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좋은 템포로 왔었는데... 또다시... (!) 날이 엄청 습하긴 해. 지금까지는 내가 밖에 있을 때 비가 타이밍 맞게 자리를 피해줘서 안 맞았는데 이제 어떨지 모르겠어. 출퇴근, 아니, 출근길에만 안 왔으면 좋겠다. 진짜 힘들어, 그러면. 내일만 이겨내면 또 주말이야. 얼른 내일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
레아주는 어째 볼 때마다 진화하는 것 같아. 귀여움 만렙이야... 나도 분발해야겠다. 오늘 나오면서 느꼈어. 이거 비 오겠구나. 어제 말한대로 타이밍만 좀 맞아줬으면 좋겠네. 솔직히 실내에서 보는 비는 나쁘지 않은데다가 내가 맞지만 않으면 날 좀 선선해지고 좋기만 하거든. 주말에는 쉽니다. 어제는 같은 패턴으로 퇴근 후 기절, 새벽엔 헤메고 그랬어. 금요일이야. 후딱 해치우고 올게. 레아주도 좋은 하루 보내!
똑, 똑. 계신가요? 이제 컨디션 슬슬 회복되는 모양이야. 주말에는 막 장염인가? 감기인가? 이러면서 이리저리 헤메다가 출근하고 잠 설치고 하다 보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 오늘 티백으로 된 얼그레이 냉침으로 우려서 레몬 넣어 먹으니까 맛있더라. 간단하니까 집에서 여름나기용 차로 추천이야. 레아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
레아주, 많이 기다렸지. 주말이라 정신 좀 차리고 왔어. 코로나가 진짜 많이 심해지긴 했나봐. 직장에서 확진자 나오고 그래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코로나 검사도 받고 검사 결과도 기다려보고... 다행히 내가 걸리거나 격리하거나 일은 안 생기기는 했는데 더욱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 레아주는 별 일 없을까?
엄청 좀 그렇더라, 그거. 줄 서있는 시간이 긴 것도 그렇지만 검사가 미묘하게 아팠어. 레아주는 받아본 적 있어? 아직까지 완전 가까운 지인이나 친척, 가족이 걸렸다는 소리를 못 들어서 솔직히 실감이 안 나기는 해. 만약 양성이 가족 중에서 나오면 우리 집은 진짜 큰일이라 나도 최대한 조심하고 있으니까 그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 오늘 아침부터 엄청 이상한 일이 있어서 기분이 좀 그래. 새벽 6시부터 한 시간 한 시간 반 간격으로 인터폰이 자꾸 2초정도 울어. 근데 cctv도 없어서 누가 그러는지 알 수가 없네. 방금도 그랬어. 일부러 장난 치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답레가 너무 늦어서 미안해. 오늘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나도 받아본 적은 없는데 가족들이 몇번 받은 적은 있어. 나도 솔직히 가족들 중에는 걸린 사람이 없어서 잘 실감이 나진 않아. 조심하곤 있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니까. 무사히 지나가길 바래야지. 그거 인터폰이 고장난 걸 수도 있어. 우리집 인터폰도 누가 막 주기적으로 누르는 것처럼 울려서 뭔가 했거든. 혹시 고장난 건 아닌가 잘 살펴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구... 답레는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게 그렇다잖아. 다 난리인데 바로 와닿지는 않는 그런 느낌. 그렇다고 방심하고 돌아다니면 지금같은 상황 벌어지는 걸 테고. 요새 아침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몸이 무거운 걸 보니 날씨 탓인 건지 건강하지 못한 패턴 탓인 건지. 오늘도 일단 들렀다 갈게. 이놈의 평일. 말해놓은 기한을 못 지킨 내 탓이야. 레아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여름 뿌셔. 얼른 가을이나 와라.
