는 이들에게 빌린 집의 주소와 함께 가는 것을 찾았으려나요?
선크림도 규제를 한다니... 처음 듣지만 신기한 말이네요. 스바루의 말에 그런것도 있냐는듯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뒷사람도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 레이나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어머나, 그거 정말 좋겠네요."
꽃목걸이를 걸고 돌아가자니, 금의환향하는 기분일것 같아요. 사실 이 둘도 나름대로 금의환향했다고 볼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집안에서도 슬슬 인정하는 분위기이려나.
"네? 그렇게 빌린거였다고요?"
맞다. 이 사람 도련님이지... 자기가 모르는 세계가 있었다며 신기하다는듯 그를 바라봤다. 사실 이 말을 하는 본인도 결코 평범한 집안 출신은 아닌데 말이다. 그녀는 정중히 맞이하는 고용인에게 한동안 잘 부탁 드립니다. 라며 인사했다. 그리고 짐을 풀기 전, 스바루에게 물었다.
고개를 기울이는 것에 부연설명을 더 하지는 않습니다. 웬만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무명배우와 빛을 덜 본 화가에서 이제 메이저급으로 올라가고 있다니...
"바다 건너에 별장을 두는 건 사실 부담이 큰 편이지요."
그렇지만 그러니까 부유한 게 아닐까요? 라는 스바루주의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좋은 곳에 좋은 별장을 가질 수 있는데 가지지 않는 것도 좀.. 손해지 않을까요? 준비되었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쩐지 스바루는 긴팔과 긴 바지가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하와이니만큼, 스바루도 반팔을 입었네요. 하지만 스바루도 바다에 들어가는 건 그렇고 끽해야 발만 담글 거라는 듯 긴 바지를 입었습니다. 평소 입는 것보단 기장이 짧다지만 발목이 좀 더 드러나는 정도인가. 바닷가는 신기하게도 검은 모래가 있었습니다. 고운 화산재 모래가 쌓인 모래사장은 신기했지요. 물론 저쪽 편에는 반대로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행복하게 남는다면 좋은 일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스바루는 27세 징크스같은 건 없을 테니까요. 뮤즈를 현실에서 만난 사람은 참으로 운이 좋은 거일 것입니다. 작게 중얼거린 것에 스바루는 레이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조금만 자고, 야간에 열리는 멋진 야경을 보며 걸어다니면 푹 잘 수 있지 않을까요?"
야간의 멋진 야경과 야시장을 보며 돌아다니다가 헌팅에 걸리거나. 기념품조로 살 만한 귀한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잠깐 자고 일어나요. 라고 제안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까요... 일어나서 나와 보면 닫혀 있었던 다른 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고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걸 보니. 스바루는 조금 전에 일어난 모양입니다.
야간의 멋진 야경. 야경 자체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먼 나라의 야경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된다는듯 말했다. 이곳의 야경은 얼마나 멋질까요? 제가 살던 곳보다 더 멋지겠죠? 그럼 조금 있다가 만나요? 그렇게 그녀는 방에 들어갔다.
잠깐 눈만 붙였는데 눈을 뜨고 보니 해가 다 진 오후였다. 밤에 잠자긴 글렀네... 그렇게 중얼거린 레이나는 잠긴 목을 풀 생각으로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걷던 레이나는 다른 방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그가 깨어났음을 알게됐다.
나도 샤워나 할까... 음, 그냥 다녀와서 씻어야겠다. 밖에 돌아다니면서 땀이나 먼지를 맞을텐데, 지금 씻으면 나중에 또 씻어야하니까... 그래도 스바루가 샤워를 하니 자신도 마음에 걸리는지 (레이나의 방에도 욕실이 있다면 그녀의 방에서, 욕실이 복도에 하나밖에 없다면 그가 나왔을때) 가볍게 씻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더 상쾌한 모습으로 방 밖으로 나왔을땐 해가 다 진 상태였을까. 그녀는 녹색 원피스와 샌들로 갈아입고 스바루에게 말을 걸었다.
부드럽게 말하며 씩 웃습니다. 스바루는 잠깐 눈을 붙였고... 일어나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겁니다. 각자의 방에도 욕실이 딸려 있을 테니 거기에서 간단한 세안을 하면 될 겁니다. 녹색 원피스와 샌들을 살짝 보고는 귀엽다고 생각하고는. 준비가 다 되었냐는 물음에는 그럼요.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가볼까요?"
집 밖을 나오면 번화가도 생각보다 야경은 덜한 느낌입니다. 불빛이 적은 느낌? 그나마 야시장은 북적이는 기가 느껴지며 볼만하겠지요. 하지만.. 사실 야경보다도 더 대단한 것은
"밤하늘이 아름답네요."
깨끗한 공기 덕분도 있겠지만. 야경이 어두울수록 밤하늘이 아름다운 법이지요. 야시장에 간다면 돌아오는 길에 보면 되는 거고. 야시장에서 볼만한 건..?
그의 대답에 레이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집 밖으로 나섰다. 확실히 도시의 불빛보다 규모가 작긴 했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에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말요, 아름다워요!"
그가 밤하늘 이야기를 꺼내자 동감한다는듯 감탄했다. 별이 무척 많고 아름다웠다. 못보던 별자리도 쏟아질듯 많았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별들을 연결하듯 손을 움직였다. 별을 이렇게 보는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요즘엔 밤에도 집에만 있었으니까요. 별들을 보며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앗, 그랬구나... 코코넛을 먹어본적 없다는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나... 그래도 이번 기회에 먹어보면 되겠다는 말에 초록색 코코넛을 구매했다. 맛은 확실히 다른 과일과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비교를 하고 싶어도 이와 비슷한 과일은 먹어본적이 없었으니까.
"우와~ 다들 잘 추네요."
댄스 대회를 보며 흥이 나는지 자기도 작게 몸을 흔들었다. 스바루 씨도 같이 출까요? 비록 꽃목걸이는 없지만... 이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와- 스바루 씨도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
수정 장신구를 대어본 스바루를 보며 작게 박수를 쳤다. 보석 쪽도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만 지x가 나온다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의외로 호 쪽이라던가요? 농담이지만요... 레이나가 잘 섭취한 것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지에서 물갈이를 하는 법이라곤 하지만... 스바루와 레이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는 돈이 다 해주는구나.
"다 예쁘죠..."
안목이 좋다는 것에 별 건 아닌걸요. 관찰하고 그려보는 것도 좋아했던 덕분일까요? 라고 말하면서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보는 레이나에게 주인이 이 반지는 사실 연인 사이에 나눠끼는 게 유행이라고 하더군. 이라면서 한 쌍이라는 푸른 보석의 반지도 보여줍니다. 붉은색은 서로의 사랑을. 푸른색은 마음의 깊음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확실히 남자가 붉은 보석이나 푸른 보석을 끼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고증같은 건 없는 것이지만요.
"하나 살래요?"
스바루가 장난스럽게 말하기는 하지만. 이런 걸 맞춤 제작해도 좋은 일이겠지만요. 라고 속삭이는 건 조금.. 진심입니다.
레이나는 불호이지 않을까... 물갈이가 없었다니 다행이네요. 어찌보면 이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지 않을까... 그림으로 그린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여행... 현실은 같이 간 사람과 싸우기, 입맛에 안맞는 식사와 시차적응 등등이 있는데...
주인에게 이야기를 들은 레이나가 신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사랑과 마음의 깊음이라... 그 이야기가 제법 마음에 들은듯 반지를 보며 스바루의 물음에 답했다. 그럴까요? 그리고는 맞춤 제작이라는 말엔 스바루가 반지에 많은 돈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난 이것도 좋아요. 라며 살짝 손사래쳤다.
"그래도 기념품이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걸 팔겠지만 이것도 저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반지가 될거예요."
그리고 스바루 씨가 절 위해 맞춘 반지가 이미 있잖아요. 그때 그가 준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림에 그려지는 것만 같은 낭만적인 여행인 것도 행운이겠네요. 주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레이나를 보며 스바루는 여유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손사래를 치자 농담이에요. 라고 말하지만 음. 너무 믿음이 없었나요.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특별한 반지..."
그렇죠. 이것도 그것도 특별한 반지가 될 거에요. 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같이 골라볼래요?"
반지의 원석이나 반지의 모양을 정할 수 있는 걸 바라봅니다. 기성품으로 예쁘게 만들어진 것도 좋지만. 손가락의 둘레부터 재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걸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것을 수락하던, 기성품(이지만 수제이긴 하다)을 사던 간에 하나 더 끼워진 반지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짓고는 좀 걸어서 구경하면 좋겠네요. 라고 덧붙입니다.
배시시 웃는 것을 보며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던 스바루입니다. 한결 다시... 보게 되는 거지요. 스바루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적당히 먹어봅니다. 의외로 입맛에 나쁘지 않았을지도. 하루가 저물며 재미있었다는 말에 저도요. 라고 동의합니다.
"이렇게 둘이서만 있는 것도 당연히 좋아요."
