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8223> [1:1/GL] 파란 안개꽃 필 때 2 :: 569

에바주

2021-06-01 19:23:44 - 2023-04-07 23:25:04

0 에바주 (bjRVl5Rm4s)

2021-06-01 (FIRE!) 19:23:44

그대에게.

461 레아주 (JBKJ.ekGtw)

2022-09-02 (불탄다..!) 11:58:58

갱신할게. 이젠 안 오는걸까..

462 에바주 (a7NOXiy2g6)

2022-09-19 (모두 수고..) 19:54:39

레아주. 아직 있을까.

463 에바주 (TtHTBael2Q)

2022-09-24 (파란날) 17:52:08

아무래도 내가 너무 늦은 모양이네. 기다리게 만들어서 미안해, 레아주. 그간 많은 일이 있었어. 적당히 해결됐고, 적당히 나아졌고. 어떻게든 제자리를 찾아서 할 거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 내가 적은 걸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항상 고마웠어.

464 레아주 (jBAF92LKn.)

2022-10-10 (모두 수고..) 19:03:22

내가 너무 늦게 봤을까.. 지금이라도 와주면 좋겠는데..

465 에바주 (oV.ro.X9v.)

2022-10-16 (내일 월요일) 22:54:32

늦은 건 내 쪽인데. 잘 지내고 있을까? 또 지나가다 보이면 들러줘. 나도 확인할게.

466 레아주 (83sRmiD15o)

2022-10-17 (모두 수고..) 08:14:35

나나, 나 왔어. 잘 지내고 있어. 에바주만 괜찮다면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갔으면 해..!

467 에바주 (P6lvQWLMWc)

2022-10-17 (모두 수고..) 14:57:11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부끄럽다. 너무 늦었지, 내가. 답레는 이전 내용들 한 번 쭉 읽어보고 내가 다시 이어서 주도록 할게. 하던 그대로 이어가면 될까? 아니면 새롭게 시작해도 괜찮아. 레아주가 원하는 쪽으로 얘기해줬으면 해.

468 레아주 (sfrTgtyhdc)

2022-10-17 (모두 수고..) 15:08:54

어서와, 에바주. 보고 싶었어. 음, 답레는... 에바주가 다시 잇는게 쉬울 것 같으면 이어도 되고, 깔끔하게 본편으로 다시 일상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정말 기뻐.

469 에반젤린 - 아슐레아 (rsXQu5J2zw)

2022-10-21 (불탄다..!) 01:31:44


밥을 얻어 먹었으면 설거지라도 하는 게 예의지! 고무장갑을 슥슥 끼고 시작한 설거지는 싱거울 정도로 쉬웠다. 음식 만드는 사이에 틈틈히 정리까지... 대단하다, 레아. 티비 같은데서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 해보겠답시고 혼자 있을 때 슬쩍 요리를 시도해봤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아무리 깔끔하게 하려고 해도 결국엔 이것저것 너저분하게 늘어져있던 기억 뿐이었다. 혼자 살려면 마냥 사먹을 수는 없을 테니 이제는 연습을 하기는 해야할 텐데. 레아한테 배워볼까? 그것도 좋겠다. 근데 이런 거 괜히 물어보면 자기가 해주겠다고 할 것 같은데. 어쩐지 오늘따라 자신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레아의 행동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고개가 기울어지던 찰나, 어깨에 턱하니 올라온 레아의 얼굴에 에반젤린은 움찔 떨었다.

으, 응? 다 했는데, 거의.

애초에 할 것도 없었구. 이런 스킨십은 옛날에 내가 종종 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레아가 원래 이렇게 스킨십을 좋아했나? 어쩐지 묘하게 긴장됐다. 손을 멈추면 이상해 보일까봐 애써 접시를 헹구며 마무리 하던 찰나 이번엔 한술 더 떠 허리를 감싸오는 탓에 에반젤린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고새 옷도 갈아입고 온 모양인지 등에 닿는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뭐래니, 나. 귓가에 사근사근 속삭이는 레아의 목소리에 흐흣,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목을 움츠린 채로 부랴부랴 설거지를 완전히 끝낸 다음 고무장갑을 벗어 걸어둔 에반젤린이 고개를 돌렸을 때 마주한 것은 아직까지 제 등에 붙어있는 레아의 얼굴이었다. 저기, 좀 가까운 것 같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 공부했지.

내가 여기 올려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 평소에 챙기기 힘들던 봉사니, 학생회 활동이니 하는 것들을 하느라 몸이 두 개여도 모자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뭐, 결과가 좋으니 결국 옳게 된 노력이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에반젤린이 작년의 고난과 역경을 떠올리며 성취감에 사로잡히려는 그 때, 다시 한 번 레아의 숨이 귓가를 간질였다. 정말, 왜 이렇게 붙는 건지. 싫은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이제 나도 성인인데, 아직도 레아 눈에는 애로 보이나? 그렇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냥 뭐, 다 했어. 연애는...

이 얘기 아까도 하지 않았나? 인생에 한 번 뿐인 학창 시절에 연애 한 번 못 해보다니. 어쩐지 서러웠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왜냐면 캠퍼스 생활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과제에 취업에 시험에, 걱정 많은 제 성격에 마냥 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즐길 수 있는 건 다 즐겨보자는 당찬 포부를 품은 에반젤린이었다. 설거지는 끝난지만 왜인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에반젤린은 그대로 개수대에 손을 얹은 채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술파티도 해보고, 동아리도 가입하고 싶어. 음, 친구들 생기면 자취방도 데려와서 놀아보고 싶고. 아, 조금 좁으려나? 클럽은... 시끄러운 건 별론데. 한 번은 가볼까 싶기도 해.