맞아. 날씨 장난 아니야. 거기에 몇주간 꾸준히 배가 아파서 이게 뭔가 싶어. 괜찮았다가 안 좋았다가. 말한 걸 지키지 못하고 살아서 벌 받는 건가. 일기도 쓰겠다고 해놓고 거진 작심삼일 수준이 되었거든. 이번 주 안으로는 꼭 에반젤린을 데려오도록 할게. 이건 반드시 지킬 거야...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품에 기대어 오는 레아의 머리카락을 훑던 에반젤린의 눈에 담긴 기색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익숙한 말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 섞여 에반젤린을 당혹시켰다. 물론 부정적인 쪽의 감정은 아니었다. 이런 감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설렘? 흥분?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심장의 고동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평소에도 자신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못하는 레아였지만 지금의 표현 방식은 사뭇 다른 것이었다. 하늘 높은 곳을 올려다 보는 것 같은 선망은 여전했으나, 기사가 자신의 주군을 향한 충성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 섞인 이전과는 달랐다. 그래. 순수한 여인의 시선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고 그 곁에 자리하고 싶은 욕망을 담은 그런 시선. 상대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가지고 싶은, 하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매달리게 되는 능동적이면서도 처연한 감정을 싣고 있는 눈동자는 에반젤린이 알아왔던 레아의 모습과는 상반되었다 말해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이런 눈을 가진 이를 본 적이 있었다. 보다 더 포기의 기색이 짙고 숨이 막힐 것처럼 어두운 것이었지만 분명 어머니가 전 황제를 바라보던 시선과 닮아있었다. 에반젤린은 서슴없이 몸을 맞대어 오는 레아를 잠시 응시하다 손을 들어 그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 단 한 명 뿐인 나의 이해자. 터무니없는 계획을 듣고서도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던 나의 사랑스러운 동반자. 스스로 정의할 수도 없는 복잡한 감정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그 사실에 기뻐하며 같은 마음이었다 속삭여주는 너를 아무런 의지도 없이 멀찍이서 황제를 지켜보다 말라 비틀어진 어미와 비교하는 것은 분명 부당한 처사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 괴물과는 달라. 에반젤린은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며 레아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고마워, 레아."
그렇게 말해줘서. 자신이 외롭게 지내왔다는 건 순전히 레아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에반젤린은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외롭지 않았던 이유가 되어준 이가 하는 말에 어떤 반박을 댈 수 있을까. 품에 안긴 레아의 몸이 흐느끼듯 가볍게 떨리다 이내 차츰 잦아들었다. 에반젤린은 좀 더 힘을 주어 끌어안은 채 레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네가 품은 마음은 전부 알고 있다는 듯 진실된 울림을 담은 목소리는 자신이 듣기에도 제법 괜찮았다.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 있을 정도로. 그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부수어 오로지 내 곁에서만 존재할 수 있도록, 나만을 의지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파괴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멀리 떨어지게 만들려고 한 적도 있었다.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고, 바라던 형태로 레아가 마음을 전해오는 지금의 상황은 자신이 바랐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 붙은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에반젤린. 이게, 네가 원하던 거잖아? 레아는 몸도 마음도 연약해져 있었다. 자신에게 매달려 사랑을 갈구하는 것으로 제 마음을 얻어내려는 지금의 태도는 그저 우발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에반젤린은 원한다면 이런 상황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도 있었다. 이전처럼 검을 휘두를 정도로 건강해질 수는 없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기사로서 살아갈 수 없다면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고까지 생각하던 레아에게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믿으라고 말했던 게 자신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순전히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레아도 원하고 있었다. 에반젤린은 그저 손을 뻗어 가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원하던 대로, 영원히.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마땅히 이렇게 되었어야 하는 일이고.