그렇지만 다른 모두에게도 축복받는 것도 좋겠단 생각은 마음 속으로만 묻어두고, 별장까지 손을 잡고 슬쩍슬쩍 걸어가면 샤워를 하고 잘 수 있을 만큼 지칠 수 있을지도? 어쩌면 시차적응이 그렇게 마무리되다니 좋은 일이겠습니다. 배려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주인의 취향이 그랬던 걸까. 각자 따로 살아도 좋은 방이었겠지.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레이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걸까요 아니면 모르는 걸까요. 어떻다고 해도 의외로 여유로운 표정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되네요. 정말 아름답다고 들었거든요" "안전에 관한 규칙만 잘 지킨다면 괜찮겠지요?"
라고 말하면서 긴장한 레이나를 달래주려 합니다. 어차피 귀중품은 여기.. 상자에 넣어둘 거고요. 라고 말합니다. 상처가 없다면 상어는 웬만해선 안 올 거고..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처가 있다고 해도 불가능은 아니라 하겠지만, 쓰라려서 가능할까요?
"와... 본격적이네요."
안전을 위해서 인솔자가 먼저 입수한 뒤 입수를 돕습니다. 안에 간단한 걸 받쳐입고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든 뒤 주의사항을 듣습니다. 잠수병을 예방하려면 천천히 올라와야 한다거나, 물고기나 산호를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라던가요. 특히 바위틈의 문어나 곰치를 주의하라고 합니다.
물론 동화 속에선 장비도, 잠수복도 없이 잘만 돌아다니지만. 그래도 기대된다는듯 두 손을 꼭 모았다. 그렇게 스쿠버다이빙 당일이 되면 스바루의 두렵기도 하다는 말에 공감하며 살짝 긴장하고 있을까.
"뭐, 안전 규칙만 잘 따른다면...!"
그래도 스바루가 달래주니 긴장이 누그러졌다는듯 웃으며 말했다. 귀중품을 상자에 넣고, 옷을 받쳐입고, 주의사항을 듣고 천천히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고기와 산호를 함부로 만지지 말자, 바위 틈의 문어와 곰치를 조심하자. 그런데 문어는 그렇다치고(한번 달라붙으면 잘 안떨어지니까) 곰치는 왜 만지면 안되는걸까? 뭐, 독이나 이빨이 날카로워서겠지만.
그렇게 물 속에 들어가면 맑은 물을 헤엄치는 여러 물고기가 보였을까. 그녀는 물고기에 살짝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물고기들이 반으로 갈라지듯 흩어졌다. 그래도 그중에선 겁도 없이 인간 주변에 모여드는 물고기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하는 것도 풍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뭐.. 후대엔 어려움을 모르는 화가라는 평이 붙겠지만. 미학과 디자인은 원래 고학하거나 부유한 이들의 것인 법이지요. 안타깝게도요.
"그렇죠?"
레이나를 달래주면서 물 속으로 같이 들어갑니다. 문어는 생각보다 힘이 세고 물리면 독이 있을 수도 있고, 곰치는 한 번 물면 잘 안 놓아주다 보니 장비를 뚫고 콱 물림+독도 있다고 하네요.
아름답네요... 물이다 보니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바루는 물 속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광경들을 보다가 물고기가 주위에 몰려들자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냐는 수신호흘 보냈고, 고개를 끄덕이자 겁없는 녀석들을 슬쩍 건드려봅니다. 가지고 들어온 먹이를 두어 개 흩어주자 겁없는 녀석들은 잘 받아먹네요.
저쪽 산호로 이동합시다. 라면서 앞뒤로 인솔하면 발을 움직여 산호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색색의 산호가 아름다은 빛을 받아 팔랑팔랑거립니다.
게다가 곰치는 이중턱이라서 물리면 놓게 하는 게 어려워서 또 그렇다고 하네요. 그 외에 주의해야 하는 물고기는 트리거라 불리는 물고기라던가... 이래저래 있네요. 당연히 복어류도 주의해야 하겠지만요. 물고기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것에 조금 놀란 듯 스바루의 눈이 커집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을 거에요. 적절히 뿌리는 것도 좋으니까요.
아름답다... 스바루는 그것을 지켜봅니다. 산호의 숲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펼쳐진 것은 장관입니다. 저것을 보면 엄청난 영감이 떠오를 것 같아요. 레이나의 수신호를 봅니다.
산호가 아름답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입니다.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히도 산호를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산호 중에서 독을 가진 게 있기도 하고, 산호를 꺾으면 자원이 훼손되기에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애초에 보석으로 쓰는 산호는 죽은 산호를 엄선해야 하기에 꺾어봤자 가치는 없습니다.
일단 한 번 위로 천천히 올라가 쉬는 게 좋겠습니다. 아마 물 밖으로 나오면 가이드가 충분히 쉰 다음에 조금 깊은 곳에 들어가보면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산호군락이 있다고 합니다. 대신 잃어버리지 않도록, 끈을 묶고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블루홀 위험이 있으니까요.
놀란 고양이같은 귀여움. 묘하게 고양이상같기도 하고 강아지상같기도 한 오묘한 미모였습니다.
"네. 정말 아름다웠어요."
햇빛이 비쳐드는 산호군락은 정말 예뻤다고 말하면서 자연적으로 죽은 산호를 수거한 거나 정기적으로 과하게 자라는 것을 채벌한 것으로 만든 기념품은 살만할 것 같다고 말하려 합니다.
"블루홀은 초심자들에겐 어렵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약간의 주의가 된다는 말을 하는 스바루에게 묶는 끈(이라고 쓰고 거의 쇠사슬 수준이었습니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끝은 배 자체에 연결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주의를 잘 따르면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철저히 분석된 곳만 다니니까요. 블루홀 위에 도달했다는 듯 보면 아까의 에메랄드빛 바다와는 다르게 깊은 푸른색이 보입니다.
어머나, 산호 기념품이라... 산호를 서양에서도 장신구를 만들때 많이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좋은 기념품과 추억이 죄겠군요. 레이나 역시 자신이 본 산호군락의 아름다움을 들뜬 목소리로 설명하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이런 풍경, 보기 드물어서 더 좋았어요. 라면서 말이다.
"쇠...사슬이네요..."
쇠사슬을 보니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 실감이 들었는지 살짝 겁먹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래도 주의를 잘 따르면 안전하다고, 모르는 곳은 가지 않는다니까... 그녀는 긴장을 풀기 위해 일부러 농담하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 조심..."
우와... 색 자체가 다르네... 그녀는 블루홀의 깊은 푸른색을 보자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법한 생각이었다. 주의를 따른다는 곧 자연에게 거스르지 않는다는 뜻. 그녀는 바다에 경의를 표하듯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레 내려갔다.
가이드도 가고 있고 만일을 대비한 것도 있으니까요. 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해소시킵니다. 너무 긴장하면 뻣뻣하게 굳어서 오히려 잘 보지 못한다고요? 라는 생각을 합니다. 빛이 좀 덜 들어오는 탓에 좀 창백해 보이는건 어쩔 수 없지만 아름답고 웅장합니다.
"조금 겁먹으셨나요? 사실은 저도요.."
산호초 군락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있어서 다 둘러보려면 하루종일 스쿠버다이빙을 해도 모자란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스바루와 레이나는 초보자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녹초로 다음날 일어나지도 못할 거에요. 게다가 근육통은 덤으로요.
"그래도 여유로우면 해마다 와서 한번씩 변하는 걸 봐도 즐겁겠네요"
해마다 오는 건 힘들지도 모르지만 생각날 때면 한번씩 그리워질 거란 생각을 하며 산호초 군락을 봅니다. 블루홀 주위는 수심이 깊지 않아서, 공기통과 호흡기를 배에 올려놓고 간이 호흡기로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면 다음 날까지 뻗어있었을지도?
스바루의 말에 긴장이 조금은 풀린듯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요. 만일을 대비해서... 확실히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된것 같았다.
"아름다우면서도 무섭다... 자연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거겠네요."
우와... 그만큼 거대하단 말이에요? 그녀는 다 돌아보려면 하루는 걸린다는 말에 신기하다는듯 물었다. 그렇게 거대하다니, 믿겨지질 않아요. 역시 자연의 힘은 위대하네요. 그리고는 그의 말에 정말요. 매년 오면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같아요. 라며 맞장구치다가 살짝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럼 저와 평생을 함께 할거란 이야기인가요?" 라고 물었다.
많이 바빠지면 이 순간이 그리워지겠죠? 그녀는 그와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다음 날엔... 아무리 가이드가 인솔했다하더라도 물 속에서 많이 움직이긴 했으니 피곤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런 말이 걸맞다는 말을 하는 스바루입니다. 거대한 산호 군락을 둘러보면서 거북이를 만난다거나. 가오리를 본다거나 할 수 있을지도? 평생이라는 말을 하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살짝 표정이 굳었지만.. 고개를 황급히 돌리는 것을 보면 얼굴이 발그레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숨기는 데에는 재능이 많지 않네요..
"그...그렇..죠.."
겨우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푹 숙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의 다음 날에는 뻗어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벼운 식사는 해야 하기에 고용인에게 전통음식을 해달라고 부탁했겠지요. 그래도 아마 입맛에 안 맞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사지사를 불러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으려나. 그렇게 하루는 푹 쉰 다음에 다른 관광할 만한 곳도 둘러보겠네요.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는 말에 고개를 숙이고 조금 부끄러워하다가.. 저도...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면서 정말로 그래요. 라고 답합니다. 전통 음식과 마사지로 푹 쉬고 난 뒤에 용암을 말하는 스바루입니다.
