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공손히 무릎을 꿇은 체로, 유야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가 잠시 입을 다물곤 바닥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이 정리된 듯 천천히 자그마한 입술을 엽니다.
" 어떤 선생님은 말하셨어요. 서포터가 나서게 되는 경우라면 그 파티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 저도 처음엔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교과서에서 배운 것도 그런거니까요 "
하루는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눈을 감고 마치 기억을 되새기듯 과거를 짚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 근데.. 제게 소중한 사람이 생겼어요. " " 사랑, 사랑이라는게 적절한 단어겠죠. " " 그 아이가 절 위해 강해지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 아이를 전 그냥 바라볼 수 없었어요." " 제가 치료를 해줄 수는 있지만.. 만약,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아이가 위험해진다면.. 무력하게 보고 있어야 하는건가..? " " 그 생각을 하니까 역시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 근데, 몸을 한번 던진다고 해서 그 아이가 무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그걸로는 부족하겠더라구요." " 그래서 결심했어요. 서포터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
이이이이이럴수가... 아무도 없다니.. 휑한 부실... 슬프다... .... 아니, 오히려.. 두근거려.. 지, 지금 미술부에 손유 선배나 찬후 선배가 그린 그림을 멋대로 '관람' 해버려!? 아니면 우하하! 내 세상이다! 하면서 의념에 대해 탐구해!? ...
"무슨 소리야... 일 해야지.."
개미는 오늘도... 일을 한다... 내일 찬후 선배에게 연락해서 강산무진도 보러 가자고 이야기 해야겠어... 손유 선배는 보이면 바로 드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펜을 들어올린다. 가볍게 그릴 예정이니, 책상 위에 스케치북을 올린다. 원래라면, 리퀘스트 같은 건 안 받아주지만... 들판에서 무릎배게였던가? 난 사랑이란 감정을 잘 모르지만, 그들의 사랑이란 감정은... 봄의 들판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여름..처럼 싱그러운 느낌도 아니었지. ...아마, 그것은 가을. 잎이 떨어지고, 추위가 몰아치기 직전이 될 수도 있지만, 결실을 맺고 수확하여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도 있는 가을인 것이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이 무성한 들판을 제법 날카로운 선으로 그려낸다. 울퉁불퉁한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두 무릎을 꿇고 평안한 모습으로 미소를 짓는 하루 씨를 그린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순수를 간직한 미소를 짓는 카사 씨를 그려낸다. 가을의 들판에 무릎 배게를 해주는 모습이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을 세심하게 표현하기 위해 영성을 활용해 집중. 카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하루의 부드러운 손길. 하지만, 다른 손은 카사의 손을 놓치 않겠다는 듯 꽉 잡고 있는 것을 그려낸다.
두 사람을 만난 건 아니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와 내가 본 것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집착. 그리고 믿음이었다. 그것 또한 사랑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니, 카사를 향한 하루의 집착과 그녀를 향한 사랑. 그 두가지를 표현해냈다.
남은 건 채색인가... 채색은 다채 물감을 사용하여 배경부터 그려낸다. 해가 저물어 세상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 바람에 흩날리는 풀과 낙엽을 주황과 붉은색 계열로 채색하고... 하루의 모습은 배경과 어울리도록 색을 바꾸어 색칠한다. 하지만 카사... 의 색은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도록.. 좀 더 밝은 색으로 칠하여 표현한다.
…… 뭐, 흥미로운 발상이었다. 한의학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동한 결과 들떠서 도술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도술은 참고사항. 서복이라는 자가 불사의 비법을 찾아내고 가라앉기 전 고대 일본의 시조가 됐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자가 불사에 도달한 방식은 연금술을 완성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도…… 정도의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것이고, 릴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석병팔진 책의 분량이 상당히 짧았던 탓에, 독서 중독자인 릴리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책이 한 권도 없는 방에 갇혀 이런 상태가 된다면 미칠 법도 하지만, 다행히도 이곳은 도서관이다. 혹시나 아직도 여기서 읽어 보지 않은 연금술 도서나, 혹은 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 들어온 신간이 있는지라도 살펴본다면 좋겠지.
주말이 3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그동안 그에 맞는 준비를 해두어야 겠지요. 이미 가셨을 수도 있는 오라버니 쪽으로 "죄송하여요, " 하고 꾸벅 인사를 드리고는 종종걸음으로 저 역시 기숙사로 돌아가려 했지요.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말은, 게이트가 무사히 클리어되었을 때나 하는거랍니다. 이런 좋지 않은 때에 그런 말을 드리는 것 조차 실례였습니다.
>>345 못 알아먹는 경우... 책을 읽는데 스탯, 스킬 레벨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경우가 있기도 해요! 아마 이 경우 말씀하시는것 같은데(물론 제가 시트 내린 사이에 릴리주가 말씀하신 예시의 책도 나왔을 가능성도 있슴다!!!) ㅇ0ㅇ 하지만 그냥 다 읽을 수 있는 책도 꽤 나오니까요! 그리고 책은 망념 안 쌓고 키워드로만 검색해도 나오니 간단히 어떤거에 대해서 찾아보고 싶다! 하시는거면 굳이 망념 쌓으실 필요도 없슴다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