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카사를 잃어버린 게 전제되는데 그게 약간 제 3차의념전쟁 비슷한 전쟁 때문이어야 하고 카사를 잃었기 때문에 치유만 하려 하던 하루는.. 매력 SS를 끌어올려 레베카랑 전쟁을 끝내버리고.. 그리고 하루는 카사가 들어있는 관을 끌고 잠적했는데 세계에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거지여..
늑대의 털을 모으는 여자가 있다던가. 게이트 내부의 무엇보다 빛나는 별을 가공한다거나.. 황금의 피를 모은다거나...
수-계통의 의념속성에 대한 작은 이해를 먼저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물은 차갑다. 바다의 손도, 해룡임과 방금 전에 증명된 냉혈동물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면 다른 평범한 이들의 피온보다는 차가울 것이다. 그래서 바다의 손은, 큰 온도의 차이를 느꼈고 바다는 이에 자극을 받은 듯 눈을 뜨다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진화는 눈 앞에 놓여진 여자친구의 발을 곤혹스럽게 바라본다. 담담한 그녀의 표정에선 언제나처럼 의도를 알기 어려웠다. 뇌쇄적인 비키니 수영복을 걸치곤 발에 초콜릿을 묻혀 주다니. 솔직하게 말하면 정상적인 취향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진화는 고민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야할지, 혹은 이 흐름에 올라타야할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서다. 생각해보면 늘 이런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며, 그는 속으로 작게 탄식했다.
"....."
고민하던 진화의 안에서 심사 회의가 끝났다. 언제나 자신을 놀리듯 대하는 그녀지만, 실은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는걸 이제는 안다. 애초에 이 상황은 당혹스러울 뿐이지, 진화에게 있어서 혐오스럽거나 기피할만한 영역은 아니었다. 결심한 그는 부드러운 발을 조심스럽게 쥔다. 비키니로 인해 아무것도 걸쳐진게 없는 두 다리는 희고, 매끈하다. 진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매력적인 다리를 문지르듯 더듬거리며 손의 위치를 조정했다.
"잘 먹을게."
그런 자세에서 그는 자신의 연인을 올려보며 드물게도 짗궃은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에는 스스로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곤 아마 춘심은 내심 기대를 하면서도, 정말로 할 것이라곤 몰랐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진화는 망설이지 않고 천천히 그 얼굴을 기울인다.
이윽고, 부드러운 입술이 쪽, 하고 조심스럽게 발등과 만나, 이후엔 애교를 부리듯 부비며 거기에 묻어있던 달콤한 초콜릿의 맛을 본다. 이미 지나치게 대담한 행위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한번 결심한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작은 혀를 내밀어 부드러우면서도 진득하게 초콜릿을 햝고, 때로는 앙 하고 입에 일부분을 넣어 자신의 타액으로 녹혀 먹는 것이다. 독을 삼키려면 접시까지라는 말이 있던가. 진화는 확실히 접시까지 먹을 기세였다.
한참이 지나, 춘심의 발이 묘하게 색기가 느껴질 정도로 반질해지고 나서야 진화는 고개를 뗐다. 당황하고 있을 춘심에게, 진화는 짗궃으면서도 활짝 웃으면서 그저 한마디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일어나 하루.. 하고 부르는 순간 하루는 그것이 카사이면서 카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리고..
엉엉 울면서 안기고.. 냉대하는 듯 사랑하는 듯 하루도 카사의 인형도 혼란스러워하다가.. 카사의 인형이 결국 나는 카사의 대용품이었냐고 깨닫고 울먹일 때에서야 의념도 영혼도 모두 죽은 것에서 새로 만들어냈으며, 카사지만 카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서로에게 감겨서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으로 눈물과 위안으로 최초의 악수를 건네며 서로가 이어지는 해피엔드도 좋고.
결국 간극은 벌어지고 벌어져서 카사의 인형이 받아들인 의념의 한계치로 하루를 떠나버리는 배드엔드도 좋고..
모든 것이 까발려지고. 위기에 처한 하루와 카사(의 인형)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카사를 그리워하며 만들었지만. 카사지만 카사가 아니지. 라며 처음 뵙겠습니다. 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노멀엔드도 좋..
중간에 아브엘라나 에릭이랑 만나서 대화하는 것에서 분기가 좀 갈라질 것 같은 그게 있다..
지훈은 새삼 바다가 냉혈동물이라는 것을 상기했다. 이전에도 느끼긴 했던 것이지만 정적인 스킨십을 했을 때 그것이 확연히 드러났던가. 그는 잠시 손 안에 있던 바다의 손을 꾸욱 쥐며 쳐다보다가, 반대편 손으로 바다의 손을 덮어 마치 겨울에 손을 녹여주는 듯한 자세를 취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