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었고, 또한 웃었다. 자신이 이제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듯 싶었다. 또다시 동료가 죽었다. 이젠 게이트 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적이라는 걸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마치 망집에 집어삼켜진 것 같았다. 망념妄念 그 말이 어울리겠다.
"그래도, 저보단 나을 거예요. 저는 의념 각성도 늦었고... 배운 거라곤 전혀 없었으니까요. 부모님께서 가디언인 것도 아니고, 가디언인 친척이 계신 것도 아니고. 전혀 상관없는 세계에 발을 들였으니까 아는 거라곤 그냥... 제가 지금까지 예예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시킨 걸 하면서 얻은 게 다였어요. 그리고 낙서는 저도 있어요!"
당당! 낙서 쯤이야... 다들 한 번은 하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쓸 필요 없어없어~ 더치페이로 샌드위치 사자는 말에 끄덕끄덕.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여기 우리꺼임!! 하는 의미로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자신의 모습을 본따 그려낸 그림을 구현화해 앉혀놓았다. 그냥 모브의 얼굴같은 느낌으로.
침착하고 차분한 아브엘라 패밀리! 가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직 두 사람의 성격을 잘 모르는 것 이다. 침착, 차분은 단어의 뜻만 알면 충분하다. 법과 대화보다 가까운 것은 주먹과 이빨. 에릭 역시 카사의 영향으로 야생의 법칙은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으니 다른 말은 필요 없으렸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찾아온 셔터찬스! 찰칵 소리와 함께 잠시후 카메라가 붸에에 하고 찍힌 사진을 뱉는다. 폴라로이드가 참 좋단 말이야.
" 어디.. 잘찍혔는지 볼ㄲ.... 풋. 뭐야. 너 왜 이렇게 굳어있는대? "
에릭은 현상된 사진을 카사에게 보여주었다.
" 아브엘라씨가 볼거니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서있어봐. " " 내가 늑대다~ 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
야생의 아브엘라 패밀리. 강한자가 살아남는다!!!! 왠지 카사가 에릭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 같지만 신경쓰지 말자. 후에 어떤 여우 형수님이 와서 우리 착한 에릭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짤짤 흔들어도 카사는 할 말을 없을 테다. 물론 할 말이 없다고 멱살 잡은 놈에게 꽉 물어 주지 않을 것이란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찰칵!
에릭이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다시 카사에게 고개를 돌면...... 왜 인지 의자는 엎어져 있고, 방 저어어어어기 반댓편에 착 달라붙은 카사를 발견할 것이다. 경계심이 잔뜩 오른 전투테세의 모습으로.
"뭐야 저거!! 섬광탄????"
.......스마트폰에 적응한 신세대의 모습이다. 고양이라면 털을 빳빳히 곧두세우고 하악질 하고 있을 모습이다만, 카사는 (일단) 인간이니 눈을 가늘게 뜨고 카메라를 노려보는 것에 그쳤다. 적어도 카메라를 공격하지 않은 게 불행중 다행이다.
빛이 터진 순간 용수철 마냥 튀어올라가 아마 에릭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튀어오르기 직전 카사의 뻣뻣한 모습이 살짝 흐려진 것을 발견 할수도 있다.
"위험한거 아니지??????"
당장이라도 창문을 깨고 튀쳐나갈 모습. 지렁이의 속도로 그제야 에릭에게 찔끔찔끔 다가온다.
정지라고 말한다메!! 외치면 말 그대로 꼼작말고 (NOT 꼼작) (일어서서) 서있을려고 했는데! 다 망쳤다! (이대로 갔다면 굳은 카사는 커녕 흐릿한 잔상만 잡을 뻔 했다)
결국 에릭의 말에 곰곰히 생각한다. 뭐야, 그게 아니였어? 자연스럽게.... 내가 늑대다.... 음! 할수 있어! 에릭의 질문에 당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만 믿으라굿! 이제 확실히 깨달았어!
