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랜드마크가 있어서 약속장소로 잡기가 좋은 곳이다. 그리고 지훈이 읽었다는 걸 확인하고, 책상을 꽉 채우는 배치로 펼쳐져 있는 여러 책과 공책들을 접어 한쪽에 쌓아놓는다. 적당히 입을 만한 옷이 있으려나... 코디네이트엔 익숙하지 않아서. 적당히 괜찮겠다 하는 옷으로 입었다. 의념을 각성하기 전이었다면 3월에 입기엔 추워서 한두 겹 더 걸쳐야 하겠지만 지금은 비키니를 입고 나가도 감기에 안 걸릴 테니 상관없겠지. ...비키니를 입겠단 뜻은 아니다.
"이쪽이야."
그리고 약속장소에 나온 지훈을 보고 가볍게 팔을 흔들었다. (아마 네가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오는 타입이었다면 정시에 맞춰 온 나를 조금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라며 가벼운 인사를 했다.
"목적지가 없다고 하긴 했지만... 불린 사람한테 어디로 갈지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니. 영화라도 한 편 보러 가지 않을래?"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뭔가 먹으러 가는 것도 좋지만 식사 여부를 묻지 않았으니, 적당히 떠오르는 것 중 한 가지 의견을 냈다. 그리고 "간다면 가격은 내가 낼게. 네가 다른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쪽도 괜찮지만-" 라고 덧붙인다.
그래도 에미리가 그런 건, 의외였을까. 그의 속에서 에미리는 당당했다. 사오토메라는 가문에 속해있으면서도, 그런 사고를 당했으면서도, 겉으로는 다르게 행동할지언정 속에는 아직 자신만의 무언가가 남아있었으니까. 무언가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올곧음, 자신감, 확고함, 고집... 자신을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이, 에미리 속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일부를 죽인 에미리가 정말로 의외였던가. 그리고 의외였던 건, 아마도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 내겐 동등해. 수단과, 친구는. "
에미리의 표정이 서서히 싸늘하게 바뀌어가고 마침내 무표정이 되었을 때, 말 끝을 흐리는 소리를 간신히 들었다. "미안. 난 널 처음부터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어." 그는 애석한 표정으로 에미리를 바라보았을까. 미안한 감정이 묻어나온 것 치고는, 그의 어조는 놀랄만큼 냉정했지만.
" 다른 친구들이 그랬듯, 이제 너 역시 내겐 단순히 수단으로 소모하기엔 어렵게 되었고, 그렇기에 이걸 말해주고 있어. "
더이상 다른 이들처럼 단순히 소모할 수 없다. 이미 몇명 그랬던 것처럼. 그렇기에 더이상 이렇게 애매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진심으로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무런 가감없이 모든 것을 에미리에게 털어놓았다.
" 갑작스럽겠지. 미안해. 하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네. " " 선택해 에미리. 내가 널 수단으로 보고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친구로서 남아줄지, 아니면 내게 환멸하고 그대로 떠날지. "
비아의 메시지를 보고는 바로 출발했다. 별로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으니까. 이미 준비는 다 해둔 상태였기도 하고?
" 아, 안녕- "
가볍게 팔을 흔들며 다가오는 비아를 향해, 지훈도 작게 손을 흔들어줬겠지. 비아와 마찬가지로 지훈은 후드티에 검은색 슬랙스라는, 3월에 입기에 적당한 옷으로 입고 나온 모양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자 "오랜만이네. 저번에 대련 이후로 처음이기도 하고." 라며 고개를 끄덕였겠지.
" 영화... "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표정이 희미하게 밝아진 것을 보면 나름 가고싶어 하는 모양이었던가. "혹시 미리 정해둔 영화 있어? 아니면 보고싶은 장르라거나." 라고 물으며 어떤 영화를 볼 건지 흥미를 드러냈지. 가격은 내준다는 말에 그래도 되나? 싶은 표정을 짓다가도, "그럼 이따가 간식이나 식사는 내가 내는 걸로." 라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일단 영화를 보러 가는 건 확정되었기에 비아에게 맞춰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을지도?