연애는 괜찮은 사람 보이면 하지 뭐. 내가 누군데? 그렇게 한창을 재잘거리며 떠들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에반젤린이 레아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표정이 경직되어 보이는 건 착각인가.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에반젤린은 조금 당황한 탓에 질문으로 말끝을 얼버무리며 허리에 올려진 레아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어 덮었다.

레아는 어땠어?

나 없는 동안 안 보고 싶었어? 이렇게 큰 집에 혼자 사는데. 나 몰래 애인도 사귄 거 아니야? 에반젤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가락을 세워 레아의 손등을 살살 간지럽혔다.

470 에바주 (rsXQu5J2zw)

2022-10-21 (불탄다..!) 01:33:29

오랜만의 답레라 그런지 쓰면서 조금 설렜어. 지난 대화랑 이어진 답레들 읽어보고 적었는데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고. 괜찮을까? 그리고 레아주, 오늘도 좋은 밤 되길 바라.

471 레아주 (v2VGZEU.Rc)

2022-10-21 (불탄다..!) 19:21:30

에바주의 오랜만의 답레.. 나 되게 설레여. 나도 잘 읽어보고 답레 써볼게. 그리고 다시 한번.. 어서와! 에바주! 보고 싶었어!

472 아슐레아 - 에반젤린 (x5iUHSQViY)

2022-10-21 (불탄다..!) 20:40:47

나는 어땠더라. 너의 물음을 듣고 나는 미소를 띈 체 잠시 입술을 다물고 생각에 빠져. 누구나 즐거울거라 말했던 대학생활이 즐겁지 않았다곤 못 하겠지. 분명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교수님들도 괜찮으신 분들이고, 선배, 후배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살짝 흘러버렸다.

『 즐겁기는 했는데.. 뭔가 허전하기도 했어. 』

조금 솔직했을까. 허전했다는 나의 말에, 너는 어떤 생각을 할까. 너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단숨에 알아차릴까? 아니면 그냥 누구나 말하는, 누구나 언제고 느낄만한 아쉬움이라고 생각할까. 그냥 저 길지 않은 말에 '네가 없어서 외로웠어.' 라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될텐데. 이게 뭐라고 입술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는지 몰라. 그래서 그냥 바보 같이 웃어보였어.

『 애인은... 사귀지 않았어. 공부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

눈에도 안 들어와서, 라는 말은 그저 말 끝을 흐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정말 누굴 보아도 친구 그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내가 남자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학창시절에 알던 사실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다른 여자아이들도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네가 내 마음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차린 건 나도 놀랐으니까. 큰일이라고 생각했어. 이러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떠나버리면 난 앞으로 쭉 홀로 살게 될테니까. 결국 난 머리 속에 떠올리는 건 너 뿐일테니까.

울컥 솟아오른 감정에 웃던 낯, 그대로 입술을 살짝 깨물곤 손등을 간지럽히던 네 손을 살며시 움켜잡아. 간질간질,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네 손을 조심스럽게 고쳐잡아. 결국엔 살며시 깍지를 껴잡고는 널 바라봐.

『 그리고 보고 싶었어, 많이. 한동안 보러오지도 않았으면서 뭔 소리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보러가면 더 보고 싶어질 것 같아서 못 갔어. 』

입술을 깨문 체로, 쓴 미소를 지어보이며 네게 슬쩍 내 마음을 비춰. 내가 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야.

473 에바주 (rsXQu5J2zw)

2022-10-21 (불탄다..!) 22:34:23

항상 고마워, 레아주. 나도 아아주 아껴서 읽을게. 금방 답이 돌아와서 좋으면서 미안한 이 기분. 오늘은 좋은 하루 보냈을까? 벌써 주말이네. 이번 주도 마무리 잘 됐기를 바라.

474 레아주 (Glap.VIIfQ)

2022-10-21 (불탄다..!) 22:35:53

고맙긴. 나야말로 고마워. 난 좋은 하루 보냈어! 에바주는 어땠으려나?

475 에바주 (wcEfGJhBz.)

2022-10-24 (모두 수고..) 17:22:29

으으, 답이 늦었어. 당일에 바로 써서 줬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밖으로 좀 나도느라 정신이 없었네. 나는 그 때도 지금도 별일 없이 있어. 오늘은 모처럼 이리저리 구르다 와서 좀 피곤한 느낌. 그리고 좋은 노래 찾아들으면서 힐링하고, 뭐 그런. 레아주는 월요일인데 어떻게, 너무 피곤하지 않게 보냈으려나 모르겠다. 좋은 날이었음 해. 답레는 오늘 내일 중으로 올릴게.

