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달리 해야겠습니다. 그림자는 역시 강함과는 관계가 없는 듯 보입니다. 그림자는 죄악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림자가 클수록 죄악도 크다, 즉 우리들은 이곳에서 악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여차하면 다 죽여버려도 괜찮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검은 나비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연기하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나는 악인이 되고 싶지 않은데, 이곳은 내게 악인이 되라고 속삭이고 있네요. 한심하게 바라보시는 유우토 오라버니의 시선보다도 지금 이 상황이 정말이지 날 시험하는 것 같았답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풀어야 할 것은 귀신님의 恨이 아니라 怨이었던 게 아닌지요? 귀신님께서는 아마 이들을 원망하고 있으신 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런 이들에게 명을 달리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스스로가 허망하다는 듯 실소를 내뱉고는 메스를 도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당신을 치료해드린 게 후회된다는 듯 싸늘하게 그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보려고 하였습니다.
“정말로 저희들은 쉴 곳을 찾으러 왔는데 말이어요. 이런 식이시면 곤란하지요.... “ 하나하나 말할수록, 입을 열어갈 수록 무언가가, 중요한 것이 무너져가는 것 같은 건 잘못 느끼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거짓을 고한다면 그대로 저것이 그대의 머리에 날아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좋다면 고하셔도 좋답니다?🎵 “
진석 선배님이 들고 계시는 권총을 가리켜 보이며 차갑게 웃고는, 저는 다시 한명의 악인으로써 연기를 이어나가려 하였답니다. 말투가 묘하게 바뀐 것도 그때문이랍니다.
“우선은... 이 곳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사온데, 부디 그대가 알고 있는 건 전부 다 말해주셨음 하답니다. 가령 저희 같은 이들을 체포하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라던가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
제 손목을 다른 손으로 감싸보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아, 지금도 손목이 얼얼한 것만 같네요!
>>305 허수아비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지 당연하다는 듯, 검을 들어올렸을 뿐입니다. 그 태세는 이상할 만큼 허점이 많아보이고 또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에 의해, 팔에는 선명한 핏줄이 끌어올려집니다. 근육을 한계까지 펌핑하고 자세를 잡고 버팁니다. 강철과도 같은 성벽. 무너지지 않는 영웅의 한계를!
철컥.
허수아비는 검을 뽑아듭니다. 자세를 잡습니다. 하단세로 내려잡았던 검이 천천히 올라오고,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진화는 말 대신 검의 대응법을 생각할 뿐입니다. 잠깐, 아주 잠깐의 틈만을 막으면 검은 대항할 수 있으니까요.
샥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진화는 방패를 들고 있던 팔에 힘을 줍니다.
철컥.
허수아비는 검을 집어넣고 가만히 작금의 상황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진화가 무언가 알 수 없는 틈을 느끼기도 전에..
카가가가가강
묵직한 공격이 방패를 덮칩니다. 무겁습니다. 단순히 무거움만이 아닙니다. 무언가에 닿은 것 같은 공격. 단순히 힘이 아니라.. '힘' 자체를 상정하고 베어내는 공격같습니다. 진화는 쥐고 있는 방패가 떨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를 꽉 뭅니다. 말로 안 되는 수준입니다. 쥐고 있던 손에 천천히 방패가 날아가버리고, 얼굴에 작은 상처가 생겨납니다.
상태이상 '골절'에 빠집니다! 치료가 완료되기 전까지 기술의 효율이 70% 감소합니다!
기술 부동일태세를 획득합니다!
부동일태세不動鎰態勢(D) - 어떤 위험에도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자세를 취한다. 행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 비례하여 방어력이 증가한다.
방패술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386 [ 마스터 - 그랜드마스터 큐인데 ] [ 너 티어 되냐? ]
답이 옵니다!
>>387 부실로 향합니다!
보건부실은 평소의 분위기보다 조금 더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잠시 두리번거려 익숙한 얼굴을 찾아보자 지아가 두 눈에 진득한 다크서클을 올린 채 환자를 보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진짜로.. 혼자서 공부하는 모양이네요. 옆구리에 '기초 의료학'이란 책을 끼고 있습니다.
나는 수련장에 땀범벅이 되선 대자로 드러누웠다. 누웠다기 보단, 뻗었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 하하......하......"
영혼마저 쏟아낸 듯한 행위의 직후,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특별히 우스운 상황도 아닌데, 어쩐지 웃었다.
"하.....으....."
산발적으로 허공에 내뱉어지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치 폐의 모든 공기를 토해낸 것 처럼, 나는 똑같이 입을 벌린체로 낮은 신음만을 흘렸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웃음이라는 기름을 떠내자 그 아래 눌려있던 감정이 솟구치는 것처럼, 나는.....
"우으....아,아으으.......으아아아.....!!"
그저, 서럽게 울었다. 이 울음 안에 무슨 감정이 담겨 있는지, 아니 애초에 우는지, 나 스스로도 잘 몰랐다. 비틀린 몸이 너무 아파서일까. 결과에 만족해서일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서일까. 어쩌면, 셋 다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는 그냥 울었다. 가슴에 무언가 꽉찬 열기가 벅차오르는 기분이라, 그것을 토해내듯 나는 울었다.
"으......아퍼......"
한참을 울고 나서야 어긋나 덜렁거리는 팔에 시선이 가고, 끔찍한 격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엔 경호부에 가볼 생각이었으나 이 꼴로 갈 수 있을리가 없다....치료를 받으러 가자...
시험기간 직전이기 때문인지 타 학교의 학생들의 출입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잠시 둘을 멈추려 하던 선도부원들은 하나미치야를 보고 손을 흔듭니다.
" 어라. 여우 씨. 요즘은 좀 괜찮은가보네? " " 신병 시즌 끝났거든. 요즘은 좀 괜찮아. " "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 " 응. 친구가 아는 지인이 여기 있데서. 좀 보러 왔어. "
잠깐 에릭을 두고 수다를 떨던 하나미치야 덕분인지 특별한 과정 없이 제노시아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청월이 마치 구 조선의 '성'을 재현한 형태라면 제노시아는 거대한 '공방'을 재현한 듯 보이는 모양입니다. 꽤 많은 기계들이 하늘을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 근데 미술실엔 누구 만나러 가? "
하나미치야는 의문스런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393 받습니다!
"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겠네. "
말을 마지막으로 기운은 자리를 뜹니다. 단지 이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듯, 사비아의 손에 들려있는 소철경과 함께요.
>>394 정답입니다!
허수아비의 의념 흐름이 살짝 변한 것이 느껴집니다. 변한 의념 흐름은 조금 더, 허수아비를 감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두꺼운 것은 아니지만 얇은 막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