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닥에 넘어져서, 눈을 크게 뜨곤 입을 쩍 벌렸다. 이래보여도 내 건강은 S 다. 발구르기로 일어지는 충격파에 쉽사리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아주 간단히 뒤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직접 맞은 것도 아닌데....지진 난 줄 알았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세를 추스리면서 일어났다.
"발구르기도 랭크 S 쯤 가면 격이 다르네요...."
문득, 귀엽게 에잇 에잇 하고 바닥을 찍던 나를 부장님이 어떻게 봤을지를 상상하니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야말로 발 동동구르기를 보여드리고 있던 셈이다...
"...실은 제가 부동일태세라고, 자세를 취하고 움직일 수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요. 현재로썬 이것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자세를 취하는 도중엔 역시 발구르기를 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발구르기로 크게 위협도를 증가시킨뒤에 매끄럽게 자세로 연결하는 것은 가능할까? 훈련에서 계속 그걸 중점으로 연습중이지만, 솔직히 실전이 아닌 이상 잘은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해선 굳이 설명할 것까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는 완벽한 사업가이시니까요. 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때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파파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재정적으로든 뭐든 지원을 해주시긴 하지만 그뿐이었답니다. 에미리의 가치는 어디까지나 어머니와 같이 따라온 덤, 그저 그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었답니다. 하지만 말이어요, 이제는 조금은, 조금은 다정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말이어요. 이제서야 감히 그걸 바라는 것은 모순인가요? 식사 내내 조용히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물만 들이키고 있다가,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는 그제서야 컵을 내려놓고 입을 열고자 하였습니다.
“조금은 이 소녀에게도, 그간 평안하셨는지 여쭐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했답니다... “
아버지께도, 어머니께도, 오라버니들께도요. 여유로이 웃으려 하는 데에 꾸밈은 없었습니다. 희미하였으나 정말로, 정말로 해맑았답니다. 오, 아버지께선 알고 계실까요? 이 어린 딸은 당신들께서 살아 계신 채로 이 자리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정말로 하늘께 감사드린다는 걸요? 스카프를 꽉 묶은 목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숨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어나가고자 하였습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자면 아주 길답니다. 새학기부터 이나 브로코나비츠 선생님께서 계시는 보건부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고 실력을 연마하였으며, 친우분과 함께 의뢰를 나가 검귀라는 게이트 내 보스를 처치하는 걸 도우고 서포트하였지요. 참, 혼천이일도세란 대형 게이트에도 다녀왔답니다. 고대의 중원 무림과 비슷한 느낌의 게이트이온데, 의념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무공을 사용하는 자들이 모여있는 곳이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서포터인 학우들은 다른 학우분들께서 피를 이용한 검을 쓰는 아주 강한 검사분을 쓰러트리는 것을 전력을 다해 서포트하였답니다. 그리고 보란듯이 이기고 돌아왔답니다. “
감히, 제가 게이트 내에서 많은 걸 배우고 왔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어요. 라고 덧붙인 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참 지나지 않아 태양왕 게이트가 있었습니다. 학원도에 거대한 초대형 게이트가 열렸었습니다. 저와 제 친우 분들은 청망이라는 일류무사님을 상대하게 되었었습니다. 초기에는 조금 고전하였습니다. 죽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소녀는 이렇게 무사히 살아 돌아왔답니다. 무사 분을 쓰러트리는 데에 많이 힘을 보태드리고 돌아왔답니다. “ 감히, 감히 제가 말할수 있을까요? 그곳에서 당신들의 미래를 보고 왔노라고? 에미리는 겁쟁이랍니다. 미래를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함에도 두려워하는 겁쟁이랍니다. 그렇기에 저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많이 노쇠하신 나의 아버지께도, 옆에 계신 오라버니들과 어머니께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합니다. 잠시 물컵을 들어 한 모금 입에 머금어 목을 축인 뒤,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비록 이렇게 평안하게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태양왕 게이트는 정말로 지옥같은 게이트였습니다. 친우와 동료들이 뜷려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끔찍한 게이트였답니다!
“그리고나서 수많은 게이트를 닫고 나오기를 계속했답니다. 정말로, 정말로 고된 2주였습니다만 부족한 저 하나일지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어서 굉장히 뿌듯한 2주였습니다. 그리고 고된 공부 끝에 첫 시험을 보았고, 그리고….. 지금이랍니다. “
그 잔혹한 게이트에 대한 얘기는 아마 오라버니께서 하실 듯 싶어 굳이 얘기해보았자 제가 스스로 저에게 칼을 들이미는 격이었기에, 굳이 입에 올리려고 하지는 않으려 하였습니다.
“어떻게 부족한 제 말솜씨로 그간의 일이 설명이 되었을까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
빙그레 웃으며 저는 똑바로 아버지를 바라보고자 하였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딸은 이곳 학원도에서 비뚤어짐 없이 올바르게, 훌륭한 가디언이 되기 위하여 갈고 닦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