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었고, 또한 웃었다. 자신이 이제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듯 싶었다. 또다시 동료가 죽었다. 이젠 게이트 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적이라는 걸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마치 망집에 집어삼켜진 것 같았다. 망념妄念 그 말이 어울리겠다.
"지훈 씨야 괜찮겠지만 저는 멍 들지도 모른다고요?" "음.. 그나마 목은 아니라서 다행일까요.." 생각해보니 지훈이랑 다림이 은근 상해 있었지... 뒷사람이 머리를 박습니다. 쏙 안기는 게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지훈이 다림의 품에 안기면 기껏해야 얼굴 정도만 품에 껴안거나. 겉으로 보기에는 역으로 지훈이 다림을 껴안은 것처럼 보일 가능성도 높지만.. 껴안고는 머리카락을 쓰담쓰담하려 시도했을 겁니다.
"싫어하지는 않아요" 저는 이것저것 좋아하니까요? 같은 말을 하고는 고민하는 듯합니다. 헌터가 위기에 빠져서 죽어가는 것이나. 거기에서 이전까지 해왔던 행동으로 인해서 빠져나오는 충실히 복선을 깔아두는 것까지.. 흥미진진한 영화에 다림은 그저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며 굉장히 집중했습니다. 빌런을 체포하는 것에서 의념이 부딪히다가 꺼져가는 그런 연출도 좋았습니다. 이 영화를 촬영한 감독 누구지.. B 모 씨인가. 아니면 어떤 곳일까..
"중간에 빌런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 것을 파훼하는 게 설득력이 높아서 놀랐어요" 다른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배워냈던 스킬이라던가.. 라는 감상을 말하며 바닥에 털썩 누운 지훈을 바라봅니다. 음.. 음.. 고민하는 걸까요.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다 식어버려서 애매하네요. 이것들을 다 입에 넣어야 하나. 아니면 밖의 전자렌지에 데워서?
생각해보니 자신 때문에 목까지 올라오는 옷을 입고 다녔으니까.. 조금 걱정하는 눈치로 다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려나. 뭔가 자신이 다림을 안은 것과 다를게 없지 않나-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은 느낌이라거나, 얼굴 정도만 품에 껴안긴 느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안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은지 부드러운 표정으로 쓰다듬는 손길에 살짝 부빗거렸지. 큰 댕댕이처럼?
" 싫어하는 장르는 뭐야? "
대부분 장르는 좋아한다니 신기하네.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취향이 확고한 편이었던 만큼 다림의 느낌이 신기했을지도... 감자튀김을 손을 뻗어 집어먹고는 눅눅해져있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시무룩해졌을지도?
" 그러게. 각본 짠 감독이 꽤나 머리 쓴게 느껴지더라. 그 빌런의 방법도 전혀 뻔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
바닥에서 가볍게 돌아눕고는 고개를 끄덕였겠지. 보통 그런 종류의 각본은 감독이 머리를 많이 쓰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데...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 다림이 뭘 고민하는지 알아차린 듯 "새로운 먹을 걸 사러 갈까... 아니면 데워올까.. 아니면 슬슬 기숙사에 돌아갈까?" 라는 말을 하며 다림을 바라보았을까.
//슬슬 돌아갈 분위기로 막레각을 잡아주셔도 괜찮고... 아니면 다른 먹을 걸 사러 가자는 내용으로 더 이어주셔도 괜찮아요~
"당시엔 좀 불편하긴 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당시엔 목소리도 조금 잘 안 나오고, 아프고 그랬지만.. 지금은 괜찮은 겁니다. 큰 댕댕이처럼 구는 지훈을 부드럽게 쓰다듬습니다. 세심하고 다정한 손길하고는. 예전에 본 적 있던. 아끼던.. 귀여웠던 개를 생각나게 하나요? 그때하고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글쎄요?" 운이 좋아서 뭐든 잘 풀리는 건 그다지.. 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장르라고 하기는 그렇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옅은 미소와 함께 말을 유보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머리를 썼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빌런의 수법도 그냥 수법이 아닌데. 그걸 파훼해내고 그 과정에서 스릴러적인 것도 충분히 하고. 충분히 생각해보면 영화를 보는 관객도 풀어낼 수 있는 정도이기도 하고..그러다가 지훈이 묻는 말을 듣고는 조금 고민합니다.
"음.. 이만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영화만 해도 2시간.. 혹은 그 이상급에. 예능도 90분정도였으니까. 벌써 4시간 가까이 있었으니.. 슬슬 돌아가요. 라고 말합니다. 조금 뻑적지근해지는 기분이기도 하고.. 기지개를 한껏 켜고는 으읏.. 거립니다. 나오고 나서 헤어질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