에반젤린은 등을 토닥이던 손으로 어깨 부근에 늘어진 레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 이내 그 목덜미를 쓸어올려 턱을 손끝으로 쥔 채 레아의 눈을 마주했다. 옅은 울음기와 당혹이 어린 눈망울을 가만히 들여다 보던 것도 잠시,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입을 맞췄다. 아예 집어삼킬듯 머금은 입술의 메마른 감촉에 혀를 세워 훑은 에반젤린은 자연스럽게 벌어진 틈새를 밀고 들어가 레아의 입안 이곳저곳을 헤집었다. 한없이 느리고 진득한 입맞춤이었다. 둘 곳을 찾지 못해 헤매이던 레아의 손이 에반젤린의 등을 당겨 안았고, 그 손에 힘이 잔뜩 실릴 때까지도 에반젤린은 키스를 이어갔다. 레아의 손톱이 등을 찌르듯 세워졌을 때야 에반젤린은 입을 떼었다. 서로의 입안에서 섞인 타액이 길게 늘어쥐고 빈 공간은 거친 숨결이 가득 메웠다. 호흡을 고르며 몸을 들썩이는 레아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흐드러져 있었다. 에반젤린은 그런 레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빨아들였다. 짧은 교성이 귀를 간지럽혔다. 좀 더 가까이. 에반젤린은 아슐레아의 모든 것을 원했고, 그런만큼 더욱 갈구했다. 마치 공기가 사라진 공간에 던져진 것처럼 숨이 막혔다. 목이 말라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레아의 체향, 체취, 그 모든 것들이, 그것들만이 에반젤린을 숨쉬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 갈증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무방비한 모습으로 제 앞에 늘어져 있다는 사실에 에반젤린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너를 원해. 품에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행위는 자신을 달래기에는 한참 모자란 것이었다. 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싶었다. 몸을 섞고, 시선을 맞추고, 어디로도 떠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너도, 그걸 원하잖아.
에반, 젤린. 짧게 끊어내듯 토해진 자신의 이름에 에반젤린은 고개를 들었다. 문득 시선이 닿은 레아의 어깨와 목 부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건 정도 이상의 힘을 주었기 때문에 새겨진 게 틀림없는 자국들이었다. 자신의 손에 들어간 힘을 느낀 에반젤린은 퍼뜩 놀라 레아를 놓아주었다. 이건, 무슨 일이지. 에반젤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코앞에 있는 레아의 얼굴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폐하.
그렇게 부르는 소리가 겹쳐 들렸던 것도 같았다. 에반젤린은 눈을 깜빡였다. 이전, 황궁에서의 전경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몸에 걸친 갑주가 무겁지도 않은 건지 부드러운 몸짓으로 무릎을 꿇고 앉은 아슐레아와 옥좌에 앉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 보는 아슐레아의 눈은 담담하면서도 강한 힘을 품고 있었고, 그만큼 빛나고 있었다. 내가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그 눈이. 한순간에 지나간 풍경이 흩어지고 다시금 현실이 제자리를 찾아들었다. 레아의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과 떨리는 자신의 손. 에반젤린은 그 눈물을 닦아줄 수가 없었다. 기사로서의 레아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고? 자신의 사랑을 원하고 옆에 있기를 간청하니 그것을 들어주겠노라고? 에반젤린은 직전에 자신이 떠올렸던 생각들을 돌이켜 떠올렸다. 어째서 너를 내게서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가. 내가 왜 너를 사랑하게 되었던가.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아슐레아는 앞길을 밝히는 빛이었으며 과거의 자신을 딛고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 구원이었다. 그것을 폄하하고 짓밟으려 했다는 사실이, 에반젤린은 견딜 수 없었다. 구역질이 났다.
"...미, 안. 미안해. 레아."
시야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것처럼 흔들렸고 뻗은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허둥지둥 레아의 눈가와 목을 쓸어냈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다. 이런 마음을 품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에반젤린은 제 안에 들어차 있던 끔찍한 감정들을 차마 토해내지도 못한 채 숨을 삼켰다. 울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네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내가 바라보는 너의 가치는 흐려지지 않노라고, 그렇게 말했어야만 했다. 제어하지도 못할 비열한 감정으로 레아를 품으려고 들었다는 사실이 에반젤린의 심장을 옥죄고 들었다. 기어코 솟아오른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된 에반젤린은 레아에게서 떼어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마치 이렇게 하면 레아의 시선 앞에서 도망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가린 채, 에반젤린은 울었다. 이러려던 게 아니야. 나는 어머니와는, 선황과는 다르다. 달라야만, 그랬어야만 했는데.
늦었지. 결국 약속했던 기한조차 넘겨버렸네. 한 번만 더 용서해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지만, 그래도 용서해줘. 글도 지금의 날씨도 분위기가 많이 흐려. 주말은 잘 보냈을까. 레아주, 보고 싶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이번 글도 잘 부탁할게. 나중에 답레 적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좋은 밤 되길 바라.
