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말에 살짝 웃었다. 낭만적인 단어를 듣고, 그 감정에 취해버려서? 아니. 오히려 그 단어가 이해되지 않아서. 누군가를 좋아한다. 라는 감정은 나에게 없는 것 같았으니까. 좋아해! 라는 말도 그저, 호불호의 호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내가 사랑이란 말을 들었으니... 그렇기에, 그녀에게 먼저 말했다. 모진 말이라 들어달라고. 상처입히는 말이니, 무시해 달라고.
"저는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해요. 부모님께 사랑 받지 않았어? 라고 물어본다면... 모성애와 부성애는 받았을지언정, 사람으로써의 사랑은.. 받았을까? 하면서 갸웃거려져요. 그러니까,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 사람을 위해 고통을 감내한다.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그 사실을 공개한다? 그동안 당신 스스로가 받을 상처는? 지금도 이렇게 괴로워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한다고요?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라는 것은... 어떻게 아나요?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당신이 받는 상처는요?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라 말하는 것이라면.. 저는 사랑을 하지 않을래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 상대가 자신은 지금까지 당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고통받을 동안에 나는 그저 당신의 품 안에서 살았을 뿐이었다. 라며, 더 큰 상처를 입는다면 어떡해요?"
그건... 사랑이 아니라... 과보호. 아니면, 집착. "그건, 집착에 가까워 보이네요." ...오늘따라 막 나가는 구나.. 나..
"바라는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해주세요. 가령, 카사 라는 분과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을 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 하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에릭이라는 분과 대화를 나누어 설득을 하면 되겠지요. 만약, 그 사람이 대화도 설득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 돼요. 영웅을 실현시키는 것에는 악당이 필요 없어요. 가디언 아카데미가 왜 있겠어요? 저마다 훌륭한 가디언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잖아요. 즉, 교육. 교육을 통해 영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돼요."
내용물은 없지만, 물방울만 또르르륵 굴러 떨어질 뿐인 컵을 쥐었다.
"아무튼, 힘내시라는 의미도 담아서. 그림을 그려드릴게요. 어떤 게 좋나요? 화제전환 화제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