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이 세상보다 넓은 유일한 방이 있다면 그건 도서관이겠지. 어마어마한 박력으로 전화를 대충 끊고 도서관으로 온 릴리는, 시험이 끝나 한산해진 도서관은 먼지 떠도는 것이 눈에 들어올 만큼 한적했다. 드높이 솟아 있는 서가들이 짐승의 이빨처럼 선 책들을 드리우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후……. 한의학이라고 그랬지.”
정말이지 훌륭한 시절이라서, 요즘 세상에는 책의 제목은 물론이고 내용도 기계를 통해 어느 정도는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표지가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말해 주지는 않으며, 진정한 가르침은 엉뚱한 책의 한 귀퉁이에서 튀어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의 릴리의 공부 주제는 바로 동방의 신비로운 도술과 이스턴 불로불사의 비법에 관한 것이다.
# 망념을 24 써서 강화한 영성으로, 서가에 ‘도술’과 관련된 책이 꽂혀 있는지를 관찰한다.
눈을… 의심할 필요까진 없다. 여긴 가디언 아카데미니까. 이런 학생도 있고 저런 학생도 있는 것이다. 은후는 저 학생이 왜, 시험 기간에 청새치를 잡으려고 바다 위를 뛰어다니고 있는지보다, `부엉?`을 꺼내 청새치에게 시선을 고정해 그 유려한 움직임에 주목하기로 했다. 만약, 청새치의 움직임에 혹시 어떠한 패턴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상대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을 거는 건, 자칫하면 상대에게 방해될 수도 있으므로…. 그것은, 서포터로써의 자격 상실이다!
#청새치의 움직임에 패턴이 있는지, `부엉?`으로 유심히 관찰합니다. 시험 이후라고 하셔서 그 학생이 아직 있을진 모르겠지만 ㅇ<-<
ㅎ... 결국 고쳐버렸다. 기쁘다기보단 어안이 벙벙했다. 솔직히, 감상은 잘 모르겠다. 단순히 너를 고치겠다가 아니라, 내 너를 박살 내는 한이 있더라도 너에 대해 이해해내겠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나 머릿속을 하얗게 물들이던 희열은 금세 사그라들었고, 이내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 쉬어야 할 듯싶다.
책에는 한 줄의 미려한 필기체가, 그런 문장을 그려냅니다. 만들어낸다. 만들어간다. 구현이란 힘에는 그러한 능력이 있습니다. 화현은 천천히 종이를 뜯어내어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특별한 그림은 아닙니다. 그저 깡총거리는 토끼 한 마리. 그런 토끼를 특징과, 이미지를 살려 그려냈습니다. 곧 의념을 자극하여, 그림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그림은 천천히 일어나서는, 고개를 흔들고, 귀를 비비며 화현을 바라봅니다.
...?
자신이 왜 여기에 있냐는 듯, 의문을 표하는 토끼에게 화현은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토끼는 자연스럽게 팔 위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천천히 화현의 팔을 타고, 마침내 어깨에 앉습니다. 그리고 혀로 화현의 볼을 햝짝이다가 머리를 비빕니다.
결국. 의념이라는 것은 끝없이 자신에게 물음을 보내는 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심리를 지니고 있었는지,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자 했는지,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자 했는지. 그런 깨달음들이 모이고, 모여 당신의 깨달음이 되었을 뿐입니다.
루시우스 퀸튼의 속성학개론은, 그런 당신을 '자극'했을 뿐입니다.
당신의 깨달음은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오직 당신이 그렇게 행했을 뿐입니다.
달궈진 마음으로 펜을 쥔 채, 화현은 고갤 숙입니다. 웃어넘깁니다. 마음이 간질간질합니다. 어떻게 이런 답이 있었을까요?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이만큼 간질간질하고, 재밌는 것이었을까요?
지금은 확답을 내리지 않으려 합니다.
