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냉정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러지 않을걸요. 왜냐면 확신을 얻고 납득은 못한체 쫓겨난 내가 뭘 할지 모르니까."
점장은 내게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나는 지금, 별 관계 없는 3자가 진상을 캐고 다니는 이레귤러가 되었으니까. 사실 아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만. 내 감이 말하고 있다. 위악자는 이 도전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럴 사람이었다면, 애초부터 자신이 미움을 끌어당기는 연기 같은거 하지 않는다.
"역시 검사였나요. 아주 각오가 확실하시네요."
주섬주섬 검을 꺼내든 그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치켜들어올려진 검에는 붉은 기류가 뭉쳐든다. 이거, 의념기네. 솔직히 말해서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요' 라는 어필만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의념기를 날려 오다니. 후회하지 말라지만, 속으론 엄청 후회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 요즘엔 쇼핑하느라 바빠서 망념에는 여유량이 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해요."
가게가 더러워지는건 사양이라고 말한 그에 대해 사과하는걸까, 아니면 다툴 생각은 없어요~ 라고 말했던 다림씨에게 사과하는걸까. 그렇지만 난 정말로 다투고 싶지는 않았어. 맹세해! 의념기까지 날라오는건 예상 밖이었다구!
"뒷청소는 내가 버텨내고 전부 다 해줄테니까, 걱정 마세요."
지금이라도 부동일태세를 풀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물러나면 상관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그럴 예정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고, 굳이 캐묻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
당신의 그 기술이 어떤 종류인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 쪽은 오로지, 견뎌내기 위한 단 한가지에만 모든걸 걸어왔다. 투박하면서도 굳건한 이상의 고집이 현실화 되어, 내 몸을 감싸는 강철의 갑주로 변환된다. 자세는 그저 부동일태세. 덧씌우는 것은 영웅이 되고자 하는 고집의 갑주. 이런 승부는 조금도 좋아 하지 않지만, 필요한 시점에선 피하지 않는다.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