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얼추 마무리 되고, 일을 시작하자는 다림씨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은 분위기로 대화가 풀린 것 같다. 자리에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으려던 나는, 점장의 어색하지만 확실한 사과를 듣곤 조금 놀랐다. 조금 기가 막힌다. 이런 사람이 악당 연기를 한다니.
"나도 그 땐 미안했어요."
말마따나 안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도 나였으니까. 가게도 치웠어야 했을거고. 나도 내심 일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선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으니 잘 됐다. 나는 후련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려다가, 다림씨가 잠깐 보지 않을 때 허리를 숙여,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역시 당신은 악당연기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내린 결론. 난 점장이 꽤 좋아요."
"그러니까 난 악당인척하는 점장을 박살낼거에요. 하루를 위해서만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라도. 괜찮은 사람이 어울리지도 않은 짓을 하곤 후회하는 꼴은 못보겠거든."
그렇게 말을 전한 나는, 기울였던 허리를 피곤, 혀를 살짝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직접 부딫히기전까진 이건 비밀 이야기가 되겠지.
"그럼, 서로 원망하기 없기에요~?"
나는 약속하듯 덧붙이며 손을 흔들곤, 종종 걸음으로 탈의실로 넘어가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