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견뎌내긴 했지만,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이거 방어 무시 효과 있는 기술인가보다. 갑옷과 방패를 관통하듯 찔러오는 충격이 무시무시하게 아프다. 의념기로 맞받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겠지. 이 사람, 강하구나. 그리고 짐작컨데. 봐주진 않았지만, 정말 죽일 각오로 때린 것도 아니다. 그랬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케훅."
그는 착잡하게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 사실, 충격적이진 않았다. 아까 위화감을 그에게 털어놓으면서 따질 때 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메스라니. 그런걸 주무기로 쓰는 사람은 치료 전문가인 서포터 정도잖아. 서로 마주 앉은 자세에서 자신의 팔 안쪽만 베여질 이유도, 자해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그녀에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 갑주가 해제되자, 식은땀을 흘리는 내 얼굴이 다시 드러나고 만다. 안에서부터 울리는 충격에 왈칵 피라도 토하고 싶지만, 애써 참고,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는다. 나는 아직 들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하루를 의심하러 온게 아니라, 이걸 듣기 위해서 찾아온거니까.
"...하나만 더요. 당신은, 왜 악당을 연기하고 있죠. 그녀와 대립하는 이유가....뭡니까...."
"내가 보기에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렇게....굴고 있죠. 그 이유를, 말해줘요. 나는 그걸 알고 싶어서,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는....거라구요."
정신이 어질어질 하고, 몸이 고통에 떨리지만, 그래도 나는....대답을 듣고 싶다. 저 진심을 듣고 나서야, 언젠가 그녀들을 도와 방패를 내세울 때 내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미련한 고집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몰라도, 나는....절대 포기 안해.
오늘도~ 뚜뚠~ 개미는~ 뚜뚠~ 얼레? 여기에... 이런 집이 있었나...? 산보를 하던 도중 눈에 들어온 화려한... 주택. 겉에는 소유하고 싶어지는 이상한 매력을 가진 보석이 박혀 있고, 주택이라기 보다는 작은 성과 같은 외관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마치, 해골을 본 것 같은... 느낌.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그의 가족이 살 것 같은 3층 높이의 주택... 이거, 사실 저택이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나 때는 말이여!! 어!? 하는 생각이 절로 나오지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군... 본래라면, 이런 것에 시간을 빼앗길 내가 아니지만.. 흠... 흠... 자료 수집이라는 명목으로 스케치북을 펼쳤다. 어디.. 외관은 이렇고.. 세부적인 디테일은 일단 패스하고... 뭉퉁그려 그리면... 흠흠, 그렇군... 누가 이걸 지었을까...
"흠, 진짜 화려하단 말이야... 손유 선배가 이 집을 보면 좀 좋아할 것 같아... 붉은 색을 잘 쓰시는 분이잖아. 화려함! 고귀함! 그런 거랑 어울리는 사람이고... 진짜 제대로 스케치해서 보여줘?"
집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수상한 사람이라 신고하면 어떡해? 라는 생각도 어느새 머릿속에 자리잡은 망상에 사라져간다.
- 간단합니다. 상대방을 고립시키면 됩니다. - 현대 사회는 의념 각성자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어쩔 수 없이 게이트라는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한 의념각성자들의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죠. - 그리고 현재의 노년층은 영웅의 사상과 업적에 크게 영향을 받은 인물들입니다. 거기에 살아남을 정도의 재능 역시 가지고 있죠. 그들은 당신의 사상에 동조할겁니다. - 노년층의 지지는 그 아래에 있는 중장년층의 지지와도 관련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 가디언 넷을 넘어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십시오. 몇일은 뜨겁겠지만 또 몇일이 지나면 조용해질겁니다. 그러고 나면 상대는 영상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밝혀질겁니다. - 그 뒤론 공론화를 시도한들 이미 거짓을 표현하던 것을 알았는데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줄까요? - 거짓말쟁이로 만드십시오.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 승리를 위해선 소수의 희생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는 에릭의 이름이 나오자 한순간 눈빛이 변한다. 어딘가 탁한 빛이 번뜩인 금빛 눈동자를 지훈에게 향한 하루는 콜라를 내려놓더니 적대심이 솟아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힌다. 방금 전까지 혼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던 것이 아닌,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려는 듯 발버둥을 치는 듯한 목소리였다.
" 카사는 안되요...! 여기서 자기가 원하는대로 나아가게 할거에요... 돌아가요, 카사는 못 데려가요...! 안그러면...제가..! "
하루는 품에서 메스라도 꺼내려는 듯 손을 넣지만 놓고 나왔는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 ...왜 하필 카사인거에요... ! "
그냥 그아이랑 행복하고 싶은 거 뿐인데. 하루는 갈라진 목소리로 외치곤 맨손으로라도 지훈을 막을 생각인지 일어서려 합니다.
편의점에 있는 츄르들은 싸그리 싹싹 털어왔으니... 라고 중얼거리며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려나? 그걸 이제서야 깨닫기는. 멍청하긴. 뭐, 이렇게나 고양이가 많이 모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는게 아닐까. 잔뜩 모인 냥냥이 중 하나를 붙잡고는 볼을 마구 부빗거리기 시작했다. 흐와아아아....
" 나쁘지 않은 걸 넘어서, 좋지... "
계속해서 츄르를 쭉쭉 짜주고, 고양이들이 애교를 부리면 더 짜주고,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냥이들이 더 몰려들고, 애교가 많아지고, 츄르를 짜주고, 애옹이들이 몰려오고...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지훈은 한가지 이변을 눈치챘을까.
" 그러게... 지금, 움직이기가 어려워. "
지훈이와 다림이 주변에 고양이들이 너무 많이 둘러싸고 있어서,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오늘도 집 안에만 있어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듯 집을 나서던 하루는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집 주변에 머무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집이 생겼음에도, 기뻐하기 보단 불안해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낯선 이를 보게 되니 경계심이 배로 상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무슨 일로 오신거에요...? 문제라도 있나요..? "
조금 야윈 것 같은, 퀭한 눈으로 화현에게 다가오며 조금은 경계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화현에게 말을 던지는 그녀는 누가 보아도 여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혹시나 에릭이 보낸 사람은 아닐까, 속으로 그런 의심을 하며 언제든지 저택의 침입자 방지 기능에 눈 앞의 상대방을 넣을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