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 안에만 있어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듯 집을 나서던 하루는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집 주변에 머무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집이 생겼음에도, 기뻐하기 보단 불안해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낯선 이를 보게 되니 경계심이 배로 상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무슨 일로 오신거에요...? 문제라도 있나요..? "
조금 야윈 것 같은, 퀭한 눈으로 화현에게 다가오며 조금은 경계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화현에게 말을 던지는 그녀는 누가 보아도 여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혹시나 에릭이 보낸 사람은 아닐까, 속으로 그런 의심을 하며 언제든지 저택의 침입자 방지 기능에 눈 앞의 상대방을 넣을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겁니다.
한 참을 집을 관찰하고 스케치북에 그리던 도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피폐한 목소리. 흠?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음, 그 사람의 외모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편.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현재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은 외모였다. 누군가 본다면 동정심이 들 외모지만, 내 취향은 워낙 확고하고, 집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 순간에 대답부터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니까..
"아, 그게... 산보 도중에 집이 워낙 멋져보여가지고요."
어색하게 웃으며 스케치북을 보여준다.
"그... 아는 사람에게 이런 집이 있드라고요!! 하면서 알려주려고.. .그리고 있었어요. 집을... 혹시, 민폐라면 그만두겠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여 사과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듯 그녀를 바라보면서도, 관찰은 멈추지 않았다. 불안해 보이는 눈동자. 경계하는 목소리. 무언가에 많이 시달렸다는 인상을 받아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자신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나긋한 말을 던져오는 지훈을 하루는 의심스러운 듯 바라봅니다. 지훈이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하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의심하고, 주변을 경계하고, 두려워했을까요. 지훈의 말에도 좀처럼 믿어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는 듯 금빛 눈동자로 응시하는 하루였습니다.
" 에릭은 제멋대로 영웅을 만든답시고 카사를 데려간다고 했어요. 왜 하필 카사인지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해요. 분명 그에겐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거겠죠. 하지만 전 .. 전 납득할 수 없어요. 왜 카사 본인은 상상도 하지 않은 것을 자기 잣대에 맞춰서 그런 일을 벌이려는건지, 그런걸 저 보고 이해라고 들이대는 것도 전 이해 못해요..! "
진정하라는 그의 말에도 차마 진정할 수 없는 듯, 점점 더 악을 쓰듯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충혈된 눈으로 지훈을 바라봅니다.
" 왜 그런 짓을 하는거죠...? 왜... 꼭 그래야 하는건데요...? 카사가 재능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 아이도 자기 앞길은 자기가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있는거잖아요..? 왜... 대체.. 지금도 그 사람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제가 막아야 하는데.. 저는 .. 저는.. "
한순간 입을 다문 하루는 숨을 거칠게 몰아쉽니다.
" ....저는 에릭을 막아야 해요... 어떻게 해서든... 카사는 자기가 결정한 미래를 걸어갈 자유가 있는 아이니까요... 영웅이니 뭐니 남에게만 허울 좋은 이야기 따윈 필요없어요. 저도 알아요, 저희 세상엔 영웅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만들어진 무대위에서, 타의에 의해 영웅이 된 사람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저는 그걸 바라지 않아요.. 그 아이가 영웅이 될 재능이 있는거라면... 자기가 정할 길을 따라가서 영웅이 되는게 맞잖아요. " 안그래요? 하루는 거칠게 말을 내뱉곤 지훈을 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