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문장은 서로 의념기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수락이고, 뒤는 의념기에 대한 추측이었죠. 청천은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열심히 쫓아오는 진화를 지켜봅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의념기에 대한 진화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합니다.
"음, 그렇죠. 아무래도 그런 용도로 쓰기엔 상당히 애매한 게, 의념기를 쓰는 동안엔 움직일 수 없거든요. 뭐, 어딘가에는 유용하게 쓰이겠지요."
그러리라 믿고서, 청천은 기회가 되면 의념기를 한 번씩 써 보곤 했었지요. 한 번씩 수련삼아 써보기도 하고...언젠가는 제노시아의 교장 선생님 앞에서도 썼었죠.(*)
"그래도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편이 좋겠죠. 제가 한 신속 한다고 말씀드렸던가요?"
라일락 나무에서 5m쯤 떨어진, 공원의 입구 부분에서 청천은 멈춰섭니다.
"전투 중에는 빠른 신속 능력치를 활용해 다른 포지션을 보조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17번째. (*) 술자리 왕게임 게이트 단체일상을 돌려서 시트캐들 몇몇이 꽐라가 되자...캡틴께서 제노시아의 카즈시 교장선생님을 데려오셨습니다. 순찰 돌다 게이트를 발견하고 들어왔다는 설정으로요. (!) 청천이는 이 때 놀라서 의념기 켜고 숨었지만 레벨 차이로 인해 통하지 않았대요 얼레리꼴레리. 그래도 좋게 끝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청천이에게만 설명하게 뒀네. 사실은 음....내가 말할 요소가 많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내 의념은 '영웅' 이야. 자세한 사용법은......미안. 솔직히 아직 잘 몰라."
멋있고 유연하게 설명해준 청천이와 비교하면 실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기가 뭐에요?' '솔직히 몰라요' 라니. 면접이었으면 여기서 이미 탈락했겠지. 이런 부분도 사실은 청월에서 날 열등생으로 몰았던 이유 중 하나다. 그렇지만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확실히 영웅은 되고 싶어! 그렇지만 그 힘을 끌어내라고 물어보면, 아직 잘은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설명을 끝내면 같이 의뢰 가주겠다고 말한 후배에게 너무 면목이 없어서, 볼을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덧붙였다.
"일단 실전에서, 라던가, 누군가 위기에 처했을 때, 라던가....위기 때 좀 더 힘이 샘솟고, 남들보다 좀 더 튼튼하고....그런 대략적인 느낌은 있는데 말이야. 당장엔 화려한 응용법은 솔직히 잘 몰라. 의념기는 있지만. 검사해줬던 사람은 뭔가 특별한 케이스라곤 했는데....당장엔 그런 기미는 안보이네."
그렇다, 충격적인 사실. 내 의념 '영웅' 은 불을 뿜거나 전기를 다루거나 무언가를 사라지게 하거나 등등 알기쉬운 모종의 이능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진심으로 바랄 때, 용기가 생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줬을 뿐.
"아하. 그렇구나. 그럼 잠복이라던가에 유용한걸까? 그래도 의념기니까 함부로 쓸 순 없을텐데...다만 상당한 특수효과를 가진 의념기네. 나와는 정 반대야."
역시 서포터라고 해야될까? 청천이의 이념기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대신, 그 효과도 파격적인 트릭스터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확실하게 이거다! 라는 용도가 단박에 떠오르진 않지만, 그럼에도 어딘가에선 분명 유용하게 쓰일법한. 그야말로 사용자의 재치와 기량에 달린 의념기일까.
공원의 입구에서 멈춰선 그를 보며, 나도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 땀은 조금 흘렸지만 호흡은 멀쩡하다. 아직 체력은 충분한 것 같네.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는 그를 보며, 나도 내 소개로 답했다.
"나는 말 그대로 팀의 방패가 되겠어. 적의 공격을 받아낸다. 오직 이 역할에 충실할거야."
여태까지 주눅들거나, 눈치보거나, 자책하던 기분도, 이 순간만큼은 녹아 없어진다. 아무리 비웃음 당해도, 멸시당해도, 나는 이 말을 하는데 있어 망설이지 않았다.
영장콘 1.0 ver. 가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영웅서가/연성%20정리 ← 이쪽에서 한꺼번에 보실 수 있도록 정리 해두었습니다 😎 본 스레 내에서라면 허락받지 않으셔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오니 부디 편하게 써주십쇼 😉✌️❗️
정리도 끝냈고 진짜 자러 감......셔터닫습니다.......이래놓고 6시에 또 현생살러 올거임.....🤦♀️
조금 무례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 이 상냥한 후배가 '그런 사람과 파티는 조금.' 이라고 말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리숙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주제에 거창한 이야기를 한다. 그게 내가 주로 받는 평가였고, 스스로도 크게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 뒤이어 그가 칭찬해주었을 때, 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청천이가 어딘가 놀라 눈을 크게 떴던 것 처럼, 마주 보고 있던 나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겠지. 그런가, 멋진건가. 불끈 쥐고 있는 주먹에서 땀이 배어나는게 느껴지고, 나는 잠깐 고개를 떨어트렸다. 큰일이야. 스스로가 멋지다던가 그런 칭찬이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평소라면 '아니야, 나 따위가 뭘.' 하고 수줍게 손사래 치며 고개를 저어 부정할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별로 그러고 싶진 않았다.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가 멋있다고 칭찬해준 그 마음을 내 어설픈 자학으로 짓밟고 싶지 않았다. 그래, 후배의 앞이라서 그럴진 몰라도, 나는 드물게도 조금. 멋이 부리고 싶어졌다.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럼, 봐줄래? 전학오고 나선 처음 쓰는거야."
상쾌해진 마음으로 나는 미소를 짓는다. 기분좋은 라일락 향기를 느끼며, 나는 라일락 나무의 그림자에 들어간 그를 마주보고 조심스레 부탁했다. 잠시 눈을 감는다. 스스로가 자초한 어둠속에서, 비참한 학살의 광경이,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자신이, 열등생이라 조소하는 웃음이 스쳐지나간다.
소중한 것을 계속해서 짓밟히고 모욕당해, 어떻게든 도망쳐 삶을 이어간 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 비록 나란 인물이 비참하고, 궁상맞고, 꼴사납고, 한심하다고 해도.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
마음속에서 흘러넘치는 의념을 전개한다. 찬란한 빛을 뿌리며 내 전신을, 얼굴을 뒤덮는다. 내 의념기는 스스로의 이상을 관철하는 것. 영웅이 되고자 하는, 나의 바램을 이루는 것. 그것은 이윽고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화려한 무늬도, 고풍스러운 장식도 하나 없는 투박하게도 보이는 순백의 전신갑옷. 의미하는 것은 오로지 결의. 다른 그 어떠한 것도 생각하지 않고, 어떠한 특성도 부여되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위한 한걸음을 단념하지 않을 고집만을 위한 갑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