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다림의 말에 침묵하던 지훈은 오래 지나지 않아 조용히 물었다. 사실, 가면 너머를 본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이쪽에서 떠날 수 없는 것에 가까웠지만. 외로워지는 것이 두렵기에 그렇다면 약속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기에, 한번 물어보기라도 한 것이었으려나.
" 애초에 상해를 입히는 건 원래 안 되는 거지만... "
조금은 감각이 흐려진 것 같기도 하고. 라는 생각을 하며 옅은 신음소리를 내는 다림을 빤히 바라보았지. 찔리고 난 이후부터 그랬나, 아니면 그저 피곤했기에 그런 것일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며 내뱉은 말과는 반대로 마치 다음번에 물 자리를 찾듯 반대쪽 목을 살짝 손으로 짚어보았으려나. 파묻히듯 껴안고 있으면 품에 따뜻한 누군가가 있는 것이 안정감이 있어 잠시 그대로 있으려고 하고..?
" 네가 단호하게 말하는 건 드문데, 의외네. "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것과 시선을 맞추려고 하다가, "그럼 됐어." 라고 쉽게 포기했으려나. 저런 드문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벗어나려고 하면 딱히 저항 없이 풀어주고는
" 얽어매였고, 지탱하는 것을 넘어 점점 구속당하고 있지. "
"이 순간에도 점점 더 강하게..." 같이 말을 흐리며 자신도 벽에 기대더니, 멍하니 광고가 흘러나오는 티비를 바라보았다. 점점 더 속박하는 이가 늘어나고, 관계가 강해지고.. 이렇게 된다면 끝은 어찌 될지, 예상이 가지 않았으려나.
>>931 IS보다도 더 뜨악한 애들이긴 해. 얘들은 '불에 의한 구원만이 순수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믿음 하나로 자살 테러를 하거나, 몇몇 시설을 점거하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곤 하거든. 거기다 열망자가 사용하는 불길에는 특수한 힘이 있어서 그에 맞먹는 기적이나 그보다 강한 힘으로 억제하지 않는 한 끝없이 불타고 말야. 웃긴 것은 그렇게 불에 타는 도중에도 열망자들은 고통이 아닌 희열을 느끼고, 타인의 고통을 혼으로 정화되는 과정으로 보곤 하지.
"떠나지 못하는 건가요. 떠나지 않는 건가요?" 전자라면 안돼요. 못하는 사람에게 말한다면 그건.. 미안한걸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미안한 것보다는 죄책감에 가까운 것 같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완곡한 거절과 함께합니다.
"그건 그렇죠?" 상해를 입히는 거라던가 하면 선도부가 잡아갈지도 몰라요. 라는 생각을 잠깐 하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치만 반대쪽 목을 짚으면. 이번엔 여기를 무시게요? 라고 말하는 말은 미묘한 장난기가 있네요. 놀리는 것에 가깝나?
답지 않게 단호한 말을 한 다림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순순히 포기하면 별 감흥은 없겠죠. 다행이라는 감상 정도?
"글쎄요.. 엉키고 묶여버리면 그들의 끝을 맞이할 수 있겠어요?"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해서 다시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지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그저 인정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죠. 제가 말이지요.."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를 수도 있지만. 다림은 느릿하게 말하며 티비의 광고를 봅니다. 마침 광고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보일까요?
이래서 사람은 종교를 멀리하고 하스터님을 가까이 하는 것이 옳습니다. 노란 옷을 입으신 왕께서 우주의 심연속에 살고 있는 초비행생물을 타고 날아오시니, 그분을 찬양하는 노래와 연극을 들어라. 그분을 맞이해라. 거세게 부는 바람과 함께 그분의 모습이 드러나면 경외하라, 형언할 수 없는 이름을 지니신 황색의 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