답레 즐겁게 읽었어. 에바가 슬프게 우는 건 나도 마음이 다 아프다.. 역시 에바는 자신감 넘치게 웃는게 최고인 것 같아. 부담스럽진 않아. 다만 어떻게 쓰면 좀 더 좋은 답레를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하네. 내 손이 열일 해줘야 할텐데. 일단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
오늘은 내가 먼저 갱신한다는 게 시간이 또 이렇게 되어버렸어. 딱 레아주가 잠들었을 타이밍인 게 아쉽다. 나도 얼른 다시 자러 가야지. 적을 때는 항상 혼자 뭔가 폭주하면서 적고 나서 끝나고 나면 아차, 이러면 레아주가 이어가기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면서 수정할 부분 둘러보고는 하는데 매번 어렵게 토스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울적해. 이번이 마지막 자기반성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레아주의 능력을 믿으면서 무책임하게 토스하도록 할게. 이제 평생 달달하게 가는 거야. 할 수 있겠지, 에반젤린? 레아주, 오늘도 고생 많았어.
숨이 굉장히 거칠어. 레아주의 콧김이 여기까지 전해져, 는 농담이고. 그렇다고 울면 안 돼. 기쁜 순간이잖아.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몸은 좀 나아졌어. 요새는 잠을 깊게 못 자서 몽롱한데다 직장을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자꾸 찾아오는 게 문제지만 전처럼 안 좋은 건 없네요. 레아주는 어때? 날도 엄청 덥고 비도 정신없이 쏟아지고 코로나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까 꼭 몸 조심해야 해.
앗. 목표가 에반젤린이 아니라 나였어? 나는 좀 더 조신하게 울 수 있을지도 몰라. 오늘부터 노력해볼게. 답레는 혼자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80t 폭주기관차 에반젤린이 잘못한 거니까 짧게 받아쳐줘도 좋아. 다음 호흡은 나도 좀 더 짧게 가져올 수 있... 있을 거야. 다른 건 모르겠고 날이 진짜 너무 더워. 제발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보오오오옴 엶 가아아아아아아을 결 이렇게 사계절 만들어주면 안 될까 싶어, 정말.
에반젤린은 진작 아슐레아한테 맡겨뒀지. 그러니까 내 목표는 에바주야. 울지 말고 웃어줘. 웃는 에바주가 좋아. 음... 좀 더 고민해볼게. 힘내라고 빨리 써주고 싶은데 내 머리가 더위를 감당하느라 바쁘네.. 나도 보오오오옴 엶 가아아아아아아아아을 결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여름 시러..
짝이 딱딱 맞네. 좋아. 나야 레아주랑 얘기할 때면 언제나 방긋방긋 웃고 있는걸. 물론 내 마음속의 죄책감이 맥스 상태일 때는 예외야. 이래뵈도 눈치 많이 보고 있으니까 나 버리지 말고 예뻐해 줘야 해? 여름이 제일 싫어. 더우면 두뇌 회전도 느리고 몸도 느리고 다 느려터진데다 더 더워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까 걱정 말고 툭툭 던져 줘. 에어컨도 한 번 틀기 시작하니까 자꾸만 리모컨으로 손이 간다. 온도도 내리기 시작하니까 방이 냉골이 될 때까지 돌리게 되더라. 이럴 때는 냉수 한 잔 마시고 자야해.
그래서 그런 걸까. 자꾸 이렇게 우울한 쪽으로 빠지는 나도 참. 저녁 먹었는데도 컨디션이 회복이 안 되는 걸 보면 오늘은 정말 일찍 좀 자봐야지. 후욱 후욱... 숨소리가 거칠어, 레아주. 그렇게 좋은 거야? 사실 나도. 아, 큰일났어. 요새 말이 잘 안 나오는 거 있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어려운가봐. 말이 정리가 잘 안 돼... 지금도 답을 빨리 달아야지 하면서도 무슨 말 하지 하고 멍 때렸었어.
천천히 적으시면 됩니다. 쉬는 날은 또 돌아오기 마련이고... 일할 때 읽어도 그건 그것대로 기분 전환에 도움이 돼서 좋아. 언제 읽어도 좋다는 뜻이야. 잘 쉬었지. 잘 쉬었는데 쉬는 날이 끝나니까 잠이 쏟아지고 있어. 놀고 있어도 더 놀고 싶은 모양이야. 레아주는 어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