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화현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을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과보호일지도 모른다. 카사를 내버려두면, 순탄치는 않을지라도 혼자서라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보호하려고 애쓸 수 밖에 없는 것은..
" 그치만 .. 이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분명 그 아이에게도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알 수 있게 해주는 정도는 할 수 있겠죠. "
하루는 사랑이라는 이유를 꺼내들었다. 카사를 사랑하니까, 적어도 그 아이가 이것에 대처할 수 있게 준비가 된 순간까지는 자기가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어떻게 되든, 카사만 괜찮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생각이었다.
" 저도 이 일이 이렇게 좋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저도 에릭과는 오랫동안 친구였으니까, 그와 척을 지는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아요.. 될 수 있다면 그가 마음을 바꿔서 다시 이런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길 바랄 정도로요. "
그치만 그가 지금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오만인지 아니면 자기희생인지 모를 것으로 무장하고 악역이 되려하는 그 사람을 저 혼자서 바꿀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하루는 호소를 하듯 화현을 보며 말하다 이내 천천히 숨을 몰아쉽니다.
" ...다시 모두가 이런 방식을 쓰지 않고 영웅을 꿈꾸던 때로 돌아갔으면 해요. 전 적어도 카사 뿐만 아니라 에릭도, 화현군도, 다른 학생분들도 모두 영웅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
제가 바라는 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에요. 하루는 그렇게 말하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이것이 자신의 마음이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