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모두 읽은 뒤 밀려온 것은 허기였다. 증폭 현상을 겪은 직후에 느꼈던, 잠깐 나타났다 머릿속에서 흘러나간 지식에 대한 압도적 욕망과 감각적으로 동일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도술』이라는, 자신이 잘 몰랐던 영역에 관한 압도적인 호기심이고, 나아가서는 도술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꿰뚫어 알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한 발짝 지식의 길을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미 반한 상대의 얼굴을 들여다볼 때처럼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마도의 기반이 오로지 마도사의 의지 ― 즉 ‘사고’라고 한다면, 도술의 기반은 현상. 즉 세계의 실제적인 작용이다. 돈으로 바꿔 말하자면 마도는 자신의 수익과 자산으로 기업을 운용하는 것이고, 도술은 융자와 투자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릴리의 사고방식은 일반인과 다르므로 이 괴이쩍은 비유를 억지로 이해하려 들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마도는 도술에 비해 그 기반이 훨씬 더 자의적인 대상을 토대로 한다. 비록 현현하는 현상이 화·수·풍·지를 제어하는 동일한 현상이라 할지라도, 그 현상의 원리는 유한회사와 주식회사의 운영 원리만큼이나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연금』이라는 의념속성을 지닌 릴리는 이 사실을 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어떤 물질을 다른 물질로 변성하는 힘. 자연의 항상성을 거스르는 그 변화의 기원은 다름아닌 릴리의 자의지다.
‘하지만…….’
신실한 연금술사라면 이 지점에서 자신의 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될 수밖에 없다.
‘납이 역할을 다하고 황금이라는 더 높은 차원으로 향해 가는 것과…… 인간의 영혼이 불멸이라는 더욱 위대한 경지로 향해 가는 것……. 이것들은 전부 우주의 의지에 따른 변화야. 나는 그 우주의 의지와 합일해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존재일 뿐.’
그것보다 더 큰 의문.
‘그렇다면 도사들이 활용한다고 이야기하는 『자연』과, 연금술사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세계』는 서로 다른 것을 지시하고 있을까? 만약 다른 것이라면…… 나는 진리라는 게 있다고 믿으며 허상을 목표로 상정하고 거기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바보가 되겠지. 하지만, 만약……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에너지를 뒤트는 행위와 우주 만물의 변화 원리를 강제로 이행하는 행위가 동일한 것이라고 한다면…….’
릴리는 책장을 바라본다. “서로 맞닿는 부분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 도술과 연금술은…….”
무엇을 위해 이 게이트에 들어온 것인지 이젠 스스로가 미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사적으로 저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걸 참으려 하였습니다. 누군가가 아직 옆에 있기 때문도 아니었고, 어느날 문자로 보내져왔던 것 때문도 아니었고, 순전히 어느 겨울날에 다짐했던 그것, 그것 때문에 당장이라도 그을수 있음에도 스스로를 긋지 못하고 오른손목을 애써 잡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왜, 왜 저는 또 저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거지요? 여전히 두 눈은 생기를 잃은 상태였습니다. 돌아가시는 진석 선배님께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내는 목소리엔 맥아리가 없었답니다.
"두분 모두께, 정말로 면목이 없답니다........"
# 일단..... 날짜를 확인합니다. 의뢰가 끝났고 시험도 끝났고 지금이 주말....주말 맞나요? 에미리 이제 어머니 뵈러 가야 하는 거 맞음??
>>215 꼴사납게 혀를 깨물고, 눈에 눈물이 맺히고, 혼신을 다해 매력을 강화하여 상대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상대는 이불을 내려놓고 나른한 눈으로 하루를 바라봅니다. 아쉽지만, 이 NPC의 매력은 B+! 하루의 매력을 견딜 수 있습니다!
" 흐음.. "
유야라 불린 남학생은 하루를 바라보고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지? "
나른한 목소리로, 유야는 하루를 바라보며 물어옵니다.
" 왜 검술을 배워야 하는 거야? 특별한 이유가 있어? " " 배우고 싶으니까 배우겠지. 유야는 너무 깐깐하다니까? " " 시끄러. 네가 그렇게 가르치니까 아무나 와서 네 수련에 겁먹고 도망가잖아. "
유아, 그리고 검술부의 부장(추정)은 서로 투닥거리며 가벼운 말싸움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루를 바라보며 유야는 질문을 이어갑니다.
" 아마 이 녀석이 말하지 않았겠지만 내 사문은 송로문宋櫓門이야. 난 그곳의 소문주고. 그러니까 나한테 배운다는 것은 송로문의 제자가 되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우리 문파가 좀 개판에, 아무나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고, 이후에 자기들 맘대로 돌아다니긴 한다고 하지만. "
유야는 하루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검에 대한 이유에서만큼은 확실한 대답을 요구하고 있어. "
천천히, 유야를 통해 풍겨나오는 기운을 받아내며 하루는 편안한 안락함을 느낍니다. 이전에 의념 발화를 느꼈을 때. 그리고 권기를 보았을 때. 서혜림의 기운에서 느꼈던 감정은 굳건함이었습니다. 어떤 풍파에도 쓰러지지 않는, 한 그루의 고목과 같은 느낌이라면 유야가 풍기는 느낌은 정승. 언제나 마을의 앞을 지키고 있는. 마을의 수호신과 같은 기운을 풍깁니다.
" 들어보려고 해. 네가 정말로 배우고자 하는 이유가 있는지. 그를 통해서 네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지. 있다면 너에게 검을 전수해줄게. "
단, 하고 짧은 말을 덧붙입니다.
" 물론 시험은 치뤄야겠지. 부에 가입하지 않고 전수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말야. " " 하여간. 유야도 부끄러워서 그런다니까? "
검술부의 부장은 유야의 볼을 마구 꼬집으며 말합니다.
" 그러니까. 네가 배우고 싶은 이야기만 말하면 사실상 가르쳐 주겠다는 말이야. 이 녀석. 이리 보이는 거랑 다르게 생각보다 마음 약한 편이거든. 어지간하면 외부 의뢰 위주로 의뢰를 뛰느라 부원들은 다 사라졌고 기숙사에도 못 가서 여기서 자겠어? "
볼을 잡아당겨지면서 유야는 하루를 바라봅니다.
" 그래서. 네 대답은? "
>>219 [ 와 너 방금 진짜. ] [ 수십년 전에 사라진 그 나라의 사람들 같았어. ] [ 의금부에 신고할 뻔. ] [ 알았어. 시간 날 때 연락 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