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이 전혀 짧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전히 웃는 얼굴로 춘덕이에게서 딸기 케이크를 받아든 은후는 장식으로 올려진 딸기를 포크로 푹, 하고 내려찍었다.
"어제였나? 점심쯤에 가디언 넷에서 무슨 이야기가 있었다는 글을 보긴 했어요. 사진도 글도 대충 읽어서 그땐 무슨 일인진 잘 몰랐지만…."
과연.
"공교롭게도 지금은 이 세 학교가 모두 시험 기간. 학생들이 시험에 집중한다고 가디언 넷의 화력도 평소에 비해선 낮은 편이고, 가디언 넷을 보는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굳이 이런 사진을 집중해서 보진 않겠죠. 그렇기에, 사진을 분석하지 않은 학생들, 특히 당신을 포함해서 이 사건의 중심인 세 사람과 안면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하루`라는 사람의 편을 들겠죠."
냠. 딸기를 입에 집어넣고 우물우물 잘 씹어서 삼킨 그는 포크로 케이크의 윗부분을 아주 살짝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당신은 분명 저에게 해답을 내려주길 원한다고 말했어요. 그 해답이라는 건, 당신의 사상에 대한 것은 전 아니었을 거로 생각해요. 누군가가 당신의 사상을 논파하길 원했다면, 굳이 그런 말을 해서 상대의 분노를 사지 않았을 거니까.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니까."
"당신이 지금 진짜로 원하는 건 뭐죠? 당신의 무대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주고, 극이 진행되는 동안, 감독이자 배우인 당신이 절대로 후회하지 않도록 잡아줄 스텝?"
"그..그게.. 제가 그 카페.. 유니폼을 만들었고... 저도..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걸요.." 조금 부끄러워서 그랬어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행이지요? 그러다가 어깨에 손을 짚으면 조금 놀랍니다. 하지만 탁 털어내려 하는 건 아니네요. 다행이야 진화군. 물어보는 진화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짓습니다.
"저는 그다지 좋은 쪽은 아니라서요..." 말하면 안돼요. 라고 말하면서 어깨를 짚은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려 시도합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품고 있는 건. 일종의 ...감정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왜 할 수 없는가 같은 것을 생각해봅니다. 할 수 없다는 것과 별개로 원할 수 밖에 없긴 하다.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한 말들로 교묘히 회피하면서 그럼 그 카페 전경까지는 보고 가실래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나는 솔직한 마음으로 칭찬했다. 지난번 같이 다닐 때의 그녀의 패션 감각은 감탄했을 정도니까. 이런 복잡한 일과 별개로 거기서 아르바이트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짚어 그녀가 놀란 것 같자, 나도 일단 조심스럽게 떼어줬다. 이런. 확실히 놀라게 했을지도 모르겠네.
"......"
그리고 으음....그녀에게서도 어쩐지, 최근 지훈이랑 대화할 때 느꼈던 감각이 느껴지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낮다고 해야되나, 아니면 결함이 있다고 여기는 부분. 요즘 아이들 트렌드인가? 실은 나조차도 그런 고통을 앓고 있으니까. 나는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굳이 캐묻진 않을게요. 그러나 하나만 말하게 해주세요."
"나도 그리 좋은 쪽은 아닙니다. 한심하고 소심하고, 잔뜩 도망도 쳤거든요. 그래도....무언가를 꿈꾸고 바라는 것이 잘못 되었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그럴 권리는 있잖아요. 꿈꾸고 바라는 것 만은, 당당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녀를 보며, 활짝 웃는다.
"그러니까 다림씨가 무언가 감정을 품고 있다면. 나는 응원할게요. 언젠간 도움이 필요할 땐, 불러주세요."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지은 나는, 기지개를 쭈욱 폈다.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 나는 그녀에게 네, 안내 부탁드려요. 라는 말로 대답하곤 따라 걷는 것이었다.
"멋진 유니폼이라기엔 많이 부족하지만요." 그냥 검은 바지에 흰 상의에 앞치마 뿐이라고 말합니다. 거기에 뭔가 개성을 덧붙이긴 했지만 본인이 스스로 말하면 자기자랑밖에 더 되겠나요? 그러면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낫습니다. 고민하다가 한숨쉬는 진화를 잠깐 봅니다.
'....그런 꿈꾸는 것.. 언제나.. 높이 올렸다가 추락시키던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런 것에 반박하기에는.. 아니다. 그만하자. 응원한다는 말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그러면 불러달라니. 너무 기한이 긴 말 같은데요. 같은 말을 하며 살짝 놀리려고 시도합니까?
"아. 여기네요." 지금은 문이 닫혀 있으려나. 아니면 의외로 성황리일까. 그것도 아니면, 춘덕이가 요리하는 게 매우 인기리일지도? 가리킵니다.
다림씨의 말에 나는 그냥 싱글벙글 웃었을 뿐이다. 일단 괴상한 복장이 아닌게 어디야. 설명을 듣기론 충분히 단정하고 예쁘다.
"꿈은 크게 잡는 법이니까요. 기한도 길게 잡는게 좋겠죠?"
다림씨가 내 말에 별로 납득했는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어쨌건 난 진심을 전했어. 따라서 이후엔, 그녀가 던지는 짗궃은 농담에 웃으며 적당히 되돌려줄 뿐이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카페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앞까지만 바래다준다고 했던가.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하곤,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삿말을 남겼다. 그리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마치 던전의 문을 여는 것 마냥, 카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