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딱히 대립 스레는 아니었잖아? 학원에서 친구 사귀고 성장하고 몬스터 잡는거 좋아해서 온 사람들이면 캐릭끼리의 갈등 여론이나 대립이 장기화 되었을 때 충분히 불편할 수 있다고 봐. 그리고 몇번 말했지만, 난 솔직히 혐관? 이란거 그다지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길어져서 감정의 골이 심해지면 일단 내가 불편할 것 같은 불안은 있어...
그녀가 문을 열아주자 꾸벅.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흠... 난 어디까지나... 구경하는 입장이지만, 할 말은 해야겠어...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이 사태를 그나마 괜찮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은 채로. 응접실 소파에 앉아 개끗한 페이지로 넘긴다. "차는 괜찮아요. 물 한 잔이면 돼요." 집에 들어오기 전에 그녀가 한 말에 대답하고는 곰곰... 가볍게 운을 떼는 게 좋겠지.
"제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그...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다면 안 하셔도 돼요... 하지만,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단... 그 사람이랑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저도... 그래서...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에릭에게는 영웅을 만드는 데 꼭 무대가 필요한 건 아니다... 힘 없는 학생인 우리가 생각하기엔 너무 먼 미래다. 라는 것을 에릭과의 일상에서 말했고... 차라리, 에릭의 의념속성인 연단을 이용해서 사람을 단련시키되, 스스로 악역이 될 필요 없는 방향을 선택지에 넣고 싶어서... 에릭과 일상을 했어요...
하루랑 일상 하는 것도... 어떤 그림을 그려줄까요! 하고 묻는 것도 있지만, 카사를 혼자서 지킬 필요는 없다. 그리고, 꼭 자신이 카사를 지키지 않아도 카사는 스스로 강하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울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쓴 웃음을 내쉬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장은 안심시키는 것 뿐. 그리고 그것이 충분하리라 믿는 것 뿐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판을 뒤집어 엎거나, 아니면 에릭의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거나, 둘 중 하나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은 둘 다 하기 어렵다.
" 에릭이 누군가를 포섭하기는 어렵겠지. 누군가의 의사를 배제한 채로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반감을 살 만한 일이니까 말야. 적어도 자유를 중시하는 성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그런 말에 동조해주진 않을 걸. "
다만 문제는 그런 말에 동조해줄 사람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려나.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자, 아니면 과거의 사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 하지만 그 수가 이제 많지는 않을테니, 구태여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 가장 간단한 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거려나. 적당히 거짓과 진실을 섞어서 말하면 되겠지. 옛날에 에릭은 카사에게 치한이라고 불린 적도 있다면서? 에릭이라는 청월 학생이 카사에게 불순한 의도로 계속해서 집착하고 접근한다고 말하면 아마 선생님들이 무시하지는 못 하겠지. "
"이런 해결을 바란다면 선생님께 말하는 방법이 있고, 그 다음은..." 이라며 고개를 살짝 갸웃인다.
" 판돈을 걸기 싫은 도박이라면 차라리 판을 엎어버리면 된다. 카사를 아카데미에서 이탈시키는 거지. 물론 이탈시키겠다고 협박만 해도 충분할 걸. 그녀석은 카사가 싫어서 그런 짓을 하는게 아니라, 나름의 비뚤어진 애정일테니. "
고개를 끄덕였다. 판을 엎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카사를 죽이거나,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면 된다. 에릭은 아카데미에서 카사가 이탈하거나, 죽는 것을 원치는 않을테니.
" ...둘 다 싫으면 단순히 에릭을 설득하는 방법이 있겠네. 물리적으로 때려눕혀서 포기시키거나, 말로 설득하거나, 아니면 그녀석의 소중한 것을 쥐고 협박해도 되겠지. "
"예를 들면 가까운 지인, 친구, 애완동물 같은 것들?" 이라며 고민하듯 말을 했을까.
" 아마 하나쯤은 손이 안 닿는 곳이 있을 거야. 그런 놈들은 대게 가진 것이 많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전부 지키는 것은 어려운 법일테니. "
이 모든 사건의 흐름은 에릭이 굽히느냐 아니냐... 로 결정되는 거죠? 이제 와서 카사가 모든 걸 알고 하기 싫다고 해도 에릭은 안 굽히려 할 거 같고. 에릭한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히 말해보자면... "너 철혈 의념에서 연단으로 바뀐 거 맞아?"에요. 아무리 봐도 철혈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굽어지지 않는 철을 어떻게 연단하겠어요.
진화가 이번에 카페 가서 캐물은건 사실 하루가 아니라 에릭을 위해서거든. 자신은 정과 인연 때문에 하루를 돕긴 도울 것 같지만, 그게 에릭의 위악 연기에 넘어가서 그를 성장의 발판용 악당으로 보는거랑은 별개인거야. 진화가 직접 보기에 에릭은 꽤 상냥한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이 악당연기하면서 자기 희생하는건 올바른 일은 아니지.
사실 그래서 진화는 이후에 더욱 트롤링(?) 할 수도 있긴 해. 구체적인건 아직 생각 안해봤어.
차를 준비하려던 하루는 화현의 말에 눈을 느릿하게 깜빡입니다. 어찌되었든 손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맞으니, 하루는 종종걸음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시원한 물 한잔을 들고 응접실로 돌아옵니다. 물 한잔을 화현의 앞에 내려놓고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은 하루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 아직 그 아이는 몰라서요. 그 아이는 이런 문제는 잘 알지 못하니까.. 그사람이 손을 뻗기 전에 제가 막고 싶은거에요. 팔불출이라고 말하실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는 순수한 아이니까요. 이런 뒤에서 벌어지는 싸움 같은건 잘 몰라요. 그래서 이런 걸 알기 전에 제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화현을 향해 눈을 불안한 듯 이리저리 굴리며 말합니다.
".. 전 그냥 그 아이가 이런 것 따위는 모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나아가길 바래요.. 그래서 전 그냥 그아이를 지켜주고 싶은 것 뿐이구요.. "
그것만이 자신의 바램이라는 듯, 힘없이 중얼거린 하루는 자신의 손을 불안한 듯 매만집니다.
뭐 사실 이제와서 에릭이 갑자기 "오케이 미안, 그만둠." 이러긴 또 애매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빌워가 한번쯤은 터지긴 하는게 맞긴 한 것 같아. 서로 진심을 가지고 부딫혀서 묵은 감정이 남지 않도록 다 털어놓고 결판을 짓는게 깔끔하다고 생각해. 다만 그 전까지의 빌드업이 너무 길어지면, 그 묵은 감정이 지나쳐서 독이 될까봐 걱정되서 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