"옷은... 적당히 평상복이면 되겠네요. 너무 얇으면 유황 가스에 알레르기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네요."
그 외에 은제 장신구는 빼고 가는 거라던가요? 용암에 풍덩 빠지지만 않는다면 삽으로 퍼서 그 위에 고기를 구워먹는 이들도 있다네요. 라는 농담을 하지만 실제로 보게 되면 와아... 라는 반응을 보일까요? 과학자들이 용암의 온도는 마그마보다 낮고 철이 녹는 온도보다 낮아서 이런 게 가능하다고 유쾌하게 말하려나요.
"신기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라고 물어보면서 용암이 흐르는 걸 봅니다. 철저하게 계산해서 흐르는 걸 가까이에서 보지만 사고는 일어나지 않도록 했을까?(물론 구경하는 이들의 앞에 해자 같은 걸 파서 그쪽으로 흘러도 해자에 막히도록 하는 조치는 취했다)
물론 이 일상의 끝은 둘의 결혼으로 끝난다는게 기정사실(?)이니 평생을 함께한다는 말은 이루어지겠군요. 잘됐다 잘됐어.
어머나, 그렇군요... 유황 가스와 알레르기라는 말에 레이나는 가만히 납득하며 적당한 옷을 찾다가 스바루에게 말했다. 가만 보면 스바루 씨는 모든걸 다 아는것 같아요. 아까 전의 설명도 그렇고. 꼭 백과사전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는 웃음을 픽 터뜨리며 신기해요. 라고 말을 끝맺었다.
"우와..."
가까이서 용암이 흐르는 걸 보다니, 정말 신기했는지 레이나는 가만히 용암을 바라보며 입만 벌렸다. 스바루 씨, 이런 용암이 바다로 가면 섬이 되기도 하는거겠죠? 그 모래사장의 검은 모래도 되고요. 정말 신기해요. 용암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하기야 살아온 환경은 용암이나 화산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라면 당연했다.
어머, 그러게요. 스바루의 말에 보안경을 쓰며 말했다. 안썼으면 눈물때문에 하나도 안보일뻔 했네요. 확실히 매운 느낌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어? 후후, 저는 신기한걸요? 모르는 것도 없이 척척 설명도 해주시니까요. 그래서 든든하고 좋은걸요. 든든한건 진심이라는듯이 웃어보였다.
"우와, 신기해라."
삽으로 용암을 퍼서 그 위에 고기를 구워먹는걸까요. 그것을 보며 신기하다는듯 말했다. 그리고는 스바루의 농담에 어머, 농담은... 하며 손사래쳤지만, 마찬가지로 궁금한건 궁금하다는듯 얻어먹는 것에 조금 고민한 모양이었다.
"이것도 보기 드문 광경이겠죠?"
저 과학자 분들이 고기를 구워먹는건 관광 코스에 포함되지 않을테니까요. 확실히 코스에 포함되지는 않는 귀한 풍경이긴 할것이다.
정말 귀엽다니까. 자기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스바루를 보며 레이나는 무척이나 귀여워했다. 평론가나 기자들한테는 한번도 안그랬으면서.
"어, 정말 먹으려고요?"
그가 정말 먹으려는 기색을 보이자 살짝 당황한듯 스바루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가 정말 고기를 사서 같이 구워먹자 자신도 얼떨결에 한입 먹었다. 맛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세상에, 용암에 고기를 구워먹다니. 이건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인걸. 스스로가 생각해도 매우 신기했다.
"오늘 신기한 구경이랑 경험 많이 해보네요."
다 스바루 씨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스바루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콩 박으며 행복하게 말했다. 용암을 막연히 무섭게 생각했는데, 규모가 작다면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네요.
그랬다면 안타깝게도... 라는 경우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스바루는 스바루대로, 레이나는 레이나대로요. 아니면 그렇게 헤어지고 몇 년인가 지나서 다시 만나는 그런... 게 생긴다거나요?
"아팠다기보다는 숨막힐 것 같아서요?"
미술을 하는 만큼 그다지 체력이나 완력이 나쁘지 않아서 이 숨막힌다는 건 당연히 감정적인 의미였을 겁니다. 하지만 희미한 홍조가 돌고 있는 걸 보면 진실을 숨기지 않는 게 딱 보여요. 바닷가의 산책은.. 적당한 게 좋겠네요. 사오겠다는 레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레이나가 돌아오면 스바루의 옆에 여자 두어 명이 치근덕대는 게 보이려나요?
"죄송하지만 저는 관심이 없어서요." "어머. 저희는 관심이 많은걸요? 조금 같이 놀다 보면..."
그런 소리가 간간히 들리면서 스바루가 정중한 거절을 몇 번 말하는 것도 들릴지도 모릅니다. 여자들은 꽤 미모가 출중한 편이네요. 스바루는 레이나가 오는 걸 기다리는지 그쪽을 힐끔거렸을 거고...
숨막힌다는 표현의 의미를 알아차려서인지 그녀 역시 얼굴을 붉혔다. 그녀도 그가 꼭 끌어안는다면 비슷한 느낌이겠네요.
주스를 사고 돌아오는 그녀의 눈에 보이는 건 스바루와 여자 두명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레이나는 잠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다, 여자들이 치근덕거리자 못마땅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곤 성큼성큼 스바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스바루의 팔짱을 끼곤 여자들에게 물었다.
"이미 임자있는 남자인데 무슨 볼 일이라도?"
그다지 정중하다고 느껴지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지금 당신들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졌다-라는 뜻은 잘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녀 특유의 치켜 올라간 눈매도 불편한 심기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여자들은 가는 그들의 뒤에서 그런 말을 하고는 멀어져갑니다. 가자는 말에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라갑니다. 자기라는 말에 어쩐지 이름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아서요.라고 중얼거립니다. 하지만 가끔 그렇게 불러준다면 좋은 게 아닐까요? 미모의 애인을 혼자 두는 게 불안한 건 스바루도 그렇지만. 스바루는... 굉장한 미모니까 레이나의 걱정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사실 여자건 남자건.. 이잖아요.
"믿어줘서 고마워요."
내가 뮤즈를 놓아두고 어디로 가겠어요? 라고 말하면서 음료수를 받아서 쪽쪽 빨아먹으려 합니다. 느릿느릿하지만 우아한 스바루의 발걸음은 레이나에게 맞춰져 있을까요?
"하와이의 노을도 멋지다고 들었는데요.."
걷다 보면 노을이 지는 광경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저런 말을 한 건 실물을 봐서 기쁘다는 말일 거고. 아직 노을이 지지 않았다면 같이 오붓하게? 보자는 말이었을까?
믿어준다는 말을 하는 레이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별 꼴이야라는 말에 답합니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개인 컵을 들고 다녀야겠다는 농담을? 그런 거였죠. 라며 미소짓는 건 묘하게 짖궂은 표정이었을까?
"으음..."
조금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제 연인이니까 접근하지 말아주시죠. 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요? 라고 무해한 얼굴로 웃습니다. 다만.. 속에서는 좀 잔인한 상상을 하긴 했지만요? 수채화 물감이 묻은 붓을 씻은 물을 들이붓는다던가요(?)
"그림을 잘 그리면 사진같다고 하고, 풍경사진이 아름다우면 그림같다고 하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화풍을 가진 제가 좀 더 경쟁력이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농담같은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림으로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건 맞았기 때문에 스바루는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시간이 지나고 노을의 잔광이 수평선에 남고 하늘이 검푸르게 물들어갑니다
없어야죠! 우리 둘 다! 다른 사람한테 한눈 팔아서 애인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할 일은 없어야해요! 그렇지만 스바루는 굳게 믿고 있다는듯 팔짱을 낀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좀 더 단단히 감았다. 그가 불편하다 싶다면 바로 빼겠지만.
"어머, 그래요? 역시..."
조금 거친 사람들은 아예 싸움을 걸거나 주먹질을 한다더라고요. 제 친구들중에 그런 애인을 둔 친구가 있었는데, 한번은 친구가 작업이 걸리자 주먹질부터해서 그날 데이트가 완전히 망했다지 뭐예요. 스바루가 그렇게 대처하지 않을 사람이라 다행이라는듯 이야기했다.
"신기하네요. 잘 그리면 사진같고, 잘 찍으면 그림같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여신이라고 부르는거랑 같은 느낌일까. 하지만 여신을 보고 인간같다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이 비유는 좀 그러려나. 그녀는 그의 어깨에 편안히 기대 눈을 감았다. 아름다운 하와이의 하늘 아래 그와 함께라니. 이는 정말 행복한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검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감상했다.
불편하지 않다는 듯 조심스럽게 꼭 끌어안으려 합니다. 역시.. 그러는 걸 은연중에 바란 게 분명하지요?
"싸움을 걸거나 주먹질을 하면 곤란한걸요. 그러는 걸 원하신다고 하셔도..."
저는 무리인걸요? 라고 농담하듯 말하는 스바루입니다. 다행이라는 듯 말하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애인을 둔 친구라던가. 그런 말을 들으며 저런.. 데이트가 망한 건 둘째치고 보상이라던가 복잡해졌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만큼 그런 일을 하면 곤란해지는 법이지요. 스바루는... 의외로 괴팍해도 나쁘진 않겠지만.
"인형이랑 사람도 비슷하니까요?"
