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8378> [현대판타지/학원/육성]영웅서가 - 117 :: 1001

◆c9lNRrMzaQ

2021-06-06 04:47:13 - 2021-06-06 22:21:38

0 ◆c9lNRrMzaQ (yDt7GTOigA)

2021-06-06 (내일 월요일) 04:47:13

" 그 곳에 두고 온 것이 너무나도 많지. 이성과, 감정과, 흥분과, 절망. 그런 필요하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버리고 왔단다. "
" 그 대가로 얻은 것이 있나요? "
" 힘. 누구에게도 무너지지 않을, 강한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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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화현 - 에릭 (JQwlNT6tFs)

2021-06-06 (내일 월요일) 17:32:40

침묵. 그저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해가 저무는 소리. 새가 울고, 날아오르고, 벌레가 울 뿐인 소리. 그런 소리가 이어졌다. 먼저 해가 저무는 소리가 멈추고, 새의 날갯짓이, 그 다음은 벌레 우는 소리가 침묵했다. 쏟아지는 소리에 다른 것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와 나는 참으로 이상한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젠 있었던 사실만 남아버렸다. 이전부터 고민해오던 것이 있었으며, 그 고민이 해결된 것도 큰 사건을 겪은 뒤였다는 것.

카사 씨를 대상으로 삼아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 속셈인가. 그녀의 의견은 들어봤을까? ... 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지 않고 멋대로 의념기의 대상으로 삼아 영웅으로 표현하던 내가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녀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 가다듬기만 하면 윤곽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세상에 우리보다 재능이 뛰어난, 씨앗부터가 다른 자들이 즐비해있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다 떠올라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는 잠자코 들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날 때 즈음... 입을 열었다.

"동의해요."

먼저 동의. 너무 먼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동의다. 당장 러시아로 고개를 돌려봐라. 러시아는 그저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수복이라는 것이 먼 꿈이지 않는가.
하지만, 그 뒤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학생이다. 학생이 다른 한 명을 지목하여 누군가를 위한 무대를 만들 정도로 여유있는 존재인가? 학업에 열중하며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단계에서? 심지어 우리에게 영웅을 만들만한 재능이 있는가? 지금의 우리는 예전보다 강해졌다고 한들, 그저 학생에 불과하다. 누군가 보면 소꿉장난에 불과할 이 모습이... 참...

"잠깐,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도... 여러 고민을 했었어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나간다.

"저는 말이죠... 제가 영웅을 보고자 하는 것은 말이죠... 떠오르는 태양에 지지 않을 정도로 빛을 발한 뒤, 태양빛에 가려져 존재하지 않게 된 그 별을 영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생존 본능.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해도 좋아. 생존 본능을 거슬러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여 살고 싶다는 욕망마저도 꾸욱 집어 삼킨 채 눈물을 흘리며 최후를 맞이하는 그런... '영웅'이 저는 보고 싶었어요. 의미 없는 희생을 한 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희생을 선택한 자를."

"그런 영웅을 저는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볼 수 없었죠. 저 같은 소시민이 그런 영웅을 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아마, 초대형 게이트에 휘말려서 부상하나 안 입고 살아남는 정도의 확률이겠죠. 그래서, 저는... 영웅을 그리기로 결심했어요. 의념도 거기에 반응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제가 처음으로 본 그 영웅 덕분에 의념이 각성하게 된 걸지도 몰라요. 볼 수 없다면, 그려서라도 봐라. 같은 심정으로... 그래서 제 의념기도 영웅을 그리는 게 됐죠."

"하지만, 영웅을 그린다. 만든다. 라는 것은 꽤 잔인한 일이에요. 제가 보고 싶어하는 영웅은 결국 희생이 필요하니까. 누군가에게 영웅이라는 형상을 덧씌워 그를 절벽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가? 라는 것으로 저는 엄청 고민했어요. 그 사람이 과연 이런 영웅을 바랐을까? 내가 생각하는 영웅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잘한 것인가? 난 내 욕망을 위해 움직이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하면서... ...그런데, 그런 고민도 해결이 되더라구요. 저 자신은 이기주의자가 맞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 움직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으니까요. 인정하고 나니까.. 속 편하더라구요. 내 행동에 브레이크가 없어진 기분이었어요."

자기가 말해놓고 어이가 없는지 살짝 웃었다.

"걸림돌이 사라졌으니, 행동은 좀 거 거침없이 변했고.. 약간의 후회가 있을 지언정 즐거웠어요.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드디어 나의 색을 찾았다. 같은 느낌이라... 그래서 그런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구요. ...그거 아세요? 그 그림에 그런 감정을 담는 것은, 제가 당신의 추억을 만들어 언제든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당신은 어때요? 그런 행동이 즐겁나요?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행동에 망설임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만약, 후회하지 않는다. 망설임은 없다. 카사 씨께서 영웅이 되어준다면, 나는 그걸로 기쁘다. 라고 한다면! ...뭐, 제가 도와들릴게요."

영웅을 보고 싶다는 꿈은, 아직 안 접었거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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