476 레아주 (sP7C0xTabQ)

2022-10-24 (모두 수고..) 17:51:44

어서와, 에바주. 오늘 하루도 고생했네. 나도 적당히 바쁘게 보낸 하루였어. 답레는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477 에반젤린 - 아슐레아 (pJu2LjS/zA)

2022-10-25 (FIRE!) 03:18:40

하나 둘 얘기를 꺼내면서도 어쩐지 자꾸 어두워지는 레아의 안색이 자꾸만 신경쓰였다. 뭔가 힘든 일이 있었던 걸까? 하긴, 짧은 시간이 아니었으니 레아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을 터였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 조금이지만 먼저 어른이 되었으니 아직까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고민들을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고심하며 힐끔힐끔 안색을 살피던 에반젤린은 또다시 훅 마주쳐 오는 레아의 시선에 무언가 들킨 것만 같아 흠칫 놀라는 한편, 깍지 낀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래.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데. 고민이 있으면 적어도 들어줄 수는 있을 것이고 어떻게든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도와주면 되는 거잖아.

나도 보고 싶었어. 많이.

억지로 웃어보이는 것만 같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에반젤린은 이왕 눈을 맞춘 김에 아예 대놓고 레아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그나저나, 여전히 잘생겼다. 예쁘다고 해야할까. 옛날에도 레아 좋다는 애들 참 많았었는데. 돌이켜보면 그중 태반이 여자애들이었지. 걔네들이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 같은 얼굴이란 말야. 일단은 눈이 정말 사기였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그윽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인상이 뚜렷하면서도 분위기는 또 묘하게 처연해보이는 것이... 에반젤린은 또다시 이어지는 쓸데없는 생각을 후다닥 내치며 잠시 끊겼던 대답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보러 왔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고민 안 해도 돼. 그거 말고도 다른 고민 있으면 나한테 다 얘기해. 혹시 알아?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 맞잡은 손에 힘을 준 채로 열심히 자신을 어필하며 깜빡거리는 에반젤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무래도 조금 덜 놀고 더 열심히 해야할 모양이다. 그래도 역시 연애는 하고 싶지만! 그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꾸준히 끌고 가는 프로젝트로 삼아야지. 아직도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레아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것저것 도움이 되려면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레아도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에 연애를 못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레아도 남자친구 없었던 것 같은데. 음, 확실히 없었지. 있었는데 모를 자신이 아니었다. 그럼 그 부분에서는 내가 더 앞서 나갈 수 있을지도?

그래도 애인 없으니까 나랑 놀기는 더 편하겠다.

그치? 뭔가 되게 어른스러운 연애를 할 것 같은 이미지여서 만약 애인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대하면 좋을까 하는 망상도 해봤던 에반젤린은 오히려 더 좋다는듯 입술을 모으며 찡그리는 것처럼 웃었다. 집도 가깝고 애인도 없으니 바쁜 일만 없다면 만나는 것도, 연락하는 것도 더욱 쉬운 일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니었다.

다들 보는 눈이 없나봐. 어떻게 우리가 아직도... 아니, 레아가 아직도 솔로야?

아무래도 자신의 프로젝트에 레아도 끼워주어야 할 모양이다. 나중에 더블 데이트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려나. 그런 모습은 어쩐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냥 둘이 놀러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에반젤린은 깍지 낀 손에 다른 손을 포개어 쥔 채로 끌어당겼다. 그 탓에 얼굴이 반쯤 가려져 눈으로만 배시시 웃으며 에반젤린은 말을 마쳤다.

같이 노력하자, 우리?

478 에바주 (pJu2LjS/zA)

2022-10-25 (FIRE!) 14:37:09

좋은 오후. 오늘은 부지런하게 필요한 물건들도 찾아다니고 간식도 챙겨 먹고... 하고 나니까 몹시 졸려. 모기가 있을 날씨가 아닌 것 같은데 아직도 남았더라. 자려고 누우면 귓가에서 소리가 울리는 탓에 잠 엄청 설쳤어. 한참 싸우고 나니까 잠이 안 오더라... 눈물. 답레는, 에반젤린 이미지가 너무 미묘한가 싶어 고민하고 있어. 어쨌든 레아와 레아주에게 아무것도 모르면서(진짜로) / 꼬리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줘.

479 레아주 (jRo9z3XGnM)

2022-10-25 (FIRE!) 16:55:50

어서와, 에바주. 모기는 아마 겨울 되기 직전까진 우릴 괴롭힐 것 같아. 아주 못된 녀석들이지. 에바주가 잠을 잘 자야할텐데 걱정이네. 아무것도 모르면서 꼬리치는 에바를 보면서 레아는 엄청난 내적갈등중이야. 이거 들이대도 괜찮나? 아닌가?하면서.

480 아슐레아 - 에반젤린 (z8JFwgwWLM)

2022-10-25 (FIRE!) 19:16:42

같이 노력하자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내 마음을 눈치채고 날 떠보는 건가. 아니면 딱히 의도한 것 없이 힘내라며 해준 말일까. 네가 기분 좋게 웃으며 해주는 그 말에, 내 마음은 갈대같이 흔들려. 좀 더 들이대도 괜찮은걸까. 그러다 이 관계가 무너지면 어쩌지. 아니, 다 알고선 지금 나에게 기회를 주는 걸지도 몰라. 베시시 웃는 너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널 내 쪽으로 끌어당겨.

『 같이... 노력해야지. 』

근데 나는 네 옆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네 사람이라며 서있을 그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과거에도 내 자리였고, 지금도 내 자리라고 생각하는 그곳에 다른 사람이 있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구역질이 올라와. 날 추하고 더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널 향한 마음이 커질대로 커져버렸으니까. 그래서 네 말을 되새기듯 중얼거리곤 나는 잠시 입을 다물어. 날 보며 웃는 네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걸 상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확 힘을 줘서 널 끌어당겨버려. 네 품으로 기울어져 들어오는 널 받쳐안은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여.