잘 만들어진 인형을 보고 인간같다거나. 인형같은 외모라던가. 같은 말을 하며 하늘을 감상하며 스바루와 레이나는 하늘을 보며 별들을 구경했을 겁니다. 숙소에 돌아가려면 일어나야 하겠지만? 그렇게 돌아오거나. 밤새 보는 것을 이어간다면..
어떤 사람들은 자길 위해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애인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친구들 말이, 그런 사람이 로맨틱해보여도 주먹이 아무에게나 나가서 골치 아프다는걸요. 아무래도 레이나의 첫 연애는 스바루와의 연애일테니 타인의 사례를 예를 들었다.
"아하, 그것도 있네요."
잘 만들어진 인형에겐 인간같다, 예쁜 인간에겐 인형같다고 하는건 비교적 흔한 일이죠. 그들은 한참이나 별을 봤을까요. 그러다 숙소로 가서도 별을 구경하고. 달도 구경하고. 하와이로 와서 날씨가 나빴던 적이 한번도 없어 다행입니다. 그러고보니 여행온지도 며칠 꽤 되었지요.
사실은 붓 씻은 물은 끼얹어주고 싶었기는 하지만요? 하는 짖궂은 말을 속삭이듯 하고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용서해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말하며 미소짓습니다. 아무에게나 나가서 골치아픈 건 맞지요. 그 사람하고 미래를 약속하기는 어렵죠. 같은 생각을 하며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스바루는 생각해봅니다
"달도 별도 아름다운데 달이 너무 밝으면 별은 가라앉을 수 밖에 없네요."
여행을 온 지도 며칠이 되어. 지금은 하와이에서 사서 반입할 수 있는 물건을 쇼핑하러 왔을지도요? 하와이에서 꼭 사서 가져가는 것을 추천하는 물품이 많은 곳이라던가...
"이건 어때요?"
하와이에서 나는 꽃으로만 만드는 거라서 향이 좋대요. 라고 말하면서 에센셜 오일을 들어올려 봅니다. 근데 향이 의외로 스바루에게도 어울려 보일지도 모릅니다.
생각만으로 그치는 게 좋지요. 물론 스바루라면 인맥과 지연과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약점을 잡을수도 있어는 보입니다만, 그런 짓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약점을 잡을 정도로 심한 짓을 한다면(즉 중대한 약점이 있다면) 레이나도 좋아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죠. 약속할게요. 붓 씻은 물은 끼얹지 않기로?"
농담같지만 의외로 효과적인 퇴치방법이긴 합니다. 쇼핑을 하러 와서 에센셜 오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구매합니다. 조금 다른 방향의 향들도 맡아보고 좋아하는 향으로구매해보는 거지요. 도자기 인형을 가리키는 걸 보고는 저희가 들고 탈 수 있는 만큼 사야겠네요. 라고 말하는데.
"수하물은 조금.. 깨질 위험이 있으니까요?"
면세점에서 사는 거랑 여기서 사는 거랑 적정히 조율해야 한다면서 자그마한 거라면 꽤 예쁘겠다고 말합니다. 저기 보이는 저게 적당할 것 같나요?
너무 심각한 사람이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폭력은 곤란하니까요. 스바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을 걸었습니다. 그러고는 기념품같은 걸 파는 곳도 돌아다녔습니다. 하와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보이는 공방이 있어서 믿을 만하죠. 어쩌면 스바루와 레이나도 이런 공방에서 기념품을 만들었을지도요?
"그렇죠? 저 정도면 들고 다닐 수 있고.. "
튼튼해 보이기도 하니까요. 라고 말하며 스바루는 가리킨 것을 사려 합니다. 두 개가 한 쌍이라고 하니까 하나씩 살래요? 라는 농담도 하기는.
"그러게요. 하와이 특산 술이나.. 직물로 만든 거나.. 전통물품 정도가 있지 않을까요? 선인장으로 만든 술이 있다고 해요."
그렇게 다하고 나서, 좀 일찍 가서 구경해보고 사보는 건 어때요? 라고 물어봅니다. 아마 일찍 가야지 구경하고 느긋하게 탑승할 수 있다는 느낌일 겁니다. 아니면 카탈로그를 요청하고 거기서 주문 후에 수하물로 부치는 식이라던가요? 라는 말을 해보네요. 즐겁게 여행을 하고, 돌아갈 날에 면세점에 들를까요?
무엇을 만들었을까요.. 컵? 의외로 스바루가 고운 것을 조심스럽게 토막내서 향로 같은 것도 만들었을지도요? 떠나기 전에 구운 완성품을 받아봤다면 감탄이 나오는 것이 나왔을지도?
"하나씩 둔다니. 로맨틱하네요"
그렇죠? 라고 말하며 스바루는 천천히 도자기 인형들을 바라봅니다. 술이나 면세점에서만 잘 살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을지도. 느릿느릿하게 여러가지 사보려 합니다.
"이 술도 괜찮고.."
숙성을 오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선인장으로 만든 술통을 봅니다. 이건 해외배송도 해주네요. 라는 말을 합니다. 검역은 좀 오래 걸리겠지만.. 그 외에는 병에 담긴 술이나. 하와이에서 만든 직물이나 태피스트리같은 것도 있습니다. 화장품이나 산호나 보석 종류도 있네요.
레이나가 그 향로를 봤다면 무척 좋아했겠군요. 역시 스바루 씨! 라면서... 예술가라 그런지 걸작이 나왔다며 정말 좋아했을겁니다.
"반지도 나눠 끼웠는데, 도자기라고 못하겠어요?"
그의 말에 부끄러워하지 말라는듯 그의 어깨를 살짝 툭 치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동안 레이나는 태피스트리와 화장품, 보석을 보고 있었을까. 그녀는 태피스트리에 큰 흥미를 보이며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물론 운송 가능한 것)을 고르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고른 것은 태피스트리와 산호 장신구, 화장품 몇개와 직물이었을 것이다. 보석은 이 반지면 됐다는 듯, 그리고 또 오면 된다는 듯 더 이상 고르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꽤 많이 골랐네요."
태피스트리, 엄청 멋있죠? 그녀는 자신이 고른 태피스트리를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 만드는데만 엄청난 정성이 들어갔을거예요. 마음에 들어요. 스바루 씨는 뭘 샀어요?
꽤 신경써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지고 가다가 부서지지 않았으면.. 이라고 기원하겠네요. 아마 그 향로는 들고 타지 않을까요?
"그..그렇죠.."
반지도 나눠끼웠는데 도자기라고 못 나누겠나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부끄러워지고. 간질간질해지는 것은 설렘입니다.
"확실히 멋지군요... 특히 이 직조가 그래요"
저는 간단한 원석(은 자유시간에 나가서 구매해본 것이었겠지요?)이랑 태피스트리나 직물 종류와 산호 장식품 정도를 구매했다고 합니다. 화장품은 그닥 끌리지는 않나 보네요. 아. 그 외에 특산품으로 만든 보관이 좀 오래가는 간식류(말린 과일이나?)나 술 종류도 좀 샀습니다. 독틀한 풍미가 있어서 그런지 칵테일로는 부적합하지만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엔 꽤 괜찮다네요.
"주위에 나눠줄 용도지만요?"
웃으면서 이제 천천히 탑승할 느낌이네요. 라고 말해봅니다. 다 들고 탈 수 있으려나요. 라고 말하지만 태피스트리나 직물류는 아예 묵직한 걸 사서 부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봅니다.
아마도 용도와 사용법을 알려주고.. 통관 시에 깨뜨리지만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깨뜨리면 곤란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겠지만요.
"그럼요. 흔히 보기 힘들다고 하니까요."
태피스트리가 인기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량으로 놓아두기엔 부적합한 편이기도 하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태피스트리를 쓸어봅니다. 상당한 고급품이네요. 추억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좋아하실 거라는 것에는 그렇죠? 라고 살짝 화색이 돕니다.
"잠시만 안녕인 거지요."
아. 확실히 수하물을 잘 포장해서 보내야합니다. 포장 서비스를 면세점에서 보장해서 다행입니다. 술통이라던가. 그런 것들도 표시해서 넘겨주고는 비행기에 탑승하려 합니다. 날짜가 변하고, 날씨가 변하고... 낯설었지만 익숙해진 곳에서 익숙해진 곳으로 돌아와서.. 공항에 내려오면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눈에 새롭게 보일까요?
많이 산다면 그건 방마다 장식할 용도일까. 레이나도 가격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자신이 태피스트리를 몇개나 장식할 만큼 집이 큰건 아니기에 적당히 하나만 고른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만 사도 충분한 물건이기도 했다.
"그러게요... 아쉽지만 다음에 또 만날때까지 각자 일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요."
그의 말에 아쉽다는듯 눈썹과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에게 잠시 귀를 빌려달라는 듯 손짓하고, 그가 귀를 빌려주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댄다면 볼에 가볍게 키스했을 것이다. 그럼 나중에 봐요. 그녀도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다.
영화가 개봉한뒤, 그것이 의외의 주목을 받아 흥행을 얻으며 레이나도 자연스레 주목받게 되었다. 은퇴한 유명배우의 딸,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은 신인 여배우, 음악가 아버지의 눈과 배우 어머니의 얼굴, (매서운 눈을 가진 아버지와는 달리)사랑스러운 분홍빛 눈을 가진 여배우 등등으로 소개되었을까.
