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다. 따뜻하면서도, 살짝 시원하고 꽃냄새가 살짝 섞인, 학원섬에서 3월 즈음에 피어오르는 꽃들의 냄새가 섞인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 바람 끝에 섞인 푸른 풀냄새 역시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 처음 만난 날에 말이야, 머스킷에 대해 이야기 했잖아? 사실 가지고 싶었는데, 조금 양심없어 보일까 싶어서 쉽게 제안하지 못했어. 뭐어 나중에 당신이 제작자라는 걸 알았을 때는 엄청 놀랐다니까.... "
침묵
" 아 그리고, 그 다음에.. 같이 의뢰를 갔던 것도 기억하지? 성현 선배와 같이 엄청 고생했지, 그땐 제법 멋있었어.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실패했을거야. 고블린들의 독이랑 언덕 때문에 개고생을 했지, 나중에서야 고블린 킹이 언더 안쪽에 숨어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
두번째 침묵
" ...... 내가 매일 여기 찾아오는거, 부담스럽게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 그냥 오고 싶어서 온거니까... 그리고, "
에릭은 주머니에서 주섬거리며 한 회중시계를 꺼냈다. 깔끔해보이는 철 위에 꽃과 여우의 무늬가 장식되었고, 살짝 기울이자 붉은색 잉크가 색을 반짝이며 장식을 멋지게 꾸며주는 잘 만들어진 회중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