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부하라니...어쨌건, 지난번에도 알바하러 왔다고 했잖아요. 의심병은 좋지 않아요?"
그렇다. 충격적인 사실. 연인과의 불미스러운 경험으로 심정이 복잡한 나는, 이미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반바퀴 돌아 대담해진 것이다. 평소라면 어깨를 움츠릴만한 상황에도 나는 오히려 허리춤에 두 손을 얹고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거기에 눈 앞의 점장이 보면 볼 수록, 뭐라고 할까. 나의 글러먹은 인간을 감지하는 센서에 반응하는 느낌이다. 가디언넷에서도 그런 느낌을 줘서 친근하게 여기는 사람 있는데.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오랫만에 게시물이라도 올려볼까.
"악기라고 주장하실거면, 일단 불쌍한 너구리에게 휘두르지 마셨어야죠. 본인이 둔기처럼 쓰시곤...."
애초에 합격도 아니라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흘리곤, 마침 타이밍 좋게 온 다림씨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알바하러 왔냐고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 라고 대답했다. 진실이니까 찔릴게 없다. 그리곤 무슨일이 있었길래 해고니 합격도 아니니란 말이 나오냐, 라. 무표정하게 추궁하듯 물어보는 그녀의 표정은 본래라면 '히에에엑...!!' 을 외치며 오들오들 떨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미안. 최근 더 무서운걸 보고 오는 길이다. 따라서 나는 옆머리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빙빙 감다가, 사실만을 전했다.
"별 일은 아니고, 저한테 여성 점원복을 권유하시다가 의념기를 쓰시더라구요. 좀....아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