『 그럼 우리 둘이 연습해볼까? 』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도 안되는 제안에, 속으로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겉으로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어. 점점 더 밝아지는 미소를 지으며 너와 이마를 맞대. 둘이 내뱉는 호흡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리에서 나는 말라가는 내 입술을 혀로 핥아 적시곤 말을 이어가.

『 둘 다 해본 적 없으니까, 연애 같은거. 둘이 연습해보면... 어떨까? 』

두근두근, 심장이 세차게 울리는 게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침을 꿀꺽 삼켜. 연인이라면 단숨에 입을 맞췄을 거리에서 네게 말도 안되는 질문을 던진 나는 떨리고, 자꾸만 피하려는 눈을 네 눈과 마주한 체 네 입술이 열리길 기다려..

481 에바주 (pJu2LjS/zA)

2022-10-25 (FIRE!) 19:57:12

못된 에반젤린을 한순간에 잡아채는 직진 아슐레아 선배... 에반젤린은 몰라도 나는 확실히 두근거렸어. 난 아까 졸리다고 얘기하고 정직하게 낮 시간 내내 잠들어버렸어. 덕분에 속이 굉장히 더부룩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오늘도 고생했어. 저녁 먹었어?

482 레아주 (IJ2hfPaMgY)

2022-10-25 (FIRE!) 20:00:25

아슐레아 선배... 그동안 늘어난 건 엄청난 위기감. 다 에바가 잘 나서 그런거야. 그래도 잠은 잤구나. 다행이네. 속은 걱정인데.. 나는 저녁 먹었어. 에바주도 가볍게라도 먹는게 좋을텐데.

483 레아주 (dARwxDUMu.)

2022-10-29 (파란날) 21:21:08

갱신할게. 잘 지내고 있지?

484 레아주 (hEsHYu5VdI)

2022-11-01 (FIRE!) 11:14:47

올려둘게. 많이 바쁜 모양이야

485 에반젤린 - 아슐레아 (eA2FTVE0sg)

2022-11-02 (水) 03:50:40


같이 노력하자. 솔로로 지내기에는 레아가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은근슬쩍 편승해보려는 의미의 말이었는데, 알아챈 걸까? 아니면 내 말이 좀 이상했나? 레아의 품에 갇힌 것처럼 안긴 채로 에반젤린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고개 숙인 채로 생각을 이어가려고 해도 자꾸만 쿵쿵거리는 심장 박동에 하나도 집중이 되질 않았다. 와중에 쉽게도 들어올려진 시선 끝에 담긴 레아의 눈빛이 묘하게 이글거리는 느낌이 들어 어지럽게 돌아가던 머릿속 생각은 쉽게도 끊어져버렸다.

어, 음, 레아.

뭘까. 뭐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그 틈을 얻는 것은 요원한 일로 보였다. 맡닿은 얼굴에 스치는 레아의 숨결이 뜨거워서, 그러니까. 자신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행동을 취하기에는 그 이상으로 레아가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애 연습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걸까. 그러니까, 연인들이 하는 경험들을 미리 같이 알아보자는 말이겠지. 그게 이렇게 긴장할 일인 건지. 둘이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에반젤린이 처음 겪는 일들 중 상당수는 레아와 함께한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새삼스럽게 연애 연습 같은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앞으로 같이 있으면서 할 게 많을 텐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럴까?

뭔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안절부절하며 몸을 꼼지락거리는 에반젤린의 귓가에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모르게 따라 꿀꺽. 그런데도 입술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뭐 때문에 이렇게 긴장하게 되는 건지. 맞닿은 레아의 몸이 뜨끈뜨근했다. 열이라도 나는 걸까. 이런 순간에도 레아는 잘생겼네, 따위의 생각이 떠오르자 한순간 에반젤린은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뭐 이렇게 긴장할 일이라고. 레아도 처음인 일에는 연습이 필요한 모양이지. 둘 다 노력파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에반젤린의 결정은 쉬웠고, 이어지는 말도 쉽게 흘러나왔다.

해보지, 뭐.

연애 연습. 근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 뜻이야, 레아? 긴장이 풀리면서 품에 끌어안긴 몸이 간질거리는 탓에 짤막하게 소리내어 웃은 에반젤린은 꿈틀거리며 그 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레아는 쉽게 풀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오랜만이라서 반가운 건 마찬가지지만, 역시 오늘의 레아는 기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뭔가 엄청, 솔직해졌어. 에반젤린은 레아의 그런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간지러워, 응?

내가 그렇게 좋아? 답지 않게 엄청 솔직해졌네, 레아. 애써 고개를 숙이며 이번에는 그 품 안으로 좀 더 깊게 파고든 에반젤린은 레아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으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어쩐지 레아에게서 쿵쿵,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486 에바주 (eA2FTVE0sg)

2022-11-02 (水) 03:54:34

위기감이 들정도면 어쩐지 좀 더 놀려주고 싶어지는걸. 내가 너무 못됐나? 그래도 본 이야기랑 다르게 부드러운? 좀 더 새침한 느낌으로 놀릴 테니까 용서해 줘. 결국에는 일편단심이니까 말야. 잘 지냈어, 레아주? 너무 늦은 시간이야. 다른 의미로 너무 늦었기도 하고. 그간 별 일 없었을까. 오늘도 좋은 꿈 꾸기를 바라.

