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웃으면서 옆에서 긴장하면서 보고 있는 너구리씨에게 나도 커피 한잔 받을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솔직히 정말로 그다지 싸울 생각은 없다. 괜한 긴장감을 조성해서, 귀여운 너구리를 위협하는건 불쌍하다. 그러니 나는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태도로 얘기하는 것이다.
"전혀 충분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앉은 자세에서 다리를 꼰 체로 무릎에 손을 올려 턱을 받쳤다. 그의 몸을 본다. 그의 손을 본다. 나는 '막아내는 사람' 즉, 상대의 공격을 봐오고, 판단하는 사람. 거기에 방금 그의 말에는 그걸 증명하는 힌트가 있었다. 나는 그를 마주보곤 침묵하다가 묻는다.
"워리어라고 하셨죠? 확실히 몸을 보면 알 것 같아요. 나도 워리어니까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단련하고 있는 근육, 내게 살짝 경계심을 품었을 때의 반응. 확실히 워리어다.
"그런데 메스가 워리어란 포지션에 어울리는 무기인지는 의아하네요. 특히나, 점장님의 손에 굳은 살을 보면 더더욱이요."
나는 그의 손을 가볍게 가리켰다. 거기엔 분명, 노력의 흔적이 있었다. 무기를 쥐고 필사적으로 휘둘러온 흔적들이. 그는 결코 천재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도 결코 천재가 아니었다. 울부짖으면서 무기를 쥐고 훈련한 사람끼리는, 알아볼 수 있는 법이다.
"그럼 제 생각이 맞다면, 점장님은 서로 점잖게 앉은 자세에서 자신을 열받게한 서포터를 자신의 무기도 아닌 메스를 이용해, 전신을 베어가른 것도 아니고 팔의 안쪽 부분을 그어냈어요. 허리를 들지 않았으니까, 팔을 길~게 뻗었어야 겠네요. 좀 웃긴 자세였겠죠?"
나는 내가 생각한 위화감을 그에게 얘기했다. 하루는 믿고 있다. 그녀와 카사는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제대로 지키기 위해선, 나 같은 모자란 녀석은, 이런 위화감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드디어 허리를 숙여 점장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