"아하하. 그게 뭐에요. 그치만 그런 이름 건 세트는 보통 사장님 이름을 걸거나. 정직원 이름을 걸게 마련인데.." 정말로 여기 취직하실 건가 했다고요? 라고 농담하고는 서비스조의음료를 보고는 고마워요~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사장님께 굉장히 맛있네요. 우동 실력이 좋아요. 라고 칭찬하려 합니다.
"중식당이요? 그러고보니 중식당도 수타면 같은 걸 하니까 면이 맛있을 수 밖에 없네요.." 물론 다림주는 중식당에서 튀김류를 좋아하긴 하지만. 다림이는 학원도 오기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중식당에서 짜장면 한그릇이전부였을 듯.
"어쩐지 오늘 와나 환타같은 게 느껴지네요.." 지금은 손님이 없이 한산하지만 다림이 나가는 순간 손님으로 드글거릴 것을 예감한 말이었을지도.
"그때가 마지막이었나... 너와의 대련은 생각할 게 많은 편이라 좋다고 생각하지만, 대련만 하고 살 순 없으니까."
(확실한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네가 절단 의념으로 방패를 절단하려 하거나 의념기로 공간을 뛰어넘어서 공격하거나 했으면 꽤나 놀랐을 것이다. 그냥 맞아주기만 하려 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덤덤하게 대련의 기억을 회상하다가 당장 눈앞에 있는 당사자가 더 중요하단 생각에 그만둔다.
"정해둔 영화는 없지만 장르는 생각하고 있던 게 있어. 마음편히 볼 수 있는 코미디라던가, 액션 같은 거 어떨까? ... ."
지훈의 표정이 희미하게 밝아지는 걸 간신히 캐치하고, 네가 덜 웃는 만큼 내가 더 웃는 것처럼 환한 미소를 돌려주려 했다. 표정 변화가 부족하단 말이야... 그리고 호러 영화를 말할 땐 글자 크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감이 좀 덜어졌다. 근데 글자 크기가 뭐지.
"그러면 나도 고맙지."
간식이나 식사를 내겠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이걸로 주고받은 건가. 지훈이 따라오는 걸 확인하면서 한 걸음이나 한 걸음 반 앞서, 유흥가에 발을 딛는다. ...길을 잃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못 찾는 건 아니겠지. 친구들과 (끌려)가본 적 있는 영화관 이름을 스캔하다가, 드디어 발견했다. 고마워 친구들아... 한국에서도 잘 있기를... 나는 옛 친구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듯 목걸이를 쥐다가, 지훈을 이끌고 영화관에 들어가려고 했다.
다림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를_안으면_어떤_향이_나는가 달콤한 향+포근한 향..이 아주 옅게 나는데 사람을 끄는 듯한 그런 향? 샴푸향도 가끔 나기는 하는데.. 달콤한 꽃 같기도 하고.. 과일류의 달콤한 향에 비누향으로 대표되는 부드러운 향이 섞인 그런 향. 음.. 향수 두 개를 레이어드 한 걸로 표현하자면 에끌라 아르페쥬+나르시소 퓨어 머스크?
자캐의_이미지컬러는 음... 의외로 파란색 쪽보다는 하얀색이려나. 약간 차가운 분홍색이 아주 옅게 섞인 하얀색?
자캐의_생일을_보내는_방식은 분명 풀었는데 또 나오네.. 다시 말한다 다림쟝은 본인의 등록된 생일에 등록된 거고.. 진짜 생일은 모르니까 기본적으로 생일에 무심하다. 그렇기에 그 날 누구랑 만나도 자기 등록된 생일이라고 말 안할 것임다. 평범한 하루를 보낼 듯. https://kr.shindanmaker.com/977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