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네요. 말처럼 되지 않네요"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는 거에요. 라고 웃습니다. 공부가 안 될 때에는 한 장도 넘어가지 않다는 하루를 보고는 하루 양은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다른 모양이에요. 라고 말합니다. 오렌지주스를 받고 감사해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고민..." 조금 고민합니다.. 그리고는 말을 아끼는 듯 고개를 숙입니다. 말하기 그런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합니다. 하루 양은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 있나요? 라고 말합니다. 싫어하는 걸까.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쉬다 보면 잡생각이 드는 거니까 아무 말도 아니에요. 라네요.
감정이 다 드러나는 것도 좀. 볼에 대고 있던 손으로 건드리려는 지훈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
" 그 정도로 괜찮으면 필요할 때 말해. "
누구라도, 털어놓고 싶지 않은 속은 있을 것이다. 친하다고 해서, 특별한 사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털어놓을 필요도 없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서로 불편해지기만 하는 말은. 조금 숨겨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내 방에서 바퀴벌레 나왔지만 잡았으니까 이제 괜찮다던가 하는 거. 아니, 말하지 말라고. 말 안했으면 바퀴벌레는 죽었으니까 있던 것도 몰랐을 거 아냐. 왜 굳이 말해줘서 방에 바퀴벌레가 있었고 내 가방이며 옷이며 책 위를 기어다녔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만드는 거야.
" 그래그래, 상술에 걸리기 전에 가자. "
라고 하다가, 5분만 더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지훈에게 " 5분 후에도 5분만 더라고 말할 거 아니야? " 라고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 졸리면 기숙사까지 데려다줄게. 방 가서 자. 아니면 잠 깨게 시원한 거라도 먹을까? "
아이스크림... 빙수... 얼음 들어간 음료수... 커피는 왜 후보에 안 넣냐고? 잠 잘 못 자는 애한테 카페인을 먹이긴 좀...
실제로 이렇게 써있단게 아니고 대충 번호가 저 자리에 들어가있다는 뜻. 원래 가디언칩이 심긴 손목을 맞대서 번호를 교환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있다보니 찾아가서 찍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가디언칩을 켠 다음 내 번호를 쪽지에 적어서 바다에게 써보냈다. 맨날 가디언칩만 써서 내 번호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 의뢰에 워리어가 없을 때 편하게 불러도 되고, 그냥 사람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 할 때 불러도 괜찮아요. ] [ 아... 그러고보니, 편하게 말해도 되나요? ]
" 다림이에게도 할 생각이었어. 일단 괜찮은 건 별개로, 둘 모두에게 잘못하긴 했으니.. "
싸늘한 바다의 눈빛에 살짝 움찔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과를 안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사과 받아줄래..?" 라고 손을 내밀며 조심스레 묻다가, 다림이가 사과받지 않아도 되긴 한다는 말에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 아니야. 네게도 미안해. 너무 짓궂은 장난을 쳐버린 것 같네. "
사과할게. 라고 하며 몸을 돌려 다림이에게도 손을 내밀었으려나.
" ...괜찮아. 그, 잠을 잘 못 잔 거라서.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
다림의 말에 다급하게 얼굴을 짚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행동에서 드러나는 건가. 주의해야겠네. 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 아직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가면을 벗는 것은 진심을 드러내는 행위로 족했다. 괜히 쓸데없는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을까.
카사한테 해볼까, 하는 마음은 잠시 제쳐두고 하루는 팔짱을 낀 체 의미심장한 눈을 한 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일단 도발한 것도 있다니 무조건 일방적인 것은 아니겠죠.
" ... 그래서 다림은 그 폭도분이 하는 행동들이 싫은거에요? 아니면.. 좋은거에요? "
하루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갑니다.
" 좋은거라면...뭐, 선을 지키는 쪽이 조금 더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싫은거라면... 이 부분은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쪽이에요. "
왜냐하면, 하루는 말을 고르듯 숨을 내쉬더니 쥬스를 한모금 마시곤 다시 다림을 바라봅니다.
" 다림이 마음도 없는 제가 그런 식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해봐요. 다림은 싫은데, 제가 막 다림한테 목을 문다던지 하면.... 솔직히 그 사람이 미워지고 더 안 좋은 생각이 생겨날거에요. 하지만 그 사람이랑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래도 멀어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면... 힘껏 밀어내고, 조심해달라고 확실하게 말해야하는거에요. "
고개를 끄덕였다. 기쁜 감정이라면 숨기지 않아도 부끄럽진 않다고 생각했으려나. 손을 살짝 밀어내자 비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비아는 치사해..." 라고 느릿하게 속삭이며 반쯤 눈을 감았다.
" 필요할 때 비아를 찾아와서 귀찮게 굴지도 모르는데. "
그래도 괜찮겠냐는 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필요할 때마다. 라고 말을 들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버렸으려나. 다만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거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정도가 적당하다. 비아는 자신에게 책임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고, 자신은 최소한의 위로를 얻고. 정말 그거면 된 걸까? 글쎄.
" 안 통하네에.. 5분만 더 있으면 정말 상술에 걸릴지도 모르니, 갈까. "
이마를 짚으며 말하는 비아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 빙수 먹으러 갈래? "
팥빙수라던가, 과일빙수라던가...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는지 비아의 허락만 있다면, 바로 빙수가게로 비아를 이끌려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