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든 감상은 그것이다. 어째서 표지의 제목 글씨는 세로로 길쭉하게 늘인 궁서체 그라데이션으로 되어 있으며, 왜 배경의 질감은 어정쩡한 연두색 한지 그림이고, 왜 도교 서적에 부처님의 얼굴이 반투명한 이미지로, 그것도 네모낳게 잘린 배경과 함께 미소짓고 있는 것인지. 무엇보다 출판사명은 왜 휴먼매직체야?
…… 하지만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이 안에 얼마나 대단한 내용이 담겨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무엇보다 릴리는 동양 철학에 관해서는 알고는 있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때로는 이런…… ‘독특한’ 학설을 접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925 글쌔요. 조금 꼬인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만 어차피 질 것이니 싸우지 않는 것보단 제대로 부딪치며 아무리 그렇더라도 나는 네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며, 받아들일 수 없다. 최소한 이 행동만큼은 네가 선을 넘은 것 같다. 는 논리를, 그것도 무력 행사까지 각오하며 행동한다면 저는 좀 다르게 볼 것 같네요. 유우토는 강약약강의 캐릭터가 아닙니다. 조금 꼬인 면모도 있지만, 한 부의 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한 만큼 어떠한 모습을 통해 유우토의 심리를 건드릴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해결법이 되는 것입니다.
슬슬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주제넘은 참견일진 몰라도 말하는건데. 진석주. 좀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가 억울한 처사에 처했고, 화가날만한 상황인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차분하게 대답하는 GM에게 공격적으로 따질 정당한 명분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하시는걸론 자신의 상처랑 분노를 이유로 상대에게 똑같은 상처를 남기는 것 외엔 더 됩니까?
어떻게 보면 이번 상황에 유우토를 참여시킨 제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사실 설득 면으로 본다면 원래는 합류하지 않는 것이 맞았습니다. 다만 좀 더 편하게, 최소한 끝내더라도 쟤 때문이다. 식으로 몰아주기 위해 캐릭터를 악역식으로 표현하려 했던 모습들이 더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피해를 느끼셨을 에미리주와, 진석주께 이 부분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740 성학교 검술부로 향합니다! 1층 외곽에 존재하는 작은 체육관 크기의 도장. 그 곳에는 '猛獸之形'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는 커다란 명패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안에서는 공기 가르는 소리, 기합 소리, 그런 것들이 문 바깥까지 새어들고 있습니다. 하루는 천천히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수십. 적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은 간결하고도, 강대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하루는 그 분위기에 압박당한 채, 기다립니다.
" 정지! "
곧 누군가가 그들을 멈추게 한 직후. 150Cm를 채 넘지 않는, 무거운 대검을 든 여학생이 하루에게 다가옵니다.
조용히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만 결국엔 OwO양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이런 게이트, 애초에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는 것이 좋았습니다. 기껏 정보를 얻으러 온 의뢰에서 모두가 언성을 높이시는 걸 보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눈 앞에서 붉어지는 것 역시 보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치료를 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고 참았습니다만은 이번만은 어쩔수가 없었답니다. 이런 게이트에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 제 자신에게 매우 화가 났고 또 분했습니다. 사실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 두분이 싸우지 않고도 게이트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저 하나만 피를 흘리면 끝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왜 진작에 그 방법을 쓰지 않은 걸까요? 분합니다. 무척이나 분했습니다. 나 하나만 아프게 되었다면 이렇게 선배님이 다치실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후 조용히 모두에게 말씀드리려 하였습니다. 천천히 말하려 하는 얼굴은 누가 보기에도 생기가 없었답니다. 동공도 확연히 풀려있었지요. 속된 말로 맛이 간 얼굴이었습니다.
"저어, 에미리가 받아온 이런 터무니없는 의뢰로 시간을 뺏게 되어 두분 모두께 정말로 죄송하여요. 선배님께도 오라버니께도 민폐를 끼쳐드린 거 같아 면목이 없답니다. 그러니 두분 모두 너무…, 너무 화내시지 마시어요? 서포터인 제가 좀 더 움직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제 잘못이어요. 에미리가 나쁜 거랍니다. “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가 오라버니의 소매를 잡으려 하였을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든 가라앉혀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라버니, 제가 잘못했사와요. 정말로 오라버니 말씀대로 에미리가 할 수준의 의뢰가 아니었던 게 맞답니다. 다 제가…….제가 잘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노여움을 푸시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