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견뎌내긴 했지만,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이거 방어 무시 효과 있는 기술인가보다. 갑옷과 방패를 관통하듯 찔러오는 충격이 무시무시하게 아프다. 의념기로 맞받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겠지. 이 사람, 강하구나. 그리고 짐작컨데. 봐주진 않았지만, 정말 죽일 각오로 때린 것도 아니다. 그랬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케훅."
그는 착잡하게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 사실, 충격적이진 않았다. 아까 위화감을 그에게 털어놓으면서 따질 때 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메스라니. 그런걸 주무기로 쓰는 사람은 치료 전문가인 서포터 정도잖아. 서로 마주 앉은 자세에서 자신의 팔 안쪽만 베여질 이유도, 자해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그녀에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 갑주가 해제되자, 식은땀을 흘리는 내 얼굴이 다시 드러나고 만다. 안에서부터 울리는 충격에 왈칵 피라도 토하고 싶지만, 애써 참고,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는다. 나는 아직 들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하루를 의심하러 온게 아니라, 이걸 듣기 위해서 찾아온거니까.
"...하나만 더요. 당신은, 왜 악당을 연기하고 있죠. 그녀와 대립하는 이유가....뭡니까...."
"내가 보기에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렇게....굴고 있죠. 그 이유를, 말해줘요. 나는 그걸 알고 싶어서,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는....거라구요."
정신이 어질어질 하고, 몸이 고통에 떨리지만, 그래도 나는....대답을 듣고 싶다. 저 진심을 듣고 나서야, 언젠가 그녀들을 도와 방패를 내세울 때 내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미련한 고집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몰라도, 나는....절대 포기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