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면..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 없는 예쁜 모습이긴 했지만. 다림은 속으로는 하루 양이 더 예쁘네요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어깨에 기댄 채 슬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어쩐지 가슴께가 아린 것처럼 눈꼬리를 내린 표정으로 하루에게
"하루 양의 이런 표정도 예뻐서 자꾸 그렇게 하게 되어버려요." 그러니까 하루가 이런저런 게 다 예뻐서 그런 거라서 하루 양이 나빠요. 라고 투정부리듯 말하다가도. 말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기면...이겠죠..? 언젠가 생기게 된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오늘은 하루 양에게 온전히 시선 부어주는 것만으로도 벅차네요. 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다림입니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리 면역력이 높아도 부끄러워지고 맙니다. 포인트가 안 산다는 말을 들은 다림은 그..그래도 하루 양은 다른 옷들이 다 잘 어울리는걸요. 라고 말하다가 우아한 자세로 게슴츠레 바라보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루 양에게 반해버릴 사람이 한 트럭...은 넘을 것 같아요" 하루 양만의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도 좋은..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라고 중얼거리면서 얼굴을 푹 숙입니다. 다리 쪽으로 눈이 가는 걸 어쩔 수 없어요. 다림은 예쁜 곡선 보다는 그냥 마른 느낌이잖아요.
아메리칸 드림.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 아메리카에 붙은 별명은 기회의 땅이었다. 전 세계를 주무르는 강국, 위대한 미합중국의 꿈이 있었다. 성공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고 개중 극히 일부만이 꿈을 이루게 했던 수많은 꿈들의 늪을 적당한 좋은 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 기회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 아메리칸 드림을 노리고 미합중국으로 뛰어든 간 큰 녀석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세타 - 8, 서진석은 자신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시작은 하나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꽤 미련하게 덤벼들어 했던 치기 어린 고백. 그 고백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인 한 소녀를 책임지려 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졸업 후 자신이 자랐던 신 한국의 가디언도, 거대 자본의 위력을 가진 중국도 아니고, 뛰어난 마도 기술력의 마도 일본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그가 눈을 돌렸던 곳은 자신에게 가장 탐스러운 조건을 제시했던 한 국가였다. 만남은 꽤나 갑작스러웠다. 아카데미의 귀빈실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진석은 의심을 가졌다. 특별히 사고를 친 기억은 없었고, 오히려 그는 꽤 뛰어난 가디언 후보생으로 꼽혔다. 똑똑, 조심스런 노크 소리가 방문을 통해 안에 전해졌다.
"들어오게."
낮은 저음의 목소리. 꽤 쉰 것 같은 음색은 진석의 기억에 있는 인물의 데이터를 벗어난 형태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을 때 진석의 눈에 보였던 것은 가디언 협회의 문장이 아니었다. 독수리와 성조기.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문양을 보고 진석은 자연스럽게 손을 올렸다. 각을 맞춘 경례였다.
"충성. 하사 서진석." "편하게 하게. 아직 자네는 졸업하지도 않았으니 어느 나라의 소속도 아니지 않나?"
진석이 어려워하는 유형이 몇 가지 있었다. 개중에서도 눈앞에 있는 인물의 유형은 그런 진석을 가장 괴롭게 하는 유형이었다. 업적과 실력, 그리고 정치 감각을 갖춘 군인. 어느정도 우직한 면이 있는 진석과는 크게 상극의 존재였다. 명맥 뿐이라지만 여전히 미국은 군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여전히 우악스런 땅덩어리를 운용한 의념 각성자를 이용한 군대. 명맥상이라지만 군대의 운영은 여전히 미국을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게 했고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통합한 하나의 미국으로 만들 힘이 있었다.
"하루 양은 누구에게나 예쁨받을 거에요." 음.. 하루 양 정도 되는 분이 주위에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구나 예쁜 건 인정할 걸요?
"오늘 하루는 하루 양에게 드리는 거랍니다." 저한테 손해되는 것도 아니구... 라고 손가락을 꿈실거리네요. 미소녀의 하루를 자신과 같이 보내는 건 좋은 거잖아요?
"하루 양의 말 한마디마다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 이건 하루 양이 너무 예쁜 거니까. 라고 정신을 다잡으려 합니다. 계에속 넘어가면 나같은 불안정함이랑 같이 있는 건 안 좋아. 같은 속의 다짐을 하고는 레모네이드를 마시겠다며 무엇을 마실지 묻는 하루와 같이 메뉴판을 넘기려 손을 잡으려 합니다. 반장갑이긴 하지만.
