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학교가 아닌데 말이지... 흠... 뭐 됐어. 내가 카페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 카페의 운영도 도맡게 될 것이다. 눈 앞의 열정페이가 낳은 괴물이 그렇게 만들테니까. 그가 말한 점원복은... 검은 바지와 하얀 상의. ...너무 평범한데? 아니, 뭐... 기본에 충실하자! 같은 이미지긴 하지만.. 흠...
"잠깐, 메뉴는 가게의 심볼이잖아요. 그...걸 지금까지 안 정했다고요? 진짜로??"
에엑따-???
"그리고, 킹구리의 제자를 납치한다고요???? 장난해요?? 그리고 킹구리...는 어디였지.. 성학교 요리부 부장 아니예요??"
타학교의 학생을 납치 및 감금 한 혐의는 청월이라면 씨게 들어갈텐데... 나는 공범자라는 이유로 청월에서 제노시아에 여러 공문을 보낼지도 몰라. 그러면 내 생기부에 여러 소리가 쓰여질거고... 나에게 후원자가 생기면.. 히잉!!!!
언제 매니저가 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니저인 화현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목숨 정도는 걸고 임해라 화현아. 카페에 진심이 되라, 이말이야.
" 카페라는 건 말이지, 자리 선점을 제대로 못했다면, 연장을 들고 다른 자리의 카페 점장과 1대1 결투를 해서라도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거다. 하지만 우린 자리가 청월고 근처 외곽이지? 적어도 1대1 결투를 하지 못한다면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주는 킹구리의 제자를 납치할 계획정도는 세워야지 않겠어? "
이 정도 기백도 없이 카페를 차린다? 하! 웃기지도 않아!
" 자자 화현아 그러지말고, 니가 구현화로 가짜 너구리 제자를 만들어둬, 우린 그걸 바꿔치기만 하면 되는거야. 사슬은 내가 만들어서 제압할테니까. "
미소짓으며 한발자국 나아가려던 나는, 서희가 걸음을 멈추는 것을 느꼈다. 혹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걸까? 스스로 돌이켜 봐도 그리 나쁜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할 때 쯔음, 그녀는 내 손을 붙잡아 당김으로써 뒤돌아보게 했다. 그리곤 내게 손을 뻗어, 끌어 안았다. 원래부터도 팔에 밀착해서 달라붙고 있었지만, 지금의 자세는 내 품에 들어와 더욱 더 찰싹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좋은 향기가 나고, 장인의 일을 하기 때문일까, 혹은 체질인걸까, 따뜻한 그녀 전신의 체온이 맞대어 진다. 그에 더해서, 조금 좋은 향기도 코끝을 스쳤다. 역시 여자아이구나. 반대로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문득 신경쓰였다.
그러한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것은 무슨 상황일까. 거리에서 서로 껴안는 남녀를 보며 [사귀는 사이인데 저래도 되는걸까?] 하고 가디언넷에 부러움 섞인 시시한 질문을 올리던 내가, 정확하게 그 입장이 되었다. 과연. 그 남녀들도 대충 이러한 과정을 겪은 끝에 도달했던 것일까. 내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깐 다른 생각을 하던 와중에도,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내 가슴에 꾹꾹 눌러오고 있는 얼굴은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당기며 껴안아오는 것을 볼 때, 그녀에겐 굉장히 인상 깊은 대답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그녀는 감동 했던걸까. 순진해보이는듯 자기 주관이 확고한 그녀라곤 해도 내가 모르는 고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나처럼 꿈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온 것이 인정받은게, 너무나도 기뻤던 걸지도 모른다. 얼마전 청천이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한창 눈치보고 있을 때, 나보고 멋있다고 해준 그 후배. 같이 의뢰를 가자던 그 후배. 그에겐 간단한 상냥함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말에 얼마나 기쁘고, 또 얼마나 힘을 얻었던가. 그와 같은 기쁨을 지금 내가 눈 앞의 서희에게 주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가슴에 울리는 고동을 그녀는 들을 수 있을까. 이렇게 밀접해있다면, 평소와는 다른 많은 무언가를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법이다. 나는 그걸 새삼 다시한 번 깨달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싫지는 않았다.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되는 것을 나는 좋아했으니까.