... 참고로 결과는 당연히 사족보행의 카사다. 이까지 드러내고 말 그대로 '자연'의 모습인.... 아예 자연의 모습으로 옷을 벗지 않은게 다행일까.....
카사는 카사 나름대로 억울했다! 이런 식의 카메라는 처음 봤다! 오래된 영화에서 사진기 본적은 있긴 한데 막 하얀 빛이 터질때는 그냥 픽션적 허용인 줄 알았지! 그냥 찍혔슴다- 하고 보여줄려고! 근데 섬광탄은 뭐가 어떻게 될 건지 이름에 쓰여져 있잖아!!!
아브엘라 집, 그리고 산속에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을리 없다. 카메라는! 어! 이렇게 작고! 조금 딸깍- 하면 찍히는 거 잖아! 하고 툴툴거리면서도, 에릭의 손안에 들려진 폴라로이드가 여간 신기한지 기웃기웃 살펴본다. 그러다가도 어느정도 가슴이 진정되자 나름 최선을 다해 포즈(?)를 취하는 카사.
"뭐해? 안 찍고."
왜 인지 네 발로 당당히 서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에릭의 눈빛이 이상하다. 혹시 그냥 나 엿 먹일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든 의혹이 나름 신빙성있다. 저번에도 막 때리고 납치하고 막.
아예 다 때려치우고 고기만 들고 튀어야 되나, 눈살을 찌뿌리며 고민을 하는 중, 에릭의 제안에 어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친구도...?"
왜? 아니 굳히? 할멈은 그런 걸 좋아하나? 무슨 일을 사진으로 남기는 감성은 이해하지 못한 카사. 고개를 기울이면서도 일단 수긍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인간 문화에 대해선 에릭이 더 빠삭하겠지, 라는 개미 눈꼽만한 신뢰가 빛을 발한다.
"아니 이미 잘 지내고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데."
내가 연락했다니까?? 하이틴 드라마 감성에 전혀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카사는 그냥 의문투성이일뿐이다. 왠지 이 에릭 녀석이랑의 대화는 조금 핀트가 어긋난거 같다. 머리가 이상한 녀석이라 그런가. (틀렸다. 카사는 카사의 대화 대부분이 이런 식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뿐이다.)
"어... 잘 모르겠지만 사진을 잔뜩 찍으면 되는 거...지...?"
숙제가 생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를 못하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응? 뭔가 어영부영 되는 느낌인데??? 카사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퀘스트를 받고, 혼란스런 표정으로 식은 고기를 드디어 한 입에 후루룹 빨아먹고, 혼란스런 표정으로 고로에게 시선을 보냈으며, 혼란스런 표정으로 에릭의 기숙사를 터덜터덜 나올 운명일 뿐이었다.
짖궂게도 턱 밑을 긁어주려 하자. 전 고양이가 아닌걸요.라고 말하지만 턱 밑이 긁혀지면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지는 기분입니다. 갸르릉거려야 할 것 같은..? 골골거릴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품에 파고들려 할지도? 아니면 손을 떼어내려 하며 손가락을 깨물을 시도하거나.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에는.." 아니에요. 라고 더는 말하지 않습니다. 파멸을 끌어들인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좋아했다는 점은(동시에 진정으로 증오했다는 점이 있다) 진실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느껴졌다면 어쩔 수 없네요." 많이 웃으려 노력하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볼을 조물거리는 것은.. 그래도 가만히는 있네요. 얌전하다.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웃게 만든 건 어쩔 수 없다..
"웃는 표정을 짓게 만드는 겁니다." 삐용삐용. 하고 말하는 어투가 무미건조한데요. 웃는 표정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다거나.같은 농담성 말을 하는 다림은 예능이 끝나자 다른 데 볼 만한 게 있나. 하고 지훈에게 리모컨을 넘기려 합니다. 아무데나 틀어도 되려나요. 어딘가에서 민간인 스포츠라도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