그녀는 그 이후로도 스바루와 만났지만 앞서 말한대로 일정이 조금 엇갈린지라, 그들이 행사에 함께 참여한 것은 꽤나 우연의 일치였다.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여한 레이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스바루였다. 그녀는 사람들을 적당히 상대한뒤 그에게로 다가갔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귀를 빌려달라는 듯 하자 흔쾌히 내주었지만 볼키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듯 조금 놀란 눈을 합니다. 하지만 금방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배웅했겠지요.
스바루는 신인에서 이제는 명성을 쌓고 배경이 슬쩍 알려질 법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명성은 높아졌겠지요. 평론가나 학계에서 여러 러브콜이 오기도 하면서 상당히 바빠졌습니다. 그림은 꾸준히 그리지만 습작으로써 내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치는 높아졌고, 행사에서 조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슬쩍슬쩍 엇갈리기도 했고요.
지루하네요 라고 생각하던 스바루는 레이나가 다가오자 눈을 크게 뜹니다.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던 걸까요?
레이나의 명성도 높아진 것에 스바루는 기뻐했습니다. 자주 못 만나는 것은 서운했지만 그 감정도 원동력으로 쓰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개인의 생활에 그렇게 간섭하긴 그렇잖아요?
"정말 신기한 우연이지만.."
좋은 우연이지요? 라고 말하면서 레이나의 차림을 봅니다. 평소보다 공들여 꾸며낸 청초함이 귀여웠습니다. 사진으로 남기고 그림으로도 남기고 싶을 느낌이네요. 스바루 또한 평소보다 말쑥하게 꾸며진 모습이었습니다. 본래도 외모는 대단했지만. 더 대단한 느낌입니다. 누구에게 꿇리지 않네요.
"레이나 양도 주최자 분의 초청을 받은 걸 보면 대단한걸요?"
부드럽게 웃으면서 먼저 손을 내밉니다. 레이디와의 춤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라는 속삭임은 그 뒤에 따라왔겠지요. 생애 첫 춤은 못 드리지만 능숙한 춤은 드릴 수 있답니다? 라는 농을 합니다. 하긴.. 스바루 정도라면 파티같은 곳에 많이 참여할 만하지요.
능숙한 척도 좋지만 가끔 교양으로 춰보는 것도 좋다는 말인가요? 스바루의 부드러운 리드입니다.
"평범하게인가요..."
프롬 파티 같은 것도 없었을까요? 물론 거기선 본인 잔 간수 매우 잘해야 하지만요. 라는 말을 하면서 저는 클럽에서 놀았지만요(일종의 사교 클럽. 동호회에 더 가까울 듯) 예술 쪽을 지망하는 이들끼리 모인 곳이었지요. 라고 말하다가 거기 은근 괴짜가 많았죠. 라고 농담하듯 말하며 조용한 테라스로 향합니다.
"확실히 여기가 은근히 조용하니 좋네요."
주최자분도 가끔 이런 테라스에서 여러 사람을 지켜본다고 하더군요. 라고 말합니다.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리며 스바루의 얼굴을 비춥니다. 예쁘장한 얼굴에 그림자가 지니 분위기가 나나요?
//스바루가 받아도, 레이나가 받아도 좋지요. 아니면 둘 다 받았는데 한쪽은 확고하게 거절했는데 한쪽은 이미 진행이 되었었다는 그런 것도.. 레이나주가 원하는 대로 하셔요
"좀 괴짜같은 분들은 과학 쪽에 간 분들도 있고요, 아니면 다른 곳에서 자기만의 일가를 이루고 있는 분들도 있어요."
클럽에 대해서 적당히 설명합니다. 지금도 명문에서는 그런 클럽이 있다고 들은 기분이.. 어쨌든 그런 걸 설명하다가 레이나 양이 그러고보니.. 로 물어본 것이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던 것이라서 오히려 조금 놀랐습니다. 이 에유에서는 그냥 잘 살아계시다가 조금 일찍 병으로 돌아가신 것 뿐이니까요. 사실 토우야와 스바루의 나이를 감안하면(스바루가 지금 20대 중반이라면 토우야는 30대 초~중반일 거고. 어머님은 생각보다 느지막히 결혼한 것이니만큼..) 일찍이라곤 해도 어느 정도 사신 거죠.
"아. 맞아요. 어머니에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합니다. 제가 그림을 엄청 열심히 연습한 것도 그려놓으려고 좀 열심히 한 것도 있었으니까요? 라고 말하며 옅은 웃음을 짓습니다. 사진도 남아 있고, 그림도 남아 있으니 추억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춤을 좀 추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1. 레이나가 진행될 경우 스바루는 혼담을 물리는 데에 신경을 썼어서 레이나의 소식을 잘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나에게도 혼담이 들어왔다는 것에.. 그리고 그것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놀란 표정을 짓고는 편지를 보내려 했을까요? 지금 괜찮으신가요. 라던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한다거나요?
2. 스바루가 진행될 경우 스바루는 가족모임에 갔다가 선자리에 끌려갔습니다. 본인은 싫다고 했지만. 한번 정도는 만나보고라는 말에 만나서 거절하겠다는 것으로 갔지요. 유력 가문의 자제의 결혼식이 이르렀다라는 기사가 먼저 터져서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는 게 문제겠지만! 아마 그것은 상대방 측에서 마음에 들었기에 내보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연인이 있는데.."
조금 다른 사람과 만남을 자제하라는 것에 외출이 어느 정도 금지되어서 앉아있었습니다. 너무 강압적이지는 않아서 편지나 전보 등등은 가능하지만요.
//둘 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일단은 둘 중 하나로 골라도 좋아요.. 늦었다악...
스바루가 말하는 클럽을 귀 기울여 들으며 흥미롭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클럽이 사교모임이나 동호회에 더 가까운 거였구나. 그녀는 그가 재밌는 학창시절을 보낸 것이 꽤나 부러웠던 모양이다. 자신도 연극부 활동으로 즐거운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것말곤 딱히 재밌는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님이었군요... 어머님께서 굉장한 미인이셨나봐요."
지금보니 굉장히 닮았어요. 여기서 머리카락만 기르면 어머님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그녀는 부모자식간에 이렇게 닮을 수 있는지 신기해하며(자신도 어머니와 판박이었지만) 말했다.
"어머님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면 뿌듯해하실거예요. 이렇게 멋진 화가가 되었으니까요."
자식이 성공했는데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레이나가 테라스의 난간에 몸을 살짝 기대어 말했다.
// 그럼 2번으로 할까요? 신문기사를 본 레이나가 만나러 와서 직접 결정을 듣고 싶다고 한다던가요?
"그렇죠? 예전에 미디어에 조금 노출된 적 있었던 적 있었는데 굉장한 이슈였던 적 있었다네요."
그게 일회성이었지만요. 라고 말합니다. 일종의 다큐멘터리나. 도전골든벨 같은 종류의 한 회차 같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지금 보니 닮았다는 말에 레이나 양도 많이 닮으셨는걸요?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렇겠지요..?"
기뻐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냐는 말에는 그저 미소짓습니다. 아마 그렇다.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의의 말이었을 겁니다. 방긋 웃으면서 잔을 맞댈래요? 라고 말해봅니다. 마침 불꽃놀이를 한다고 샴페인도 다시 돌아다니며 배달하고 있고. 눈이 팔리니만큼. 끌어안기거나 끌어안기도 좋겠지요. 스바루는 그 와중에 부드럽게 끌어안았을 거니까요?
"하..."
뭐 정해진 것도 없는데. 먼저 신문기사를 내고 말다니. 라고 말하는 스바루의 표정은 조금 심각했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는 스바루의 상대방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네가 해결해야 하는 거지. 라고 답했습니다. 레이나 양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숨을 쉽니다.
우와... 그랬다면 저도 알고 있을수도 있겠네요. 굉장한 이슈였다니까요. (아무래도)명문학교였을테니 클럽활동은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했을까. 주목이 모이는건 어찌보면 당연했을 것이다. 그녀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에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때부터요."라고 답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둘 다 어머니를 닮았네요?
"그럴거예요."
그녀는 부드럽게 안아오는 그의 품에 자연스레 안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잔을 그의 잔에 부딪히려 잔에 가까이 대었다. 불꽃놀이는 예정대로 아름답게 펼쳐졌을까.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는 소리는 한 커플이 서로 끌어안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을 사람들로부터 가려줬을 것이다.
기사는 레이나도 자연스레 보게 되었다. 그녀도 처음엔 믿기지 않는다는듯 놀란 얼굴과 떨리는 손으로 신문을 넘겼지만, 마지막엔 오히려 차분해졌다는듯 스바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신문이나 다큐멘터리에 남아있고. 재방송이나 재방영이 잘 되는 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활동이 없었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잊혀질 수도 있었을지도. 명문 학교의 클럽활동은 은근히 중요한 편이라고 들었으니. 스바루는 소개로 들었던 곳은 정중하게 탈퇴했었다는 말을 합니다. 앞으로의 경영이나 그런 쪽은 제 적성은 아니었거든요. 라고 말합니다만.. 거기서 들은 경영이 일부분 도움되기는 했으니. 정중한으로 포장했습니다.
