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쓴 웃음을 내쉬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장은 안심시키는 것 뿐. 그리고 그것이 충분하리라 믿는 것 뿐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판을 뒤집어 엎거나, 아니면 에릭의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거나, 둘 중 하나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은 둘 다 하기 어렵다.
" 에릭이 누군가를 포섭하기는 어렵겠지. 누군가의 의사를 배제한 채로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반감을 살 만한 일이니까 말야. 적어도 자유를 중시하는 성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그런 말에 동조해주진 않을 걸. "
다만 문제는 그런 말에 동조해줄 사람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려나.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자, 아니면 과거의 사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 하지만 그 수가 이제 많지는 않을테니, 구태여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 가장 간단한 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거려나. 적당히 거짓과 진실을 섞어서 말하면 되겠지. 옛날에 에릭은 카사에게 치한이라고 불린 적도 있다면서? 에릭이라는 청월 학생이 카사에게 불순한 의도로 계속해서 집착하고 접근한다고 말하면 아마 선생님들이 무시하지는 못 하겠지. "
"이런 해결을 바란다면 선생님께 말하는 방법이 있고, 그 다음은..." 이라며 고개를 살짝 갸웃인다.
" 판돈을 걸기 싫은 도박이라면 차라리 판을 엎어버리면 된다. 카사를 아카데미에서 이탈시키는 거지. 물론 이탈시키겠다고 협박만 해도 충분할 걸. 그녀석은 카사가 싫어서 그런 짓을 하는게 아니라, 나름의 비뚤어진 애정일테니. "
고개를 끄덕였다. 판을 엎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카사를 죽이거나,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면 된다. 에릭은 아카데미에서 카사가 이탈하거나, 죽는 것을 원치는 않을테니.
" ...둘 다 싫으면 단순히 에릭을 설득하는 방법이 있겠네. 물리적으로 때려눕혀서 포기시키거나, 말로 설득하거나, 아니면 그녀석의 소중한 것을 쥐고 협박해도 되겠지. "
"예를 들면 가까운 지인, 친구, 애완동물 같은 것들?" 이라며 고민하듯 말을 했을까.
" 아마 하나쯤은 손이 안 닿는 곳이 있을 거야. 그런 놈들은 대게 가진 것이 많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전부 지키는 것은 어려운 법일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