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느정도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나 찔리는 부분이 있어서 당황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게 네거티브로 향해버리면 이 늦으시간까지 우리의 유청으로 진솔담백한 조언을 적어준 캡틴이 너무 안쓰럽잖아. 그러니 다들 기운 내자구. 하나하나 읽어보고 있는데 전부 팁이라던가 요령이 적혀있고.
"어리광인가요?" "저는..원하신다면 드릴 수 있긴 했겠지요.." 차라리 어리광인 게 낫다고 생각했을까? 찔러본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므로. 그치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진실된 관계. 유대나 절친.. 좀 더 나가자면 그런 쪽이라던가. 혼란의 눈은 조금 가라앉았을지도. 호수처럼. 잔잔하게. 어둠에 묻히듯 묻은 얼굴은 아직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온기나. 맞닿음.." 그런 말을 들으며 충동적으로 당신은 내뱉었습니다. 충동과 혼란이 당신을 이끕니다. 당신은 결국 또 실패한 걸까요? 아니면 성공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위안합니까? 어떤 것이라고 해도 긍정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 해 볼래요? 진실한 관계." 침착하게 말하곤 있었지만. 질끈 감은 눈을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그런 진실된 관계들은 너무 빨리 사그라들었기 때문이었지요.
"묶여서 못 쓰시겠다면. 차라리 진짜로 만들어버리시겠나요?" 웃음기는 없었지만. 그래서 묘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입니다.
" 이하루. 얘는.. 좀 별개지? " " 네. 확실히 기술적인 면에선 앞선 학생들보다 폭이 넓은 축에 들긴 합니다만.. " " 어. 근데 되게 애매하네? 얘 특화가 뭐야? 수술? 치료? 의료 보조? 긴급 수술? 얜 메딕 지망이 확실해 보이는데, 되게 여럿 손 대다 망한 타입으로 보이는데? " " 확실히. 하나의 특화를 보아 숙련하기 전에 다른 특화로 넘어가는 면은 있습니다. "
남궁주하는 머리를 헝클이며 다시 서류를 살펴봅니다.
" 얜 뭐 특별한 조언이 필요할 것 같진 않아. 알아서 잘 하고 있거든. 다만 유독 혈검팔초 쪽에 집착하는 면모가 있다고 하네. " " 랜스로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걸까요? " " 주기술 부기술 2배 패널티 감수하고 검술 배우겠다고 하는 걸지도 모르지. 이것도 욕심인데 말야. 쯧. "
안량은 천천히 살펴봅니다.
" 그리고 보건부. 사건이 많은.. 부였죠. " " 부부장은 죽었고 부장은 조기 졸업. 갑자기 붕 떠서 부장에 부부장도 구해야 할텐데. 부부장은 정해졌다고 들었고 부장은? " " 하나미야 츠미리라는 학생이 지금은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 " 얘 걔 아냐? 일본 보건부 차관 딸. " " 맞습니다. " " 하. 여기서도 엘리트 주의인가. 청월 기다려라. 뭐 그런 느낌이네. "
하루의 서류를 내려두며 남궁주하는 말을 흘립니다.
" 확실히 하날 정하는 게 좋아보이네. 전반적인 치료에 집중할건지 전장에서의 야전치료와 수술에 집중할건지. 아니면 완전히 랜스나 워리어로 돌아설지는 스스로 결정할 걸로 보여. 얜 이만하면 되겠다. "
자자, 토닥토닥 해줄테니 진정해. 자신감 없어하는건 지훈주 답지않다고. 처음 왔을 때 그 여유도 있고 남한테 관심도 많던 그런게 좋았단 말이야. 캐릭터란건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진행이 실제로 다를 수 밖에 없어. 그건 캐붕이나 어필을 잘못한게 아니라, 그냥 쌓인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한거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쉬우면 고쳐 나가면 그만인거고. 내가 보기엔 되물릴 수 없는 범위였다면 캡틴이 이미 얘기 했을거야.
" 다음은 사오토메 에미리군요. " " 아. 나 얘 알아. 걔잖아. 오토기 딸. " " 확실히. 갑자기 재혼을 해서 놀랄 일이긴 했습니다. 꽤 유명한 사건이었죠? " " 그래. 얘 엄마도 유명 연구원 출신이라 들었는데. 말로는 타케다 유이치 씨의 제자라고 했던가요? " " 그래. 사오토메 유즈. 이전 이름은 유즈네. " " 확실히 그래서인지 영성 스테이터스가 높은 면은 있어요. "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안량만은, 표정을 구기고 있습니다.