"그렇네요. 둘 다 어머니를 닮았어요"
고게를 끄덕이며 그럴거에요라는 말을 하는 레이나를 보며 화사하게 미소짓습니다. 이런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잔을 부딪히면 청량한 소리가 나면서 홀짝이면서.. 끌어안기는 것을 가려주는 불꽃놀이.. 낭만적이었지요.
기사가 난 것을 보면.. 스바루의 의사가 있다.. 라던가 그런 추측될 만한 건 없이. 상대방 측이 원한다는 게 슬쩍 드러나 있겠지요.
"네. 말씀드릴 수 있어요."
본의가 아니었다거나, 해결을 위해 준비하는 것은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이 예의이니만큼. 전화를 받았습니다. 스바루는 침착해보이는 목소리였지만. 좀.. 떨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금방 올 거라는 레이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려 할까요?
그때부터 인맥을 쌓는건가요... 빡세군요. 사실 보통 학교에서도 같은 동아리 출신인걸로도 학연 지연을 맺는데 명문학교라면은... 레이나는 탈퇴했다는 말에 역시 예술가로서의 피가 더 짙었나봐요. 라며 웃어보였다.
그녀는 그와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신을 보며 결혼 생각이 없던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굳이 결혼이 아니더라도 오래오래 만날 수 있길 바랐다. 불꽃놀이는 좋은 이벤트이자 가림막이 되어주었다.
택시를 타고 스바루의 집 앞에 도착한 레이나는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어주면 의자에 앉아 "물 한 잔만 주시겠어요?" 라고 말할 것이다. 그녀는 스바루의 침착하지만 조금 떨리는 목소리를 기억했다. 본인 의사로 진행된 결혼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녀는 그가 물 한 잔을 주면 들이킨 뒤, 최대한 닿는 소리가 나지않게 컵을 내려놓곤 말했을 것이다.
"스바루 씨의 의사로 진행된 결혼이 아니라는건 저도 알고 있어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그 상대 측에서 원하나봐요? 그녀는 꽤나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인맥을 쌓고.. 그런 셈이죠? 학연과 지연.. 거기다가 혈연까지더해지면 상당한 게 될 수 있습니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게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들만의 리그. 미래를 생각하는 건 레이나 뿐 아니라 스바루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은 글쎄.. 일지도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걸 생각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긴 것을 내다보는 걸지도요?
문을 두드리자 살짝 확인하고는, 열어줍니다. 기자나 그런 걸 좀 맞이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그나마 파파라치는 없는 걸 확인했어서 다행이려나? 물을 달라고 하자 얼음을 담아 건넸습니다
"그런 셈이지요. 그쪽이 사진만 보고 좀 마음에 들어했나 봐요."
저로써는 가장 곤란한 상황이네요. 라고 말하는 스바루는 조금 피곤한 표정입니다. 다만 레이나를 보면서 기뻐지는지 슬쩍 풀리기도 하네요. 스바루도 찬물을 마시고는 좀 진정합니다. 그리고는 레이나를 바라보면서..
얼굴은 봤겠지만 그냥 사진으로 보고 결정이라니. 아무리 집안 신뢰도가 높아도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라는 중얼거림이 덧붙여집니다. 비꼬는 듯한 말투를 말리지 않는 건 자신도 약간은 어처구니 없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선자리를 주선해서 만났는데 설계를 하다니요."
그게 계획되로 되었으면 통속극이 왜 있을까요. 같은 말을 하지는 않고 헛웃음을 짓습니다. 결혼을 해서 선수를 친다는 말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저랑 결혼해도 정말 괜찮으신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싫은 건 아니지만요.."
결혼이나 그런 건 신중하게 생각하는 거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약혼만 한다거나 하면 혼담 무마만 하면 파혼같은 것도 가능하다고 염려를 담아서 말합니다. 혼삿길 막혀요? 라는 진지한 담론이 나오기는요. 그래도 괜찮다면 사실..약혼을 제안드리려 했었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약혼용 반지 물려받은 걸 꺼내보이려 합니다. 성채 블랙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반지를 보여주다가. 당돌하시지만 그것도 좋으니까요. 라는 말을 하며..
"그럼.. 당장 만나러 갈래요?"
진지하지는 않지만. 약혼이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혼담은 어불성설이다. 라는 시위나 마찬가지라는 것 정도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후회라는 말에 다시 고개를 저었다. 하기야 이렇게 빨리 결혼 이야기가 나올줄은 둘 중 누구도 몰랐을 일이었다. 그녀는 이해한다는듯이 눈을 감고 납득했다. 그런데 스바루 씨, 약혼반지까지 준비한걸 보면 꽤 오랫동안 생각한거 아닌가요? 그럼 후회하지 않겠다는 말로 봐도 되겠죠?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소속사 사장이나 관계자들은 경악하겠지만... 뭐, 어쩌겠어요."
혼인신고는 상대를 속이는데 쓰고, 나중에 하도록 할까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는 스바루의 모습에 놀랄 줄 알았는데 웃을 줄은 몰랐다며 되려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후회라는 말에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뮤즈랑 같이 한다는 것을 거부하는 예술가도 있을까요? 라는 말을 합니다. 오랫동안 생각이라는 말에 사실은 비밀로 하고 주려 했는데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어쩌겠나요.. 원래대로라면 레이나 양도 혼담이 들어온 거니까요."
쌤쌤이지요? 라고 말하는 스바루는 웃습니다. 혼인신고서는 속이는데 쓴다는 것에 제출하면 되는 거니까 미리 써두기는 해야겠어요. 라고 답하면서 혼인신고서...를 발급받으러 갈까요? 가서 작성은 하지만 제출은 안 했을지도
"돈을 주고 헤어지라니. 너무하네요...."
근데 그럴 만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까요.. 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하고 레이나 양의 최고수입이랑 제 그림 몇 개 경매가로도 부족하다고 하는 건 어때요?"
라는 농담을 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걸까요? 물을 끼얹는 건 실례가 맞네요. 그리고는 스바루의 본가로 향하면.. 상당한 대저택이 있을 겁니다. 사실 쓰는 건 2층 정도지만요. 라는 말을 합니다. 다 쓰지는 않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오히려 별관에서 더 자주 지내요. 라고 하면서 아버지를 보러 가야겠다는 것? 먼저 만나고 있다면 바로 해결 가능하려나요? 라는 말로 긴장을 풀어주려 합니다.
저는 독립한 거나 마찬가지라서요. 라는 말을 하면서 기다린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에 따르려 합니다. 방 안에는 토우야와 아버님이 계시겠네요.
"저 왔어요."
그리고... 아버님과의 대화는 딱히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토우야가 고생할 뿐 아버님은 그렇게 고생할 것도 아니거든요. 알아서 하던가. 같은 기조입니다. 여기서는 그냥 평범하게 사별한 만큼 집착적인 면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토우야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지. 라는 말을 하면서 너네가 알아서 떨쳐내.. 우리는 그냥 거절한다. 정도면 되니까.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 못했다. 정도면야..라고 중얼거리며 뭔가 경제적인 차트를 넘기는군요.
"약속은 잡아주시겠지요?"
대면해서 내미는 것이 좋겠다는 것은 맞습니다. 원래 큰 건은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으니까요. 어느 정도 말을 전하기는 하겠지만. 아마도 식당의 분리된 방에서 만날 겁니다. 다행히도 찬물 정도만 있네요. 뜨거운 차나 차갑지만 주스 같은 거는 곤란하다고요?
만나지 않겠다면 이쪽에서도 강수를 두는 수 밖에요. 그녀는 단호한 말투로 정말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얼굴만 보고 결혼을 결정할 정도면 얼마나 머릿 속이 꽃밭인 아가씨일까? 라고 생각했다. 그 상대는 결혼 생활에 대해서 나중에 생각하자는 주의였을까. 아무튼 레이나에겐 첫인상이 좋지 못했음은 분명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전 메이오미야 레이나예요."
영화나 연극을 보는 취미는 없으신가 보군요. 그리고 미리 말 해두겠지만 절 당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도둑 고양이로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당신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니까요. 처음부터 지지 않겠다는듯 강하게 나가려는걸까. 무겁게 내리깐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그냥 완만히 해결되는 게 가장 좋겠지요?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스바루는 상대방 앞에서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보통 얼굴을 보고 괜찮다 싶은 혼담을 찾아서 선을 보고(이것도 없었다) 마음에 들면 몇 번 만나보다가 약혼한 다음에 좀 이런저런 이권을 조율하는데 그걸 다 넘겨버렸으니 스바루네 집안에서도 많이 당혹했을 겁니다.
"반가워요..." "으....정말로 운명일 거라고 믿었는데..."
반갑다고는 말하지만 절대 반갑지 않은 표정입니다. 그녀는 울먹이는 것처럼 말하면서 사랑을 빼앗아간 도둑고양이라고 하기에는 레이나가 먼저 말해서 움찔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쳐나가면, 힘겹기는 하지만(대부분은 그녀의 치기어린 행동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합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약혼이 무산되었다. 라는 것을 내본다거나. 보복은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을 구두 말고 문서화로 만들 수 있었을지도요?
"혼인신고서는 안 써도 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물론 정말로 내고 싶기는 하지만 결혼식 후에 내는 것도 나름 운치있지 않나요? 라고 농담을 합니다.
