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시간째일까요. 이 공간에는 사람이 셋이나 있지만 침묵만이 가득합니다. 워리어 친구와 다림이, 그리고 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게이트에 들어온 게 잘못이었을까요? 앞에는 커다란 철창으로 된 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 너머로 지나가면 게이트는 클리어 될 겁니다. 아주 쉬운 조건입니다. 그 철창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게 단 한명뿐이고 넘어간 사람이 돌아올 수 없다는 문제점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 ...역시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네요! "
영성 B로는 무리였을까요? 라며 웃던 정훈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손바닥으로 바지를 때리며 그곳에 묻은 것들을 털어냅니다. 워리어와 다림이 그런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자, 정훈은 그저 한 번 웃으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까
할 수 있습니까? 예, 물론이죠! 아주 쉬운 일입니다. 해야합니까? ....글쎄요. 누군가는 해야겠죠?
" 미안해 다림아. 의뢰 끝나고 같이 너희 부장님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
분명 부장님이 의뢰 끝나고 친구를 데려오라고 했었던가요. 워리어 친구가 있으니까 괜찮겠죠! 정훈은 다림에게 말하고나서 바로 철창문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뒤에서 워리어 친구와 다림이가 말리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결국 뾰족한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한참 전에 시도해봤을겁니다.
이윽고 열려있는 문의 바로 앞까지 도착하자 정훈은 걸음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보면서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마지막엔 좀 멋있게 가도 괜찮을텐데 정작 상황이 닥치니까 떨리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워리어와 다림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런 표정은.. 차라리 자신이 산다는것에 기뻐해주는쪽이 덜 마음아플 것 같네요.
정훈은 품 속에서 차키를 꺼내들고 그걸 다림이에게 던진 뒤 바로 문 너머로 걸어갑니다.
정훈을 집어삼킨 어둠은. 그 입을 닫고 한참동안 침묵하더니 곧 빛으로 된 출구를 만들어냅니다. 차마 그 출구로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던 일행은.. 시간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린 워리어가 고개를 숙이고 다림이에게 가자고 하자 그제서야 걸음을 옮겨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다림은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던 걸까요? 이걸 그렇게 표현해도 되는걸까요?
/// 게이트를 가본적도 없고 먼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정훈주의 '희생' 앵커였읍니다.. 이거 다림이 캐붕일까요 캐붕이겠죠 제가 미안합니다 흑흑
어깨가 조심히 끌어당겨져서 자연히 너의 품에 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때, 우리가 사귀었던 날. 내가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너를 끌어안았던 것처럼, 너도 지금 웃고 있어서, 웃는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를 끌어안은 게 아닐까-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서 부아가 치밀었다. 너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내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도출된 결과가 겨우 그 정도의 것이었다. 나는 입술을 비죽 내미는 것으로 심술이 났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며 너를 올려보았으나, 너는 웃고 있지 않았다. 그다지 진중하지도 않았고, 감정을 숨기려 애써 무표정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내게 그랬던 것처럼 온화하고 상냥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말하는 웃음과 미소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나는, 한동안 너와 눈을 맞추다가, 문득 스러지듯 네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너는 역시 상냥한 배려가 몸에 박여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 네가 그렇게 부르는 건 기분 안 나빠."
앞으로는 다른 이들에게도 내 이름을 솔직히 드러낼 것을 다짐한 것은 이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네가 내 등을 도닥이고 쓸어주길 몇 분. 너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가 보다. 나도 네 품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이대로 안겨만 있어도, 지금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가장 행복하다 자신할 수 있다. 더는 바라지 않아. 욕심부리지 않아. 너와의 관계를, 행복을 조금씩, 천천히, 아주 느리게, 긴긴 시간 동안 음미하고 싶어. 아껴 아껴 먹을 거야. 하지만 그런 각오와는 달리, 내가 기대어 있는, 내 눈앞의 네 새하얀 살결이 자꾸만 내 마음을, 내 이빨을 간지럽힌다. 이 정도는 해도 괜찮잖아, 분명히 맛있을 거야- 하고 속삭이듯 내 욕구를 부추긴다. 정말.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응. 입을 맞추는 것도, 못된 짓을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 하압."
나는, 조그맣게 벌린 입으로, 네 입술도 귓불도 목덜미도 아닌, 쇄골 부근을 가벼이 덮었다. 여리디여린,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살결의 감촉이 생경하고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쉬이 찢어지는 얇은 피처럼 투명한 살가죽을, 뾰족한 송곳니로 잘근잘근 깨물려 했다. 볼록 튀어나온 가느다란 쇄골뼈를 앞니로 살살 긁어보고 싶었다. 그 자극이 가벼운 간지럼과는 비교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리하고 싶었다. 이는, 내 생에 가장 위태로운 입질이었다.
각 학년마다의 메리트는 있는 편이지만 어느정도는 보상 목적의 메리트가 다른 편이긴 하지. 무작정 교사 입장에선 놀았다. 게으름을 피웠다. 가 아냐. 기록상으로는 확실하지 않은 심리적인 요소 하나하나까지 교사가 전부 체크할수는 없잖아? 뚜렷한 목적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노력하기 시작하면 교사는 게으름 피우다 이제 노력한건가? 라는 설정이 될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