487 레아주 (x.e21B/v2E)

2022-11-02 (水) 11:50:11

새침한 에바도 좋아. 사실 에바면 뭐든 좋은거 아닐까. 게다가 나는 에바 맘 다 알고 있으니까 레아만 좀 고생하겠지, 뭐. 나는 잘 지냈어. 에바주는 별일 없던거지?

488 아슐레아 - 에반젤린 (vy13BlPxCk)

2022-11-02 (水) 18:52:54

알고서 이러는걸까, 아니면 모르는데도 이러는 걸까. 전자던 후자던 에반젤린은 정말이지 요망하다는 말에 제일 알맞는 사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품으로 더 파고들며 예쁘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너는 그야말로 달콤한 꿀 같아서, 나는 한마리의 꿀벌이 되서 그 달콤한 향에.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까. 지금도 입술이 자꾸만 말라가는 것이 느껴져서, 자꾸만 혀로 입술을 핥게 돼.

응, 좋아. 사랑해.

그래도 어차피 '연애연습'이란 걸 하기로 했으니까 네 물음에도 거침없이 속에서만 내뱉던 대답을 망설이지 않고 꺼내. 너는 이걸 그냥 연습에 심취해서 내뱉는 대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 물론 그와 별개로 가슴은 연신 두근거리고 있었지만.

사귀는 사이면 이럴 때 뭘 할까?

품에 파고 든 네 얼굴을 바라보니 다시금 네 숨결이 느껴져. 따스하고 달달한 네 숨결이 닿을 때면 가슴 한켠에 저릿한 감각이 전해져. 사귀는 사이라면 분명 이럴 때 입을 맞추지 않았을까. 아마도 일말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너와 입을 맞추고, 너의 달콤함에 젖어 한참을 버어나지 않았겠지. 근데 연습 중에도 그렇게 망설이지 않고 해도 되는건지, 막상 할 수 있는 위치가 되니 머뭇거리면서 나도 모르게 이 거리에서 네게 물음을 던져.

분명 여러가지가 있긴 할텐데.

노골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돌려말하는 한편으론 네가 내가 바라는 것을 알고 있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번 선을 넘으려고 하니 폭주하디 시작한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목이 타서 나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켜. 왠지 내 숨결이 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저 기분탓일까.

489 에바주 (UXUyPrtMjw)

2022-11-06 (내일 월요일) 21:48:03

응. 답레는 얼른 주도록 할게. 답이 미흡한 걸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엔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적어도 답레 정도는 읽을 게 좀 있을 정도로 쓸 수 있게 노력할게. 아, 그리고 레아는 항상 귀여워. 에반젤린을 써먹어서 일부러 휘둘려 주고 싶을 만큼 말야.

490 레아주 (wBtUGnXFX.)

2022-11-06 (내일 월요일) 22:26:20

어서와. 에바주의 답레는 늘 좋은걸? 잘 지내고 있지?

491 에바주 (jmzEh3M0PE)

2022-11-13 (내일 월요일) 10:56:27

잘 지내고 있어. 요새 이래저래 시간 흐르는 게 급했는지 그저께 빼빼로데이 어쩌구 하는 것도 남이 알려줘서 알았지 뭐야. 예전엔 이런 거 미리미리 알고 소소하게 챙기기도 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었나. 으, 슬슬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어. 감기인지 비염인지 근근히 달고 살게 되는 것 같고. 벌써 일요일이라는 게 놀랍다... 답레는 오늘 내일 중으로 올릴게. 레아주는 이번 주도 잘 보냈을까?

492 레아주 (DasO0Rkp6s)

2022-11-13 (내일 월요일) 11:35:00

나도 지나고 나서 알게 되더라. 많이 덤덤해진 모양이야. 에바주는 안 아프면 좋겠는데.. 주말도 빠르고 정말 아쉬워. 난 잘 지내고 있어. 답레는 편히 주고 에바주 봐서 기분이 좋아

493 에반젤린 - 아슐레아 (muT4tpJWOQ)

2022-11-15 (FIRE!) 14:58:39

사랑이라는 말이 쓰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서로 다른 뜻을 지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레아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에반젤린은 자꾸 멍해지려는 정신을 애써 다잡았다. 연애 연습이라고 했으니까 이건 연인 사이에서 하는 그런 말인가? 직설적으로 쏘아진 말은 이렇게까지 사람을 당황시키는 법이구나. 레아를 사랑하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어쩐지 에반젤린은 쉽게 같은 답을 돌려줄 수가 없었다. 그 단어에 담긴 뜻이, 진득한 울림이 무언가 다른 것만 같아서 그랬다.

으응. 그렇구나.

그 와중에 아직도 레아의 품에 안겨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에반젤린은 선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내려앉았다. 작게 쿵 소리가 울릴 정도로 부딪힌 엉덩이가 아팠지만 와중에 레아와 부딪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에반젤린은 뒤늦게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계속해서 안긴 채 마주 보고 있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깜짝 놀라면서 튀어오른 움직임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어, 어, 그러게. 여러가지가...

