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었고, 또한 웃었다. 자신이 이제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듯 싶었다. 또다시 동료가 죽었다. 이젠 게이트 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적이라는 걸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마치 망집에 집어삼켜진 것 같았다. 망념妄念 그 말이 어울리겠다.
"음~ 다행이네요. 가족이 무사한게 제일이죠. 저는 부모님께서 지금 뭐하고 계신지 궁금해 죽겠어요. 신 한국에 계시겠지만..."
어차피 부모님은 일반인이시니 별 일 없으시겠지만... 아마, 내 걱정도 안 하고 계실 것 같고.. 어우, 다시 공부에 집중할까... 귀찮아! 그냥 놀래~ 청천 씨는 가족분들이 학원도에 계신걸까? 아니면, 가족분들 중 한 분이 가디언이신가? 갸웃..
"디스 이즈 K... 하지만, 저희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3학교가 다 하는 거잖아요.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라는 정신을 기르기 위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주변을 둘러보다 목소리를 작게 하고는 "그리고 이걸 기회로 더 강해지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단지 시험에 집중함으로써 현실에서 고개 돌리려는 분들도 계신 걸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뭐가 됐든, 현실은 산 넘어 산이야... 너무 불공평해.
"아, 이건 청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기 문제 봤어요? 저희 학교가 2점 먹는 게 저쪽은 0.5점? 1점? 거의 그 정도 들어가요.. 아, 성학교 문제는 어때요? 쉽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성학교가 실전에 강한 면이 있지. 우리 학교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엔 약하다보니.. 조금 많이 안 좋은 부분이 있긴 하고.
에릭주의 아주 정확한 판단! 카사주는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딴 거 상관없이 쿨데레 밀프(??) 아브엘라의 가르침을 실천(물리)하는 카사!
퍼억! 주먹 끝에 닿는 시원한 타격감!!! 날라가는 에릭의 빈약한(아님) 몸! 카사는 그 주먹을 위로 치켜든다!! 승리를 쟁취해냈다!!!
이겼다!! 제 3부 끝!!!
"응? 고양이?"
승리감에 만취해 가슴을 쭉 펴고 하늘(안 보임)을 향해 미소를 보이던 카사, 갑자기 나타난 생명체에 정신이 팔려버린다. 생명의 원초적인 언어, [폭력]으로 가득찬 머리가 깨끗히 비워진다. 에릭의 기숙사에게는 좋은 결말이다.
"저거 네꺼? 비상식량이야?"
에릭의 고먐미 고로에게는 좋은 결말이 아닐수도 있지만 말이다.
죄를 아예 줄줄히 자백하는 에릭은 뒷전. 패배자는 관심 밖이다!!!! 그것이 「패배」한다는 것의 의미!!! 승자의 여유를 가지고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를 향해 두두두두 가는 카사. 구워지는 그대로 집어 먹으려하다 으악 뜨거!!!! 하고 다시 후라이팬으로 놓쳐버린다. 울상으로 지글지글 다시 구워지는 고기를 잃어버린
"??? 뭔 말이여?? 내가 벌써 멀쩡하다고 말 했는데???"
얜 또 왜 스스로 자처해 고생을 할까? 짜증나는 에릭녀석은 어리석기도 한 모양이다. 어의없다는 표정으로 에릭을 바라보다 다시 고기를 주워먹으악 뜨거!!!!!!!
"맞다. 할멈이 너 데리고 독일가서 밥먹제."
일정 비우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통보. 네가 싫다고 해도 그게 내게 무슨 상관이지? 라는 뻔뻔한 얼굴이다. 방학 딱 되자마자 에릭이 짐짝이 되게 할 작정으로 보인다. 이 녀석 독일 가는 법은 알기나 하나.
"동북아시아 말고 다른 지역의 가디언 아카데미들도 이럴까요...세상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청천도 어느 새 공부는 뒷전이고 잡담 삼매경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
화현이 작게 속삭여올 때 청천은 잠깐 입을 꾹 다물었지요.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태양왕 게이트의 클로징 이후 그도 나름대로 바쁜 2주를 보냈었습니다. 강해지고 싶어서? 아니,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세상이, 또는 우리 세상을 자꾸 건드리고 넘보는 그것들이, 그 금빛 눈이, 그 옷자락이, 팔랑이며 불타는 부적들이, 그날의 그 타는 냄새와 소리가. 그보다 오래된 비웃음들, 그것들 전부가...
아차, 청천은 자신이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있었음을 깨닫고 휘휘 고개를 저어 생각들을 털어냅니다.
"아, 죄송하지만 방금 뭐라고...아, 아 맞다 그랬죠. 성학교요? 쪽지시험이나 단답형은 풀 만한 것 같지만요...익숙해지기 전에는 좀 당황스러운 것들도 있어요. 커다란 공란과 함께 '아는 대로 전부 쓰시오'라든가요!"
언젠가...입학시험이던가요, 서포터 필기 시험에 봤었던 그 크고 아름다운 공백의 압박이 참으로 인상깊었었죠.