"하루 양의 머리카락처럼 뽀얀 밀크쉐이크에 벌집 추가할 거에요." 하루 양의 색으로 날 범벅해버리는 거에요. 라는 말을 하는 다림의 표정은 짖궂습니다. 참 짖궂기는. 그치만 상큼하다고 하셨는걸요. 그나마 블루레몬에이드가 아니라서 다행인가. 다리 위에 올려둔 것에서 밀크쉐이크 쪽을 쳐다보려 노력합니다.
위장이라니. 속은 것 같아서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었단 것에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런 거라면 탓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청천이 악수하려 내미는 오른손을 마주 잡으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중에는 진지했지만 청천이 칭찬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작은 미소를 짓다가, 질문에 대한 답들을 들으면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여섯이 초면인가, 그건 확실히 고전했을 수도 있겠구나."
한쪽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한쪽은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주 잘 된 건 아니겠지만 희생자가 나왔다면 이런 분위기는 나오지 않았을 테다. 그러니 잠깐 어두운 표정이 된 청천은 조금 격려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도, 만난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각자 다른 사람들이 합을 맞추기란 어려운 일이지. 무엇이든,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면 되새기기만 하고 너무 신경쓰진 않는 게 좋아."
그리고 성현의 말을 듣고는 청천에게 묻는다.
"그러고보니 그 속도를 살리면 치고 빠지기엔 유리할 것 같은데... 너는 랜스?"
그러면 둘은 완전 반대되는 타입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성현 쪽은 워리어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라고 오해 섞인 생각을 했다.) 슬슬 훈련을 재개할 시간은 됐으려나? 그러고보니 아까 성현이 들고 있던 운동기구는 대체 얼마나 하는 무게지. 하고 확인해보면 보는 것만으로 기겁할 것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아 같이 넘기려고 하는 다림의 손을 능숙하게 주도권을 챙긴 하루가 슬그머니 다림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덮으며 조곤조곤 속삭여온다. 말을 마친 후에는 요망하다고 느낄지도 모르는 미소를 덧붙이는 것은 덤이었다. 어쩌면 천사의 모습을 한 체, 다림을 유혹하는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그런 다림의 상큼함을 맛보면 되는걸까요, 다림..? "
슬그머니 메뉴판을 접어선 한쪽으로 치워두며, 다림의 손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둔 하루는 테이블 위에 달린 스피커를 눌러선 두사람이 주문할 음료를 시킨다. 그리곤 이젠 자연스럽게 다림의 옆에 기대어선 천천히 고개를 가까이 한다.
" 이렇게 보고 있으면 다림의 눈이 참 예쁜 것 같아요. 새하얀 보석 같은 눈이라서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부드러운 바닐라향 같은 잔잔하면서 맑은 향이, 하루의 숨결을 타고 다림의 코 끝을 자극하게 얼굴을 가까이 한 하루가 속삭인다. 그리곤 그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다림의 눈을 피하지 않곤 다정하게 응시한다. 아마도 두사람에게 음료를 가져다주기 위해 문를 두드리는 소리가 날때까지
"좋은 쪽이지요? 하루 양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라고 말하면서도 요망해보이는 그런 미소를 날리면 유혹당할 것만 같았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다림은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유혹에는 당해도 마음은 줄 수 없었던 걸까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금사빠는 아니라고요. 기..기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지도요?" 밀크쉐이크에 벌집으로 제가 하루 양을 맛보는 것처럼.. 레모네이드로 맛보시는 걸로? 라는 농담을 하고는 블루레몬에이드였으면 색도 비슷했으려나요?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옆에 기대면 조금은 여유로워진 것처럼 기대도록 해줍니다.
"새하얀 보석은 너무 많아서 저는 하루 양의 눈이 더 예쁜걸요." 스스로에게 박하다기보다는 타인을 높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반짝이는 금 같기도 하고, 노란빛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기도 하고. 어떤 추리소설의 달보석 같기도 할까.. 부드러운 바닐라향같은 향이 흐릿하게 흐르자 다림은 하루의 뺨을 쓸어내리려 하면서
"하루는 하루의 얼굴을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더 눈에 괴고 말지만. 이라고 말하는 다림은 하루를 부드럽게 껴안으려는 듯 팔을 움직이려 합니다. 안겨들도록 시도할까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