물을 뿌려지거나 뿌리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스바루는 맞아줄 생각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물을 좀 맞는다고 해서 미모가 죽는 건 아니잖아요? 상견례를 할 레스토랑은 분리된 방도 있고. 예약도 어렵다는 곳이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해냈다고 하네요. 음식의 코스를 준비하며 그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딱 괜찮은 곳이라고 하네요.
"안녕하세요. 츠이쥬우시 스바루라고 합니다."
스바루는 꽤 긴장했을 겁니다. 연인의 부모님을 보는 것은 처음이고요.(레이나의 어머니가 배우라는 걸 듣고는 찾아보기는 했겠지만요) 반대로 스바루의 아버님은 훨씬 여유롭네요. 하긴 굉장히 많은 업무를 하는 것이나 사람을 만나보았을 거 아닙니까?
"결혼을 결심하기로 한 계기가 비슷한 것은 꽤 인상깊군요."
말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고는 적당히 신혼에 관해서 몇 가지 조율을 해본다거나.. 스바루의 아버님이나 레이나의 부모님이랑 이야기가 은근히 잘 통했다거나요? 언론에 크게 알리지는 않고 적절히 조율할 겁니다.
상견례 무사히 치뤄졌을겁니다. 중간에 웬 아저씨가 나타나 방해하는 일도 없고, 사랑의 라이벌이 나타나 깽판을 놓는 일도 없었겠죠.
레이나의 부모님은 인사를 하는 스바루를 보며 자신들도 잘 부탁한다는듯이 자기소개를 했다. 각각 이름을 밝히고, 레이나의 어머니/아버지 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했을 것이다. 레이나의 어머니는 스바루의 아버지에게 모자란 딸이지만 모쪼록 잘 부탁한다며, 그러면서도 가문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끔 기본은 되어있는 아이라며 소개했다.
아버지 쪽은 (친부 쪽과는 달리) 얌전한 성격이라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을까. 하지만 예비 장인이 되는 입장인지라 스바루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딸을 잘 부탁합니다. 라는 말을 전했다. 꽤나 애정이 깊어보이는 눈빛으로 레이나와 스바루를 번갈아 본 뒤,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이니 잘 살겠구나. 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 남은건 결혼식 의상과 예식장, 일정 등등인가. 한창 바쁘게 날을 잡고 예식장 등을 고르고 있다보면 어느새 결혼식 날까지 며칠 안 남은 시점이 되었을지도...?
레이나의 부모님을 만나고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기본은 되어있는 아이라고 소개하는 걸 듣고는 기본뿐 아니라 정말로 좋은 이인걸요. 라고 애정이 담긴 말을 하는 스바루네요. 여러 붙어있는 말들을 들으면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불초한 자식을 잘 부탁드립니다"
스바루의 아버님 또한 교육을 소홀히 시킨 적은 없다고 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잘 부탁한다거나 하는 말을 건네었습니다. 스바루의 아버님이 이런저런 업무로 인해 상견례 자리는 엄청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만난다는 목적은 충실했습니다
결혼식 날까지 며칠 안 남자. 조금 긴장되던 게 꽤 긴장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걸요. 그리고 어쩌면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곳에 가서 정말 다 예뻐서 다 예쁘다고 하던 일도 있었을지도요?
"긴장되지만. 기쁘네요."
스바루는 딱히 식단관리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레이나는 신부화장이나 마사지나 그런 걸 풀코스로 받고 있을지도요? 불공평하게도 스바루는 기본적인 것만 해도 살아나는 미모였지만. 결혼식의 피로연의 음식이나 결혼식에 놓을 꽃이나 부케 같은 것도 같이 고르고, 결혼하고 나서 살 집은.. 스바루의 아파트 쪽으로 갈까요 아니면 새롭게 단독주택을 짓고 살 수 있을까요?
결혼식 준비는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웨딩드레스는 다 예쁘지만 마음에 드는 것들은 하나같이 몸에 딱 달라붙어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마른 편인 레이나였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곤욕을 치를 뻔했다.
사실 고증을 생각하자면 1920년대에 유행한 웨딩드레스는 플래퍼룩처럼 통이 크고 널널했다니 꽉 조이진 않았겠지만, 여기서 고증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지라...
레이나는 이것저것 관리를 받으며 가만히 앉아서 관리를 받는 입장인데, 여기저기 움직이려면 꽤 피곤하구나. 라며 주변에 있던 종이로 부채질했다. 그리고는 스바루를 슬쩍 보더니 결혼식에서 가장 아름다운건 신부여야 하는데 나는 신랑이 너무 미인이라 주목도 못 받게 생겼네. 라고 생각하며 살짝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곧 자신이 바라왔던 일이 이루어진다며 스바루의 말에 동의하듯 웃었다.
"그러고보니 신혼집... 스바루 씨 집에서 쭉 살아도 괜찮겠네요. 새로 집을 짓고 살아도 괜찮겠지만..."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사를 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녀는 스바루에게 물었다. 어떤게 더 마음에 들어요?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하더라고요. 다만 웨딩드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팔이 예쁜 거라고 하던 느낌. 다리가 짧으면 힐을 신거나 긴 걸로 가리거나, 허리는 졸라맬 수 있고, 흉부는 뽕을 넣을 수 있다지만 팔은 가리는 타입 아니면 웬만해선 힘들다나요? 레이나가 입는 건 다 예쁘겠지만... 스바루는 웨딩드레스 입을 때마다 사진사보고 찍으라고 했을 겁니다. 그야.. 다 예쁜데 하나만 입어야 하니까요..(피로연에서는 좀 가벼운 걸 입겠지만) 앨범 하나 뚝딱 만들어지겠네.
여기저기 움직이는 건 피곤합니다. 스바루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고개를 갸웃하며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살짝 피곤해보이는 표정도 묘하게 퇴폐스러운 미모가 되다니. 불공평하기는. 신혼집이라는 말을 하자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신혼집은 저희 집에 들어오고, 집 짓는 건 어때요?"
신혼일 때 정신없이 집을 지으면 뭔가 빠뜨리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라고 말하면서 같이 살아보며 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라는 걸 꼭꼭 모아두었다가 설계할 때에 이런저런 걸 만드는 거죠. 라고 웃어봅니다.
사실 단 하루도 아니고 몇 시간 정도지만... 하지만 인생에 단 한번밖에 없는 날이고, 가장 아름다운 날 중 하나로 기억될테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니면 이럴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 그리워질 정도로 더 바쁜 일이 생길테니까.
"그래요. 아직 아이 계획은 없으니까. 일단 스바루 씨 아파트에서 사는게 좋겠어요."
맞아요... 청첩장. 그녀는 스바루에게 상견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바루 씨, 식장에서 웬 아저씨가 주책맞게 울거나 째려봐도 너무 놀라진 말아주세요. 그 사람은 제 친아빠일테니까요. 음... 아예 초대하지 말아야하나... 그녀는 스바루에게 의견을 물어보듯 그를 바라봤다.
청첩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에 쏟아진 정성을 보여주듯 아름답게 만들어졌을까. 일단 받는 사람과 보는 레이나 입장에선 감탄이 나올만한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저의 뮤즈와 같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뻐요. 라고 부드럽게 말하며 손을 맞잡으려 시도합니까? 가장 아름다운 날이 되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은 기쁘고 좋은 일입니다. 스바루와 레이나의 결혼식 준비는 차질없이 잘 나갑니다. 예를 들자면 예식장을 하루종일 대관한다거나, 식사도 좋은 업체를 선정한다거나요. 매우 한국스러운 결혼식 느낌이지만.. 대충 섞어서 브라이드 샤워도 레이나는 했을까요?
"그렇다면 방을 치워놔야겠네요"
환기도 하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스바루의 아파트가 좁은 건 절대 아닌 만큼(오히려 4인 가족이 살기 적정크기라는 평이 있는 바이 3개 이상인 공간이다!) 같이 살려면 방청소만 좀 하겠지요.
"짠."
펼치면 유유히 흐르는 빛과 같은 것이 나오는 작품이었습니다. 이결혼식에 참석한 이들이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도 좋을 법한 청첩장이지요. 어쩌면 이 초대장을 기념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 미래에 진품명품 같은 거에 내보낼지도...
뮤즈랑 살며 영감이라는 말에 웃는 스바루네요. 총각파티... 그냥 친구끼리 모여서 건전한 파티를 했겠지요. 하와이에서 사온 술을 좀 돌리거나.. 결혼했던 이를 모아서 이런저런 조언을 들어본다거나요.
"그건 비밀."
사실 스바루주가 생각이 안 나서 그런 거지만요. 물어보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적용하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니었겠지요. 유명 화가와 유명 배우의 결혼식.. 초청받은 이들은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세기의 커플로도 불렸을 겁니다. 작품활동도 이어갈 거고 커리어가 끊기지 않을 거고요.. 음. 스바루는 잠깐 끊기거나 그럴 건 있으려나?
"긴장되면서도... 기쁘네요."
결혼식 전날 밤을 새면 곤란하니까 일찍 자야겠지만요. 식이 아침 일찍부터 하는 건 아니지만 준비는 아침부터 하잖아요? 그래서 스바루는 하루종일 청소를 해서 기력을 뺐습니다. 레이나와 정리가 얼추 다 마쳐진 곳을 볼지도 몰라요.