"키울려면 토끼가 더 맛있- 가족??? 이렇게 작은 데??? 그리고 고양이 잖아??? 말은 통해???"
안 먹어???? 고로를 스윽, 바라보자, 야생의 감으로 바로 그 의미를 인지했는지, 고로의 털은 조용히 올라갔을 것이다. 유심히 살펴보다 아하, 하고 손바닥에 주먹을 탁, 치는 냥이혐오자 카사.
"아직 아기구나! 크면 나만해 지는 거야?"
손을 뻗으면서 묻는 게, 대충 사이즈를 보니 호랑이라도 키우는 지 물어보는 거 같다. 거기에 에릭에게 식기도구를 받자마자 재2차전을 준비하다 툴툴거리긴 하지만, 야무지게 재대로 집고 고기를 집으려고 한다. 아직도 익는 중인, 뜨거운 고기를. 앗뜨거! 툭. 앗 뜨거! 툭. 앗 뜨-
"그런가? 난 그런 거 잘 몰라서."
사진 같은 게 좋나? 마망 아브엘라 할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본다. 딱히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는 데? 할멈이 사진을 좋아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열심히 고기를 공략하다...
에릭의 반응에 팍 식어버린다.
에릭자식이 내심 부끄러운 듯 말까지 더듬자 카사는. 카사는. 입맛을 잃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무려 카사가!!! 입맛을!!! 이게 무슨 중대한 일인지 익히 알 것이다! 아예 밥 먹을 생각이 날라가, 포크를 내려놓는 카사의 표정이 벌레 씹은 것으로 뒤바뀌었다. (비유적으로 뿐이다. 진짜 벌레를 씹어도 카사는 추가 단백질이라고 좋아하는 놈이다.)
이것으로 에릭은 두번째 카사정색을 달성해버렸다. 세계기록 갱신자 에릭 하르트만. 그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카사.
"아쉬웠을지도 몰라요?" 눈웃음을 치면서 목선에 손이 닿으면 부드럽고 쭉 뻗은 목일지도. 자기만 당하기 억울한가! 다림이에게 손을 대는 거다!(응?) 끼 때문에 큰 일이라는 말에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없어진 것 같았을지도?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옅은 후회의 감정으로 "큰 일들이 많았으니까요..."라고 중얼거렸을까요? 깨닫고 나면 자기혐오적인 것도 있게 마련입니다.
"아는 분이셨나요? 이런. 그럼 미소를 흉내내는 건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도요" 아는 분의 미소를 흉내내는 건 좀 그럴지도.같은 생각을 합니다. 다림주가 걸어다닌 끝에 정신이 나가버린 게 분명하다. 기숙사에서는 무릎에 얼굴을 얹은 것만으로도 덜덜이었는데(물론 기숙사라는 굉장히 사적 공간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아마. 이런 룸카페에서 동일한 행동을 했다면 좀 괜찮았을 듯) 지금은 끌어안김을 받다니. 갸냘픈 타입이라서 쎄게 안으면 부러져버릴 것 같음이 있으려나.
"병약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보일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신체 A에 건강 B는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니까 그렇게 보인다. 라는 외양은 생각보다 많이 영향을 미칠지도. 리모컨이 넘겨지자.음..하고 고민하다가 채널을 그냥 대충 돌려봅니다. 거기에 나온 것은..
.dice 1 5. = 3 1. 마피아 변호사가 통역기관을 깨부시는 드라마 2. 노래 듣고 맞추는 예능 3. 어물전 망신은 개망신!의 예능 4. 신한국 이전의 한국의 이전을 그리는 햇빛반짝한 드라마. 5. 헬스 키친
"다른... 지역은 더 심할지도 몰라요. 그러고보니.. 오세아니아로 교환학생 모집한다던데... 신청하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동북아시아는 뭐... '그 사람'이 있으니까 숨만 내쉬어도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니... 태양왕은 예외.. 이번 사태는 진짜 아무도 예상못했던 일이니까.. 응응... 흠, 오세아니아... 난 못 가겠지? ...일단 신청해볼까? 갈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지만... 시험은?! 어떡해!? 미술부는?! 날 기다리는 토끼같은 찬후 선배랑 여우같은 손유 선배가 있는걸!! 할 게 많아서 못 가 못 가...
"...그래도, 다들 이 상처를 이겨낼 거예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저마다 있으니까요... 포기한다고 해도, 그 사람을 탓하면 안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천재지변으로 가족을 잃었다고 해서... 자연에게 복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타까운 소리다. 클래식 음악이 아니었다면 필시 누군가는 이쪽을 바라봤을 정도. 어째서 게이트라는 것이 나타났을까, 어째서 의념은 생겼을까. 옛날엔 자신의 존재 이유, 도덕적 행위... 대충 이런 것들이 철학이었다면... 지금은 게이트와 의념을 고민하는 것도 철학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어유... 분위기가 왜 이렇게 어둡지...
"아, 맞다... 네네 성학교 문제... 가... 진짜요? 아는 대로 전부 쓰시오? 어떻게 해서든 점수를 주려는... 선생님들의 발악...?"