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물빛으로 젖은 밤이었다. 유독 흐린 날씨에 해무가 끼어, 앞을 잘 살피지 않으면 흐릿한 빛으로 물들었다. 그 속에서 천천히 손을 뻗어, 나를 안개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대로 손을 꼭 쥔 채로, 아이같은 미소를 흘렸다. 조금의 신경만 쓴다면 흐릿한 형체를 뚫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손을 뻗은 채로 희미한 형체를 끌어안았다. 두근, 두근, 작은 심장 박동이 겹쳐 빠르게 뛰었다. 조용한 주위 소리가 겹쳐 텅 빈 공원에 심장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뭐가 살벌해요. 원인을 뜯어야죠." "뜯어내서 버려야죠?" 보이지 않게.. 보아도 보지 못한 것처럼. 이라고 느리게 말합니다. 그 표정은 희미한 미소같기도 하고, 눈을 감으면 울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표정이었습니다.
본다면.. 딱 봐도 hickey 뺨치게 진하게 남은 자국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도망칠 곳도 없이 잡혀서 보여지면 뭔가 부끄러울 것 같지만 자세한 건 생략한다. 다림이가 새하얀 만큼 눈에 띌 수 밖에 없을지도. 그 과정을 거리고 나서 쿠션으로 지훈이를 팡팡 때리려 합니다. 진심으로 때리는 건 아니..려나?
"하아...그럴까요.." 그 의견에 따라서 블루 스무디를 주문합니다. 맛 자체는 약간 오렌지~레몬 느낌이라나요? 짜릿한 맛일 겁니다. 그리고 콜라를 주문받는 직원이
"콜라는 세 종류인데요. 뭘 선택하시겠나요?" 라고 묻네요. 코카, 펩시, 코코아탄산단물(?)이 있다고 합니다(?) 아니 여기서 9가 나와서 이걸 물어요?ㅋㅋㅋㅋ개그성이닼ㅋㅋㅋㅋ
>>325 당신은 제게 말했습니다. 미련이란 것이 그렇다 했습니다. 떠나려고 해도 발끝에 남아, 그저 걸음을 옮기고자 하더라도 발자국이 아니라 끌린 흔적이 남는다고요. 그것을 미련이라 했고 미련의 끝에 자국이 있어, 그 자국을 기억이라 하였다고요. 그래서 미련을 잊으려면 자국을 지우던지, 아니면 끌리는 발을 떼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한 발은 떨어지지 않고, 새겨진 자국은 지울 수 없을 때는 말해주지 않았을까요. 왜 말하지 않고 그 곳으로 떠나갔을까요. 참새 우는 소리 들리는 아침에 당신에게 이야기를 보냅니다. 이 새가 부디 당신 있는 곳까지 닿아, 내 이야길 전해주길 기다립니다.
아무 생각 없는 반복 활동은 상념을 깊게 한다. 요 근래 나의 선택은 잘한 것이었을까. 나 자신으로썬 발전없는 수렁에서 벗어나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정말 진심으로 조금도 '도망치고 싶었다' 라는 의향이 없었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린다. 가장 친했던 그녀. 어쩌면 이제는 과거형으로써 '친했었던' 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속으로 생각할 때 정도는 고집을 부려도 괜찮지 않은가. 나는 과연 잘한 것이었을까. 어려운 난제다.
뒤에서 다가오는 발걸음을 느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런 뒷골목에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을 신경쓸 인물 따위 많지 않다. 선도부라면 어쨌거나 좋은 의도로 행동하는 것이니 잘 설명하면 된다. 그 외엔 지나쳐서 걸어갈 것이다. 나는 단정짓곤 난제에 대해서 좀 더 고민했다. 그녀와 나는 공통점이 참 많았다. 좋게 말하면 호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괴짜일지도. 그렇기에 마음도 잘 맞았고, 나는 그녀와 지내는 시간이 순수하게 즐거웠다. 물론 그 시간을 손수 직접 없애버린 것도 나 자신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 유리줍기처럼 모순적일지도 모른다.
"......."
그렇기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을 땐, 난 진지하게 양호실로 가서 정신검정을 받아봐야 할까 고민했다. 이상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나는 그녀를 그리워하곤 있었지만 환청과 환각에 시달릴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앓은 기억은 없다. 내가 모르는 정신 질환이라도 생긴걸까.
다음 마디가 들렸을 때 비로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서로 서있을 때에도 나보다 훨씬 큰 크기의 그녀는 쪼그려앉은 자세에서 올려보니 너무나도, 너무나도 드높게만 보이는 것 같았다. 바닥과 천장. 어쩌면 지금 인식하고 있는 실제의 거리감보다, 나는 더 멀리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 어...."
동공이 크게 떠지고 입에선 스스로가 생각해도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아니 왜 여기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가라앉는다. 일단은 답변, 그래, 답변을 해야지. 그런데 뭐라 말하면 되는걸까. 그런걸 제대로 알 수 있었다면 애초에 교우관계가 좋았을 것이다. 일단 확실한건, 그녀와 어색한 관계가 되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나는 활짝 웃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