있겠지? 근데 이럴 때가 무슨 때를 말하는 거지. 이렇게 시간이 남아서 놀고 있을 때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집에서 데이트를 할 때? 그것도 아니라면 방금처럼 딱 붙어서 마주 보고 있을 때? 문득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소설, 영화, 드라마, 아무튼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러 로맨틱한 장면들에 에반젤린은 무심코 튀어나올 뻔한 억 소리를 속으로 삼켰다. 아무래도 오늘의 레아는 이상하다. 그리고 연애 연습이니 뭐니 하는 걸 순순히 수긍하고 있는 자신도. 못 할 건 없겠지만, 그리고 레아랑 붙어있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문득 시선을 위로 들자 아직도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레아를 마주한 에반젤린은 홱 고개를 돌렸다.

어디 나갈까? 내일부터는 또 바쁠 텐데.

아니면 어, 집에서 쉬어도 좋고. 뭐 하지, 이제? 황급히 말을 쏟아내는 에반젤린의 얼굴이 열꽃이라도 핀 것마냥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494 에바주 (muT4tpJWOQ)

2022-11-15 (FIRE!) 15:00:31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깜빡 잠들어버렸어. 느린 업로드와 전개는 제 잘못입니다. 어디 아픈 곳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런 건 환절기에 으레 있는 거기도 하고, 요새 날리는 먼지도 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하루 늦은 타이밍이긴 한데 이번 한 주도 파이팅이야.

495 레아주 (n9MHzT7O0A)

2022-11-17 (거의 끝나감) 09:49:39

괜찮아 괜찮아. 에바랑 에바주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니까. 아픈 곳 없다니 그건 희소식이네. 마스크 잘 하고 다니자. 에바주도 힘내구. 아껴서 읽고 답레 가져올게.

496 아슐레아 - 에반젤린 (JCDMAoZhYQ)

2022-11-17 (거의 끝나감) 21:00:20

아, 어쩌지. 나는 부끄러워 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널 보며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켜. 당황해서 허둥거리는 그 행동 하나하나다 사랑스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너는 부끄러워 할 때 그런 표정과 그런 눈, 그런 손짓을 하는구나. 이런 것도 하나하나 소중해서 나는 모두 다 내 머릿속에 담아둬.

오늘은 여기서 같이 있자. 예전처럼 내 다리 사이에 앉아 기대서 티비도 보고.

열꽃이 핀 것처럼 붉어진 널 눈에 담은 체로, 나는 좀 더 다가가기로 마음 먹어. 마음 한켠에선 너무 다가가면 안된다고 외치는데, 그렇게 얼굴을 붉힌 체로 아쩔 줄 몰라하는 널 보면 욕심이랑 함께 짓궂은 생각이 샘솟아.

사귀는 사람들도 그런거 자주 하더라. 꼭 안고선 불도 다 끄고 영화 보기라던지.

태연하게 너와 그런 것을 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부드럽게 속삭여. 그리곤 내 품에서 벗어났던 네 손을 다시금 잡아 내게로 끌어당겨. 이젠 어쩔 수 없어. 너루향한 내 마음을 숨기는 건 이제 못 할 것 같아. 고삐 풀린 이 마음을 막을 방법이란게 존재하긴 할까? 그렇게 널 품에 끌어당겨 안기게 만들곤 고개를 숙여 널 응시해.

영화 보자. 나 에반젤린이랑 영화 보고 싶어. 그래줄거지?

속삭임과 함께 열기를 머금은 숨이 네게 닿는게 느껴져. 어떻게 할래? 나는 네가 보일 반응을 한번 더 기대하면서 입술을 내 혀로 적시곤, 침을 삼켜.

497 에반젤린 - 아슐레아 (1egzJT5MDc)

2022-11-24 (거의 끝나감) 16:31:34

그러니까 이건, 연애를 하면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건가? 훗날의 누군가는 참 좋겠다.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친구도 있고. 연애 연습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제대로 된 경험도 없다고 해놓고서는 완전 열심히, 그리고 묘하게 능숙한 느낌으로 들이대는 레아 때문에 정신이 가물가물할 정도인 에반젤린은 어물거리며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어, 응. 그럼.

뭐 보지, 영화? 아니. 근데 정말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돌이켜보면 예전엔 제가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는 경우가 더 많았었다. 뒤에서 앵기는 건 일상다반사고 툭툭 건드릴 때마다 은근히 피하는 것처럼 움찔거리던 건 레아였는데. 지금 이 모습은 낯설다 못해 조금은 인지부조화가 올 정도라고 해야하나. 아니, 물론 내가 건드릴 때도 레아가 그걸 싫어서 피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누군가와 몸이 닿는 게 어색하다는 느낌? 긴장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질 정도였어서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무, 무슨 영화 볼까?

집에서 보자는 거겠지? 번듯한 티비가 달려있을 정도로 큰 집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고 싶었으나 자꾸만 끌려가는 몸이 아슐레아의 품 안에 묻히는 바람에 그것도 쉽지 않았다. 분명히 손을 잡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다른쪽 손이 이곳저곳에 스치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느껴졌다. 맨살도 아닌데. 그 손이 날개뼈 부근을 스칠 때쯤 소름이, 정확히는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에반젤린은 몸을 부르르 떨며 레아의 품을 떨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보지? 공포? 아니면 액션?