화현은 토끼를 향해 천천히 노트를 두드립니다. 고개를 갸웃이던 토끼는 천천히 스캐치북을 향해 걸어들어갑니다. 마침내 처음의 그 모습으로 돌아간 뒤 화현은 토끼 그림을 만져봅니다.
질량과, 특징을 지닌 생명체를 구현해내는 것이 자신의 능력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이해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펼쳐내는 당신의 세계의 일부일 뿐입니다. 화현은 노트 위에 손을 올린 채, 짧은 문장을 되새깁니다.
인류의 미래와 안녕을 위하여.
이 화현의 속성이 구현으로 변화합니다! 두 번째 의념기 획득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였습니다!
◆ 의념 속성의 진화를 1회 거칠 것 ◆ 의념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타인과 나누어 타인의 의념을 자극할 것 ◆ 자신의 의념에 대한 심상, 또는 형태에 대해 심려 있게 고민할 것 ◆ 의념의 증폭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의 신체적 강화를 이루어낼 것 ◆ 상위 격을 지닌 NPC와의 의념에 대한 토론을 거칠 것. ◆ 외 개인별 특정 경험.
을 거칠 경우. 다음 의념기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662 예배를 올립니다! 오늘은 캡틴이 귀찮아보이는군요! 예배 내용은 따로 올려주기 귀찮은 모양입니다.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오늘 하루 공격에 성 속성이 추가됩니다!
>>667 고급 전투학의 이진설을 찾아갑니다! 꽤 지친 표정의, 담임 선생님은 경호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나는 동아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잠깐 고민에 잠겼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도 없고, 참고도 쉽지 않네. 한숨을 내쉬곤 천장을 올려본다. 망념도 아슬아슬하고, 잠깐 휴식 할겸.....고민할 것이 있었다.
나는 아직 내 의념 '영웅' 에 대해서 잘 모른다. 여태 만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의념에 대해 분석하고, 응용하고 있었지. 나는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의 의념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 나도 의념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이렇게 여유가 났을 때, 한번 진지하게 고찰해보도록 하자.
지금 내가 느끼는 의념 '영웅' 은, 종종 스스로 '한걸음 나아갈 용기를 주는 힘' 이라고 그랬다. 요컨데 위급한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고 더욱 더 가열차게 싸울 수 있는 힘이라고....요컨데 신체 강화라는 소리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영웅' 이나 되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의념이, 단순히 신체 강화로 머무를까.... 요근래 바빴던 만큼, 나는 차분히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무엇일까?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 엄청난 명예를 가진 사람? 굉장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조금 다르다. 내가 꿈꾸는 영웅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이뤄내는 사람.
그래. 영웅이란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는 사람'이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사람. 생각해보면 내 의념기 【나는 그래도 영웅을 꿈꾼다】는, 스스로의 이상을 구현화 시키는 능력. 그렇다면 내 의념인 '영웅' 도 근본적으론 거기에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쉽게 쓰러지지 않고, 정신적으로 굴복하지 않고, 역경속에서도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기 위헤 움직이는 힘. 내가 진심으로 바라고 꿈꾸는 이상을, 불러와 실현시켜 관철시키는 힘. 내 의념의 본질은 어쩌면 그런 방향인 것은 아닐까? 나는 마음속에서 차분히 고찰한다.
그렇다면 내가 그리는 이상이란, 무엇인가? 내가 정말로 이루고 싶은 것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래도 영웅을 꿈꾼다】, 「성벽」, 부동일태세. 그 모든게 하나의 방향성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 나는 처음부터, 누군가가 다치지 않기를, 누군가가 불행해지지 않기를. 이 끔찍한 세상속에서 방패와도, 방파제와도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바라는 영웅이란 결국,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는 이상적인 상황' 을 실현시키는 것. 그리고 내 의념의 성질이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고, 실현시키는 힘이라면, 부디 바란다.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를. 꺾이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그야말로 영웅이 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념과 마주하고, 조금 더 능숙하게 사용하고 싶다. 내게는 그런 바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