항상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 생긴 셈이네요. 그녀는 주는게 많다는 그의 말에 별 말씀은. 이라는듯 작게 웃어보였다. 당신도 내게 준게 얼마나 많은데오.
그거라면 레이나도 안심했겠네요. 과연 스바루답다면 스바루다운 행동입니다(?)
아, 역시 환상의 레시피나 오버 테크놀로지였군요... 그래도 실제로 있는 디자인이니 그렇게 묘사된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 백년해로하며 행복하게 살아요, 우리.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려하며 속삭였다. 스바루의 작품활동이 왜 잠시 끊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붓을 놓아버린건 아닐테니 그가 멋진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길 바라겠습니다.
"먼저 결혼한 친구 말로는 전날 밤엔 긴장감으로 잠이 안온대요."
그래서 결혼식 당일엔 어떻게든 버티다 끝나고 기진맥진해버린다고... 우리도 그럴까요? 최소한 자신은 그럴것 같다며 농담했다. 다 정리된 그의 집을 보며 처음엔 모델로서 들리던 집이 내 신혼집이 되다니,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네요.
준 게 많다는 말이나 손에서 기쁨을 느끼는 스바루였습니다. 작품활동이 잠시 끊기는 건.. 그다지 나쁜 이유는 아니겠지요. 좀 대작을 만드려고 고민하며 구상하는 그런? 그 기간이 좀 길었을 뿐이지요.
"푹 자고 일어나는 거에요. 어차피 알람 있을 거니까요?"
안 그래도 제가 깨우려 하겠지만. 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잘 자라고 해줍니다. 힘들었어서 스바루는 푹 잤겠지만요. 스바루주는 의외로 이런 날 전에도 잠은 나름 자는 편? 결혼식 당일에 신부화장을 하고 한껏 꾸밈받을 레이나를 보지 못하고 신랑 대기실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 겁니다. 레이나는 따로 다른 손님을 맞이할까요?
그리고 이런저런 손님들이 모이면 버진 로드를 걷는 스바루입니다. 레이나가 들어오면 스바루는 생각보다 훨씬 멋져서 눈이 동그래집니다. 레이나의 들러리는 누구였을까요..
예술가에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겠지요. 스바루에게 그 원천이 영원한 반려자가 되어 늘 곁에 있어준다면 큰 힘이 될까요.
레이나도 결혼하고 난 뒤 잠깐은 휴식기를 가질지도 모릅니다. 아예 쉬고 싶은 것은 아니니 곧바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짧은 공백기를 가지겠죠.
"고마워요. 그럼 자고 내일 봐요?"
그러나 레이나는 긴장하면 잠을 설치는 타입인지라 일어났을땐 조금은 피곤해보였습니다. 그래도 화장의 힘으로 어떻게든 티는 나지 않을겁니다. 신부 화장에 드레스 갈아입기에 벌써부터 혼이 빠지기 직전이지만, 지금이 식이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편이라는건 그녀도 잘 아는 일입니다.
신부 대기실에서 친구들과 친척들을 맞이하고, 시간이 다 되었다면 그녀는 아버지(료타 씨)의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천천히 걸어왔을겁니다. 신부 측 가족석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아저씨가 있긴 하지만 신경쓰지 마세요. 그는 레이나의 친부입니다.
"잘 부탁해요."
레이나의 아버지가 특유의 온화한 웃음으로 스바루에게 레이나의 손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주례를 듣고, 반지를 나눠끼고, 키스까지 한 다음 퇴장해야 하니까요. 레이나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미소 지은 뒤, 스바루를 보며 입모양으로 잘 부탁해요. 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의 영감이 된다라, 하기야 배우도 예술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스바루의 예술적이고 지적인 면이 레이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배역을 맡을때 반영될 수 있을겁니다. 만약 화가 역을 맡는다거나 화가의 아내, 뮤즈 역을 맡는다면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스바루의 모습에 레이나의 아버지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레이나 역시 주례를 들으며 (신랑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던지, 서로 평생 존경하며 살 것이라던지에) 네. 라고 맹세했다. 베일을 쓰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결연해보였다.
반지를 나눠끼며 딱 맞는 것에 안심, 떨어뜨리지 않은 것에 안심, 잘 준비된 것에 안심했다. 이제 서로 인사를 올리고 신부나 신랑이 쓴 편지를 읽거나, 축가를 듣는 일정이 이어졌겠지.
결혼식은 잘 진행되었을 것이다. 혹시 둘이 입장했을때 감동해 우는 사람도 있었을까. 그만큼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을 것이다.
이제 남는 건 신랑과 신부의 키스였을까, 주례는 잠시 헛기침하더니 스바루와 레이나를 불렀다. 레이나는 이제 올게 왔다는듯 살짝 긴장한 채로 몸을 작게 풀었다.
배우도 예체능인 만큼.. 화가 역이나 화가의 뮤즈라면 커리어 하이를 보여주겠네요.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커리어 하이가 못 온다는 건 아닐 거에요. 만족스러운 미소에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요? 은근히 조심스럽다니까요. 눈빛의 결연함에 주례를 맡은 이는 좋을 때라고 생각하며 축복의 말을 해줍니다.
"신부와 신랑의 맹세의 키스로 결혼은 인정될 것입니다."
주례가 말하듯 신부와 신랑의 키스만이 남았기에 스바루는 긴장했습니다. 입 안이 마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화한 듯한 레몬과 민트의 향이 남아있겠지요. 미묘하게 달콤한 향이 있는 것은 가글에 남은 향이었을까? 사실 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결혼식 때에 곤란하면이라는 두려움이 약간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레이나."
중얼거리면서 조심스럽게 키스하려 시도합니다. 입술이 가까워지고, 서로의 눈이 마주봐지는 광경이란. 서로의 키스가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해보는데요. 키스의 끝을 맞이라면 신부는 부케를 던지고, 신랑은... 글쎄요. 서양식 결혼이라면 가터 링을 신랑이 물어 빼 던지는 게 있다던데. 그건 넘길 수도 있으려나?
배우의 상황과 매치시키자면 실제 연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메소드지만 메소드가 아닌... 하지만 의외로 헤맬수도 있습니다. 사실 레이나가 스바루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특별히 한것도 없고, 자신과 정반대 성격이 오히려 연기하기 쉽다고 하니까요.
그녀는 살짝 긴장한듯 숨을 푹 쉬더니, 그가 베일을 올리기만을 기다리고는 그의 눈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키스할땐 눈을 감는게 덜 어색해서라고 생각해서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일테니 눈을 뜨고 하는것도 좋겠지만, 사실 이것이 이 둘의 첫키스였을테니(볼에 키스는 했어도) 부끄러운 감정이 더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보고 배운게 있다고, 아예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튼다던지 뭐 그런거 말이다. 결혼식의 키스는 무사히 이루어졌을 것이다. 레몬과 민트향. 이것이 키스의 첫인상이었다. 사춘기 소녀가 생각하는 것마냥 폭죽이 터진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순간 가슴이 터질듯 마냥 뛰는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스바루를 보았다. 이제 모두가 우리 결혼의 증인이에요! 라는 듯이. 부케는 던져도 가터링이라... 레이나라면 무척 부끄러워하겠네요. 신부가 중간에 기절하는걸 보고싶지 않다면 넘어가는게 좋겠네요.
실제를 연기하는 건 어쩌면 조금은 질투할지도 모릅니다. 같은 방향을 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경쟁자같은 걸로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걸 티를 내거나 반대하지는 않겠지만요. 필요한 것이라던가 레이나가 그런 걸 하고 싶은 걸 보고 싶다가 그 미약한 질투보다 훨씬 클 것이니까요.
키스도 짜릿하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사춘기의 그 폭발적 호르몬의 영향으로 폭죽이 터지는 건 아니었어도 그만큼의 잠재성이 남아있었으니까요. 숨이 엉키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부케를 던지고 받은 건 누구였을진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도 축하가 쏟아지고, 가터링은 부끄러우니 넘어갔다면 피로연이 벌어지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둘을 축복했을 거고. 아름다운 나날들만이 예정된 것처럼 사람들이 기뻐한 날로 남을 겁니다.
"정말 기쁘네요."
레이나 양도 기쁘다면 좋겠어요. 피로연 다음 날에는 신혼여행도 떠나거나.. 그럴 거고요. 라고 말합니다. 아마. 휴양여행으로 리조트 같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기만 하는 걸지도?
//조금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야기였지만 레이나랑 돌리면서 즐거웠어요!
하긴 그렇지요... 스바루가 질투해도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일지라도 레이나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면 연기라도 질투할만 하지요. 레이나도 이를 우려하고 있긴 하겠지만 스바루가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고, 자신도 스바루만을 사랑하니 그도 이해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감격스러운듯 기쁘게 웃으며 눈앞의 스바루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을 증명하는 일이 앞으로 더 있을거라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사랑이란 즐거운 것이니 기대가 되기도 했다.
"나도 기뻐요. 내 사랑."
이렇게 아름다운 날이 오다니. 정말 행복해요. 그녀는 스바루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려했다. 그리고 팔짱을 살짝 끼려하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행복이 너무나 달콤했다.
이 둘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서로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래에도 세기의 커플로 불리며 서로의 신뢰를 지키고 살아온 부부의 대표적인 예가 되었을까. 물론 다투거나 투닥대는 일도 있겠지만, 그것이 이 둘의 관계에 큰 흠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