나 영화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최근에 뭐 나왔지? 그나저나 묘하게 덥지 않아? 문을 다 닫아놔서 그런가.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태연한 척 하는 와중에도 한쪽으로 몰리는 감각에 에반젤린은 애써 레아를 외면하며 소파로 몸을 던졌다. 집에서 보면 결제해야 하나? 그러면 그건 내가 해야겠다. 밥도 얻어 먹었으니까. 횡설수설 말을 주워섬기며 소파 끄트머리에 안착한 에반젤린은 자신의 자세가 단정하게 경직되어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애써 느슨하게 몸을 풀었다.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람?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한 키 차이 탓에 다리 사이에 낑겨 앉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은, 그럴 수는 없지. 속으로만 하는 심호흡을 마친 에반젤린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건들며 레아를 불렀다.

498 에바주 (jY5nGm2UfQ)

2022-11-25 (불탄다..!) 11:55:07

졸린 하루야. 이상하게 자려고 눕기 전까지는 엄청 졸린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잠이 안 와서 한참 설치게 되더라. 꿈도 엄청 꾸고. 비교적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날이 추워. 감기 조심해, 레아주.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499 레아주 (NDitPojBWU)

2022-11-25 (불탄다..!) 13:05:05

에바주도 몸 잘 챙기고 무리하지말구 따뜻하게 입고 다녀. 식사는 잘 하고 있는걸까? 답레는 꼼꼼히 읽고 나서 주말 중으로 가져올 것 같아. 또 볼 수 있으면 또 보면 좋겠다. 에바주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500 에바주 (4fnLMhPazk)

2022-11-26 (파란날) 20:19:56

수면 패턴이 엉망이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노력 중이야. 언제든 푹 잘 수 있는 사람인데 그냥 잠을 제대로 안 자고 놀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그냥 잠들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더라고. 날씨가 이상해. 어쩔 때는 또 그렇게 춥지도 않은 것 같고, 껴입고 나갔더니 덥기도 하더라. 주말 잘 보내고 있을까?

501 아슐레아 - 에반젤린 (IPpYF./58c)

2022-11-26 (파란날) 21:20:42

큰일이야. 부끄러워 하는 네가 너무 귀여워. 네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내가 예전에 널 향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하던 모습과 비슷해서 귀여우면서도 혹시나 하는 희망이 생겨버려. 저렇게 의식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너도 내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희망.

음, 우리 같이 공포 영화 보던 것도 꽤 오래 된 것 같으니까 공포로 하자.

나는 옆자리로 부르는 네게 다가가며 부드럽게 대꾸를 해줘. 사실 지금 영화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그저 네가 연애 연습이라는 명목 하에 열심히 들이대면 너도 혹시나 날 향한 감정에 아름답게 꽃을 피워주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다가갈까 싶어. 그래서 나는 네 옆에 그냥 앉는게 아니라 슬그머니 몸을 기울여. 그리곤 네 다리를 베고 슬그머니 티비쪽으로 돌아누웠지.

자, 리모콘. 여태 네가 고른 영화들이 재밌었으니까 이번에도 기대할게.

그러다가 자연스레 널 올려다 보는 자세로 돌아누워선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어보여. 어때, 두근거려? 어때, 너도 내가 끌려? 나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물으며 입꼬리도 끌어올려 웃어보여. 아아, 이렇게 올려다보니 참 예쁘다. 너도 그런 생각을 하려나?

난 에반젤린이 고른 영화들이 참 좋더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네 손을 살며시 내 손으로 감싸 리모콘을 쥐어주며 상냥하게 말한다. 일부러 손을 맞대고 싶어서 리모콘을 쥐어준 건 비밀로 해야겠지만.

502 레아주 (IPpYF./58c)

2022-11-26 (파란날) 21:22:37

큰일이네. 잠은 제대로 자냐하는데.. 그래도 다음주부턴 진짜 추워진다는 모양이야. 진짜 겨울이라는거지. 그럴수록 잠도 잘 자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그래야해. 밥도 잘 챙겨먹고. 응, 나는 잘 보내고 있어. 에바주 볼 수 있어서 기쁘네.

503 에바주 (tBVWQyEptE)

2022-11-29 (FIRE!) 19:32:53

이상 기온 때문에 난리라던데. 제주도는 27도래. 제주도로 떠날까? 그나저나 레아의 대담한 스킨십이 걱정이야. 에반젤린은 아직 응애인데... 이건 좀 그런가. 모르는 척(정말 모름) 컨셉으로 계속 안달나게 만들고 싶은데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무튼 레아주, 이번 주도 파이팅이야.

504 레아주 (X6hnCQMGyc)

2022-11-29 (FIRE!) 19:59:48

사실 안달나게 하는 건 에바가 아니라 레아였을지도. 날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구. 따뜻하게 입고 다녀. 오늘은 잘 보냈으려나?

505 에바주 (ONRfaqOTxE)

2022-11-30 (水) 18:36:10

오늘 엄청 춥더라. 아, 겨울이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날씨였어. 손이 시려워서 꺼내놓기가 어려울 정도야. 피해갈 수 있으면 감기같은 잔병치레는 피하는 게 좋지. 조심할게. 레아주도 조심하기. 음, 어느쪽이 더 안달나려나. 에바가 너무 튕기나? 그래도 나는 한동안은 더 튕길 생각인데. 잘은 모르지만 좋으면서 괜히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506 레아주 (Dep6fMhROE)

2022-11-30 (水) 19:05:13

으,겨울이야 겨울. 집 나갔던 겨울이 돌아온거야. 나도 조심할테니 에바주도 조심해. 일단 레아는 안달이 나기엔 열심히 들이대기 시작했으니까 에바만 남은게 아닐까. 에바주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어떤 에바든 나는 좋으니까. 저녁도 잊지 말고 잘 챙겨먹어, 에바주.