" 요코하마 붕괴 사건. 기억하십니까? " " 그 사건이 왜 나와? " " .. 그 사건 담당자가 저였습니다. 환자들의 정신적 치료와 클리닉을 맡고 있었으니까요. " " 확실히 안량 선생님은 학교에 찾아오신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으셨었죠. " " 네. 그때 치료했던 대상이기도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가장 위험한을 따지라고 하면 이 학생을 꼽겠습니다. "
서류를 가만히 들고, 서혜찬은 천천히 살펴나갑니다. 과거사를 읽고, 별첨 데이터들을 읽고, 마침내 모든 정보를 읽은 뒤에야 긴 한숨을 내뱉습니다.
" 정신병자네. "
남궁주하는 짧게 말합니다.
" 예상하는데 얘 한 번은 부활에 손 댔을걸? 보니까 그대로 나와있네. 각성 직후 사망자를 치료하기 위해 증폭 상태에서 회복을 시도했다. 얜 모르지? " " 아마.. 그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모르는 게 나아. 자기 손으로 자기 전 남자친구 두 번 죽게 했단 거 알아봐. 난 제정신 아닐걸? 시간계 의념 각성자들은 대부분 한 번쯤 겪는 딜레마긴 하지만 말야. " " 소중한 것을 죽기 전으로 돌려도, 결국 죽음은 시간의 흐름대로 발생한다. 끝마침 현상 말씀이시군요. " " 그래. 결국 죽는 것이 확정되어 있다면 다시 살아난다 한들 죽게 되어 있어. 그런데 관통상을 이미 입고 있던 녀석의 시간을 되돌렸다. 이 녀석은 부활하자마자 자기 살을 눌리고, 꿰뚫리고 다시 뒈졌단 걸거야. " " .. 절대. 알아선 안 됩니다. "
안량은 진지하게 말합니다.
" 절대로요. " " 뭐 그걸 제외하고 보자고. 치료쪽은 나쁘지 않아. 다만 기술 가짓수가 부족하고 붕대 감기 기술이 있는 걸 보니까.. 야전 치료 타입이네? 앞에 누구였지? 카사랑 서진석. 얘. 이렇게 세 명 붙여서 보내면 조합 괜찮겠네. 어그로 끌어도 급히 치료 가능하고 원거리에서 견제 잘 붙고. " " 네. 의념기 역시 상태회귀이니만큼. 디버프의 해주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무조건적인 디버프의 획득을 요구하는 게이트에선 특히 좋은 효과를 지닐 것으로 보이네요. 단점은.. " " 망념 증가량이 너무 높다. 자신의 의념 이해도랑은 별개야. 이건 얘가 더 강해져서 망념 저항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겠다. 그치? "
앗...음.. 그게... 지훈주가 가장 걱정하는 건, 지훈주의 행동 탓에 지훈이에 대한 캐릭터성이 잘못 보여지는 걸 걱정하는 거라서요... 지훈주랑 지훈이는 성격이 달라요. 제가 가지지 못한 걸 지훈이는 가지고 있도록 짰으니까요. 물론 굴리면서 그런 점들이 어느정도 희석되기는 했지만 최대한 어떤 부분에선 지훈이가 지훈주랑 다른 성격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지훈주의 행동이, 그러니까 성격이 지훈이의 캐릭터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차라리 지훈주와 성격이 비슷한 캐를 굴리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고 고민중인 거에요...
나는 상판의 메타는 모르지만,솔직하게 발언 하자면. 결국 즐길려고 여기에 있는거 아니야? 우리가 딱히 뭐, 글이나 시나리오 쓰는 전업 작가는 아니잖아. 전문 연기자나 배우도 아니고. 그러니까 나는 그런 롤 플레잉 실력적인 문제에 부딫혔을 때 아주 심플하게 생각하길 권유해. 본인은 재밌는가? 해당 캐릭터에 애정이 있는가? 대답이 YES 라면 일단 진정하는 편이 좋아. '잘한다/못한다'의 기준 이전에 중요시 여겨야 하는 부분이지. 내가 보기엔 지훈주는 충분히 YES 쪽에 해당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풀고 묘사해나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