"......내 말이 그렇게 기뻤다면, 응. 나도 무척이나 기뻐."
정말로 미안한 일이 아니면 함부로 사과 하지 말랬지, 화현아. 너의 그 신랄한 말을 지금 감사한다. 덕분에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 나는 미안할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울리는 말은 '고마워'겠지. 강하게, 강하게 날 끌어안는 그녀에게 나 또한 비어있는 손을 뻗어 그녀의 뒤쪽으로 넘겨. 차분하게 등허리를 쓸어내렸다. 무언가 감정이 일렁이고 있다면 더욱 더 표출해도 된다는 것처럼.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이 상황이, 나에겐 조금도 부담되지 않으니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고 전하는 것처럼. 그저 소중한 사람에게 해주듯 천천히 쓰다듬고, 두드리며 다독여주었다.
그러한 나의 의미가 과연, 어떻게 전해질지는 모른다. 말로 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아마 이걸로 좋을 것이다. 그녀는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나 또한 그리 행하는게, 그녀에게 있어 부담이 덜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건 싫지 않다고. 말 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꼭,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건 아니라고. 침묵의 열렬한 포옹속에서, 나는 그러한 의미를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어째서 제가 매니저인지 그게 궁금한데요... 매니저라서 손님들에게 불려나가고, 직원들 멘탈 케어해줘야 하고 봉급은 최저시급만 받고, 매니저라서 직원들 시프트도 짜야 하고... 그런 일을 다 저에게 맡기겠다는 것이죠?"
.... 각오하시죠... 반드시 등골 쪽 빨아먹기 할테니까... 애초에!!!! 나 같이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냐~!!! 에릭!! 투덜투덜투덜이 나도 후임 생기면 후임한테 다 떠맡기겠어...
"카페라는 것의 경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이 세상에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양심과 질서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카페 점장과 일기토를 벌이진 않아요. 카페를 건 도박게임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주는 킹구리의 제자를 납치하지도 않고요. 그리고 납치를 어떻게 할 건데요? 납치를 한다고 해도 우리 말을 듣게 하려면 협상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그냥 고용쪽이 더 낫지.."
그래놓고 세운 계획이 그런거라고!? 가짜 너구리 제자를 만들어서 그거랑 바꿔치기? 차라리 너구리 인형을 구해서 그거랑 바꾸는 게 낫지!!
"어휴, 일단 납치라는 것은 단순 바꿔치기로는 안돼요. 아시겠어요? 타겟을 정확히 정하고 타겟에 맞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일단... 제노시아 학생인 제가 말하자면 (방금까지 킹구리가 성학교라고 착각한 사람이 말하길) 킹구리의 제자는 여러 명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유별난 녀석이 한 명 있어요. 춘덕이... 였던가? 그 녀석을 납치합시다. 유별나다는 것은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에요. 가령.... 비건 생선 이라던가."
새로운 고리가 생겼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중얼거립니다. 잘 지킬 수 있기를..
"아하. 그렇군요.. 성학교는 그냥. 교복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라고 중얼거립니다.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더 어려울까요.." 다림은 1학년입니다. 네.. 신입생이라고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시험공부 한 걸 봅니다. 3월인데 이정도면 다음번엔 더 많겠군요! 그래도 더 열심히는 하겠지만요.
"앗.. 그러게요. 완전 정신없이 공부했네요." 라고 말하면서 잔이 빈 것도 몰랐네요. 라고 말하다가 오렌지주스 마실까. 라고 작게 중얼거립니다. 아마 하루가 듣지 않을 혼잣말로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여기는 스터디카페라서 소음이 적고. 하루 양이 다림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면 듣는 게 어렵지 않겠죠.
"..."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다림은 눈을 살짝 피하네요. 하..하루 양은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나요? 커피머신도 있는데.. 라고 말하는 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