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생각은 제가 보기엔 중2병이거든요. 라고, 나는 신랄하게 덧붙였다. 악당은 그렇게 무른게 아니니까. 내가 영웅이 되고 싶다고 결심하게 만든 계기인, 과거의 그 사고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비참하고, 끔찍해서, 지금도 나는 가끔 기숙사에서 구역질한다. 영웅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사상에는 공감하는 바지만, 그가 그렇게 상냥한 성격이라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무참히 난도질 할 수 있을리가 없고, 그렇게 한다면 끔찍하게 후회하게 되겠지.
누군가가 상처입고 후회해야 만들어지는 영웅 같은건 절대로 납득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상처입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영웅이 되고자 하는 나에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인정할 수 없다.
"과연, 이해 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의리가 두터운 사람이구나. 사실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면 의견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걸 말하기 위해선 하루의 자해까지 털어놓아야 한다. 나에겐 그럴 생각이 없다. 따라서 나는 그에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에게 충분히 고마웠으니까.
"그래도 아끼는 후배라면, 한번쯤은 대화를 나눠보세요. 요즘....힘들어 보이더라구요."
내가 아르바이트 하러 갔을 때, 사진 얘기를 꺼내자 그는 단박에 하루 팬클럽이냐고 반응했다. 그 말은 사진으로 인해 카페 평판이 떨어지거나 논란이 생기는데 나름대로 적잖이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겠지. 친한 선배가 달래주러 가면 그의 정신적 위안에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나는 간단히 조언했다. 이걸로 본의 아니게 카페에 쳐들어가서 다툰 값은 조금 갚은거야, 에릭 점장. 남은 값은 사태가 다 해결되고 나서 아르바이트비로 갚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