507 에바주 (.EiX6Fy0.c)

2022-12-07 (水) 22:47:13

그러게. 눈도 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차라리 펑펑 와서 쌓이면 모를까 아스팔트 위에서는 잘만 녹더라고. 눈 오면 오히려 좀 따뜻하려나. 여전히 으슬으슬한 날씨야. 레아주, 이번 주도 잘 지내고 있을까?

508 레아주 (grybe.ra5M)

2022-12-08 (거의 끝나감) 00:00:12

응, 잘 보내고 있지. 내 쪽은 어제 왔었는데 거의 다 녹았어. 오늘은 어제보단 따뜻하더라. 에바주는 잘 보내고 있구?

509 에반젤린 - 아슐레아 (HQAWvZmxYM)

2022-12-12 (모두 수고..) 22:56:13

내가 고르는 거야?

한 번 내뱉은 말은 줏어담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런데도 후회가 됐다. 하필이면 다른 선택지는 내버려두고 공포에 꽂힐 건 뭐람. 공포 영화를 못 보는 건 아니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부류에는 약한 에반젤린에게 호러는 즐겨볼 만한 장르는 아니었다. 여름날 밤에나 종종 찾아보는 정도고, 어두운 곳에 가면 문득 생각나게 된다는 점에서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리모콘은 던져졌으니 고르는 건 제 몫인걸. 같이 영화를 보는 게 좋은 건지, 장르가 공포인 게 좋은 건지 아무튼 눈을 반짝인 채로 자신을 쳐다보는 레아 덕분에 한숨은 속으로만 내쉰 에반젤린은 이리저리 영화 목록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어떤 게 좋으려나.

좀비? 아니면 오컬트? 영화 고르는 센스는 레아쪽이 좀 더 좋으면서 이렇게 떠넘기다니. 레아가 고르는 것들은 대부분 평타는 치는 편이었고 자신은 모 아니면 도에 가까웠다. 이게 보고 싶다! 하고 골라놓고서 후회가 막심했던 경우도 있었고 몇번이고 다시 찾아볼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영화가 좋을지 고르는 사이 음침한 포스터를 이것저것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에반젤린은 지금 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걸로 할까? 에반젤린이 고른 것은 나름 최근에 나온 영화로 인터넷을 둘러보다 제목을 몇번 봤던 기억이 있었다. 공포인듯 아닌듯 무거운 분위기로 압박하는 영화처럼 보였는데, 대체로 이런 것들이 놀래키는 요소가 적었던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음, 이정도면 꽤나 합리적인 선택 아닐까. 무작정 시작 버튼을 누른 후에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려는 때에 레아가 은근히 몸을 붙여오는 게 느껴졌다. 어, 어쩐지 손이 움직이는 게 좀 묘한데. 또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에반젤린은 재빨리 움직여 방의 불을 껐다.

여, 역시 공포는 불 끄고 봐야지.

암, 그렇고 말고. 슬그머니 레아의 옆자리에 다시 앉은 에반젤린은 이번엔 자신이 먼저 레아의 손을 붙들어 쥔 채로 살짝 거리를 두었다.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지. 오늘따라 몸이 민감하다는 생각을 하며 에반젤린은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 영화, 소개 내용이랑 뭔가 다르지 않나? 분명 잔잔한 분위기일 것만 같았던 영화는 장면이 한 번 전환되기 무섭게 시종일관 어둡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어코 튀어나온 깜놀 장면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 에반젤린은 무심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한 번 더 놀라고야 말았다. 놀랐다기 보다는, 부끄럽다고 해야할지. 영화 대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은 시선 탓이었다.

으, 놀랐다. 레아, 영화 보고 있는 거지?

내가 놀라는 바람에 쳐다본 거... 맞겠지?

510 에바주 (HQAWvZmxYM)

2022-12-12 (모두 수고..) 22:59:18

혹시나 헷갈릴까 싶어 이야기 하는 거지만 마지막 문장은 에반젤린 혼자 생각한 거야. 요즘 너무 시도때도 없이 졸려. 졸린 건 맞는 건가. 병든 닭이 떠오르는 일상이야. 단 거 없이는 못 버티겠단 말이지. 그나저나 공포영화라니. 레아주는 좋아해? 나는 쥐약이야. 근데 무서운 거 못 보는 사람들이 괜히 더 호기심 갖는 거 알아? 자꾸 그런 거 찾아보고 종종 생각나고. 밤에 어두운 길이나 복도 같은 곳에서 생각나고 후회하고 나중에 또 찾아본다니까.

511 레아주 (cw5/HaR8A.)

2022-12-13 (FIRE!) 15:39:57

에구, 에바주가 많이 피곤한걸까 걱정되네. 큰일이야. 나는 공포영화 딱히 안 무서워하는데 좋아하는 편이야. 에바주는 공포에 약하구나? 잘 기억해둬야지. 오늘 눈이 많이 오네. 에바주 조심하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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