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얘기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진, 아마 점장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그냥 그렇게 넘어가줬으면 하는데' 라니. 숨길 생각도 특별히 더 없잖아. 뻔뻔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정도 까지 왔으면, 나도 어느정도 직감할 수 있다.
이 사람, 위악자구나.
기가 막혀서 나치고는 드물게도 한숨이 나온다. 나는 지금....도대체 무슨 상황에 휘말리고 있고, 무슨 상황에 발을 내딛고 있는걸까. 이런 속쓰린 전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나 같은 소시민에겐 여자친구에게 곰돌이를 어떻게 선물할지 고민하는 정도가 딱 적당한데. 그러나 그 때 불안정한 하루의 모습과, 울먹이던 그녀의 모습이 뇌리를 지나쳐간다. 아~아~....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건데. 하루도 카사도 제게는 참 소중한 동생들이에요. 둘 다 밝고 상냥한 아이들이죠. 그 애들이 나에게 뭔가 오해의 소지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실망하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을거에요. 난 그녀들을 돕고싶으니까요."
애초에 나는 옛날부터 누군가에게 속고 이용당한 적이 많으니까. 익숙하다. 심지어 하루에겐 은혜가 있으니, 그녀가 사랑을 위해 필사적이었다고 하면 납득할 수 있다. 나 또한 요즘 연애를 하는 입장으로써, 필사적인 그 마음 자체는 아주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아시겠어요? 나는요. 누굴 싫어하는게 정말 싫어요. 싸움도 싫구요. 하루를 도와주겠지만, 오해란걸 알면서도 나보고 당신을 미워하거나 적대하란 소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네요. 미안하지만, 그런셈치고 넘어가줄 수 없어요."
나는 드물게도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유약한 나라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있다.
"말해요. 위악자를 연기하는 점장님. 나는 당신을 이해하러 온겁니다. 내가 그녀를 제대로 납득하고 도울 수 있게 하세요."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악당을 연기하고 있다. 그것도 꽤나 필사적으로. 다만 나는 나에게도 고집이 있는거야. 그 악당이 연기란걸 간파한 이상, 덮어놓고 미워하고 적대하고, 그럴 수 있을리가 없잖아. 나는 하루와 카사를 좋아한다. 그녀들을 도울 것이다. 그렇지만, 내 의지로, 제대로 모든걸 알고 납득한 체로 돕겠다. 누군가에게 비틀린 분노와 적의를 표출하는 것은 사양이다. 그건 내가 바라는 영웅의 길이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영웅이 되고 싶은거지, 오해로 비롯된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이 되고 싶은게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기술을 전개했다.
부동일태세不動鎰態勢.
바닥에 붙이고 있는 발바닥에서부터 상상의 뿌리가 뻗어나와, 이 가게 지반에 복잡하게 얽혀 내려앉는다. 팔짱을 끼고 있는 몸은 그대로 단단하게 굳어 철벽의 요새가 된다. 신체 S 가 압도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쉽게 뽑아내지 못할 걸. 고집이 강한 모양인데, 이런 상황에서의 나도 만만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