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도 구할 수 없는 사람은 있다. 누군가를 구하려면 그 이상의 구하지 못하는 사람을 마주쳐야만 한다. 구제 불능(救濟 不能). 삶의 모든 순간을 도망으로 채워 왔던 사람은, 위험 속에서 큰 손이 들어올려 꺼내 준다 할지라도, 또 위험으로 달려가서 끝내 부딪쳐 깨져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 도망을 쳤다. 인간의 사회는 구제 불능(救濟 不能)의 인간을 어디까지 용납하고, 어디까지 받아들여줘야 한단 말인가? 도덕심과 동정은 어디까지의 손해를 허락한단 말인가?
" ...... "
비아는 그의 얼굴을, 눈동자를 쳐다봤다.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붉은 눈동자. 피의 색일까, 물기에 낡아버린 철의 색일까.
" ...점장? "
학생인데 카페 점장? 비아는 그가 안내한 카페로 멍하니 들어서다가 놀라고 말았다. 주문... 을 해야 하긴 하는데, 드론과 너구리와 그 중 어느 쪽에 주문을 할지 헤매는 듯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간단한 일은 아니어도, 하숙은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네요." 그냥 말해본 건데 생각보다 널찍하면 하숙 한둘정도는 받을 수 있을지도? 라는 농담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하루의 배려같은 말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전해드릴게요. 하루 양 같은 분이 감사했다고 전하면 춘덕 씨도 매우 좋아할 거에요" 춘덕이 귀엽지. 나도 좋아해. 감사를 전해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춘덕씨를 쓰담하면 기분이 좋아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그야. 그정도로 기여운 너구리를 쓰담이라니! 채고잖아!
"같이 힘내요.." 하루 양은 어쩐지 수요가 높을 것 같아서 앞으로 엄청 바빠지겠네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네에. 다른 건.." 쿠키도 있고, 브라우니같은 것도 있어요. 라면서 레시피는 있는데 이래저래 맛내기가 힘들어서 묵혀두기만 하던 거를 기회에 따라 만들어봤네요. 라고 말합니다. 간단한 버터쿠키에서부터 크럼블이 올라간 커다랗고 두툼한 쿠키까지. 그렇게 먹고도 허리가 그렇게 유지되다니. 활동량이 더럽게 많은 건지. 아니면 다종소량생산같은 느낌으로 다종소량섭취인가.
나이젤을 구하지 못했다. 메리가 사라졌다. 태양왕 게이트에서 수 많은 얼굴만 아는 이들이 죽어나갔다. 영웅이 되자고 다짐했지만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영웅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 존재했다. 이대로 그저 나태하게 굴기 싫었다. 그래서 내 짐을 떠 넘겼다.
이기적이고. 비겁하고. 비열하며. 음흉하면서도. 구역질나는. 나의 자기혐오를 새로운 사상이란 이름의 화려한 천으로 덮어 가리고 나는 그들에게 새로이 주장했다.
'인류를 위해서! 재능있는 소수를 압박하여 영웅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위해 내가 악이 되어주겠다!'
헛소리. 하루는 그것을 주인공병이라 하였다. 옳은 표현이다.
" 안타깝지 "
나이젤도. 나도.
카페로 들어온 나는 어디에 주문할지 갸웃거리는 그녀를 보다가 맥스를 가르켰다. 맥스는 그녀에게 조금 다가와 주문하면 된다고 말하며 추천 메뉴인 에그타르트나 탕후루, 치즈케이크 등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 사는 느낌..." 그런가요..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혼자 사는 게 오히려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거야 다른 것이지?
"나중에 뵈면 하루 양도 귀여워하실 게 분명해요." 춘덕 씨는 너구리거든요! 라고 비밀이야기를 하는 듯 한껏 목소리를 낮춰 속닥거립니다.
"그럼요. 여기에서 파티를 여는 것도 좋겠네요.." "파티 열려면 돈은 많이 필요해 보이지만요..." 라고 농담합니다. 하루의 조언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갓 만들었을 때의 따끈한 것도 좋지만. 가지고 오는 동안 식어서 쫀득해진 것도 별미죠. 그렇게 즐거운 파자마 파티가 이어질 것이랍니다....
쏙 들어오는 걸 보고 정훈 쪽으로 우산을 살짝 기울여줍니다. 이미 맞은 사람보다는 안 맞은 분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부침개와 개구리 소리는 좋지요." 바삭바삭한 부침개 끝부분이라던가? 라고 농담하듯 말하며 잘 굽는 사람들은 도넛 형태로 만들어서 바삭한 부분을 2배로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아니면 작은 걸 많이 만들어서 바삭바삭을 늘리거나요. 라는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지만 표정부터가 음울해보이는 그런 느낌인데요.
"으..."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상의를 짜서 빗물을 좀 덜어내려 합니다. 정훈의 말을 듣네요.
"도로까지만 나가도 되나요?" 브루터메니스를 주차해놓은 곳까지가 아니었나? 라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보통은 주차해놓은 곳까지를 원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걸어갑니다. 도로까지는 좀 걸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