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었고, 또한 웃었다. 자신이 이제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듯 싶었다. 또다시 동료가 죽었다. 이젠 게이트 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적이라는 걸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마치 망집에 집어삼켜진 것 같았다. 망념妄念 그 말이 어울리겠다.
카사는 카사 나름대로 억울했다! 이런 식의 카메라는 처음 봤다! 오래된 영화에서 사진기 본적은 있긴 한데 막 하얀 빛이 터질때는 그냥 픽션적 허용인 줄 알았지! 그냥 찍혔슴다- 하고 보여줄려고! 근데 섬광탄은 뭐가 어떻게 될 건지 이름에 쓰여져 있잖아!!!
아브엘라 집, 그리고 산속에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을리 없다. 카메라는! 어! 이렇게 작고! 조금 딸깍- 하면 찍히는 거 잖아! 하고 툴툴거리면서도, 에릭의 손안에 들려진 폴라로이드가 여간 신기한지 기웃기웃 살펴본다. 그러다가도 어느정도 가슴이 진정되자 나름 최선을 다해 포즈(?)를 취하는 카사.
"뭐해? 안 찍고."
왜 인지 네 발로 당당히 서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에릭의 눈빛이 이상하다. 혹시 그냥 나 엿 먹일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든 의혹이 나름 신빙성있다. 저번에도 막 때리고 납치하고 막.
아예 다 때려치우고 고기만 들고 튀어야 되나, 눈살을 찌뿌리며 고민을 하는 중, 에릭의 제안에 어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친구도...?"
왜? 아니 굳히? 할멈은 그런 걸 좋아하나? 무슨 일을 사진으로 남기는 감성은 이해하지 못한 카사. 고개를 기울이면서도 일단 수긍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인간 문화에 대해선 에릭이 더 빠삭하겠지, 라는 개미 눈꼽만한 신뢰가 빛을 발한다.
"아니 이미 잘 지내고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데."
내가 연락했다니까?? 하이틴 드라마 감성에 전혀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카사는 그냥 의문투성이일뿐이다. 왠지 이 에릭 녀석이랑의 대화는 조금 핀트가 어긋난거 같다. 머리가 이상한 녀석이라 그런가. (틀렸다. 카사는 카사의 대화 대부분이 이런 식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뿐이다.)
"어... 잘 모르겠지만 사진을 잔뜩 찍으면 되는 거...지...?"
숙제가 생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를 못하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응? 뭔가 어영부영 되는 느낌인데??? 카사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퀘스트를 받고, 혼란스런 표정으로 식은 고기를 드디어 한 입에 후루룹 빨아먹고, 혼란스런 표정으로 고로에게 시선을 보냈으며, 혼란스런 표정으로 에릭의 기숙사를 터덜터덜 나올 운명일 뿐이었다.
짖궂게도 턱 밑을 긁어주려 하자. 전 고양이가 아닌걸요.라고 말하지만 턱 밑이 긁혀지면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지는 기분입니다. 갸르릉거려야 할 것 같은..? 골골거릴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품에 파고들려 할지도? 아니면 손을 떼어내려 하며 손가락을 깨물을 시도하거나.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에는.." 아니에요. 라고 더는 말하지 않습니다. 파멸을 끌어들인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좋아했다는 점은(동시에 진정으로 증오했다는 점이 있다) 진실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느껴졌다면 어쩔 수 없네요." 많이 웃으려 노력하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볼을 조물거리는 것은.. 그래도 가만히는 있네요. 얌전하다.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웃게 만든 건 어쩔 수 없다..
"웃는 표정을 짓게 만드는 겁니다." 삐용삐용. 하고 말하는 어투가 무미건조한데요. 웃는 표정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다거나.같은 농담성 말을 하는 다림은 예능이 끝나자 다른 데 볼 만한 게 있나. 하고 지훈에게 리모컨을 넘기려 합니다. 아무데나 틀어도 되려나요. 어딘가에서 민간인 스포츠라도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