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의 지식 내에 릴리 주변에 연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없다. 학원도 전체를 뒤져 보면 몇 명 나올지도 모르겠으나, 뒤져 봐야 나온다는 시점에서 이미 많다는 뜻은 아니다.
“좀 특이하지. 나는 전투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어……. 그걸로 서포터를 해 먹고 있고. 혹시 인력 필요하면 연락하셔.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포지션 어디야?”
고풍스러운 고딕 드레스와 우아한 정장 케이프 차림인 두 사람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행색으로도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인포멀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릴리는 저 나름대로 배가 고프기 때문에 서둘러 걷는다.
처음 들어서는 분식뷔페의 풍경. 상상하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소 생경한 풍경에 릴리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냄비를 바라본다. 『마음껏 먹을 수 있다』라면 보통 분식집에 비해 훨씬 저렴한 듯한 조건. 그러나 입장료로 보통 분식집에서 쓰는 돈의 서너 배를 낸다는 걸 생각하면 있을 법하다.
“종류별로 조금씩! 맛있는 걸 찾으면 그것만 왕창 먹을 거야. 나는, voyons…”
등 뒤쪽의 진열대로 시선이 흘끔 향한다. 튀김이 황색의 불빛을 받으며 가지런히 놓여 있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따지고 보면 식용유는 왕수와 닮았다. 재료에 흰 튀김옷을 입혀서 끓는 금색의 액체가 적갈색이 될 때까지 넣었다 꺼내면 이내 튀김은 선명한 황금빛이 되어 나오지…….
가는 길에 포지션을 물었다면 청천은 "어? 저도 서포터인데!"라고 했을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마 먹으면서 하게 되지 않을까요.
청천이 냄비에 양배추를 담는데 잠깐 한 눈이 팔린 사이에...릴리는 종류별로 조금씩!이라는 말과 있다가 테이블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튀김들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네요.
"아, 그럼 릴리 씨는 튀김 가져오실 거에요? 어어? 떡볶이 재료랑 소스 안 고르시면 제 마음대로 고릅니다?!"
떡볶이 재료를 고르러 왔더니 고르라는 떡볶이 재료는 안 고르고 이미 뒤쪽으로 향하고 있는, 릴리에게 외쳐보지만...아무래도 릴리는 이미 튀김에 눈이 돌아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종류별로 조금씩...이랬지만 그러기에는 재료들의 종류가 너무 많으므로, 청천은 나름대로 정석적인 조합 중심으로 냄비를 채워봅니다. 바닥에는 양배추, 그 위에 밀떡 반, 쌀떡 반, 조랭이떡 조금, 어묵이랑 파랑...당근이랑 라면사리도 넣을까요. 으음, 이번에는 크림 소스를 먹을까 했는데 튀김도 같이 먹을거면...역시 이번에도 정석대로 가야겠지요? 고추장 소스 베이스에, 카레 소스도 조금이네요. 릴리가 어머님의 그라탕을 언급한 것이 생각나서, 모짜렐라 치즈도 챙겨갑니다. 이번에는 자제에 성공해서 저번보단 냄비가 덜 채워졌습니다. 그래도 조금 무겁습니다...
"영차."
청천은 결국 의념을 몸에 둘러 체력을 강화해, 냄비를 들고 와서 자리를 잡습니다. 종류별로 두 개씩 담는다면...그리고 중간에 아마 릴리가 많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둘은 아마 비슷한 시각에 테이블에 도착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